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 시장 구속 사건은 라틴아메리카 좌파 열풍의 멕시코 상륙을 잠재울 것인가. 4월7일 멕시코 의회가 로페스 오브라도 멕시코시티 시장의 면책특권 박탈을 가결함과 동시에 그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멕시코 사회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멕시코 사회는 ‘친(親)오브라도’와 ‘반(反)오브라도’로 나뉘어 격렬한 논란이 일고 있는데, 흡사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의결 직후를 보는 것 같다.
오브라도 시장은 멕시코 좌파정당인 국민혁명당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다. 멕시코는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최근 지방선거에서 국민혁명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라틴아메리카에 불고 있는 ‘좌파’ 바람이 멕시코에도 상륙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오브라도 시장이 구속되면서 상황은 불투명해졌다.
여론조사에서 34% 지지율로 단연 1위
오브라도 시장은 지난해 재개발지역인 산타페의 도로공사 과정에서 사유토지를 강제로 수용한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토지 수용 중단 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토지 수용의 불가피함을 내세우며 공사를 강행, 검찰로부터 ‘법정모욕’과 ‘권력남용’ 혐의를 받았다.
법원은 구속영장 청구를 위해 의회에 오브라도 시장에 대한 면책특권 박탈을 요구했다. 의회는 9개월간의 길고 긴 공방 끝에 4월7일 찬성 360표, 반대 127표로 면책특권 박탈을 가결했다. 현 집권당인 국민행동당과 제1야당인 제도혁명당의 ‘정치적 합작품’이었다.
의회 표결에 앞서 오브라도 시장은 “멕시코 민주주의를 더럽힌 이번 사태를 조종한 비센테 폭스 대통령과 이에 동조하여 헌법과 정의를 외면한 마리아노 아수엘라 대법원장을 국민 앞에 고발한다”며 강한 어조로 행정부와 입법부를 비난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 대표로 의회 단상에 오른 카를로스 베게 대검차장은 “모든 시민, 특히 공무원은 법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정치적 이유 때문에 사법 처리가 중단되진 않을 것”이라고 맞섰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시장 지위는 자동 박탈되며 이후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될 경우 대선 출마 자격마저 잃게 된다.
오브라도 시장은 당선이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다. 지난해 말 멕시코의 유력 일간지 ‘레포르마’가 실시한 대선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브라도 시장은 34%의 지지를 얻어 26%를 얻은 현 집권당인 국민행동당의 산티아고 크렐 내무부 장관을 크게 앞질렀다. 정당별 대선후보 호감도 면에서도 오브라도 시장은 82%의 지지를 얻었다. 멕시코시티 시장으로 재직하면서 크게 성공을 거둔 서민복지 정책이 폭넓은 지지기반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당 지지도 또한 오브라도 시장의 국민혁명당이 크게 앞섰다. 국민혁명당은 36%의 지지도를 얻어 국민행동당(25%)을 가볍게 눌렀다.
이 같은 여론 때문에 현재 라틴아메리카에서는 멕시코가 ‘중남미 좌파 도미노 현상의 마지막 조각’으로 여겨지고 있다. 브라질 룰라 대통령 집권을 비롯해 3월 우루과이 최초의 좌파 대통령 타바레 바스케스의 취임 등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베네수엘라, 우루과이 등 라틴아메리카는 좌파 정권 일색이다.
지지자들 대규모 시위·천막농성 벌여
멕시코에 좌파 정권이 들어설 경우 중남미 국가 간 외교정책은 물론, 대미 관계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 때문에 오브라도 시장은 미국과 중남미 각국의 주목을 받아왔다. 지난해 말 멕시코를 방문했던 파월 당시 미국 국무부 장관은 좌파 정당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멕시코 여론을 의식하며 “멕시코 국민들의 자유로운 결정에 의해 선출된 좌파 정권이라면 협력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멕시코 좌파 바람의 기수인 오브라도 시장이 구속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국민혁명당의 발목을 잡은 국민행동당과 제도혁명당은 득의만면한 모습으로 내년 대선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70년간 일당독재로 정권을 장악했던 제도혁명당은 지방 공략을 위한 전략으로 정권 회복을 장담하고 있다. 현 집권당인 국민행동당 또한 ‘정권연장’ 기대에 부풀어 있다. 실제로 면책특권 가결 이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23%가 오브라도가 출마하지 않을 경우 국민행동당의 산티아고 크렐 내무부 장관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오브라도 시장 지지자들이 의회의 면책특권 박탈에 크게 항의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면책특권이 박탈되던 4월7일에는 35만여명의 시민이 참가한 대규모 반대시위가 벌어졌다. 현재 소칼로 광장과 혁명기념탑 등에서는 천막농성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4월24일 반정부 침묵시위에는 대규모 인파가 모여들었다. ‘면책특권 박탈’ 안이 의회에 상정된 지난해 8월에는 ‘오브라도 시장 지지를 위한 100일 행진’이 벌어져 50만명에 달하는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참여하기도 했다.
