코스피지수 1000선이 무너진 10월29일, 한국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지난 여름부터 우리는 세계 경제 흐름이 개인과 가계에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경험하는 중이다. 2009년 경제 전망에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실생활에 크게 영향을 미칠 분야들에 대한 2009년 전망은 어떨까. 해당 분야의 최전선에서 밤낮으로 시장을주시하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미래에 대비하는 혜안(慧眼)을 길러보자.
◎ 한국 증시 ◎
시퍼렇게 질린 시세판 지루한 약세 장세 이어질 듯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sigo01@hanmail.net
2008년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많이 떨어져 주가가 다시 오르려면 상승 동력이 필요하다. 1980년대 후반의 강세장에서는 3저(低) 호황이라는 경제환경,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직후의 강세장에서는 구조조정의 진전과 정보기술(IT) 붐이 주가 상승의 엔진 구실을 했다. 그리고 2003년 이후의 강세장에서는 중국 특수가 한국 경제와 증시에 기회를 만들어줬다. 주가는 기업이익의 함수다. 내수든 수출이든 총량적인 기업이익이 늘어날 여건이 조성돼야 오를 수 있다.
2009년 기업이익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기업이 이익을 내기 힘든 경제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먼저 내수를 살펴보자. 가계가 돈을 쓸 수 있는 여력이 있어야 내수 기업이익이 증가한다. 그런데 한국 가계는 소비를 늘릴 만큼 여력이 크지 않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대였고, 은행의 대출 성장률은 14%대였다. 실물경제가 커지는 속도보다 대출 증가 속도가 더 빨랐고, 이는 경제의 어느 부분이 과잉됐음을 뜻한다. 늘어난 대출은 대부분 가계로 향했다. 가계로 들어간 대출은 대부분 주택 구입에 쓰였다.
외환위기 이후 10여 년간 한국 중산층에게 늘어난 것이 있다면 아마도 주택, 부채(주택 구입에 사용한 차입금), 주식형 펀드일 것이다. 그런데 중산층의 경제적 기반이 되는 이 세 가지 요인이 모두 흔들리고 있다. 주택 가격은 떨어지고, 주택 대출이자는 높아지며, 주식형 펀드에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의 추가적인 냉각 등을 상상하지 않더라도 2009년 내수 쪽에서 긍정적인 계기를 찾기란 쉽지 않다.
수출도 마찬가지다. 2009년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성장률은 제로나 소폭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국제통화기금 추정). 중국의 성장 둔화도 불가피할 듯하다. 선진국의 수요 감소에 따른 수출 둔화가 중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고성장 국면에서 행해진 투자 과잉의 후유증이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 한국에서 카드채 위기가 불거진 2003~2005년에는 내수가 크게 위축됐지만 중국 특수에 따른 수출 호조로 경제와 주식시장은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2009년은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위축되는 해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환경에서 기업이익이 늘어나긴 어렵다.
주식시장이 기댈 구석이 있다면 그것은 밸류에이션이다. 2008년 11월 현재 코스피(KOSPI)의 PER(주가수익비율)는 9배 수준이고, PBR(주가순자산비율)는 0.9배 수준이다. 기업이익이 30%가량 줄더라도 PER는 11배 수준이다. 기업이익 전망이 밝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현재의 주가에 거품이 들어가 있다고 보긴 힘들다.
2009년 증시는 밸류에이션의 매력과 기업이익의 악화 사이에서 줄타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의 주가는 예상되는 실물지표의 악화 가능성을 상당 부분 반영한 것으로 보이지만, 오를 수 있는 긍정적인 카탈리스트(촉매)를 찾기도 쉽지 않다. 2009년에도 여전히 약세장이겠지만 올해 같은 급격한 가격 조정보다는 지루한 기간 조정의 양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글쓴이 김학균은 한국투자증권에서 투자전략을 담당한다. ‘매일경제신문’ ‘한국경제신문’이 선정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2004년부터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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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경기와 물가◎
‘냉동지갑’에 실물경기 꽁꽁 물가는 하향 안정세
이성룡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leesy@hri.co.kr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그 파급 속도도 갈수록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이로 인해 국내 내수경기의 장기 침체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2007년 4/4분기 이래 4분기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으며, 소비재 판매 증가율도 2007년 2/4분기 3.9%에서 2008년 2/4분기 3.5%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내년에도 소비 하락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세계 경기침체의 지속과 그에 따른 고용시장 악화, 주식 및 부동산시장 불황 등이 그런 전망의 배경. 게다가 최근 가계 부문의 부채 증가로 가계들의 채무 부담 능력이 약화된 실정이다. 누구도 선뜻 지갑을 열 형편이 못 되는 것이다.
