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영수 여사 생가 전경과 공사중인 생가 모습.
그렇다면 훌륭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19세기 초 사주당(師朱堂) 이씨(李氏)가 쓴 ‘태교신기(胎敎新記)’란 책이 있다. 태교에 관한 고전으로 위당 정인보 선생도 이 책에 대한 서문을 쓸 정도였다(1936년). 현재 몇 가지 번역본이 나와 있는데, 아이를 갖고자 하는 부부들에게 그 어떤 책보다도 우선적으로 권장할 만한 책이다.
‘태교신기’의 저자는 “스승의 10년 가르침이 어머니의 태중 열 달 가르침만 같지 못하고, 어머니의 태교 열 달이 아버지가 하루 낳는 것만 같지 못하다(師敎十年未若母十月之育 母育十月未若父一日之生)”고 했다. 즉 아버지의 정자가 어머니의 자궁 속으로 들어가는 잠자리와 그 시간 및 상황이 아이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는 풍수서 ‘호순신’에 나와 있는 “사람은 땅의 기운에 따라 청탁(淸濁), 현우(賢愚), 선악(善惡), 귀천(貴賤), 빈부(貧富), 요수(夭壽·단명과 장수)에 차이가 있다”는 내용과 일치한다.
잠자리 시간과 상황이 아이 운명 결정
그러면 좀더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어떤 자리에서 어떻게 아이를 가져야 할까.
천둥과 번개가 치고 폭풍이 불 때는 절대 잠자리를 하지 않는다. 또한 근친결혼을 하면 자손이 줄어들며, 술이 취한 상태에서 잠자리를 하는 것도 좋지 않다. 이태백, 도연명 같은 시인들이 말술을 마시며 풍류를 즐겼지만 그로 인해 후손들은 우둔했다. 이밖에도 큰 바위 근처나 귀신을 모시는 곳(사찰·사당), 무덤·감옥·전쟁 터였던 곳은 피해야 한다. 기후와 풍토가 태아에게 그대로 전해져 아이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집터 명당으로 소문난 곳을 찾아가서 아이를 갖는 것이 좋다.
‘준비된 아이 만들기’의 대표적인 최근 사례는 충북 옥천 육종관 씨의 경우다.
육종관 씨는 1920년대 중반 명당으로 소문난 충북 옥천 교동의 삼정승 집터를 사들였다. 이 집은 1600년대의 김 정승, 이어서 송 정승, 민 정승이 나온 곳으로 재력가 육 씨는 27세의 젊은 나이에 민 정승의 후손인 민 대감에게 전 재산의 절반인 2만500원을 주고 이 집을 샀다. 즉 정승이 나올 집터를 골라 이사한 것이다.
시인 정지용 생가.
육 씨는 육 여사 이외에 22명의 자손을 두었으나(소실들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 포함), 이곳에서 태어난 이는 육 여사와 동생뿐인 듯하다. 교동은 이밖에도 시인 정지용 생가와 옥천 향교가 자리할 만큼 전체가 좋은 땅이다.
물론 이처럼 소문난 명당이 요즈음에 어디 있으며, 설사 있다 해도 마음대로 가서 아이를 가질 수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반드시 명당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시골의 빈집과 빈 터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곳에서 태어나 객지에 가 성공한 사람들의 집터, 그곳에서 태어난 형제들이 모두 별 탈 없이 장성한 집터들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러한 곳에 가서 아이를 갖고 낳으며, 또 최소한 어린 시절만큼은 그러한 곳에서 바람소리·새소리를 듣게 하고, 산과 들, 그리고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우주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을 갖게 하는 교육, 이것이 바로 풍수가 지향하는 인걸지령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