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
소설 ‘다 빈치 코드’는 어디까지가 사실이며 역사적 근거를 갖고 있는가. ‘다 빈치 코드’를 읽은 많은 독자들이 궁금해하고, 현재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몇 가지 주제를 문답식으로 풀어본다.
이 글을 위해 5권의 책을 참고했다. 그중 ‘코드의 비밀’(secrets of the code, 댄 번스타인 엮음, CDS Books 펴냄)은 국내에서 아직 출간되지 않은 책이다. 미술사 철학 과학 종교 기호학 등에 관련된 여러 학자와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소설 ‘다 빈치 코드’의 모든 궁금증을 심층 분석한 두툼한 분량의 종합 해설서라 할 수 있다.
이 소설의 본문에도 언급된 ‘성배와 잃어버린 장미’(마가렛 스타버드 지음, 루비박스 펴냄)는 이 소설의 원전에 해당하는 책이며, ‘다 빈치 코드의 진실’(마틴 룬 지음, 예문 펴냄)은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 주제들을 파헤친 해설서다. 한편 기독교적 위치에서 이 소설의 내용을 반박하는 책으로는 ‘다 빈치 코드 깨기’(The Da Vinci Deception, 어윈 루처 지음, 규장 펴냄)와 ‘Breaking the Da Vinci Code’(데럴 복 지음, 넬슨 펴냄)가 있다.
1. 막달라 마리아, 창녀인가 신의 신부인가?
성서에 따르면 예수는 막달라 마리아에게서 귀신을 내쫓아주었다. 마리아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히던 때 십자가 아래에 있었고, 동이 트자마자 무덤에 찾아가 예수의 부활을 목격했으며, 예수를 금방 알아보고는 포옹했다. 그녀는 심지어 예수의 발에 향유를 붓고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씻어주기까지 했다. ‘막달라’라는 마리아는 예수와 매우 가까운 사람이었음이 틀림없다.
확실한 것은 성서 어디에도 그녀가 창녀였다는 기록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녀가 창녀로 언급되는 이유는 591년 교황 그레고리우스가 부활절 설교에서 누가복음 7장에 등장하는 창녀가 막달라 마리아라고 선언했기 때문. ‘다 빈치 코드’는 베드로와 경쟁 관계인 그녀를 교회가 창녀로 낙인찍었다고 한다. 예수와의 혼인설 등 그녀에 대한 여러 가지 얘기가 더 유포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런 선언을 했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그러나 교회 지도자들이 막달라가 예수가 사랑했던 제자이자 가까운 친구였으며, 부활을 목격한 주요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수용하기 어려웠기에 그녀의 존재가 왜곡됐다고 보는 설이 더 설득력 있다고 하겠다.
‘다 빈치 코드’에서 티빙 박사는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가 혼인한 사이임을 이야기한다. ‘그리스도의 반려자는 막달라 마리아다. 예수 그리스도는 어느 제자보다 그녀를 사랑했으며 종종 그녀의 입에 입맞춤을 했다’는 빌립복음의 구절을 인용하면서 말이다. 여기서 ‘입맞춤’에 주목해야 한다. 당시 입맞춤은 혼인한 부부만이 할 수 있는 행위였기에 이는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의 혼인 사실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당시 결혼은 남자의 의무였으며, 다윗 왕의 후계자인 예수에게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다.
예수의 혼인설을 뒷받침하는 다른 이야기로는,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에게 향유를 붓는 장면을 언급한 마가복음의 구절을 들 수 있다. 고대 근동지역에서 왕의 머리에 기름을 붓는 행위는 왕가의 상속녀나 여신을 대리해 왕족 여사제가 수행한 의식이었다. 이 의식은 ‘신성한 혼인’으로 불렸는데, 향유를 부은 머리는 결혼 첫날밤 여자에 의해 ‘기름을 부어 받은’ 남근을 상징했다. 또 당시 결혼식에 사용되던 향유는 매우 귀한 감송향이었다. 그런데 막달라 마리아는 두 번에 걸쳐 예수에게 감송향을 부었다. 그 향유를 부을 수 있는 사람은 신부뿐이었는데 말이다.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의 신부였다는 설은 이름에서도 추론이 가능하다. 유대의 왕가 아내들에게는 같은 이름이 전해졌는데, 예수가 속한 다윗왕 가문의 아내들은 모두 마리아란 이름을 전해 받는다. 그렇다면 예수의 어머니와 막달라 마리아의 이름에 마리아가 들어간 이유는 분명해진다.