또한 나라 안팎 경기의 동반 부진으로 투자 부문도 회복세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2008년 1/4분기 1.4%, 2/4분기 0.7%로 급락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유인책과 환율 하락 등으로 투자심리가 개선되지 않겠느냐는 견해도 있지만, 소비 회복이 지연되고 수출기업의 채산성과 수익성 개선이 미흡하기 때문에 설비투자 회복세는 미약할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국내 건설투자는 민간 부문을 중심으로 한 건설경기의 부진으로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투자 증가율은 2008년 1/4분기 이래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부동산경기 활성화 정책에도 대내외 상황 악화로 2009년 내내 건설투자는 최악의 ‘겨울’을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내년에는 한풀 꺾이리라는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2006년, 2007년 2%대에 머물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08년 들어 2/4분기 4.8%, 3/4분기 5.5%로 급등했다. 그러나 2009년에는 달러의 약세 전환, 국제 상품가격 하향 안정,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다소 하락할 전망이다. 또한 세계적 경기침체에 대비한 기업의 구조조정과 자구 노력으로 실질임금이 동결되거나 소폭 인상되리라는 점도 물가를 하향 안정세로 이끌 것으로 보인다.
글쓴이 이성룡은 현대경제연구원 실물경제팀 연구위원으로 내수경기의 주요 축인 소비와 물가의 분석 및 전망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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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
경기침체·투자심리 위축 상승보다는 하락요인 훨씬 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hakim@cerik.re.kr
한국 금융시장의 위기가 가시화하면서 주가 하락, 환율 급등 현상이 나타났으며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자 금융기관들의 자금 공급이 위축되고 있다. 특히 건설 및 부동산경기가 하강 국면에 들어서고 미분양 주택이 크게 늘면서 금융기관은 건설기업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 부동산 관련 금융의 부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금융기관이 자금 공급을 거의 중단함으로써 건설기업들의 부실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또한 실물경기가 침체될 것으로 예견돼 부동산경기 회복 시기는 당초 예상보다 지연될 전망이다. 대외 경제 여건을 배제할 경우 한국 부동산시장은 2009년 상반기쯤 저점을 기록하고 회복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경제 여건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회복 시기의 지연이 불가피해 보인다.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시장은 일반 경기 흐름과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실물경기 회복이 부동산경기 회복을 좌우할 것으로 예측된다.
각종 부동산 관련 규제가 완화되고 있지만, 현재의 부동산시장은 제도적 요인만으로 활성화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요 회복에는 역부족일 전망이다. 재건축 관련 규제 완화는 법률 개정 등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투자심리도 크게 위축된 상태라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가격 하락을 막는 지지대 구실은 해도 상승세로 반전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투기지역 해제 조치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늘었지만 버블세븐 지역 가운데 일부는 오히려 주택가격이 10% 넘게 하락해 담보가치가 낮아졌다. 더욱이 금융기관들의 보수적인 대출로 규제완화가 추가 대출로 이어지지는 못할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부동산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거시경제 및 제도적 여건, 시장 내부의 수급 상황을 볼 때 2009년 부동산시장은 상승보다 하락요인이 더 많을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인한 가계발(發) 금융위기 가능성은 높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실물경제의 회복이 지연되면 부동산경기 회복이 늦어지면서 부동산시장의 위기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기 성남시 판교 건설현장.
실물경제 침체가 하반기에 회복세로 돌아선다는 긍정적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할 경우 주택 및 토지 가격은 전국 기준 5% 이내 하락, 전세 가격은 3% 상승이 예측된다. 실물경제 침체가 하반기에도 계속되고 금융시장의 유동성과 신용위기가 이어질 경우에는 주택 및 토지 가격이 10%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주택 및 토지 가격이 10%까지 하락하면 전세 가격도 마이너스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글쓴이 김현아는 도시계획을 전공한 공학박사로, 손꼽히는 부동산시장 전문가다. 저서로는 ‘부동산 대책이 건설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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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리◎
대출금리 약보합 횡보 예금은 고금리 기대 어려워
김은정 신한은행 분당PB센터 팀장 0228kej@hanmail.net
상약하보(上弱下保). 내년 금리는 이렇게 요약된다. 2009년 상반기에 금리가 하락하다가 하반기에는 약간의 변동을 보이는 보합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하반기에 정책당국은 최악의 신용경색을 타개하기 위한 강수(强手)를 뒀다. 금융통화위원회는 10월27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내린 데 이어 11월7일에는 0.25%포인트를 인하, 11월 중순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4%로 대폭 주저앉았다. 기준금리가 4%로 떨어진 것은 2006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정부는 외화 및 원화의 유동성 공급을 위해 국내 은행의 대외 채무지급보증, 증권사 유동성 2조원 지원 등의 대책도 발표했다. 정책금리 인하는 올해와 내년 초까지 이어질 전망이기 때문에 2009년 상반기까지 금리는 계속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출금리는 정책금리와 달리 큰 폭의 하락 없이 약보합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2006년 말 5% 후반대에 머물던 은행권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가 2008년 들어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7.45%,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7.25%로 상승했는데(9월 말 기준), 기준금리가 0.1%포인트 하락했음에도 대출금리는 크게 떨어지지 않은 채 6.6~8%대를 유지하고 있다.
