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을 통해 들어온 혈액은 대한적십자사가 시중에 공급한다.
12월8일 서울 중부경찰서에 긴급체포된 이 직원은 9월부터 에이즈 감염 혈액 유출로 인한 수혈감염 사례와 감염 우려 사례 등 혈액감염 사고 관련 내부정보를 언론에 흘려 에이즈예방법상 비밀누설금지 조항을 어긴 혐의를 받고 있다.
각 언론은 9월 발생한 60대 환자 에이즈 수혈감염 사고 이후 적십자사 내부자들의 제보를 받아 에이즈, 말라리아, B형·C형 간염 등의 수혈사고 사례와 적십자사의 방만한 혈액관리 실태를 집중 보도했다(주간동아 401호, 403호, 405호 참조). 이 내용은 류시민, 김홍신, 심재철 의원 등 국회보건복지위원회(이하 복지위) 소속 의원들에게도 모두 전해졌으며, 10월 국정감사 때 복지위 소속 의원들이 적십자사의 방만한 혈액관리를 집중 추궁했다.
경찰은 이 제보자가 에이즈예방법 제7조 비밀누설금지 조항을 위반했다고 밝히고 있다. 에이즈예방법은 ‘에이즈 환자나 혈액을 관리하는 자는 재직 중이나 퇴직 후 정당한 사유 없이 감염자에 관한 비밀을 누설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적십자사 직원 긴급체포에 대해 시민단체는 “제보자를 체포하는 것은 헌법상에 보장된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공익을 위해 자신이 속한 조직의 비리를 고발한 공적 제보자에 대한 탄압”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특히 경찰의 제보자 체포는 제보자들에 의해 고발된 사안이 부패방지위원회에서 공무원의 부패행위가 개입된 사건으로 인정됐고, 이에 따라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인 시점에서 벌어진 상황이라 더욱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와 관련, 건강세상네트워크 강주성 대표는 “적십자사가 자신들의 범죄행위에 의해 무고한 에이즈 감염자와 매독 환자가 생긴 데 대한 대국민 사과 없이 내부 제보자 색출작업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이는 자신의 지위를 걸고 사회적 악을 물리치려는 시민에게는 벌을 주고, 사회적 악을 부추기고 조장하는 세력에게는 면죄부를 주는 작태”라고 비난했다.
수혈감염 사고를 취재했던 기자들은 “경찰이 적십자사의 일방적인 이야기만 듣고 제보자 마녀 사냥에 나서고 있다”며 “실제 관련 자료를 빼낸 사람은 긴급체포된 사람이 아닌데도 기자들의 통화내역에 가장 많이 등장했다 해서 체포하는 것은 공권력의 횡포”라고 반발했다.
실제 8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적십자사 관련 수혈감염사고를 취재 보도한 각 언론은 실제 에이즈 환자들의 이름과 신원을 한 번도 밝힌 적이 없다. 그러나 경찰은 제보자가 기자들에게 에이즈 환자의 명단을 건넸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비밀누설’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