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디’에서 구매한 상품을 승용차의 트렁크에 싣고 있는 독일인 부부.독일 사람들은 어떤 순간에 가장 감격스러운 마음으로 하느님께 감사를 표할까? 답은 슈퍼마켓 알디(ALDI)에서 물건을 살 때다.”
이 말은 물론 사람들이 농담 삼아 하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이야기 속에는 독일 사람들이 얼마나 ‘알디’라는 체인점을 만족스러워하는지에 대한 진실이 담겨 있다. 1962년 서부 독일의 한 도시 에센에서 알브레히트 형제가 시작한 이 초저가 슈퍼마켓은 ‘알브레히트 형제의 디스카운트 스토어’라 해서 알디란 이름이 붙었다.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지금은 독일과 인근 국가에 3000개가 넘는 점포를 가진 대형 체인점이 됐다. 창업자이자 소유주인 테오도르 알브레히트와 카를 알브레히트 형제는 독일 시장을 남북으로 나누어 각각 북부 알디와 남부 알디를 경영하고 있는데, 2002년 통계에 따르면 형인 테오도르는 146억 유로, 동생인 카를은 126억 유로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각각 독일 최고 갑부 1, 2위에 오르기도 했다.
3000개 넘는 대형 체인점으로 성장
독일의 각 지방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알디는 평범한 중형 규모의 슈퍼마켓으로 주로 식료품과 세제, 샴푸, 휴지 등 일상 생활용품을 취급한다. 상품의 품질은 전혀 뒤떨어지지 않으면서 값은 다른 가게들에 비해 거의 절반 가까이 싸다는 게 알디의 특징이다. 값 대비 성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뛰어나다는 것이다. 근검절약이 몸에 밴 독일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는 알디는 독일의 저가 슈퍼마켓 시장의 거의 50%를 점유하고 있다. 가난한 서민들이나 해외 유학생 등에게는 고향과 같은 친근함을 주는 곳이기도 하다.
알디에서는 매주 때맞춰 특별상품을 낸다. 예컨대 요즘 같은 여름에는 바다나 산에 가서 쓸 수 있는 바캉스 용품이, 어린이들의 개학 시기에는 학용품과 책가방이, 또 어느 시기에는 헬스용품이나 집안을 단장하는 커튼·식탁보 등의 여러 가지 소도구 등이 특별상품으로 나온다. 특히 어린이 옷가지와 신발, 구두 등은 소비자 만족도 면에서 최고라는 평을 듣는다. 가끔씩 오토바이·자전거·침대 매트리스·전자제품 등 특별상품을 터무니없이 싼값에 팔기도 하는데, 이런 제품을 파는 날에는 가게 문이 열리기 전부터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뤄 여간 일찍 나서지 않으면 행운을 잡기 어렵다. 몇 해 전 컴퓨터를 판매할 때는 여러 지점에서 경찰을 불러야 했다. 마지막 남은 컴퓨터를 사기 위해 기다리던 사람들이 난리를 치며 주먹다툼을 벌이는 일까지 일어났기 때문이다.
알디에서는 신용카드를 전혀 쓸 수 없다. 물건 값은 반드시 현찰로 내야 한다. 알디에서는 다른 곳에서도 구입할 수 있는 비슷한 상품들이 다른 이름으로 나온다. 예컨대 유럽에서 매우 인기 좋은 상품인 누텔라(Nutella) 초코액은 누토카(Nutoka) 초코액으로 이름이 바뀌어 나온다. 코닥(Codak) 필름은 코다(Coda) 필름으로 둔갑하여 시중의 3분의 1 가격에 판매된다. 알디에서 판매하는 컴퓨터는 모두 메디온(Medion)이란 마크를 달고 있는데, 1996년부터 알디의 특별상품으로 1년에 두 차례씩 컴퓨터와 주변기기들을 보급하던 중소기업 메디온은 그 사이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 7월29일 독일의 시사주간지 포쿠스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메디온은 9.5%의 독일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17.9%의 후지쓰-지멘스와 10.2%의 HP(휼렛패커드) 다음가는 3위의 컴퓨터 회사다.
