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비게이션을 이용해 최소절개 인공관절 수술을 하고 있는 부천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
이제 방법은 단 하나. 닳을 대로 닳은 어머니의 관절을 인체조직과 거의 똑같이 만든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것이다. 하지만 김씨는 이내 고민에 빠졌다. 인공관절 수술에 대해 알아보니 수술 후 안짱다리가 건강할 때처럼 자연스럽고 완전하게 펴지지 않을 수도 있는 데다, 수술 부위가 너무 커 보기 흉한 상처가 남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더 알아보고 고민한 끝에 김씨는 최상의 수술법을 찾아냈다. 바로 컴퓨터를 이용한 네비게이션(컴퓨터 위치추적) 수술법과 절개 부위를 최대한 줄인 최소침습(절개) 수술법이다.
수술 뒤 아름다운 각선미 유지
김씨의 판단은 옳았다. 어머니는 1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은 뒤 이틀 만에 혼자 걸어서 화장실을 다녀오고, 일주일 뒤엔 퇴원해 며느리와 장을 보러 다닐 정도가 된 것. 안짱다리는 각선미를 자랑해도 될 만큼 자연스럽게 죽 뻗었고, 수술 부위 상처 자국은 10cm 정도로 작았다.
흔히 인공관절을 넣으면 안짱다리는 고쳐지는 대신, 예전처럼 제대로 구부릴 수 없는 뻗정다리가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옛날 얘기다. 의학 기술의 발전은 수술 후 무릎의 운동 범위를 일상생활에 지장 없는 정도인 120~ 130도까지 확장해놓았다. 더욱이 지금까지는 인공관절을 넣은 무릎과 다리 전체의 축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자연스럽게 뻗은 다리 모양을 만들어내지 못했지만, 요즘은 다리 축의 정렬에 대한 판단을 의사의 직관이나 경험이 아닌 컴퓨터가 하기 때문에 인공관절 수술 뒤에도 아름다운 각선미를 유지할 수 있는 것. 바로 이런 획기적인 수술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 네비게이션 시스템에 의한 인공관절 치환술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일반 수술보다 절개 부위가 컸던 네비게이션 수술법의 단점을 보완하고, 오히려 절개 부위를 최고 50%(평균 30%) 정도까지 줄인 최소침습 수술법이 개발돼 주목을 받고 있다.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이용한 수술법은 컴퓨터 자동계측시스템을 이용, 위치를 추적하는 원리를 관절염 수술에 응용한 것으로서 수술 중간에 컴퓨터에 연결된 투시카메라로 환자의 하지 정렬 축 및 관절 면을 정확히 계측해 인공관절이 정상 상태의 다리 모양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가장 큰 특징. 또 환자마다 다른 각도로 굽은 다리를 단지 엑스레이(X-ray)에 의존해온 종전 수술과 달리 중간에 하지 축의 정확도는 물론, 각 방향에서 인공관절이 제대로 접목되는지 등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 수술이 기존 수술보다 빠르고 정확한 이유는 환자의 관절 상태와 해부학적 자료가 모두 컴퓨터에 입력돼 모니터에 인공관절의 정확한 삽입 각도와 정상적인 다리 축이 계측되어 표시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상 무릎관절의 각도에 근접한 수술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공관절의 수명도 연장되며, 수술 기구가 골수강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 색전증 등의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 정확도는 높아진 반면, 절개 부위가 작아진 까닭에 수술 시간은 오히려 10여분 줄었고, 의사의 숙련도에 따른 수술 결과의 차이를 줄일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인공관절 모형.
하지만 문제는 나이가 들어 몸이 허약해진 노인들이 과연 인공관절을 넣는 대수술을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 분명 인공관절 수술은 10여년 전만 해도 대수술이었지만, 요즘은 특별한 지병만 없다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일반적인 수술이 되었다. 이는 수술할 때 절개 부위가 10~12cm에 불과한 최소침습 절개술이 개발되었기 때문. 이 수술법이 사용되면서 수술 시간은 1시간으로 크게 줄었다. 수술 후 2~3일이면 걷기 시작해 혼자 화장실도 다닐 수 있을 정도. 수술 후 몇 주간이나 누워 대소변을 받아내던 고역은 이제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 작게 절개하니 혈액의 손실도 그만큼 줄어들고, 따라서 수혈 양도 줄어 그에 따른 부작용(B형 간염, AIDS 감염)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수술할 때 절개 부위가 큰 네비게이션 수술법의 단점을 최소침습 수술로 완전히 보완한 대신, 절개 부위가 작아 생길 수 있는 정확성의 문제는 네비게이션을 이용해 보완함으로써 최고의 수술 효과를 가져오게 된 셈이다(표 참조).
실제 인공관절 전문병원인 부천연세사랑병원에서 2004년 3월부터 12월까지 100명의 관절염 환자에게 최소침습 수술과 네비게이션 수술을 함께 이용한 인공관절 치환술을 한 결과, 절개 부위의 크기는 평균 11cm였고 수술 후 인공무릎 관절과 다리의 일직선 정도는 허용 오차를 벗어나는 사례가 네 번에 그쳤다. 기존의 방법에 비해 수술 후 통증의 완화 정도와 회복이 빨랐고, 환자의 만족도가 높았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이 모두가 네비게이션 시스템으로 수술의 정확성을 얻고, 최소침습 수술로 절개 부위를 최소화한 결과로, 이 병원을 찾는 노인의 평균 연령이 70세가 넘는 이유도 모두 이 때문이다. 인공관절의 수명이 일반적으로 13~15년이 넘으므로 관리만 잘하면 평생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부천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의학박사·정형외과 전문의)은 “이런 수술이 가능하려면 필요 없는 부분을 제거하는 등 수술에 쓰이는 기구들을 모두 작게 만들고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최소침습 수술은 무릎관절 인공관절술에서 또 하나의 흐름으로, 흉터가 작아 미용에 신경 쓰는 사람에게서 많은 사랑을 받는 수술”이라고 밝혔다.
도움말: 고용곤/ 부천연세사랑병원 원장(www.yonser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