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판매를 시작한 배용준의 화보집. 원래 운동으로 다져진 몸이었으나 촬영을 위해 반년 동안 집중적으로 근육을 키우고, 다이어트를 했다(오른쪽). 가수 비는 가슴을 드러낸 클리비지 패션의 선두주자다.
성형외과 전문의인 심형보 박사가 대한성형학회에 발표한 데 따르면 지난 10년간(1994~2003년) 우리나라에서 남성 성형수술이 3배 가까이 늘어났으며, 94년 수술받은 남성 10명 중 4명 정도가 코를 성형한 데 비해 2003년 성형수술을 받은 10명 중 5명은 가슴 성형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남성 성형의 트렌드가 여성들처럼 얼굴에서 몸으로 옮아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한국과 일본 여성들의 우상이 된 탤런트 배용준이 6개월간의 몸만들기 프로젝트의 결과인 사진집 ‘이미지’가 최근 공개되면서 ‘보디빌더’ 배용준의 근육이 핫이슈로 떠올랐다. 흥미롭게도 많은 남성들이 배용준의 데뷔 시절 몸을 상세하게 기억(‘건달 역을 맡았을 때 웃통을 벗었는데 몸이 무척 좋았다’라는 식)하고 있었는데, 남성들은 배용준의 치열한 프로 근성에 존경과 질투를 표하면서도, 운동만으로 배용준 같은 몸을 만들 수 있는지, 혹시 다른 방법이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여성들이 여자 연예인들의 누드 사진에 높은 관심을 보이듯 남성들도 이상적 모델로서 배용준의 벗은 몸을 바라보는 것이다.
일단 근육을 크게 늘린 후 3개월 동안 닭 가슴살만 믹서에 갈아먹는 집념의 다이어트를 통해 만들었다는 배용준의 순수 단백질 가슴은 ‘말죽거리 잔혹사’의 권상우와 비교되며, 2집을 내놓고 더 자주 더 많이 가슴을 드러내고 있는 비도 여기서 빠지지 않는다. 티셔츠를 찢는 도발적인 안무 덕분인지 비의 ‘It’s raining’은 나오자마자 정상에 올랐다. 비뿐 아니라 요즘 젊은 남성 연예인들이 가슴을 드러내는 모습은 흔하게 볼 수 있다. 일부 남성 연예인들이 출연자 대기실에서 푸시업을 해서 즉각적으로 가슴근육에 피가 몰리도록 ‘펌프질’을 한다는 얘기도 거짓말이 아니다.
남성 서적 분야에서 꾸준히 판매 순위 상위에 올라 있는 ‘몸 만들기’ 서적들.
일반 남성들도 복부 근육까지 보여줄 기회는 드물어도 가슴을 깊이 드러낸 클리비지(골짜기) 패션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자 예쁜 가슴 만들기에 비상이 걸렸다. ‘삐져나온 뱃살은 양복으로 감출 수 있지만 젖꼭지 주변에 살이 잡히거나 늘어진 경우라면 와이셔츠나 티셔츠를 입기에 여간 곤혹스런 게 아니’(한동길, ‘남자 몸 만들기 4주 혁명’)기 때문이다.
심형보 박사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가슴 성형수술을 받는 남자들은 가슴이 여자처럼 나오거나(여성유방증) 늘어진 경우다. 지방과 유선 조직을 제거해 탄탄한 가슴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에서 남자들은 여성들의 유방 확대 수술처럼 가슴과 종아리 등에 인공 보형물을 넣어 남성적 매력을 강조하는 수술을 받는다. 이미 중국 상하이에서만 이런 수술이 연간 40여건 이뤄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엉덩이에 보형물을 넣어 탱탱하게 만드는 남성들이 있다. ‘아주 가까운 시기’에 우리나라에서도 인공 보형물이 남자 가슴에도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살이 아무리 쪄도 안 되는데 가슴을 두툼하게 만드는 성형수술이 없는지’ 남성들이 묻고 있기 때문이다(www.breast.co.kr). 심 박사는 이것이 얼굴과 지방흡입 다음에 이어지는 ‘말기 성형기’의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늘어진 남성의 가슴에서 지방과 유방조직을 빼내 탄탄한 가슴을 만들고 있다. 가슴 성형수술은 2003년 남성 성형수술의 절반을 차지한 것으 알려진다. 남성 엉덩이에 보형물을 넣는 수술도 이뤄지고 있다(왼쪽부터).
늘어진 가슴을 반듯하게 만들었다면 배용준이나 비, 권상우처럼 굴곡이 드러나는 탄탄한 가슴은 수술이 아니라 꾸준한 운동으로도 만들 수 있다.