금리를 인하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강력하다. 한 달 반도 채 남지 않은 올해 안에 금리가 추가 인하될 가능성도 높다. 이런 정책 기조는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또 내년 하반기에는 정부가 아닌 시장 스스로 경기 회복으로 인해 금리를 자연스럽게 떨어뜨릴 것이다. 그러나 이런 추세가 대출금리에 100% 반영되긴 어려우므로 대출금리는 지금보다 약간 낮은 수준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왜냐하면 정책금리는 하락했지만 변동성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91일물 CD(양도성 예금증서) 금리가 떨어지지 않고 5.6~5.69%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CD금리의 고공행진은 △채권 매수가 없고 △은행의 신용위험이 커지며 △기관투자가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 그 원인이다. CD금리는 올해 말 약간 하락한 뒤 내년 상반기까지 5% 중반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예금금리의 경우는 7%에 이르렀던 10월의 고금리를 기대하긴 어렵다. 최근 글로벌 경제의 불안과 신용경색으로 안정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면서 돈이 예금으로 몰리고 있고, 정책금리 인하 영향으로 국채 등의 금리가 인하돼 예금금리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금금리는 2008년 초반 수준으로 되돌아가 2009년에는 6%대를 유지할 것이다. 주가 상승 등 경기회복이 예상되는 하반기에는 예금금리가 6% 초반대로 다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쓴이 김은정은 신한은행 분당PB센터 팀장이다. 조흥은행과 신한은행에서 재테크 팀장을 역임하면서 8년간 고객들에게 재테크 상담을 해왔다. 저서로는 ‘부자 아빠는 아내가 만든다’(2006)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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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 치솟은 10월8일 외환은행 딜링룸.
롤러코스터 닮은 외환시장 1달러 1100원대 하향 안정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 myshin@lgeri.com
올해 환율은 줄곧 경제뉴스의 초점이었다. 지난해 말 주요 연구기관들이 원화 강세를 예측했지만, 8월 중순 이후 환율은 이런 예측이 무색하리만치 가파르게 상승했다. 미국발(發) 금융위기와 자금 경색, 우리 경제의 대외적 취약설과 금융위기설 등이 맞물린 까닭이다.
10월 하순 우리나라와 미국 간 통화 스와프 협정이 체결되면서 외환시장 불안은 최악의 상황을 면하리라는 안도감이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이 일소되지 못한 채 11월 중순 현재 환율은 달러당 13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2009년 환율 전망에서 눈여겨볼 점은 환율 변동성이 매우 크리라는 것이다. 원화 약세 요인과 강세 요인이 뚜렷해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면서 큰 폭의 오르내림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큰 틀에서는 환율 수준이 지금보다 하향 안정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연평균 1100원대를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원-달러 환율의 불안 요인으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의 자금시장 불안, 우리나라 은행들의 외화자금 사정 악화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 불안 요인들은 완만하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단기자금 사정을 나타내는 리보금리가 떨어지면서 리보금리와 재무부 증권 금리의 차이인 TED 스프레드는 이미 낮아지고 있다. 아울러 2009년에는 유가가 하락하고 그동안의 환율 급등에 힘입어 경상수지가 개선됨으로써 균형 수준 또는 소폭의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국제 금융시장이 점차 안정을 찾아갈 경우에는 외국인 투자 감소세 완화 혹은 증가 반전을 예상할 수 있으며, 달러화가 현재의 강세에서 약세로 전환하리라는 전망도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최근의 엔화 강세는 과도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지속이나 미국 및 유럽연합(EU)과의 금리 격차 축소 전망 등을 고려할 때 올해에 비해 엔화가 강보합세를 보이면서 연평균 원-엔 환율은 100엔당 1080원 전후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현재 건설 및 조선업 부문과 중소기업의 재무건전성이 상당히 취약한 데다 금융기관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어 환율이 예상외로 급등할 가능성도 있음을 숙지해야 한다.
