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동숭아트센터에서 공연된 ‘햄릿’의 한 장면.
셰익스피어의 여타 작품들과 그리스 비극을 공연할 때 연출자들은 보통 작품을 해체해 재구성한다. ‘햄릿’ 또한 햄릿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새롭게 고찰하는 작품들이 눈에 많이 띈다. 햄릿을 이상주의자에 몽상가라고 보는 경우,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이론에 따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가졌다고 해석하는 경우, 모든 것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회의주의자로 해석하는 경우, 도덕주의자적인 성향이 강해 복수에 대해서도 가책을 느꼈다고 보는 경우 등.
국내 극단들의 작품을 예로 들면, 극단 드림플레이의 ‘유령을 기다리며’는 햄릿을 피해망상증이 있는 골치 아픈 소년으로 그렸다. 극단 뛰다의 ‘노래하듯이 햄릿’에서는 무덤을 파는 익살꾼들이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조각을 흉내내면서 햄릿을 조롱하고 “사랑이 뭔지도 모르는 놈”이라고 야유를 퍼붓는다.
사실 ‘햄릿형 인간’이라는 말은 일상에서도 적잖게 사용된다. 오랫동안 통용돼온 햄릿형 인간의 모습은 ‘생각은 많고 신중하나 행동이 따르지 않는 우유부단한 캐릭터’라는 것이다. 이는 극중 햄릿이 ‘사느냐 죽느냐’와 같은 결론을 내기 어려운 질문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지고, 숙부에게 복수할 기회가 있었는데 결행하지 않고 결정적인 증거를 찾기 위해 극중극을 벌이는 등 망설임과 고민이 많은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일단 행동 하고 나서 생각하는 캐릭터’는 ‘돈키호테형 인간’으로 불린다. 두 인간형 중 ‘이 시대의 한국에 누가 더 필요한가’를 묻는다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햄릿과 돈키호테를 반반씩 섞고 싶다고 이야기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