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미사일 대신 토마호크를 탑재하는 방식으로 개조된 오하이오 잠수함. 미국이 보유한 가장 큰 잠수함이다.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은 ‘트라이던트(Trident)’라는 이름의 다탄두 핵미사일을 24발 탑재한다. 최대 사거리가 1만2000km인 이 미사일은 최대 15개의 핵탄두를 장착한다. 적을 향해 발사되는 것은 트라이던트 미사일 한 방이지만 목표지점 상공에서 최대 15발의 핵탄두가 분리돼 각기 다른 목표를 향해 떨어지니, 트라이던트의 위력은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
오하이오는 핵추진 잠수함이므로 상대 핵미사일이 공격하기 어려운 수중에서 움직인다. 유사시 적국은 핵미사일을 선제 발사해 미국을 초토화할 수 있다. 이때 수중에 있던 오하이오들이 일제히 트라이던트를 발사해 적국을 초토화한다. 선제공격을 받아 본토 세력이 전멸해도 오하이오 덕분에 적국 또한 초토화하는 것인데, 이를 미국이 갖고 있는 ‘제2격(the Second Strike)’ 능력이라고 한다.
특수부대원을 태우는 소형 잠수정은 오하이오함 등에 달린 터미널을 통해 출입한다(사진 맨 위). 오하이오함 조종석(가운데). 좌우의 붉은색 기둥은 7발의 토마호크를 담고 있는 발사관이다.
인류 공멸을 초래할 제2격 능력 때문에 미국과 옛 소련은 선제공격을 하지 못하고 대치만 하는 냉전을 벌였다. 흥미롭게도 이 냉전은 미국이 오하이오급 잠수함을 대량 건조하는 군비경쟁을 벌임으로써 무너졌다. 미국은 1981년 오하이오급 제1번 함인 ‘오하이오함’을 진수하면서 이런 잠수함을 총 24척 건조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소련이 붕괴하자 18번 ‘루지애나함’ 까지 건조하고 이 사업을 종료했다.
현재 미 해군이 운용 중인 핵추진 잠수함은 네 종류다. 가장 많은 것은 1976년부터 진수돼 50척이 운용되고 있는 ‘LA급’(6900t). LA급은 항공모함 전단의 수중 호위 작전에 주로 투입된다. 방어 임무를 주로 맡는 것이다. 하지만 20번 함부터는 12발의 ‘토마호크’를 탑재하고 있어 제한된 지상 공격을 펼칠 수 있다.
두 번째가 30척을 목표로 건조되고 있는 ‘버지니아급’(7700t)인데, 이 잠수함은 노후화한 LA급을 대체한다. 세 번째는 ‘시울프급’(9100t). 시울프는 적국 잠수함보다 압도적인 성능을 갖춘 뒤 적국 해역에 잠입해, 적국의 핵추진 잠수함이 핵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공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시울프는 공격적인 해상 MD(미사일 방어)체계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네 번째가 위의 잠수함들보다 2~3배 무겁고 강력한 무장을 갖춘 오하이오급(1만8750t)이다. 그러나 냉전이 끝나면서 오하이오급의 가치는 크게 낮아졌다. 비싸고도 중요한 핵미사일을 탑재했지만 소련의 붕괴로 이 미사일을 쏠 일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절체절명의 위기가 아닌 한 핵미사일은 쏠 수 없다. 하지만 재래식 미사일은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발사 버튼을 누를 수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이 바로 그런 경우로, 이들 전쟁을 통해 미국은 재래식 정밀 공격 무기의 중요성을 또 한 번 절감했다. 그래서 사실상 쏠 수 없는 핵미사일을 떼어내고, 사거리 2000km의 정밀 타격 미사일인 토마호크를 탑재하는 방식으로 오하이오를 개조하고 있다(2005년).
맨 먼저 개조에 들어간 것이 오하이오함과 미시간함, 플로리다함, 조지아함 등 네 척이었다. 미 해군은 24개의 트라이던트 발사관을 떼어내고 기당 7발의 토마호크가 탑재되는 발사관 22개와 특수 임무로 쓰이는 발사관 2개를 설치했다. 154발(7×22)의 토마호크가 들어간 22개 발사관과 특수부대원이 탑승한 소형 잠수정의 출입공간으로 개조된 두 개의 발사관을 갖게 된 것이다.
키 리졸브 훈련에 참여한 오하이오함은 한미 해군의 UDT/ SEAL 대원을 태운 소형 잠수정을 발사해 이들을 모처에 침투시키는 훈련을 수행했다고 한다. 이렇게 중요한 오하이오함을 미국이 민간인에게 공개했다. 지난해 초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이 부산에 입항했을 때 미국은 철저히 비공개로 일관했는데, 1년 사이 태도가 크게 달라진 것이다. 그것도 그냥 공개한 게 아니라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각 부분을 설명해주고 사진 촬영도 허락했다.
잠수함 내부는 철저히 비밀 공간이다. 우리 해군도 군함의 실내 사진은 자주 공개하나 잠수함 실내 사진은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미군은 ‘남다른 눈’을 가진 한국의 군사 마니아들을 초청해 실내를 공개하고 키 리졸브 훈련에서 이 잠수함이 수행할 임무도 설명해줬다.
이 대통령 취임식 다음 날의 오하이오함 내부 공개는 달라진 한미동맹의 위상을 상징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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