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 박진영
성적 극치감, 즉 오르가슴을 느끼는 양상은 남녀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남성은 대부분 성감대가 음경에 집약돼 있어 자극을 가하면 전혀 내키지 않아도 발기되고, 자극이 계속되면 사정에 이르면서 클라이맥스가 끝나버리는 단순 반사운동을 한다. 한마디로 급격 상승과 급격 하락 곡선으로, 단순 명쾌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남성은 행운을 타고난 동물이다. 섹스 때마다 사정을 통해 쾌락을 느낀다는 것이 얼마나 큰 편리함이자 행운인가.
반면 여성은 오르가슴을 느끼는 데서 편리함과는 거리가 멀다. 보통 음핵, 질, 유방 등 여러 곳에 퍼진 성감대가 자극을 받아야 오르가슴을 느끼기 때문에 남성보다 매우 복잡하고 미묘하다. 어떤 여성은 손길만 스쳐도 오르가슴을 느끼는 반면, 클리토리스와 질 내부를 아무리 자극해도 흥분하지 않는 여성도 많다. 한 인터넷 조사기관의 통계에 따르면 30, 40대 한국 기혼여성의 30% 이상이 오르가슴을 한 번도 느낀 적이 없으며, 오르가슴 경험이 있는 여성들도 성공 확률이 30%를 밑돈다.
여성의 오르가슴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려면 인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인류는 직립보행을 시작하면서 두 손이 자유로워졌고, 얼굴을 마주 보며 상대를 파악하고 포옹하는 기술을 알게 됐다. 여성의 오르가슴은 대뇌 발달에 따라 그 즐거움이 훨씬 커진 게 사실이지만, 자신의 쾌락보다 생존을 위해 남성을 곁에 두기 위한 방편으로 변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여성은 남성보다 주위 환경, 분위기, 정신적 측면에 훨씬 더 민감하다고 한다. 따라서 섹스할 때는 가장 먼저 여성을 릴랙스시켜야 한다. 즉 남성은 성기 삽입만으로 여성의 오르가슴을 추구할 게 아니라, 섹스에 적합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애무의 중요성도 상기해야 한다. 조루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지혜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