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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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입 열면 여럿 다쳐?

귀국 임박한 가운데 유착 인사들 전전긍긍說 … DJ측과의 커넥션 의혹에도 관심 증폭

  • 박태견 ‘프레시안’ 편집국장

    입력2005-06-16 15: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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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중 입 열면 여럿 다쳐?

    김우중 전 회장 측은 그간 언론을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측을 정조준하고 있는 듯한 발언을 계속해왔다.

    김우중(69) 전 대우그룹 회장의 귀국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대우사태 발발로 해외로 도피한 지 5년 8개월 만의 귀국이다.

    김 전 회장은 김대중 정부가 레임덕에 걸린 2001년 말부터 부단히 귀국 의사를 타진해왔다. 그러나 김 전 회장 측 주장에 따르면 ‘보이지 않는 손’의 방해 때문에, 객관적으로는 호의적이지 않은 국민여론 때문에 그의 시도는 번번이 실패해왔다. 하지만 최근 기업인에 대한 정치권 안팎의 사면 분위기가 노골화하자 귀국을 강행키로 한 듯 보인다. 실제로 그동안 김 전 회장과 친분을 맺어온 정치권과 학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그의 귀국 및 재계 복귀를 적극 옹호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김 전 회장 측은 6월15일을 전후해 귀국, 검찰 조사를 받고 연말 즈음 대사면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당초 정치권에 8·15 사면을 요구했으나 국내 여론 등을 고려해 연말 대사면으로 목표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귀국 후 연말 대사면에 기대 거는 듯

    김 전 회장 측이 이처럼 ‘대사면’을 자신하는 것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 아니냐는 것이 지배적 관측이다. 정-관계에서 ‘판도라의 상자’로 일컬어지는, 이른바 ‘김우중 리스트’가 그것이다. 실제로 대우경제연구소 소장 출신인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전 회장이 들어와 발언을 하게 되면 파장이 클 것이며, 그래서 아마 요새 잠 못 이루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노골적인 말까지 했다. 사실상의 협박성 경고다.



    때문에 세간의 관심은 이 의원이 말한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누구일까에 쏠리고 있다. 김 전 회장 진영은 김대중 정부가 ‘3홍 비리’로 레임덕에 걸린 2001년 말부터 자신이 ‘누구’를 겨냥하고 있는지를 여러 차례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대우그룹 회장 비서실에서 일했던 김우일 씨는 2001년 10월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김 전 회장이 이끌던 ‘대우’는 안팎으로 뜯어먹힌 거대한 복지재단이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대우 붕괴 책임의 80%가 경영문제에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정-관계 지배층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대우를 뜯어먹었다. 30년간 줄잡아 4000억원 이상이 공익사업의 명분으로 빠져나갔다”고 했다. “해마다 2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만들려면 매출액 당기순이익률을 2%로 잡을 경우 1조원 넘게 매출을 올려야 하는데, 당연히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김 씨는 또 정치권에 건네진 자금에 대해 “공식 후원금 이외에는 회장이 직접 했기 때문에 그 규모나 액수, 빈도는 전혀 모른다. 김 전 회장은 누구도 믿지 않아 직접 정치인들에게 자금을 배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김 전 회장이 관리한 정치인 수가 20~30명에 달한다”고 말해 당시 정치권을 긴장시켰다.

    김우중 입 열면 여럿 다쳐?

    1998년 12월 청와대에서 열린 정재계간담회에 참석한 김 전 회장.

    그는 공무원들에 대해서도 “우리나라에서 비자금 없이 사업하기는 불가능하다”며 “정부 관계자들을 만날 때 인사치레를 하면 아무래도 대화가 잘 통한다. 특별한 이권이 걸려 있지 않을 경우 공무원들에게 건네는 보통 인사치레 액수는 300만원 정도다. 수표는 절대 안 받으니까 현금으로 보낸다”고 했다. 그는 이어 ‘특별한 이권’이 걸려 있을 경우에는 “해외여행 때 끌고 다니는 가방에 1만원권으로 채워 현금 5억원이 들어간다. 전달은 주로 밤 늦은 시각이나 새벽에 집으로 보내거나 차 트렁크에 넣어준다. 공무원 중에는 술과 여자를 원하는 스타일, 현금을 선호하는 스타일, 덜덜 떨면서 못 받아먹는 스타일이 있는데 봉투를 안 받는 사람과는 일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같은 시기 대우와 김우중 전 회장의 몰락사를 소재로 한 ‘재벌에 곡(哭)한다’는 장편소설이 나왔다. 1990년대 대우그룹 사사 제작에 참여했던 이 소설의 작가 최용운 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김우중 전 회장의 경영방식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정치권과 관료들이 대우 몰락의 공범이라는 시각에서 글을 썼다”며, 대사관 직원 등이 김우중 귀국 시도를 저지하는 장면 등을 소설 속에 묘사했다. 최 씨는 소설에서 “그래, 막으려면 막아봐라. 그래도 주군은 들어올 것이다. 동물적인 위기극복 능력을 소유한 주군이 그깟 대사관 직원 몇이 막는다고 들어오지 못하겠는가. 두고 봐라, 이제 주군의 서슬 퍼런 양심선언으로 정치인과 관료들은 식은땀을 흘릴 것”이라고 쓰기도 했다.

