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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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설계에 꼭 ‘통계’ 활용하세요”

  •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입력2005-02-24 16: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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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 설계에 꼭 ‘통계’ 활용하세요”
    숫자는 건조하다. 통계 수치는 더욱 그렇다. 결과만 있을 뿐, 추측도 해명도 용납하지 않는다. 실업률 3.5%(2004년 7월 현재)의 통계에 잡힌 ‘나’는 아무리 “이러저러한 사정이 있었고 곧 취직될 것”이라 주장해도 결국은 그저 실업자일 뿐이다.

    그리하여 숫자는 냉혹하다. 잔인하기까지 하다. 온기라곤 느낄 수 없음에도, 어쩌면 바로 그렇기에 우리 현실을 가장 적확히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현실을 착시현상 없이 똑바로 보기 위해 객관적으로 잘 구성된 통계수치보다 더 믿을 만한 기준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종남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54)는 2002년 2월부터 2년 7개월간 통계청장으로 일했다. 그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 여러 통계치를 대할수록 마음이 급해졌다. “그 숫자들이 가져올 후폭풍, 나에게, 우리 가족에게, 우리 사회 전체에 보내는 메시지”를 되도록 널리, 효과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국인 당신의 미래’(청림출판 펴냄)는 바로 그러한 책임감과 절박함의 산물이다.

    책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1·2·3장은 각각 1020세대, 3040세대, 5060세대를 향해 통계수치와 ‘접신(接神)’한 그가 전하는 메시지다. 4장은 경제 관련 통계를 읽고 활용하는 법, 5장은 통계의 중요성과 ‘진실성’의 문제를 논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책을 “통계가 말하는 우리의 과거, 현재를 좀더 뚜렷하게 그려내고 그에 따른 미래의 모습도 예측하면서 대비책까지 모색해보는 전략서”라고 소개했다.

    그러한 맥락에서 그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고령화와 저출산의 문제다. 그는 “50대, 그러니까 내 세대 친구들이 제일 큰일났다”고 했다. “우리는 대체로 ‘70세까지쯤 살겠지’ 하며 막연한 인생 설계를 해왔거든요. 하지만 통계치를 보면 그보다 10년, 15년 이상 더 살게 돼버렸어요.”



    하물며 ‘오륙도’니, ‘사오정’이니 하는 말이 유행하는 요즘아닌가. “65세 이상 노인의 57%가 생활비를 자녀에게 받아 쓰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입니다. 하지만 일본은 7%, 미국은 겨우 2%만이 그런 생활을 하고 있어요. 우리도 조만간 그리 되겠지요. 평생 실력을 쌓고 연금, 모기지론 등 ‘자기 보험’을 들지 않으면 고통스런 말년을 보내게 될 겁니다.”

    그는 청년실업 문제에 대해서도 “통계를 살펴보면 너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1960년대에는 20명 중 1명만이 대학에 갔습니다. 2003년에는 92%가 대학생이 됐어요. 이제 대학은 ‘보통 교육’인 겁니다. 하지만 아직도 부모 세대는 ‘니가 그래도 대학까지 나왔는데…’ 하며 고소득의 편한 직종만을 권하고 있습니다. 자녀도 과잉보호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요.”

    “미래 설계에 꼭 ‘통계’ 활용하세요”
    그는 “그래서 우리는 40만명의 청년실업자와 40만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지닌 나라가 됐다”며 “낡은 사고방식을 버리지 않으면 국가도 개인도 무척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국가가 제시하는 여러 통계는 ‘수리영역’에서 ‘언어영역’으로 넘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할머니도 이해하는 통계로 국민의 길잡이 구실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망망대해를 항해할 때 고장 난 나침반보다는 차라리 밤하늘에 빛나는 샛별 하나가 더 도움이 된다”는 말도 했다. 통계의 생명은 역시 객관성과 정확성인 까닭이다.

    “14개국을 대표하는 IMF 이사로서 바쁜 생활을 하고 있지만 기회가 된다면 우리 교육 문제를 다룬 책 한 권을 더 내고 싶습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이제 대학 졸업만으로는 전문가 행세가 불가능하게 됐거든요. 학부에서는 ‘기초 체력’을 기를 수 있는 수학·철학·역사 등 기초학문을 연마하고, 평생교육의 관점에서 인생을 재설계하는 방안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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