과거에는 알디를 이용하는 소비자들 중에 이런 저가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구매한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알디에 와서 쇼핑을 하면서도 쇼핑백은 다른 비싼 슈퍼마켓의 것을 이용하는 우스꽝스러운 일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알디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워낙 좋고, 또 사회 명사들도 TV나 잡지에서 알디 예찬을 공공연히 하기 때문에 그런 우스운 일은 더는 발생하지 않는다.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6월 14일 포쿠스 잡지에 발표한 조사 통계에 따르면, 알디는 독일 소비자 신뢰도에서 22%의 지지를 얻어 1위에 올랐다. 그것도 2위인 에데카(Edeka)를 더블 스코어 차이로, 3위인 리들(Lidl)을 거의 3배 차이로 제친 결과였다. 니베아, 아메리카 온라인(AOL), 지멘스 등 전통적으로 잘 알려진 회사들도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긴 했으나 알디의 상대가 되지는 못했다. 인터넷 검색어 순위에서도 알디는 1등을 놓고 이베이(ebay)와 경합을 벌이곤 한다. 금주의 특별상품이 무엇인지 궁금한 네티즌들이 끊임없이 알디를 찾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독일 경제가 계속 좋지 않았고, 실업률이 증가했는데도 알디만큼은 고공비행을 계속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돈주머니가 얄팍해진 사람들이 그래도 먹고 살기 위해 갈 곳은 알디뿐이었기 때문이다. 한때는 알디 지점이 일주일에 한 개씩 늘어날 정도로 고도성장하기도 했다. 그리고 2002년도 알디 매출은 12%나 늘어났다. 독일과 같은 선진국에서 두 자릿수 성장은 경이적이다.
국가 경제가 어려울수록 알디는 장사가 더욱 잘되는 기현상을 보여 2000년 이후 알디의 독주가 가속화하자 리들, 플루스(PLUS), 페니(Penny) 등 다른 회사들도 가격 낮추기 경쟁에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현상을 언론과 학계에서는 기업의 ‘알디화(Aldisierung)’라 부르기도 했다. 경기 불황으로 소비자들의 구매 능력이 줄어든 만큼 이제는 저가 전략을 쓰지 않으면 기업이 살아남지 못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러한 상점들의 알디화 현상이 올해부터 약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알디의 성장 속도도 예전만 못한 데다가 아예 저가 슈퍼마켓 전체의 매출이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 예를 들어보자. 1996년부터 알디에 컴퓨터를 납품해온 메디온이 해마다 수직 성장을 이루며 치열한 국제 격전지인 컴퓨터 시장에서 당당히 자리매김을 했다는 것은 거의 신화에 속한다. 그런데 올 들어 갑자기 매출이 부진해졌다.
해마다 두 차례 알디에서 컴퓨터와 주변기기를 판매할 때마다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곤 했던 것이 올 들어서는 잠잠해졌다. 보통은 판매 당일 오전 중 각 점포의 재고가 바닥나곤 했는데, 올해는 며칠이 지나도 상품이 알디 진열대에 남아 있다. 소비 불황 때문일까? 전문가들은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지난 상반기 동안 전체 컴퓨터 시장은 12%나 늘어났다. 시장은 커졌지만 소비자들이 더는 메디온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가 판매 성장의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이 사실을 간파한 듯 메디온 회사의 설립자이자 최대 주주인 게어트 브라흐만은 일찌감치 지난 3월에 자신이 소유한 2000만 유로어치의 주식을 매각했다. 그리고 상반기의 형편없는 실적에 놀란 주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주식 매각을 다투는 바람에 메디온의 시세는 8월 들어 폭락하고 말았다.
독일에서 알디는 이미 하나의 문화현상이다. 초저가 전략을 통한 고도성장과 그에 따른 한계를 우리는 알디와 관련업체를 보면서 배울 수 있다. 알디 같은 회사가 한국에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세계 시장 진출을 노리는 기업이라면 알디는 한번쯤 연구해볼 만한 사례인 것 같다.