면책특권 박탈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은 ‘대선 승리를 위해 여당이 벌인 정치적 테러’라는 게 일반적이다. 국민들은 오브라도 시장이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토지를 강제 수용한 것이 아니라고 이해하고 있다. 또 “국민행동당과 제도혁명당이 3년 만에 찾아낸 ‘흠집’이란 게 겨우 도로공사를 위한 토지 강제 수용”이라며 폭스 정권을 비난하고 있다.
한편 오브라도 시장은 “재판에서 직접 변론을 맡아 정권의 정치적 폭력에 맞서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4월7일 반대집회에 참석한 그는 “어디에 있든 간에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할 것”을 선언했다. 옥중출마도 불사할 것이란 선언이다. 경미한 사안이기 때문에 보석이 가능한데도 그는 “결코 보석을 신청하지 않겠다”며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만약 이번 사건이 오브라도 시장의 무죄로 결론 날 경우 면책특권 박탈을 주도한 국민행동당과 제도혁명당은 ‘되로 주고 말로 받는’ 비극을 맞게 된다. 이번 사건 덕분에 멕시코시티를 넘어 인지도가 떨어졌던 지방 주(州)에까지 오브라도 시장의 명성과 재임 기간 거둔 복지정책의 성공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반면 유죄가 확정된다 하더라도 두 당은 국민들의 거센 반발을 감수해야만 한다. 특히 70년 만의 정권교체에도 무엇 하나 이루어놓은 것 없는 폭스 정권은 ‘정권연장을 위해 민주주의마저 파괴했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정부 여당과 보수야당의 야합이 빚은 ‘유력 대선후보 퇴출’을 바라보는 외국의 시선도 곱지 않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정치적 공황에 이은 경제적 공황까지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폭스 정권은 자신들이 처한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듯하다. 면책특권 박탈을 가결한 뒤 ‘앓던 이를 빼낸’ 심정으로 벌써부터 대선 승리의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다.
70년 만의 정권교체를 이루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국민행동당과 폭스 정권은 대통령 탄핵 소추의결 이후 후폭풍을 맞았던 한국의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같은 처지가 될 것인가. 향후 멕시코 정국은 ‘공정한 법 집행’을 주창한 정부 여당과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는 국민의 거대한 충돌로 큰 소용돌이에 휩싸일 전망이다.
오브라도 시장은 멕시코 좌파정당인 국민혁명당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다. 멕시코는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최근 지방선거에서 국민혁명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라틴아메리카에 불고 있는 ‘좌파’ 바람이 멕시코에도 상륙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오브라도 시장이 구속되면서 상황은 불투명해졌다.
여론조사에서 34% 지지율로 단연 1위
오브라도 시장은 지난해 재개발지역인 산타페의 도로공사 과정에서 사유토지를 강제로 수용한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토지 수용 중단 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토지 수용의 불가피함을 내세우며 공사를 강행, 검찰로부터 ‘법정모욕’과 ‘권력남용’ 혐의를 받았다.
법원은 구속영장 청구를 위해 의회에 오브라도 시장에 대한 면책특권 박탈을 요구했다. 의회는 9개월간의 길고 긴 공방 끝에 4월7일 찬성 360표, 반대 127표로 면책특권 박탈을 가결했다. 현 집권당인 국민행동당과 제1야당인 제도혁명당의 ‘정치적 합작품’이었다.
의회 표결에 앞서 오브라도 시장은 “멕시코 민주주의를 더럽힌 이번 사태를 조종한 비센테 폭스 대통령과 이에 동조하여 헌법과 정의를 외면한 마리아노 아수엘라 대법원장을 국민 앞에 고발한다”며 강한 어조로 행정부와 입법부를 비난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 대표로 의회 단상에 오른 카를로스 베게 대검차장은 “모든 시민, 특히 공무원은 법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정치적 이유 때문에 사법 처리가 중단되진 않을 것”이라고 맞섰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시장 지위는 자동 박탈되며 이후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될 경우 대선 출마 자격마저 잃게 된다.
오브라도 시장은 당선이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다. 지난해 말 멕시코의 유력 일간지 ‘레포르마’가 실시한 대선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브라도 시장은 34%의 지지를 얻어 26%를 얻은 현 집권당인 국민행동당의 산티아고 크렐 내무부 장관을 크게 앞질렀다. 정당별 대선후보 호감도 면에서도 오브라도 시장은 82%의 지지를 얻었다. 멕시코시티 시장으로 재직하면서 크게 성공을 거둔 서민복지 정책이 폭넓은 지지기반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당 지지도 또한 오브라도 시장의 국민혁명당이 크게 앞섰다. 국민혁명당은 36%의 지지도를 얻어 국민행동당(25%)을 가볍게 눌렀다.