글쓴이 신민영은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으로 국내외 외환시장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을 분석 및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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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가 ◎
산유국 공급 능력 약화 두바이유 1배럴 85달러 안팎
이지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jeehoon.lee@samsung.com
국제 유가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 구실을 하는 두바이유는 11월7일 배럴당 53.81달러를 기록, 정점에 이르렀던 7월4일(140.70달러)의 가격에서 3분의 1 토막이 나면서 2007년 1월31일(53.16달러)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1년 반 만에 3배 수준으로 올랐던 국제 유가가 4개월여 만에 원상태로 돌아왔으니 상승했을 때보다 4배 이상 빠르게 하락한 셈이다. 이는 전형적인 거품 붕괴 모습이다. 중국 인도 등의 급속한 석유 수요 증가,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에 따른 달러화 약세 등으로 투기자금이 원유 선물시장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거품이 형성됐다가, 미국발 금융위기와 그에 따른 세계 경제침체 전망으로 투기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가면서 거품이 꺼지고 있는 것이다.
2009년 국제 유가는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배럴당 평균 85.04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수급 데이터, 환율, 금리, 투기자금의 흐름, 지정학적 불안 요인 등을 고려해 산출한 수치다. 이에 따라 평균 100달러 정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보다 15% 정도 하락하면서, 정보기술(IT) 버블이 붕괴되던 2001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내림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가시화되진 않았지만 석유 수요 증가세 둔화와 금융위기에 따른 실물경기 침체가 내년에는 본격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EU 등 선진국의 경제성장률이 정체되는 것은 물론,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신흥개도국의 경기 둔화도 불가피하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올해(2.7%)보다 1%포인트 정도 하락한 1.8%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2009년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50달러대인 현 수준보다 상승할 것이다. 금융위기에 의한 심리적 불안이 최근의 유가 폭락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어, 미국의 구제금융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투입되기 시작하면 불안심리가 진정되면서 유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산유국의 공급 능력이 약화돼 현 유가 수준이 내년까지 지속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이라크 앙골라 에콰도르를 제외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10개국의 여유생산능력(생산능력-생산량)은 하루 266.6만 배럴(2008년 9월 기준)로 1990년 727.8배럴의 3분의 1 수준이다.
글쓴이 이지훈은 삼성경제연구소 공공정책실 수석연구원으로 유가 전망 및 기후변화 관련 연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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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학원가 밀집지역의 풍경.
영어교육 시장 들썩 중·고생 사교육 수요 커질 것
김소희 교육컨설턴트 nancysohee@hanmail.net
체감물가는 오르고 있지만 덜 먹고 덜 입더라도 아이들 교육비를 줄이지 않으려는 것이 부모 마음이다. 최근 학원 수업료를 전면 공개하도록 하겠다는 정부 정책이 나왔다. 수업료 비교를 통해 학원 수업료를 낮추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이미 선택한 학원을 비용 때문에 바꾸기는 어려운 만큼 그 실효성에 의문이 간다. 또 경제난으로 비싼 개인과외가 줄어들지도 지켜볼 일이다.
2009년에도 경제가 어려우리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금융위기와 자산가치 하락으로 가계는 사교육비 지출을 줄여야 할 상황이다. 가계지출을 줄이기 위해 학부모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더 좋은 교육효과를 얻고자 신경 쓸 것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수강료가 싼 인터넷 강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과외비가 비싼 개인과외보다 학원 수강이 선호되고, 소형 학원보다 교육비가 싼 대형 학원에 학생들이 몰릴 것이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교육과정에서는 국어 영어 수학 과목이 강화된다. 따라서 이 과목들에서 사교육 수요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영어 몰입교육이 회자되면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영어교육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새로운 영어교육은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영역을 고루 배우는, 즉 커뮤니케이션 능력 배양을 강조한다. 따라서 이 네 영역을 모두 다루는 전문학원이 늘어날 전망이다. 학교에서의 영어수업 시간이 늘어나고 학원보다 저렴한 방과후 거점학교, 방과후 학교 외에도 ‘꿀맛닷컴’ 같은 온라인 교육 이용자도 늘어나 영어교육 선택 기회가 다양해질 전망이다. 국어도 의사소통 교육이 이전보다 강화되므로 논술, 구술, 언어영역을 더 심도 있게 배우려는 중·고등학생의 사교육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수학은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이 전면 수정된다. 또 대학입시에 수학 반영률이 높아져 수학을 못하면 대학을 못 갈 것 같은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부유층에서는 수학 사교육비도 크게 늘릴 전망이다. 과학인재 교육에 대한 투자도 확대될 전망이어서 영재학급, 영재학교, 영재교육원, 과학고 입학을 위한 교육비 지출이 높아질 것이다. 이 밖에 언어영재, 예체능영재 교육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이들 분야에 대한 학부모의 관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계층 간 사교육비 지출의 격차는 더 벌어지게 마련이다. 그로 인해 저소득층 자녀들의 교육 기회는 점차 줄어드는 안타까운 상황이 생길 수 있다. 현재 교육청의 교육지원사업 예산이 추가되지 않는 한 어려운 경제사정 때문에 자녀들에게 원하는 교육을 시키지 못하는 가정이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부터 점차적으로 학교에서 영어수업 시간을 늘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그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지만 영어수업 시간이 한 시간이라도 늘어난다는 것은 사교육 기회를 얻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고마운 일이다.