헬스로 무조건 가슴근육 키우기보다 ‘맞춤 운동’ 필요
한동길씨(JW매리어트 호텔 운동처방사)는 남성들의 경우 군 제대 후인 25세 무렵부터 남성호르몬 수치가 떨어지면서 대사기능이 저하돼 식사량이 조금만 늘어도 배가 나오고 근육이 연약해지므로 이때부터 자신의 몸에 대해 알고 정확한 운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동길씨는 남성들의 몸을 외배엽(뼈가 가늘고 팔다리가 긴 체형), 중배엽(뼈가 굵고 근력과 지구력이 좋은 체형), 내배엽(몸통이 크고, 비만하여 지구력이 떨어지는 체형) 등으로 나눈 ‘맞춤 운동’으로 유명하며 가슴 운동도 이에 맞춰 추천한다.
외배엽은 벤치 프레스로 가슴을 펴주고 두텁게 만들어주는 동작이 효과적이며, 중배엽은 바벨 1가지, 덤벨 1가지, 케이블 1가지로 구성하여 가슴 근육을 다듬는 게 좋다. 중배엽의 경우 가슴운동에 치중하면 둔해 보이기 때문이다. 내배엽은 근육을 크게 만들기보다 지방을 없애는 운동을 권하는데, 덤벨과 케이블을 연속적으로 하는 ‘서키트 트레이닝’이 적당하다. 예를 들면 가수 비처럼 넓고 긴 가슴을 가진 사람은 안쪽 가슴이 빈약해 보일 수 있으므로 벤치 프레스를 할 때 바를 어깨너비 정도로 하면 균형이 맞는다는 말이다. 또한 근육은 과부하되어 파열된 근육섬유가 영양과 휴식을 통해 새로 생성되는 것이므로, 근육질을 만들기 위해서는 운동 후 잘 먹고 잘 쉬어야만 한다.
이처럼 한씨가 ‘맞춤 운동’을 강조하는 이유는 현장에서 푸시업과 벤치 프레스로 무조건 가슴 근육을 키우려는 남성들을 너무나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유지태, 이서진, 장동건 등 남성 연예인들에게 ‘맞춤 운동’을 처방해 유명해진 운동처방사 한동길씨. “걷고 움직이는 동적인 생활 습관으로 남성호르몬 분비를 늘리라”고 충고한다.
미국에서 이뤄진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운동 중독 그룹과 주 3회 운동하는 그룹,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그룹 가운데 가장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소유한 사람은 주 3회 운동하는 사람들이었다.
한씨는 고교 시절 큰 교통사고를 당한 6급 장애우지만 “교통사고보다 보디빌딩을 한 것이 몸을 더 망가뜨렸다. 지금도 관절염과 디스크, 척추측만증을 앓고 있어 치료를 위해 운동한다. 잘못된 운동을 고치려는 것이 운동처방사가 된 진짜 이유”라고 말한다.
그는 ‘남자 몸 만들기 4주 혁명’이 꽤 선정적인 제목이며 “실제로 일주일 안에도 가슴이 나오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비싼 헬스클럽에 날마다 1시간씩 나오지 말고, 제발 차와 의자와 엘리베이터를 버리라”고 부탁한다. 일부 헬스클럽들이 회원들을 붙잡기 위해 무리하게 근육 운동에 집중하며 이를 ‘몸짱’이라 홍보하는 현실도 안타까워했다.
라이프스타일을 동적으로 바꿈으로써 남성호르몬 분비를 활성화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멋진 몸, 혹은 멋진 몸을 가질 수 있는 기본적 조건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수술을 받아야 할 만큼 늘어진 가슴에 가는 목을 가진 남성들이 예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도 근육이 필요 없어져서 남성 호르몬 분비가 줄어든 현대 남성들의 비극과 무관하지 않다.
여기서 남성들의 착각 한 가지. 여성들이 아널드 슈워제네거를 섹시하다고 생각한다는 것. 여성들은 아널드보다 조지 클루니 같은 타입을 ‘상품’으로 친다. 이는 단 1g의 지방질도 남기지 않으려 한 배용준의 지독한 ‘몸 만들기’에 대한 여성 누리꾼(네티즌) 팬들의 반응에서도 증명이 된다. 또 한 가지. 춘자의 히트곡 ‘가슴이 예뻐야 여자다’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가슴’은 인공 보형물이나 단백질로 부풀어오른 가슴이 아니라 ‘울고 웃을 줄 아는 따뜻한 가슴’이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