    그 얼마 후인 2001년 12월에는 대우그룹 출신인 박정훈 전 민주당 의원 부인 김재옥 씨가 한 시사월간지 신년호 인터뷰에서 “김 전 회장의 돈을 김대중 전 대통령 장남 김홍일 의원에게 전했다”고 주장, 김대중 당시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김 씨는 “김 전 회장은 어마어마한 돈을 사과상자 같은 데 담아 우리 집에 보냈다. 88년 무렵이었다. 그 돈을 김홍일 씨 측에서 한밤중에 찾아갔다. 나는 그 돈이 전달되는 현장을 보았다. 그 돈에서 풍기는 쾨쾨한 냄새가 방 안에 진동했다. 그 냄새를 생각하면 지금도 골치가 아프다”고 주장했다.

    귀국 후 진술 따라 정-관계 격랑 예고

    이어 2002년에는 ‘최규선 게이트’로 유명한 최규선이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 비밀리에 녹음했다 공개한 테이프에서 김 전 대통령이 “규선이, 대우를 도와주게.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 큰 힘을 발휘했네. …그 사람(김우중 전 회장)을 돕게. 그리고 차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될 것이네. 나, 도움을 많이 받았네. 그리고 이 회사 저 회사 만나게 하지 마. 그냥 대우만 만나서 투자유치를 시키게”라고 말한 대목이 나와, 김대중-김우중 커넥션 의혹을 증폭시켰다.

    그러나 이 같은 다각적 공세에도 김대중 정부 말기에 추진한 귀국 시도는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자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인 2003년 초 김 전 회장은 외국 언론과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며 또다시 김 전 대통령을 정조준하는 것으로 귀국을 시도했다.

    김 전 회장은 2003년 1월 미국 종합경제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출국 배경에 대해 “검찰 수사를 피하려 떠난 것이 아니다. 99년 당시 정부 고위 관리들이 ‘대우 몰락에 대한 사법적 책임을 면하려면 떠나야 한다’, 또 ‘귀국 후 자동차회사를 경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약속하며 출국을 설득해 한국을 떴다. 김대중 당시 대통령도 직접 전화를 걸어 워크아웃 전에 잠시 동안만 나가 있으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김우중 입 열면 여럿 다쳐?

    5월1일 열린 세계경영포럼에서 김 전 회장 구명운동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이고 있는 1995년 대우 입사 ‘386’ 인사들(왼쪽). 2001년 1월 김 전 회장 처벌과 정리해고 반대를 위한 집회를 열고 있는 금속산업연맹 노조원들.

    그는 또 당시 대우그룹 부도처리와 관련, “정부 관리들은 대우그룹의 과잉부채를 비난했으나 당시는 금융위기였고 산업위기는 아니었다. 그 같은 비상상황에서 우리는 단기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했다. 대규모 사업은 외국 정부와 공동투자한 것이었기 때문에 쉽게 빠져나올 수 없었고, 프로젝트 기간이 너무 길어 중단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아직 수익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자동적으로 우리의 부채는 증가했다”고 이헌재 경제팀을 맹비난했다.

    이런 저간의 정황을 고려할 때, 김 전 회장이 귀국해 정조준할 대상이 누구인지는 분명하며, 그의 진술에 따라 한 차례 격랑이 일 것이라는 게 정-관계의 일반적 관측이다. 또 하나의 ‘과거사 청산’이 시작될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김우중 사단은 이처럼 ‘과거 정경유착’을 협박무기로 사용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정경유착 행위에 대해선 “과거의 불가피한 관행이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얼마 전 자서전 ‘세계 최고의 철강인 박태준’(이대환 지음·현암사 펴냄)을 펴냈다. 여기서 그는 김 전 회장의 정치적 야욕을 적나라하게 증언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대선이 막판에 치닫던 92년 10월3일 개천절 오후, 김 전 회장이 북아현동 박 명예회장의 집을 찾아왔다. 김 전 회장은 “현찰 1000억원을 대겠으니 신당을 만들자”고 했다. 박 명예회장은 이에 “이종찬 의원에게도 그런 제안을 했던 걸로 아는데, 대우자동차 팔아서 그런 돈 만들 생각이면 회사 재무구조부터 고치라”고 물리친 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대우를 좀 알고 있다”는 의미심장한 충고까지 덧붙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김 전 회장 귀국 시 검찰이 밝혀야 할 ‘총체적 진실’의 실체를 암시하는 증언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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