이 말은 물론 사람들이 농담 삼아 하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이야기 속에는 독일 사람들이 얼마나 ‘알디’라는 체인점을 만족스러워하는지에 대한 진실이 담겨 있다. 1962년 서부 독일의 한 도시 에센에서 알브레히트 형제가 시작한 이 초저가 슈퍼마켓은 ‘알브레히트 형제의 디스카운트 스토어’라 해서 알디란 이름이 붙었다.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지금은 독일과 인근 국가에 3000개가 넘는 점포를 가진 대형 체인점이 됐다. 창업자이자 소유주인 테오도르 알브레히트와 카를 알브레히트 형제는 독일 시장을 남북으로 나누어 각각 북부 알디와 남부 알디를 경영하고 있는데, 2002년 통계에 따르면 형인 테오도르는 146억 유로, 동생인 카를은 126억 유로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각각 독일 최고 갑부 1, 2위에 오르기도 했다.
3000개 넘는 대형 체인점으로 성장
독일의 각 지방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알디는 평범한 중형 규모의 슈퍼마켓으로 주로 식료품과 세제, 샴푸, 휴지 등 일상 생활용품을 취급한다. 상품의 품질은 전혀 뒤떨어지지 않으면서 값은 다른 가게들에 비해 거의 절반 가까이 싸다는 게 알디의 특징이다. 값 대비 성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뛰어나다는 것이다. 근검절약이 몸에 밴 독일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는 알디는 독일의 저가 슈퍼마켓 시장의 거의 50%를 점유하고 있다. 가난한 서민들이나 해외 유학생 등에게는 고향과 같은 친근함을 주는 곳이기도 하다.
알디에서는 매주 때맞춰 특별상품을 낸다. 예컨대 요즘 같은 여름에는 바다나 산에 가서 쓸 수 있는 바캉스 용품이, 어린이들의 개학 시기에는 학용품과 책가방이, 또 어느 시기에는 헬스용품이나 집안을 단장하는 커튼·식탁보 등의 여러 가지 소도구 등이 특별상품으로 나온다. 특히 어린이 옷가지와 신발, 구두 등은 소비자 만족도 면에서 최고라는 평을 듣는다. 가끔씩 오토바이·자전거·침대 매트리스·전자제품 등 특별상품을 터무니없이 싼값에 팔기도 하는데, 이런 제품을 파는 날에는 가게 문이 열리기 전부터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뤄 여간 일찍 나서지 않으면 행운을 잡기 어렵다. 몇 해 전 컴퓨터를 판매할 때는 여러 지점에서 경찰을 불러야 했다. 마지막 남은 컴퓨터를 사기 위해 기다리던 사람들이 난리를 치며 주먹다툼을 벌이는 일까지 일어났기 때문이다.
알디에서는 신용카드를 전혀 쓸 수 없다. 물건 값은 반드시 현찰로 내야 한다. 알디에서는 다른 곳에서도 구입할 수 있는 비슷한 상품들이 다른 이름으로 나온다. 예컨대 유럽에서 매우 인기 좋은 상품인 누텔라(Nutella) 초코액은 누토카(Nutoka) 초코액으로 이름이 바뀌어 나온다. 코닥(Codak) 필름은 코다(Coda) 필름으로 둔갑하여 시중의 3분의 1 가격에 판매된다. 알디에서 판매하는 컴퓨터는 모두 메디온(Medion)이란 마크를 달고 있는데, 1996년부터 알디의 특별상품으로 1년에 두 차례씩 컴퓨터와 주변기기들을 보급하던 중소기업 메디온은 그 사이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 7월29일 독일의 시사주간지 포쿠스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메디온은 9.5%의 독일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17.9%의 후지쓰-지멘스와 10.2%의 HP(휼렛패커드) 다음가는 3위의 컴퓨터 회사다.
