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사이드’
‘천상의 소녀(Osama)’라는 영화는 이슬람 여성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탈레반 정권 치하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여자가 밖에서 일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남자 없이 할머니, 어머니와 사는 열두 살 소녀 오사마는 생계를 책임져야 할 처지다. 고민 끝에 남장을 하고 일자리를 구했다. 그런데 어느 날 마을의 모든 소년들이 탈레반 군대 교련을 위한 학교에 소집되고, 오사마도 훈련을 받아야 한다. 이 훈련을 받던 중에 아이들과 싸우고 벌을 받던 오사마는 교관에게 여자인 것을 들키게 된다. 그리고 소녀에게는 엄청난 비극이 닥친다.
축구 경기장에 들어가려는 소녀들의 악전고투를 그린 이란 영화 ‘오프사이드’. 이란에서 축구 경기장은 금녀(禁女)의 구역이다. 영화는 10대 소녀들이 축구장에 숨어 들어가려다 겪는 일들을 코믹하게 그려내지만, 그 코믹한 상황 뒤에 숨겨진 이란 여성의 현실에 대해선 결코 웃을 수 없다.
두 영화는 이슬람 여성 하면 떠오르는 남녀차별의 현실을 확인시켜 준다. 얼굴은 차도르로 가리고 다녀야 하며 일부다처제가 시행되고 ‘명예살인’까지 자행되는 여성의 지옥. 많은 사람들은 이런 여성 차별이 이슬람의 경전과 율법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건 오해다. 코란이야말로 여권의 혁명이었다. 동서양 입법 사상 최초로 남녀 간의 평등원칙을 규정한 것이 코란이었다. ‘여성은 남성의 옷이고, 남성은 여성의 옷이다’. 이슬람교의 여성관은 이 말에 압축돼 있다. 아담의 갈비뼈로 이브를 창조했다는 기독교 성경의 여성관과는 판이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슬람의 여성 현실은 코란의 가르침과 어긋난다는 말이 된다. ‘오프사이드’에서 남장을 하고 숨어 들어가려던 소녀들은 군인들에게 발각돼 임시로 마련된 울타리에 갇힌다. 그런데 그때부터 재미있는 일이 벌어진다. 소녀들이 불합리한 차별에 대해 항변하는데, 그들을 감시하는 군인들도 그에 공감해 한데 어우러지는 것이다.
이 이야기엔 이란 여성 현실의 빛과 그림자가 담겨 있다. 불평등과 억압적 체제에서도 여성들은 전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히잡 착용이 부활됐지만 이란 여성들은 오히려 더욱 밖으로 나와 공부나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더디지만 착실히 나아가고 있는 여성들. ‘진짜 이슬람’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