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 받는 곳 수만개 … 대상 정하는 일 그리 쉽지 않아
김씨는 입대를 한 달 앞둔 11월 프로농구단 SK나이츠가 주최하는 ‘골 넣기 페스티벌’에서 무려 3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본선에 진출한 뒤 자유투와 3점 슛을 연이어 성공시키고 마지막으로 하프라인에서 던진 슛까지 기적적으로 골인시켜 1000만원의 상금을 거머쥐었다. 그렇게 큰돈을 받은 김씨는 그 자리에서 “좋은 일에 상금을 쓰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이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기부금을 받는 단체는 많지만 자신이 원하는 곳에 기부금을 전달해줄 단체를 찾지 못했던 것. 그렇게 망설이던 그에게 페스티벌 주최측이 소개해준 곳이 바로 재단이었다. 재단은 김씨와의 협의를 통해 상금의 절반을 전국의 저소득층 어린이 공부방에 지원하기로 했다. 재단이 준비한 ‘몰래 몰래 크리스마스’ 프로그램에 참가한 그는 저소득층 어린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가져다준 ‘젊은 산타’가 되었다. 군 입대 전 그는 “이렇게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너무 감사하다”며 오히려 재단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마음’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게 ‘선행(善行)’이라고 했다. 하지만 선행을 하기 전 몇 가지 고려할 사항이 있다. 먼저 선행 대상을 정하고, 돈·자원봉사·물품 등 선행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만약 주변에서 선행을 받을 만한 사람을 찾지 못한 경우엔 이를 대신 찾아줄 단체나 기관이 필요하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을 대신할 기부금과 자원봉사, 물품 등을 가장 효율적이고 적절하게 관리하여 전달해줄 단체나 기관을 찾는 일이 생각만큼 쉬운 게 아니다. 소규모 단체와 기관을 모두 합치면 기부금을 받는 단체만 전국적으로 수만개에, 자원봉사자 접수단체만 수천개에 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만 손품과 발품을 들여보자. 일단 종교단체를 제외하면 기부금 모금단체는 수십곳으로 줄어들고, 그중 가장 기부금이 많이 모이는 단체는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다. 또 단체마다 기부금의 배분에 많은 차이가 나므로 자신이 돕고 싶은 대상에 따라 기부금을 낼 기관이나 단체를 선택하면 짧은 시간에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표 참조)
우선 자영업자나 샐러리맨, 소기업가는 사회복지공동기금(이하 공동기금)이나 전국재해구호협회(이하 구호협회)에 기부금을 납부하면 기부금 전액을 소득공제받을 수 있다. ‘사랑의 열매’로 잘 알려진 공동기금은 사회복지공동기금법에 의해 1998년 창설된 법정단체. 연말연시 이웃돕기 캠페인을 주로 벌이는 이 단체의 모금은 인터넷이나 ARS(060-700-1212)를 통해서도 이뤄지지만 언론을 통한 모금액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2003년의 경우 예년과 달리 연중모금액이 연말모금액보다 비중이 높아 우리 사회에 기부문화가 정착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공동기금은 2002년 한 해 동안 수해 피해 이재민, 결식아동, 무의탁 노인, 노숙자 및 쪽방 거주민,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위한 2만건이 넘는 지원사업에 총 937억원을 지원했다.
프로농구단 SK나이츠가 주최한 행사에서 받은 상금 1000만원 중 절반을 전국의 저소득층 어린이 공부방에 지원한 ‘아름다운 산타’ 김용익씨. 달동네 ‘연탄봉사’에 나선 대한적십자사 봉사단원과 군인들(왼쪽부터).
이밖에 잘 알려진 대한적십자사와 구세군, 한국복지재단은 후원자와 도움을 받는 대상을 직접 연결해주는 결연방식으로 자신의 선행 결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기부금 봉사와 자원봉사를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은 이곳을 이용하면 좋다. 국내뿐만 아니라 북한과 외국의 굶주린 어린이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들은 월드비전이 좋다. 이곳은 세계적인 조직을 가져 자신이 낸 기부금으로 기아나 난민을 도울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기부문화를 가로막는 법적인 맹점도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재단 사회공험팀의 임진희 간사는 “각 단체의 특성을 잘 살펴본 후 기부하면 더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다”며 “그러나 법정단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개인소득의 10%, 법인매출의 5%만 세제혜택(공제)을 주는 것은 일반인의 다양한 기부금 납부 패턴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라고 비난했다.
돈보다는 자신의 기술이나 몸으로 직접 봉사하고 싶은 사람은 유선전화로 국번 없이 ‘1365’(휴대전화 지역번호+1365)를 누르면 각 기초자치단체별 자원봉사센터와 연결된다. 만약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거나(직영) 위탁 운영하는 봉사센터에서 적당한 곳을 찾지 못했다면 광역단체 자원봉사센터를 찾으면 된다.
하지만 일부 광역시와 도, 시·군·구 중에는 자원봉사센터가 아예 없는 곳이 있어 이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지자체 의회의 조례로 만들어진 자원봉사센터는 사실은 자원봉사지원법(안)에 의해 행정자치부 차원에서 광역단체, 기초단체별로 만들어져야 하나 한나라당이 1994년 이후 이 법안의 상정을 “선거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반대해 국회 통과가 미뤄진 실정이다. 이 때문에 현재 운영되고 있는 107개 지자체 자원봉사센터들은 스스로 한국자원봉사센터협의회(www.kavc.or.kr)를 만들어 자체 운영한다.
각 권역별 자원봉사센터에서 자신에게 맞는 자원봉사 영역을 찾지 못했다면 248개 자원봉사단체가 속한 한국자원봉사(단체)협의회(02-737-6922)나 전국 500군데 사회복지기관들의 협의체인 한국사회복지협의회(www.kncsw.or.kr)에 문의하면 된다. 협의회는 자신이 직접 자원봉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소속 단체별로 성격을 파악해서 자원봉사자와 단체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한국자원봉사협의회 김길수 사무총장은 “하루빨리 자원봉사지원법이 통과돼 행정자치부, 여성부, 보건복지부, 청소년위원회, 문화관광부로 나뉜 자원봉사 업무를 일원화해야 한다”며 “자원봉사도 하나의 국가적 자산인데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하지 못하면 예산 낭비와 사업 중복의 구태가 그대로 재현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시대의 ‘맘짱’이 되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마음과 함께 한 가지 덕목을 더 갖추어야 한다. 내 기부 성격에 맞는 기관, 단체를 찾기 위한 은근과 끈기, 그리고 시간이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