하지만 빌립복음이 예수 시대에서 200년이나 지난 3세기에 쓰였고, 내용에 황당한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 신빙성이 높다고는 할 수 없다.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의 사랑이 깊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남녀간의 사랑이라는 기록이 성서 어디에도 없다는 점은 예수의 혼인설을 일축한다.
2. 프랑스 메로빙거 왕조는 예수의 후손인가?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의 혈통이 최종적으로 프랑스 메로빙거 왕조의 핏줄로 흘러들어갔음을 시사하는 증거가 있다. ‘메로빙거’라는 이름 자체를 언어의 화석으로 보는 관점이 그것. 프랑크족 왕가를 둘러싼 전설에는 ‘메로베’라는 이름의 조상이 등장한다. 그러나 메로빙거(Merovingian)라는 단어를 음성학적으로 분석하면 ‘마리아(mer)’와 ‘포도나무(vin)’로 나뉜다. 즉 메로빙거는 ‘마리아의 포도나무(포도나무는 자손을 뜻한다)’ 혹은 ‘성모의 포도나무’를 가리킨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1452년 성공한 법률가인 아버지와 시골 여인 사이에서 태어났다. 정확한 이름은 레오나르도 디 세르 피에로이며, 빈치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빈치 출신의 ‘레오나르도 디 세르 피에로 다 빈치’가 된 것이다.
레오나르도는 당시 금기하던 인체를 해부했으며, 헬리콥터 낙하산 탱크 망원경의 설계도를 만들었다. 그는 그림을 자신의 지식을 전달하는 완벽한 매체로 보고, 자신의 메시지를 알리기 위해 그림을 이용했다. 그는 흩뜨려놓은 문자 속에 이름과 장소 등을 암호화해놓았는데, 그가 이탈리아 군주였던 체사레 보르자 밑에서 군사고문과 첩자 활동을 했을 때 이 같은 암호를 즐겨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다 빈치 코드’에서 말하듯 레오나르도가 시온 수도회나 다른 어떤 비밀단체에 소속됐다는 증거는 없다. 댄 브라운이 주로 의존했던 증거는 1960년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발견된 ‘비밀문서’로 보이나, 이는 20세기 들어 위조됐을 가능성이 있는 자료다.
‘다 빈치 코드’에서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는 레오나르도의 작품 ‘최후의 만찬’은 1498년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 교회 벽에 그려진 작품이다. 이후 숱한 전쟁과 긴 세월을 거치면서 많이 손상됐고, 그에 따라 여러 차례 복원되었다. 때문에 원작의 채색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예수 오른쪽에 앉은 인물은 ‘다 빈치 코드’의 주장처럼 확실히 여성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세례 요한으로 알려진 인물이지만 말이다.
