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가난했기 때문에 학교를 갈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그런데 군산의 한 야간중학교가 전교 1등을 하면 전액 장학금을 준다고 하더라고요. 새벽에는 신문 돌리고 낮에는 밭일 청소일을 하며 야간학교를 다녔죠. 다행히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아 중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어요.”
역시 등록금 탓에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했지만, 공부에 대한 열망은 꺾이지 않았다. 그리고 고졸 검정고시를 통과한 조교수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왔다. 그의 재주를 아깝게 여긴 보육원 원장이 ‘대학에만 붙으면 어떻게든 등록금을 마련해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신문을 돌리며 매일 ‘달달 외울 만큼’ 기사를 읽고, 가로등 불 아래서 영어 단어를 외운 조교수에게 대학 시험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그해 연세대 의과대학에 합격하면서 조교수의 삶은 새로운 길로 들어선다.
“지금껏 사는 동안 잊을 수 없는 분들이 많아요. 제일 고마운 분은 유한양행 고 유일한 사장님이죠. 제 등록금을 위해 백방으로 돌아다니시던 원장님이 등록 마감을 2시간 앞두고 유사장님을 찾아갔다고 해요. 그분은 누군인지도 모르는 저를 위해 기꺼이 등록금을 보태주셨고, 그 덕분에 제가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거든요.”
대학 진학 후에도 조교수는 구세군의 이름 모를 미국인 후원자와 학교 교수들의 도움을 받았다. 본인도 결핵에 걸릴 만큼 지독하게 아르바이트와 공부에 매달렸지만, 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은 없을 것이라는 게 조교수의 말. 그래서 그는 지금 그 빚을 갚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나누고 있단다.
하지만 조교수의 삶을 단지 ‘빚을 갚는 것’에만 맞추는 것은 너무 겸손한 평가다. 1984년 차병원 의사로 재직하면서부터 조교수는 매달 군산후생학원을 포함해 사회복지시설 5곳에 후원금을 보내고, 직접 수천만원을 들여 컴퓨터실을 만들어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그동안 모은 돈을 털어 보육원에서 나간 후 갈 곳 없는 이들을 위한 기숙사까지 지었다. 수억원이 들어간 큰 공사였지만, 그는 내친김에 여자 졸업생들을 위한 집까지 지었다.
아무리 의사라 해도 이만한 돈이 계속 모일 수는 없을 터. 그래서 조교수는 차병원에서 유명한 단벌 신사다. 도저히 의사의 복장으로 보이지 않는 낡은 점퍼 한 벌로 겨울을 나는 그는 아직 자가용이 없는 ‘뚜벅이’이기도 하다.
그 자신은 “한 번도 돈을 쓰며 살아본 적이 없어 돈 쓸 줄을 모르는 탓”이라고 얼버무리지만, 사실은 그가 꿈꾸는 ‘가난한 청소년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지금도 꾸준히 월급을 저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계획한 공동체를 위해 한식 조리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바쁜 시간을 쪼개 한림대 사회복지대학원에까지 다니는 그는 “의사는 사실 평범한 이들보다 훨씬 돈을 잘 벌지 않느냐. 적은 월급을 쪼개 불우이웃을 돕는 이들이 진짜로 대단한 이들”이라고 말했다.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네. 제가 지난주에 탈창 수술을 받았거든요. 잘 지내셨죠? 여기 어묵 좀 가져왔어요.”
“고맙수, 매번. 어떤 자식이 이렇게 우리를 생각해주겠나 그려.”
도심 속의 달동네, 서울 중구 중림동 서민촌. 서울 남대문파출소 박봉림 경사(52)가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아 선물을 한 아름 안고 나타났다. 그의 선물상자에는 어묵과 국수, 달력이 가득했다. 골목길 앞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노인들이 박경사를 반갑게 맞았다. 선물도 좋지만, 이들에게 더욱 소중한 건 말벗이 돼주는 박경사의 자상함. 중림동 주민 구혜숙씨(74)는 “박경사처럼 노인들에게 일일이 말 붙이고 자상하게 챙겨주는 경찰은 처음 봤다”며 박경사 자랑이 끝이 없다.
