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라 ‘A Security Garden as Paranoia’
미술전문지 ‘월간미술’ 3월호에도 미술평론가와 큐레이터 23명을 대상으로 2007년 열렸던 전시 중 주목할 만한 전시 5개를 꼽는 설문조사 결과가 실려 관심을 모은 적이 있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선정과 사무소(SAMUSO : 전시기획사, 아카이브, 연구소)가 꼽은 2007년의 베스트 작가 5는 누구일까? 지난해 5월 베이징 중국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원더랜드’에 참가한 김기라, 11월 서울 아르코미술관에서 개인전 ‘다섯 번째 여행’을 연 김윤호, 3월 서울 금호미술관에서 개인전 ‘Turn Turn Turn’을 연 안정주, 10월 서울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린 ‘한국 현대사진 10인展 전통과 진보-그 딜레마를 묻다’에 참가한 오형근, 2007년 서울 대안공간루프와 쌈지스페이스에서 전시를 열었던 함경아가 그 주인공이다.
특히 쌈지스페이스에서 10년 만에 개인전을 열었던 함경아는 오랜만에 열린 대규모 개인전이라는 점에서 전시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Such Game’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그의 전시는 ‘전쟁’과 ‘테러’로 점철된 온갖 터부의 집합소였다. 도자기로 무기를 만들고 비행기에 액체를 가지고 탑승하는 것을 ‘예술’이란 이름으로 합법화하려 드는가 하면, 북한 공예가들에게 자수를 놓아 오게 한다. 이러한 작가의 ‘폭력성’은 개인전에서 더욱 집중적으로 드러나겠지만, 이번 그룹전에서는 개인전에서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디테일을 끄집어내는 데 의의가 있다.
오형근 ‘소녀들의 화장법, 유혜리 18세’(왼쪽), 함경아 ‘청화백자 프로젝트’.
또한 오형근의 경우,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렸던 전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아(사진계에서는 알려졌을지 모르지만) 보지 못한 사람이 많았다. 이번 전시에는 가장 최근 작업인 ‘소녀들의 화장법’ 시리즈가 대거 출품돼 작가 특유의 인물을 향한 전면성과 능동적인 관찰자적 태도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아줌마’ ‘소녀 연기’ 시리즈 이후 화장을 통해 드러나는 소녀들의 여성성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욕망이 적나라하게 묘사돼 있다.
이런 식으로 5명 작가들의 작품은 아트선재센터의 널찍한 공간에서 다시 빛을 보며 새로운 콘텍스트로 탄생한다. 기획자의 표현을 빌리면 이러한 전시 형식은 “2007년에 보았던 전시에 대한 답신”이다. 다시 말하면 ‘리사이클링’이며, 관람자 처지에서는 지난해 미처 보지 못한 전시, 혹은 봤더라도 정말 좋아서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을 접할 수 있으니 상당히 ‘실용적’이고 ‘효율적’이다. 하지만 작금의 모든 기획전의 형식 역시 기획자가 최근 본 전시를 참고해 참여작가를 선정한다는 점에서 기실 ‘Correspondence’전은 여타 그룹전과 다를 바 없지 않느냐는 의문이 생긴다. 어쩌면 기획자 측은 이러한 한국 현대미술의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드러내면서 오늘의 풍경을 그려내고자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4월20일까지, 문의 02-733-8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