이 같은 여론 때문에 현재 라틴아메리카에서는 멕시코가 ‘중남미 좌파 도미노 현상의 마지막 조각’으로 여겨지고 있다. 브라질 룰라 대통령 집권을 비롯해 3월 우루과이 최초의 좌파 대통령 타바레 바스케스의 취임 등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베네수엘라, 우루과이 등 라틴아메리카는 좌파 정권 일색이다.
지지자들 대규모 시위·천막농성 벌여
멕시코에 좌파 정권이 들어설 경우 중남미 국가 간 외교정책은 물론, 대미 관계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 때문에 오브라도 시장은 미국과 중남미 각국의 주목을 받아왔다. 지난해 말 멕시코를 방문했던 파월 당시 미국 국무부 장관은 좌파 정당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멕시코 여론을 의식하며 “멕시코 국민들의 자유로운 결정에 의해 선출된 좌파 정권이라면 협력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멕시코 좌파 바람의 기수인 오브라도 시장이 구속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국민혁명당의 발목을 잡은 국민행동당과 제도혁명당은 득의만면한 모습으로 내년 대선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70년간 일당독재로 정권을 장악했던 제도혁명당은 지방 공략을 위한 전략으로 정권 회복을 장담하고 있다. 현 집권당인 국민행동당 또한 ‘정권연장’ 기대에 부풀어 있다. 실제로 면책특권 가결 이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23%가 오브라도가 출마하지 않을 경우 국민행동당의 산티아고 크렐 내무부 장관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오브라도 시장 지지자들이 의회의 면책특권 박탈에 크게 항의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면책특권이 박탈되던 4월7일에는 35만여명의 시민이 참가한 대규모 반대시위가 벌어졌다. 현재 소칼로 광장과 혁명기념탑 등에서는 천막농성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4월24일 반정부 침묵시위에는 대규모 인파가 모여들었다. ‘면책특권 박탈’ 안이 의회에 상정된 지난해 8월에는 ‘오브라도 시장 지지를 위한 100일 행진’이 벌어져 50만명에 달하는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참여하기도 했다.
면책특권 박탈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은 ‘대선 승리를 위해 여당이 벌인 정치적 테러’라는 게 일반적이다. 국민들은 오브라도 시장이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토지를 강제 수용한 것이 아니라고 이해하고 있다. 또 “국민행동당과 제도혁명당이 3년 만에 찾아낸 ‘흠집’이란 게 겨우 도로공사를 위한 토지 강제 수용”이라며 폭스 정권을 비난하고 있다.
한편 오브라도 시장은 “재판에서 직접 변론을 맡아 정권의 정치적 폭력에 맞서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4월7일 반대집회에 참석한 그는 “어디에 있든 간에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할 것”을 선언했다. 옥중출마도 불사할 것이란 선언이다. 경미한 사안이기 때문에 보석이 가능한데도 그는 “결코 보석을 신청하지 않겠다”며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만약 이번 사건이 오브라도 시장의 무죄로 결론 날 경우 면책특권 박탈을 주도한 국민행동당과 제도혁명당은 ‘되로 주고 말로 받는’ 비극을 맞게 된다. 이번 사건 덕분에 멕시코시티를 넘어 인지도가 떨어졌던 지방 주(州)에까지 오브라도 시장의 명성과 재임 기간 거둔 복지정책의 성공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반면 유죄가 확정된다 하더라도 두 당은 국민들의 거센 반발을 감수해야만 한다. 특히 70년 만의 정권교체에도 무엇 하나 이루어놓은 것 없는 폭스 정권은 ‘정권연장을 위해 민주주의마저 파괴했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정부 여당과 보수야당의 야합이 빚은 ‘유력 대선후보 퇴출’을 바라보는 외국의 시선도 곱지 않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정치적 공황에 이은 경제적 공황까지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폭스 정권은 자신들이 처한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듯하다. 면책특권 박탈을 가결한 뒤 ‘앓던 이를 빼낸’ 심정으로 벌써부터 대선 승리의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다.
70년 만의 정권교체를 이루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국민행동당과 폭스 정권은 대통령 탄핵 소추의결 이후 후폭풍을 맞았던 한국의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같은 처지가 될 것인가. 향후 멕시코 정국은 ‘공정한 법 집행’을 주창한 정부 여당과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는 국민의 거대한 충돌로 큰 소용돌이에 휩싸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