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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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 정신 남북 모두 본받아야”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7-04-27 18: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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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중근 의사 정신 남북 모두 본받아야”
    최근 남북한은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공동 발굴하기로 합의했다. 합의가 이뤄지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쓴 이가 있다.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윤원일(47) 사무총장이다.

    윤 총장은 2005년부터 5개년 계획으로 북한과 함께 2009년 안중근 의사 순국 및 의거 100주년 기념사업을 준비해오고 있다. 매년 두 차례씩 국제학술대회를 여는 등 안중근 의사와 관련된 자료를 꾸준히 수집, 정리해오고 있는 것. 이를 위해 4월 초 북한에 다녀오기도 했다. 윤 총장에게 이 사업의 의미는 남다르다.

    “안중근 의사의 정신은 평화, 독립, 자주예요. 그것을 바탕으로 한 동양평화사상은 세계적인 사상과 철학으로 자리매김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더욱 중요한 것은 남과 북이 그 사상을 공유하면서 공동의 가치관과 민족적 공감대를 수립할 수 있다는 겁니다.”

    윤 총장이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와 인연을 맺은 것은 그의 과거와 무관치 않다. 윤 총장은 세종대 경제학과 78학번으로 그의 혈관에도 1970, 80년대를 관통했던 민주화 세대의 피가 흐른다.

    “70, 80년대 대학생 중 운동을 안 해본 사람은 없을 겁니다. 특별히 용기 있는 사람들이 앞장섰지만,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그들을 지지하는 잠재적 동력이 저변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지요. 저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고요.”



    윤 총장은 1980년 4월 세종대에서 사학비리 근절과 민주화를 위한 학생들의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을 때 주동자 중 한 사람이었다. 84년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다니던 윤 총장은 10년 후인 94년부터 지역시민사회 운동에 다시 뛰어들었다. ‘지방자치와 민주사회를 위한 청년모임’을 만들고 변호사와 회계사, 세무사 등 지역에 거주하는 각 분야 전문가들을 모아 성북구 일대 저소득층 주민을 위한 ‘생활법률자원봉사센터’를 열었다. 함세웅 신부(서울 제기동 성당 주임신부)와의 인연이 시작된 것도 이때부터다.

    2001년에는 결국 안정된 직장인 공단을 뛰쳐나왔다. 당시 정부가 추진했던 의약분업과 의료보험 통합에 동의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때 마침 그를 필요로 한 곳이 함 신부가 위원장으로 있는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였다.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일까. 아이러니하게 2003년 세종대에 또다시 사학비리 분규가 터졌고, 윤 총장은 이때 모교인 세종대를 상대로 싸움을 시작했다. 23년 만에 재대결이 벌어진 셈이다. 그 결과 재단의 각종 비리가 드러나 기존 이사진이 모두 물러나고 새로운 이사진이 꾸려질 때 합류해, 윤 총장은 현재 세종대 수익사업체인 세종호텔 부사장직을 겸하고 있다.

    윤 총장에게는 요즘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 70년대부터 자신이 숨쉬고 살아왔던 역사를 정리해 다큐멘터리로 만드는 것. 그 다음은 좌우대립 때문에 왜곡되고 뒤틀린 지난 100년간의 근대사를 재정리하는 것이다. 윤 총장은 그것이 후배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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