과거에는 알디를 이용하는 소비자들 중에 이런 저가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구매한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알디에 와서 쇼핑을 하면서도 쇼핑백은 다른 비싼 슈퍼마켓의 것을 이용하는 우스꽝스러운 일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알디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워낙 좋고, 또 사회 명사들도 TV나 잡지에서 알디 예찬을 공공연히 하기 때문에 그런 우스운 일은 더는 발생하지 않는다.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6월 14일 포쿠스 잡지에 발표한 조사 통계에 따르면, 알디는 독일 소비자 신뢰도에서 22%의 지지를 얻어 1위에 올랐다. 그것도 2위인 에데카(Edeka)를 더블 스코어 차이로, 3위인 리들(Lidl)을 거의 3배 차이로 제친 결과였다. 니베아, 아메리카 온라인(AOL), 지멘스 등 전통적으로 잘 알려진 회사들도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긴 했으나 알디의 상대가 되지는 못했다. 인터넷 검색어 순위에서도 알디는 1등을 놓고 이베이(ebay)와 경합을 벌이곤 한다. 금주의 특별상품이 무엇인지 궁금한 네티즌들이 끊임없이 알디를 찾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독일 경제가 계속 좋지 않았고, 실업률이 증가했는데도 알디만큼은 고공비행을 계속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돈주머니가 얄팍해진 사람들이 그래도 먹고 살기 위해 갈 곳은 알디뿐이었기 때문이다. 한때는 알디 지점이 일주일에 한 개씩 늘어날 정도로 고도성장하기도 했다. 그리고 2002년도 알디 매출은 12%나 늘어났다. 독일과 같은 선진국에서 두 자릿수 성장은 경이적이다.
국가 경제가 어려울수록 알디는 장사가 더욱 잘되는 기현상을 보여 2000년 이후 알디의 독주가 가속화하자 리들, 플루스(PLUS), 페니(Penny) 등 다른 회사들도 가격 낮추기 경쟁에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현상을 언론과 학계에서는 기업의 ‘알디화(Aldisierung)’라 부르기도 했다. 경기 불황으로 소비자들의 구매 능력이 줄어든 만큼 이제는 저가 전략을 쓰지 않으면 기업이 살아남지 못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러한 상점들의 알디화 현상이 올해부터 약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알디의 성장 속도도 예전만 못한 데다가 아예 저가 슈퍼마켓 전체의 매출이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 예를 들어보자. 1996년부터 알디에 컴퓨터를 납품해온 메디온이 해마다 수직 성장을 이루며 치열한 국제 격전지인 컴퓨터 시장에서 당당히 자리매김을 했다는 것은 거의 신화에 속한다. 그런데 올 들어 갑자기 매출이 부진해졌다.
해마다 두 차례 알디에서 컴퓨터와 주변기기를 판매할 때마다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곤 했던 것이 올 들어서는 잠잠해졌다. 보통은 판매 당일 오전 중 각 점포의 재고가 바닥나곤 했는데, 올해는 며칠이 지나도 상품이 알디 진열대에 남아 있다. 소비 불황 때문일까? 전문가들은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지난 상반기 동안 전체 컴퓨터 시장은 12%나 늘어났다. 시장은 커졌지만 소비자들이 더는 메디온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가 판매 성장의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이 사실을 간파한 듯 메디온 회사의 설립자이자 최대 주주인 게어트 브라흐만은 일찌감치 지난 3월에 자신이 소유한 2000만 유로어치의 주식을 매각했다. 그리고 상반기의 형편없는 실적에 놀란 주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주식 매각을 다투는 바람에 메디온의 시세는 8월 들어 폭락하고 말았다.
독일에서 알디는 이미 하나의 문화현상이다. 초저가 전략을 통한 고도성장과 그에 따른 한계를 우리는 알디와 관련업체를 보면서 배울 수 있다. 알디 같은 회사가 한국에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세계 시장 진출을 노리는 기업이라면 알디는 한번쯤 연구해볼 만한 사례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