글쓴이 김소희는 ‘에듀 서포터’를 자임하는 사교육시장 전문가다. 저서로는 ‘아이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강남엄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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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가트렌드 ◎
일상적 ‘안심 욕구’ 증대 영리한 저가화가 성공 열쇠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 wowkim@empal.com
트렌드는 유행과 달리 ‘끈끈함’이 장기다. 비록 2009년 경제 전반은 불황의 영향을 받겠지만 그렇다고 동해로 갈 물줄기가 서해로 가진 않는다. 운석이 떨어져 지구를 빙하기로 몰고 간다는 소식도 아직 없다. 따라서 현재진행형의 메가트렌드를 중심으로 2009년 트렌드 동향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영향력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트렌드로 ‘안심’을 들 수 있다. 2009년은 경제적 불안 이상으로 사회안전망의 부실, 심리적 위기의식 등이 커지면서 ‘일상적 안심’에 대한 욕구가 높아질 것이다. 사회, 제도, 문화, 제품, 서비스 등 모든 분야에서 ‘고객 성공’ 이상으로 ‘고객 안심’을 키워드로 삼는다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시아로의 부의 이동’ 트렌드는 불황의 역풍으로 한풀 꺾인 듯하지만, 한국으로서는 이것을 오히려 호기로 활용할 수 있다. 아시아 내에서는 ‘1세계’에 속하는 한국의 기술력, 경험, 자본 등에 대한 아시아 국가들의 수요가 커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위기를 기회로 맞아 좀더 적극적인 해외(아시아) 진출을 계획해보자. 다음으로 ‘영리한 단순화’ 트렌드에 주목하자. 소비 양극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소수를 위한 고가화, 그리고 다수를 위한 ‘영리한 저가화’라는 쏠림 현상이 예상된다. 배터리 시간이 긴 미니노트북처럼 단순하지만 파워 있는 소구력(訴求力)을 가진 저가 상품들은 시장에서 인기를 누릴 것이다. 한마디로 ‘영리한 저가화’ 기술이 성공의 열쇠다.
일견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꾸준히 눈덩이를 굴려가는 트렌드 속에도 충분한 기회가 있다.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 부자들이 점차 환갑으로 접어들고 있는 만큼 고령화 트렌드도 하나의 해법이다. 장년의 소비욕구는 아직 길을 못 찾고 있다. 시장 잠재력은 충분하다. 디지털화 및 자동화 트렌드, 개성화 트렌드는 이 짧은 지면에서는 언급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무수히 많은 ‘가지’들을 갖고 있으므로 이에 주목해야 한다. 불황 이후에도 살아남아 소비문화의 혁신을 가져올 징후들은 이 트렌드들 속에서 발견될 것이다.
‘에코 앤 모럴(Eco · Moral)’ 트렌드도 빼놓을 수 없다. 개인을 희생시키지 않는 즐거운 도덕시간(?)을 만들어줄 수 있다면 캠페인 차원을 뛰어넘어 사업 측면에서도 많은 기회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불황기에는 시장이 줄어들어 고통스럽다고? 하지만 불황 극복의 노하우 역시 불황 속에서 배태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하자. 트렌드는 계속될 것이고 기회는 그 속에 있다.
글쓴이 김경훈은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이다. 트렌드라는 단어조차 생경하던 1994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본격 트렌드 보고서 ‘한국인 트렌드’를 발표했다. 저서로는 ‘트렌드 워칭’ ‘대한민국 욕망의 지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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