박경사는 동료경찰들 사이에서도 ‘부지런한 이’로 통한다. 근무가 없는 시간이면 틈틈이 지역을 돌며 소외된 노인이나 장애인들을 돕기 때문이다. 1998년 방화3동파출소에 근무할 때 지역 곳곳을 순찰하며 소외된 사람들과 대면할 기회가 많아진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손을 내미는 ‘사소한 일’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이동에 불편을 겪는 장애인들을 자신의 차로 직접 병원까지 데려다주거나 생활고를 겪는 고엽제 환자들을 돕는 일 등이 그것이었다.
최근엔 남대문파출소에 근무하면서 중림동의 서민촌이나 임대아파트 주민들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 일주일에 두 번씩 동네를 돌며 외로운 독거 노인과 장애인 가족을 찾아 때때로 구두나 양말, 어묵 등 생활 필수품들을 전달하기도 한다. 비록 넉넉하진 않지만 자비를 털거나 주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선물을 마련한단다.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돕고 있지만 사람들에게 나눠줄 선물이 한정돼 있다는 게 박경사의 안타까움이다.
그의 봉사활동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각도 없지 않았다. 무엇을 바라고 벌이는 일이 아니냐는 것. 시기와 질투 어린 말들이 들려올 때 박경사는 그저 “봉사활동을 해보세요”라며 웃는다. 직접 해보면 자신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뜻이지만, 심지어 그의 아내조차 쉬는 날도 말없이 늦게 귀가하는 그를 의심할 정도였다. 이후 지역신문에 그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아내의 오해가 풀렸고, 지금은 두 자녀도 아버지의 뜻을 따라 봉사활동에 열심이다.
“공직생활은 ‘봉사의 마음’ 없이 할 수 없어요. 공무원의 부조리 문제가 보도될 때마다 얼마나 가슴이 아픈지 모릅니다. 하루에 한 가지라도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출근해요. 제 작은 관심이 사람들에게 기쁨이 된다는 게 가장 큰 행복이지요.”
■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어리디 어린 입으로 해미가 엄마를 부른다. 갓 돌이 지난 이 아이는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는 참이다. 해미가 미처 칭얼대기도 전에, 김지수양(19)은 침대 옆으로 다가가 아이를 안아 보듬었다. 포근한 엄마 품에서 잠을 깨며 해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
지수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성로원 아기집’에서 가장 어린 ‘엄마’다. 성로원 아기집은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을 보호하는 시설. 태어나면서부터 엄마, 아빠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이곳 아이들은 자신을 돌봐주는 선생님을 ‘엄마’라고 부른다. 그래서 아직 숙명여고 3학년에 다니는 학생이지만, 지수는 해미의 ‘엄마’다.
“어머니가 성로원 아기집에서 자원봉사를 하셨거든요. 중학교 1학년 때 한 번 따라왔는데 집에 가도 아이들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 거예요. 그때부터 꾸준히 나오게 됐어요. 제가 키워낸 아이들이 벌써 수십명이 넘어요.”
자랑스레 말하는 지수의 표정에서는 어린 여학생의 느낌이 그대로 묻어난다. 하지만 똥기저귀를 척척 갈아내고, 칭얼대는 아이를 달래는 모양새는 완벽한 프로 엄마다. 그의 말대로 벌써 엄마 노릇 6년차가 아닌가.
지수는 한두 번 보호시설을 찾은 후 시간을 계산해 봉사 점수를 받아가는 요즘 청소년들과 사뭇 다르다. 지난 6년 동안 집에서 1시간 반 거리인 이곳을 주말마다 찾아 꼬박 한나절씩 아이들을 돌봤고, 그 바쁘다는 고3 시절에도 일부러 노량진 쪽의 학원을 다니며 ‘자식’ 키우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봉사를 하며 가장 힘든 점을 꼽아보라고 하자 기저귀 가는 것도 우는 아이 달래는 것도 아닌, 잔뜩 정을 준 아이가 입양을 가 다시는 볼 수 없을 때라고 말하는 마음 따뜻한 소녀다.
“처음 제가 키운 아이가 입양 갔을 때는 ‘내가 키웠는데 왜 다시는 못 보나’ 싶어 너무 억울했어요. 자꾸만 눈에 밟혀 시험 기간 내내 우느라 시험까지 망쳤죠.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어요. 입양 가는 게 이 아이들에게는 가장 행복한 일이다, 내가 잘 키워야 다른 곳에 가도 예쁨 받을 거 아닌가, 더 잘해줘야지 하고 생각해요.”