‘다 빈치 코드’는 이 그림에서 예수와 여인 사이의 공간이 ‘V’자 모양인데 이는 성배, 즉 자궁을 상징하며, 또 두 인물이 형성하는 선은 막달라 마리아를 상징하는 문자 ‘M’을 그린 것이라고 말한다. 또 이미 성배(막달라 마리아)는 예수 옆에 있으므로 식탁 위에서 실제 잔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고 한다. 예수와 여인의 옷 색깔이 서로의 동질성을 반영하듯 파랑과 빨강으로 표현되어 있고, 왕족을 상징하는 색의 옷을 여인도 함께 입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하지만 이에 대해 거의 모든 미술사학자들은 당시 피렌체에서 활동하던 많은 작가들이 전통에 따라 ‘최후의 만찬’ 장면을 그릴 때 세례 요한을 여자처럼 표현했고, 성배도 그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동의한다. 그리고 ‘다 빈치 코드’에서 ‘막달라 마리아를 위협하는’ 것으로 묘사된 손도 베드로의 것이란 해석이다. 베드로가 칼을 쥔 것은 예수가 체포될 때 베드로가 로마 병사의 귀를 자르는 과격한 행동을 할 것임을 암시한다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레오나르도 작품과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는, 로버트 랭던이 ‘모나리자(Mona Risa)’의 철자를 재배열하여 남녀 양성의 결합을 의미하는 ‘아몬 리사(Amon Lisa)’라는 단어를 찾아내는 장면이다. 그런데 레오나르도조차 이 작품을 모나리자라고 부른 적이 없었다. 레오나르도가 생존할 때 이 작품에는 제목이 없었고, ‘망사 베일을 두른 창녀’ 등의 여러 이름으로 불렸을 뿐이다.
생쉴피스 성당.
예수가 체포되던 날 밤,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가 마셨던 바로 그 잔이 성배(Holy Grail, Sangraal)다. 성배는 기독교 세계 전체에서 가장 신성한 유품으로 여겨졌지만 잃어버리고만 잔이다. 전설에 따르면 어디엔가 숨겨져 있다고 한다. 성배를 잃어버렸기에 왕은 상처 입고 불구가 되었으며, 왕국은 황폐해졌다고 한다. 그리고 예수의 피가 담겼던 그 신성한 잔을 되찾으면 왕이 치유되고,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라고 한다. 이 같은 전설이 이후 수많은 시로 쓰였는데, 대부분이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에 관한 것이다.
성배 이설(異說)을 주장하는 이들에게 성배는 ‘예수의 성스러운 핏줄(san raal)’, 곧 후손을 의미한다. 예수가 죽은 뒤 목숨의 위협을 느낀 막달라 마리아는 딸 ‘사라’를 데리고 도망친다. 이후 그 후손이 프랑스의 메로빙거 왕조를 세운다. 템플 기사단이 숨겨놓은 보물을 찾아내기 위해 십자군 전쟁을 일으켰다는 설에 따르면 그 보물이란 다름 아닌 ‘예수의 후손’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성배 전설은 야훼와 메트로니트 신화, 파르지팔 전설 등에 함축되어 있다. 왕은 왕비 없이는 무력하다는 주제, 곧 신이 여성 배우자를 상실한 것은 치유할 수 없는 상처가 된다는 것이다.
회화와 문학에서 단테나 아더왕 이야기가 소재로 애용되면서 성배는 중요한 은유가 되었다. 성배는 바그너의 ‘반지’ 연작에서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 이르기까지 여러 문학, 음악, 연극 작품에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정신적 구원의 추구’라는 같은 주제의 이야기가 반복된다. 바그너의 오페라와 톨킨의 소설에서 추구되는 대상은 술잔이 아닌 반지다. 성배는 ‘은유’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실제 잔인 성배가 스페인의 발렌시아 대성당에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가톨릭 교회에서는 이 잔을 성유물로 인정하지 않지만 예수가 최후의 만찬에서 축복을 내린 잔이란 점은 인정한다.
시온수도회가 있는 시온마을의 풍경.
시온 수도회는 1070년 이탈리아의 수도사들이 설립했다고 전해진다. 그들은 스스로를 ‘장미 십자단’ ‘시온 기사단’으로 칭했다. 시온 수도회의 목적은 예수의 후손인 메로빙거 왕조의 혈통을 유럽에 부활시키는 것이었던 것 같다. 이들은 시온산의 노트르담 수도원에 본거지를 두고 1118년 템플 기사단을 설립했다.
