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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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보는 통일부

“대통령 존엄도 지키지 못한 조직 … 힘없는 얼굴마담”

  • 오남북 북한전문가 ossnn@hanmail.net

    입력2008-01-29 15: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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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1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부기구 개편안이 나왔다. 통일부는 우여곡절 끝에 신설되는 외교통일부에 통폐합되는 것으로 결론났다. 부처를 대폭 줄이는 과정에서 통일부가 그 대상이 됐다는 게 왠지 찜찜하다. 차기 정부가 분단 현실을 외교의 틀로 다루려 한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남북한 간엔 내교(內交)를 통한 통일 추구라는 과제가 있다.

    문제는 통일부라는 조직이 비난받은 이유다. 지난 10년간의 문제점을 좌파니 뭐니 하는 식으로 이념문제만으로 반면교사를 삼아서는 그 원인이 선명히 드러나지 않는다. 차기 정부 역시 이념의 잣대로 남북문제에 접근하면 또다시 아마추어라는 비판을 듣게 될 것이다. 만약 통일부 통폐합이 국회를 통과하면 분단의 틀을 벗어던질 복안도 내놓지 못하면서 난도질만 했다는 비판을 듣기에 딱 좋다.

    통일부 난맥상의 첫 대목에 전문성이 꼽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통일문제에서 통일부가 프로페셔널했는지엔 의문부호가 찍힐 수밖에 없다. 통일부는 평양을 올바르게 읽지 못하고 남측 정권의 ‘배우’ 구실을 한 적이 많았다. 대서(代書)할 수준의 능력으로 통일문제를 다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 때 통일부는 대통령의 존엄조차 지키지 못했다.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해 10월3일 오전, 남북 양측 간에 심각한 토론이 있었다. ‘개혁’ ‘개방’ 얘기도 나오고, 개성공단이 성공적이냐 그렇지 않냐는 쟁론(爭論)도 이어졌다. 결국 이날 오후 남북 간엔 약간의 담합이 이뤄진다. 참여정부 임기 동안은 노무현 대통령의 체면을 세워주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이다.

    그런데 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심각한 오류가 있었다. 노 대통령이 개성공단을 성공작으로 인식하게 만든 게 대표적이다. 그리고 북측에 ‘개혁’ ‘개방’을 설득하는 논리와 관련한 부분에서도 통일부는 미흡한 점이 많았다. “점심 먹고 짐 싸서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남측 대통령의 발언을 북측은 어떻게 해석했을까?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 당시 만찬장엔 테이블마다 북측 안내원이 있었다. 서울에서 간 사람들은 노 대통령을 이렇게 불렀다고 한다. ‘우리 노통이…’ ‘노 대통령은 말이죠…’, 심지어는 이런 말도 나왔다고 한다. ‘저 양반은…’ ‘대통령이 말이지…’.

    평양의 수뇌부가 이런 얘기를 전해들은 뒤 권위마저 지키지 못하는 사람과 대화한다고 여기지는 않았을까? 통일부는 사전교육 때 도대체 뭘 했을까?

    통일부는 그동안 전문성을 지닌 집단이기보다는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창구라는 비판을 들어왔다. 통일부가 가장 가슴 아프게 들어야 할 말이 ‘전문성 부재’라는 지적이다. 전문지식이나 경험을 쌓을 숱한 기회가 있었음에도 통일부는 ‘배우’ 구실에 안주해왔다.

    평양도 통일부의 ‘수준’을 잘 알고 있다. 평양은 과연 통일부를 어떻게 볼까? 한마디로 평양은 통일부를 ‘아마추어’로 본다.

    평양의 대남창구 격인 통일전선부가 통일부를 ‘상대’했으나 그들은 국정원을 메인 파트너로 여겼다. 통일전선부와 국정원은 경제적 이슈에선 맹점을 지니고 있어 둘의 대화와 행위는 정치적으로 흘렀다. 정치적 목적을 위한 담합은 남북한 관계 발전을 꼬이게 만들었다.

    평양은 서울의 제안을 검토하고 수정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자신들의 안을 내놓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런데 통일부는 평양이 스스로 안을 내게끔 유도하지도 못했으며 그렇다고 ‘기획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지난 10년 동안 남북경협에서 무엇이 남았는가? 요란법석을 떨었지만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정도가 있을 뿐이다. 투입된 금액과 노력, 시간, 인원에 비해 결과물은 초라하다. 사정이 이러니 ‘퍼주기’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차기 정부는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한 다자틀 속으로 남북한 관계를 밀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남북문제의 본류는 통일부와 국정원이 조율하면서 그 전체를 청와대가 이끄는 방식이 올바르다는 생각이다.

    분단국가에선 ‘내교’가 있어야 한다. 통일부는 그 기능이 잘못된 게 아니라 실행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내교의 텃밭인 통일부를 없애겠다는 발상은 애초 잘못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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