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와 달리 외제차의 경우 사고가 발생하면 일부 렌터카 업체들이 폭리를 취하기도 한다(사진은 기사 내용 중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벤츠600의 렌터카 하루 이용료는 80여 만원. 가해 차량 운전자가 가입한 S보험회사에 렌터카 이용료 1400만원이 청구됐다. 어지간한 국산차 1대 값과 맞먹는 셈이다.
렌터카 업체들은 외제차가 사고나면 물불 가리지 않고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 ‘영업’을 한다. 이들은 대형 사고일수록 선호한다. 렌터카를 이용하는 기간이 자신들의 이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3개월 전 외제차를 몰고 가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사고를 당한 신모(33) 씨. 사고 직후 견인차 4~5대와 함께 벤츠, BMW, 아우디 등 고가 외제차를 몰고 온 렌터카 업체 사람들이 달려들었다. 이들은 피해자 신씨에게 명함을 건네며 서로 자신들의 차량을 이용하라고 권했다. 수리기간은 한 달 남짓 걸렸다.
벤츠600 하루 80여 만원…수리비보다 더 드는 경우 허다
신씨는 차량이 정비공장에 들어가 있는 동안 국산 현대자동차 그랜저TG를 이용했다. 하루 사용료는 13만원. 렌터카 비용은 400여 만원 들었다. 신씨는 “가해자 형편을 고려해 렌터카 비용이 싼 국산차를 이용했다”며 “외제차 렌터카를 이용했다면 비용이 두세 배는 늘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렌터카 업체는 BMW500 시리즈, 벤츠E클래스, 아우디, 폴크스바겐 등의 차량 중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 타라고 했다. 렌터카 비용이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 데다 고가의 렌터카를 이용하다 사고라도 나면 골치 아플 것 같아 국산차를 이용했다. 12월1일에도 접촉사고가 났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견인차와 함께 외제차를 끌고 온 렌터카 업체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국산차를 타고 다니다 사고가 났을 때는 렌터카를 갖고 와서 이용하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신씨)
100% 가해자 과실 사고를 당한 신씨는 “한 렌터카 업체 관계자가 피해자에게 30%의 과실이 있다 해도 자기네 렌터카를 이용하면 피해자 보험료가 할증되지 않도록 피해자 측에 렌터카 비용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고 했다. 렌터카 업체 직원이 신씨에게 한 ‘제안’을 뒤집어 생각해보면 가해자 측에서 받는 70%의 비용만으로도 이익을 남긴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렌터카 사업은 허가제가 아니라 신고제다. 시·구청에 신고만 하면 영업을 할 수 있다. 이용료도 신고만 하면 된다. 버스나 택시요금처럼 정해진 가격이 없어 렌터카 업체가 얼마를 받겠다고 신고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한 보험회사 관계자는 “외제차량 값에 비해 렌터카 사용료가 비싼 것은 업계 담합이 쉬운 데다 가격이 신고제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11월5일 정차한 차량을 뒤차가 들이받아 외제차 정비공장에 차량을 맡기러 간 김모(41) 씨에게 정비공장 직원이 “수리기간에 렌터카를 이용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김씨는 “사용할 의사가 없다”고 답했지만 직원은 “100% 가해자 과실이기 때문에 고객(김씨)이 부담할 금액이 없어 보험료가 할증되지 않는다”며 재차 렌터카 사용을 권했다.
김씨 차량의 수리비는 77만원. 렌터카를 이용하지 않은 김씨는 가해자 보험회사에서 교통비 15만원을 지급받았다. 만약 김씨가 차량 수리기간 3일 동안 렌터카를 이용했다면 이용료는 75만~90만원이다.
정비공장 직원과 결탁…수리기간 늘리기 안간힘?
한 업계 관계자는 “배(수리비)보다 배꼽(렌터카 비용)이 큰 경우도 종종 있다”며 “일부 정비공장 직원과 렌터카 업체 사이에 보이지 않는 거래가 이뤄진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규모가 큰 외제차 정비공장에 렌터카 업체 직원이 상주하면서 ‘윈-윈’ 효과를 노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최초 차량 구입가가 7000여 만원인 외제차가 사고날 경우 대차로 이용할 수 있는 차량으로는 벤츠E240, BMW525, 렉서스 ES350, 아우디 A6 3.0 등이 있다. 이들 차량의 하루 대차 이용료는 35만~45만원. 외제차의 경우 동급 차량이 없을 땐 가격대가 비슷한 차량을 제공받는다. 이보다 한 등급 아래인 외제 차종의 하루 대차 요금은 25만~30만원. 열흘만 렌터카를 이용한다 해도 적지 않은 금액이다.
렌터카 업체들은 단 하루라도 자동차 수리기간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한 수입차 전문 정비공장 관계자 박모 씨는 “심지어 서울에 있는 공장에서 수리하지 않고 차량을 지방에 내려보내 수리한다. 지방에 가는 데 하루, 올라오는 데 하루. 그러면 이틀치 렌터카 사용료를 더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렌터카 업체가 정비공장에 얼마간의 ‘뒷돈’을 주는 게 관례”라고 말했다. 박씨는 “그 정도 행태는 ‘양반’에 속한다”며 “부품 공수가 늦어진다는 등 갖가지 핑계를 대고 정비기간을 늘려 잡는 것이 기본 수법”이라고 밝혔다.
고가의 외제차 렌터카 비용 때문에 가장 골치를 앓는 곳은 보험회사다. 렌터카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 보험회사의 외제차 사고 전담반 직원 이모 씨는 “외제차의 경우 수리비용 못지않게 렌터카 이용료의 비중이 크다”며 “수리기간이 적정한지를 따지는 이유는 렌터카 사용료와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등록된 승용차는 모두 95만2000대. 이 가운데 수입차는 4만7600대로 전체 등록대수의 5%에 이른다. 외제차 증가와 함께 사고도 그만큼 늘고 있다. 고가의 렌터카 사용료는 결국 자동차보험 가입자 전체에게 피해가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