템플 기사단은 십자군 전쟁에 참가한 뒤 급속도로 성장했다. 이들은 성지 방위에 절대적인 존재가 되었고 모든 성지에 주둔한다. 전성기 때는 규모가 2만명에 이르렀고 상당한 부를 축적했다.
1291년 성지의 마지막 십자군 요새 아크레가 이슬람교도들에게 함락되자 템플 기사단의 존재 이유가 사라졌다. 더구나 1304년경에는 기사단이 비밀 입단식 때 불경스럽고 신성 모독적인 행위를 했다는 소문까지 퍼졌다. 결국 프랑스의 필리프 4세는 1307년 10월13일 프랑스 내의 기사단원을 모두 체포하고 재산을 몰수했다.
필리프가 기사단을 해체하려 한 이유는 불분명하다. 기사단을 위협적인 존재로 여겼거나, 혹은 고질적인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함일 수도 있다. 어쨌든 그는 템플 기사단을 이단 혐의로 기소하고 기사단원을 고문해 거짓자백을 받아냈다. 마침내 교황 클레멘스 5세는 1307년 11월 유럽 전역의 템플 기사단을 체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많은 템플 기사단원이 처형, 투옥되었으며 기사단의 마지막 단장이던 자크 드 몰레는 1314년에 화형당했다.
템플 기사단의 유죄 여부는 몇 세기 동안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최근의 논의는 이들이 부당하고 기회주의적인 박해에 희생되었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조르주 드 라투르의 ‘참회하는 막달라 마리아’.
‘다 빈치 코드’에서 장미는 ‘자궁’, 육체적 사랑을 의미하는 ‘에로스(eros, rose의 철자 배열순서를 바꿈)’, ‘막달라 마리아와 예수의 혼인’과 관련되는 주요 상징물이다. 즉 장미가 여성 섹슈얼리티를 가리키는 최고의 상징이며 막달라 마리아의 상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상징학자들은 다른 견해를 보인다. 장미와 마리아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장미 가시’라는 것이다. 전설에 따르면 에덴동산의 장미에는 가시가 없다고 한다. 따라서 중세 회화에서 마리아와 아기 예수가 있는 장면 근처에 그려진 장미 덩굴은 천국을 상징한다. 왜냐하면 마리아는 천국, 곧 장미 가시가 없는 곳으로 다시 돌아가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결국 장미는 인간의 구원에서 마리아의 구실을 가리키는 상징, 또는 기호가 되었다. 따라서 장미는 막달라 마리아가 아니라 성모 마리아를 찬양하는 상징물이다.
7. 타로 카드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가?
타로 카드에 얽힌 전설에는 항상 프리메이슨, 영지주의, 여자 교황, 성배 등이 등장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다 빈치 코드’에서 말하는 것처럼 ‘여사제’가 막달라 마리아라고 하기는 힘들다. 특히 대비밀카드 중 ‘대여사제’ 카드는 초기 카드부터 있었으며 여자 교황, 즉 ‘교황 요안’의 이야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세시대 전설에 따르면 요안이라는 여자가 남자로 위장하고 사제가 되어 결국 교황 자리에까지 올랐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요안은 임신해 길거리에서 아이를 낳는다. 이 광경을 보고 속았다는 사실에 분노한 군중이 달려들어 그녀의 사지를 찢어 죽인다는 이야기다.
8. 책표지에 댄 브라운의 차기작을 암시하는 암호가 있다던데?
원서 표지를 자세히 보면 몇몇 글자들이 다른 글자에 비해 약간 굵게 써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을 모두 합쳐서 배열하면 “과부의 아들이 있을 가능성은 없는가?(Is there no hope for the widow’s son?)”란 문장이 된다. 이 문장은 구약성서의 에녹서를 가리킨다. 에녹서는 솔로몬 성전의 잃어버린 보물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런 이유로 일부 독자들은 댄 브라운이 차기작으로 로버트 랭던이 프리메이슨의 보물을 찾아나서는 소설이 나오지 않겠냐는 추측을 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