지수는 그렇게 아이들을 키우며 철이 들었고, 장래 목표도 세웠다. 올해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수시모집에 합격한 지수는 앞으로 아동학도 복수 전공해 사회복지사와 유아교육교사 자격증을 함께 따고 싶단다. 진정한 전문가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더 큰 장래 목표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되는 것.
“이렇게 예쁜 아이들이 버림받지 않으려면 가난한 사람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직은 육체적 봉사밖에 하지 못하지만, 제가 복지부 장관이 되면 다시는 부모가 자식을 버리고 죽이지 않아도 되는 사회, 누구나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는 세상이 되도록 애쓸 거예요.”
대학생이 되면 정말 열심히 공부해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겠다는 이 당찬 학생이, 가난한 이들의 아픔을 알고 그것을 보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온 이 건강한 소녀가 보건복지부 장관이 된다면 우리 사회는 훨씬 더 아름답고 살 만한 곳이 되지 않을까.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한겨울 찬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는 12월26일, 인천광역시 구월농산물도매시장 마당에서 윤재영 유통팀장(54)은 재빠르게 손을 놀렸다. 그가 누렇게 시든 시금치의 겉잎을 걷어내자 아닌 게 아니라 싱싱한 속잎이 드러났다. 산더미처럼 쌓인 무청에서도, 풀 죽은 갓 꾸러미 사이에서도, 그는 용케 멀쩡한 놈들을 잘도 골라냈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낸 ‘먹을거리’들을 마당 한 켠에 차곡차곡 쌓았다. 이 야채들은 이날 오후 인천시 푸드 뱅크 사람들이 와서 실어갈 물건들. 시내의 양로원, 어린이집 등 불우이웃 보호시설의 사람들에게 부식거리로 지원하기 위해서다.
윤팀장은 구월시장 사람들 사이에서 ‘유난한 이’로 통한다. 춥든 덥든 아랑곳 않고 쓰레기 더미를 뒤지기 때문이다. 때로는 시장통을 돌아다니며 상인들에게 쓸 만한 채소가 있으면 좀 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업무 시간이 끝난 오후, 어스름한 시장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버려진 채소들을 다듬는 그의 모습은 이제 상인들에겐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
“어릴 때 농촌에서 자랐어요. 가을걷이를 마치면 시든 것이든, 꽁꽁 언 것이든 다 모아서 반찬 해먹는 걸 보며 컸죠. 그런데 시장에 와보니 먹을 수 있는 것들이 팔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버려지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필요한 사람에게 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뿐입니다. 이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취재를 합니까.”
윤팀장은 시종 “별거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상인들은 2003년 5월 그가 구월농산물도매시장으로 온 이후 시장 문화가 크게 바뀌었다고 말한다. “먹을 수 있는 걸 어떻게 버리느냐”며 쓰레기를 헤집고 다니는 통에 상인들도 조금 시든 야채는 ‘푸드 뱅크’용으로 따로 빼놓게 됐고, 이 덕에 하루 150만원에 달하던 쓰레기 처리 비용이 크게 줄었다.
무엇보다 값진 성과는 가난한 이웃들이 푸른 채소를 넉넉히 먹을 수 있게 된 것. 당초 구월시장 주변 남동구 내의 시설로만 가던 채소가 요즘에는 시흥, 부천에까지 공급된다. 시장에서 무료로 반찬거리를 준다는 소문을 듣고 여러 곳에서 앞다퉈 부탁하기 때문이다. 윤팀장은 좀 시들고 망가진 채소라도 괜찮다면, 그리고 실어갈 차만 있다면 누구든 와서 마음껏 가져가라고 말한다.
“사실 이 채소는 다 여기 상인들이 드리는 거예요. 제가 한 일이라고는 몇몇 시설에 ‘여기 야채 있으니 와서 가져가시라’고 말씀드린 것뿐이죠. 그런데도 절 찾아와 덕분에 김장 잘 했다고 감사 인사하는 이들을 만나면 제가 오히려 더 감사해요.”
벌겋게 언 손으로 연신 상인들에게 공을 돌리는 윤팀장은 진정 우리 시대의 ‘맘짱’이다.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2003년 5월 한 일간지의 ‘독자의 편지’란에는 청주소년원 교사들의 참사랑에 대한 감사의 글이 실렸다. 교사의 따뜻한 배려와 관심 덕택에 문제아였던 아들이 의젓한 모습으로 변했다는 어머니의 이야기다.
