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예측검진을 받고 있는 어린이들.
최근 ‘우리 아이 큰 키 만들기’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12월 초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평균 키가 173cm를 넘어섰다는 산업자원부(이하 산자부)의 발표가 있은 뒤 위기감과 조바심을 느끼는 부모가 부쩍 늘고 있는 것. 하지만 이들은 자녀의 키를 크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의약품이나 기구, 운동, 음식, 생활습관 등을 알아내는 데에만 관심이 있을 뿐, 자녀가 어느 정도까지 성장할 수 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안타까운 점은 대개의 부모가 아이의 성장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이미 성장판이 닫혔거나 성장 장애가 온 뒤에야 알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아이의 성장 이상 현상을 성장 예측 검진으로 미리 알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부모 잘못 때문이다. 요즘엔 아이의 비만도, 성장 예측치, 뼈 나이를 토대로 성장 상황을 정확히 알아내면 성장을 방해하는 각종 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이에 따라 키 크는 데 도움이 되는 생활 기준도 알 수 있다. 이때 제시되는 개념이 바로 성장 예측으로, 이는 아이가 진로를 선택할 때 키가 유리한 요소로 작용하는 전문 분야(농구 선수, 승마 기수, 모델 등)를 결정하는 단서로도 작용할 수 있다. 나아가 현재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평균 예측 신장은 향후 10년 뒤 책상의 높이, 옷의 길이, 계단·건물 높이 등 사회 모든 분야에 반영될 소중한 자료가 된다.
3000여명 검진 평균 男 176, 女 163.9cm
의료전문가 모임 (사)웰빙소사이어티(이사장 유성열, www.wellness.or.kr)는 11월1일부터 12월17일까지 5~15세 어린이 3000여명을 대상으로 ‘성장 예측 검진’을 했다. 이 검진을 진행한 (사)웰빙소사이어티는 11월10일 한의사 김소형 임삼룡씨, 척추 전문의 노상용씨 등 국내 의료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문화관광부 산하 법인체로, 이들이 이번에 시도한 검진은 규모나 성격에서 국내 최초이자 세계 최초의 작업이다. 성장 예측 검진(AHP, Adult Height Prediction)은 어린아이의 실제 나이와 생리학적 뼈 나이를 조사해 같은 나이 평균치와 비교함으로써 성장 후의 키를 예측하고, 성장 장애 규명 및 그에 따른 처방 근거를 제공하는 프로그램.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시도이다 보니 한국 어린이들의 성인 예측 키 결과에 해외학회의 시선이 쏠려 있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성장을 예측하는 방식은 간단한 산술적 방식과 전문장비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전자의 경우 남자는(엄마 키+아빠 키)/2+6.5cm를, 여자는(엄마 키+아빠 키)/2`-`6.5cm를 적용해 성인이 됐을 때의 키를 뼈 나이(골연령)를 측정한 뒤, 예측 성인 신장 공식[(0.98×현재 신장)-(2.6×현재 나이)-(3.8×골연령)+108]에 이를 대입해 성인이 되었을 때의 신장을 예측한다(TW 방식).
후자인 TW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검진 결과, 남자와 여자의 평균 키는 각각 176.0cm, 163.9cm로 산자부 기술표준원이 최근 발표한 성인남자 평균 키 173cm와 성인여자 평균 키 160cm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검진 결과는 부모의 키가 클수록 성장 예측 키가 커진다는 것을 보여줬으며, 특히 자녀의 예측 키는 아빠보다 엄마의 키와 높은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특히 남자가 여자보다 엄마 키와 더욱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표1 참조). 한편 여자의 경우는 초경이 빠른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평균적으로 7cm나 작았다. 이는 초경이 빠른 아이의 경우 성장판이 상대적으로 빨리 닫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표2 참조).
그렇다면 키를 크게 하는 바른 생활태도는 무엇일까. 우리재활의학과 김준서 원장은 “다리를 자라게 하려면 날마다 50m씩 가볍게 달리고, 장시간의 기립이나 보행은 되도록 삼가는 것이 좋다”며 “신발은 너무 딱딱한 것을 피하고 발이나 다리를 자주 마사지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키 크려면 바른 생활태도 중요 … 일찍 자는 습관도 ‘유익’
성격 또한 성장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작용한다. 명랑한 성격은 아이의 키를 쑥쑥 크게 하는 비타민 같은 요소. 명랑한 성격은 성장호르몬, 갑상샘(갑상선)호르몬, 부신피질호르몬, 성호르몬 등 키를 크게 하는 호르몬의 분비를 원활하게 하는 첫째 조건이다. 특히 성장호르몬은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가장 많이 분비되므로 아이들에게 일찍 자는 습관을 들이는 것은 키가 크는 데 매우 중요하다.
반면 바르지 못한 자세는 성장의 가장 큰 적이다. 척추를 휘게 하기(만곡)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의 체격에 맞는 의자와 책상을 선택하는 것은 키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앉을 때는 허리를 펴고 앉고, 딱딱한 의자는 다리로의 혈액순환을 방해하므로 적당한 두께의 방석을 까는 게 도움이 된다. 의자에 앉아서 오랜 시간 공부할 때는 30~50분마다 가볍게 걷는 운동을 반복해 다리의 혈액순환을 원활히 해주는 것이 좋다 .
드림아이한의원 전찬일 원장은 “키가 크기 위해서는 뼈의 길이와 두께가 증대돼야 하므로 칼슘과 무기질 성분이 부족한 식사는 좋지 않고, 음식을 꼭꼭 씹어(약 30회) 소화 흡수에 도움이 되게 하는 것이 좋다”며 “간식이나 야식은 주식을 거르게 해 영양의 불균형을 초래하므로 되도록 피하고, 비만은 성장에 방해요소가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