미평중·고교의 최양재 교사(39)는 바로 이 어머니 얘기의 주인공이다. 미평중·고는 소년원 내 세워진 유일한 일반학교로, 학생들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정규교과과정을 개설한 곳이다. 1989년부터 이 학교의 상담교사로 활동해온 최교사는 현재 생활지도부장을 맡고 있다. 그의 신분은 일반 교사가 아닌 법무부 소속 소년보호직 공무원. 그러나 직업을 떠나 상처받은 학생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그의 헌신적인 교육은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좋은 평판을 얻고 있다. 최교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학생들과의 공감대 형성. 그 또한 고등학교 시절 열병처럼 방황을 겪었기에 학생들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이곳에 들어온 아이들은 실패만을 경험했습니다. 누구로부터도 따뜻한 관심을 받지 못했죠. 우리 학교는 단순히 수업활동만 하는 게 아니라 교사들이 학생들과 24시간 함께하며, 주눅들어 있는 아이들에게 삶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별다른 개인적 생활을 누릴 여유가 없을 만큼 학생들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해온 그의 사랑에 보답하듯 학생들은 사회로 나가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대학에 진학해 학업을 이어가거나, 학교에서 익힌 기술로 사업에 성공한 학생을 볼 때 그는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학생들의 장점을 찾아 끄집어내는 일도 바로 최교사의 몫.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겸손함을 잃지 않던 그는 “봉사는 자신보다 못한 사람에게 베푸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을 같이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년원 출신 학생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안타까워한다. 소년원 학생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사회가 더 포용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아는 사실 문제부모에 의해 탄생합니다. 학생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거나 실수를 저지르는 것도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 부모의 불화, 가정폭력과 연계돼 있거든요. 아이들의 비행을 사회병리현상으로 이해하고, 그들을 따뜻하게 보듬어 안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입니다.”
■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서 동궁해수사우나를 운영하는 이종명씨(42)는 우리시대 ‘맘짱’으로 인터뷰하고 싶다는 기자의 요청에 대뜸 고개를 내저었다. 언론에 부각될 만큼 내세울 만한 일을 한 적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한 장애인협회 홈페이지에서 동궁해수사우나에 대한 칭찬 글을 확인한 기자의 인터뷰 요청을 그는 끝까지 거부하지는 못했다.
이씨는 2003년 봄, 사우나를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매달 100명의 장애인에게 ‘무료이용 쿠폰’을 나눠줬다. 다른 공공목욕 시설에서 배척받기 쉬운 장애인들이 마음껏 사우나를 이용하도록 배려한 것이었다. 장애인을 돕기로 결심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는 “건물 6층에 있는 장애인협회 분들을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일”이라고 겸손해했다.
이씨의 선행은 사실 ‘장애인 돕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1998년부터 3년 동안 틈틈이 서울 각지의 보육원에 라면이나 과자 등을 보냈다. 최근엔 매달 한 번씩 소년소녀가장 30명을 초청해 점심식사를 함께하고, 무료로 목욕할 수 있도록 했다. 남을 돕는 일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소외된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왔던 것이다.
이씨가 어려움에 처한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그 역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다.
“한 살에 어머니를, 열 살에 아버지를 여의었습니다. 형제들과 뿔뿔이 흩어져 고아원에서 지내기도 했지요. 낯설어하는 아이들의 우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생생합니다. 눈칫밥 먹으며 자랐고, 안 해본 일이 없었어요. 막노동, 세탁소 옷 배달, 양복점 보조, 택시 운전…. 그래도 조금의 사업 수완으로 이렇게 자리잡았지만 소년소녀가장들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요. 그들이 상처를 덜 받도록 하기 위해서는 곁에서 누군가 관심 있게 지켜봐줘야 합니다.”
그에게 봉사는 ‘부족하더라도 마음을 나누는 행동’이다. 여유가 있어야 봉사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행동으로 옮겨 봉사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또한 편견 없는 마음도 얼마든지 상대방을 배려하는 봉사의 마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팔다리가 없는 장애인들이 사우나 시설을 이용하는 것을 보고 불편해 하는 일반 손님들이 있어요. 하지만 상대방의 신체적 불편함을 이해하고 돕는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 빨리 조성됐으면 해요.”
■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