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3

..

30년 변치 않은 ‘스승 존경, 제자 사랑’

  •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입력2003-12-05 13:28: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30년 변치 않은 ‘스승 존경, 제자 사랑’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아름다운 제자들의 마음에 감사합니다.”

    30년 전, 전남 장성군 황룡중학교의 물상교사로 재직하다 결혼 직후 미국으로 떠났던 최미자씨(55)가 제자들을 만나기 위해 고국땅을 밟았다. 현재 미국 샌디에이고에 거주하고 있는 최씨는 스승을 그리워하는 제자들의 간곡한 요청으로 10월 초 한국을 방문한 것. 세월은 애띤 모습의 처녀 선생님을 인자한 미소를 지닌 50대의 어머니로 바꿔놓았지만 ‘제자 사랑’ 마음만큼은 변화시키지 못했다.

    제자들이 최씨를 만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전남 장성에서 2년, 광주에서 2년간 교편을 잡았던 최씨가 결혼과 함께 공군장교였던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갔기 때문. 제자들은 전남교육청 등을 통해 최씨의 행방을 찾았지만 연락처를 쉽게 알아낼 방도가 없었다. 최씨가 군인과 결혼했다는 사실을 기억해낸 한 여학생이 국방부를 통해 최씨 부부의 미국 연락처를 알아내면서 극적으로 연락이 이뤄졌다. 선생님 찾기에 앞장 섰던 김점구 남서울대 교수는 학생들에게 유난히 애착이 많았던 최씨를 꼭 찾고 싶었노라고 했다.

    “도시에서 곱게 자란 처녀 선생님이 땟물이 줄줄 흐르는 시골 학생들을 몸과 마음으로 보듬어주셨지요. 가난하고 어렵던 시절 사춘기를 맞은 학생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배려하고 감싸주신 선생님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30년이 지났지만 최씨는 제자들의 얼굴과 이름을 대부분 기억했다. 심지어 제자들의 집과 글씨체까지 떠올릴 수 있을 정도. “설마 나를 기억하실까” 하고 걱정하던 제자들은 스승의 기억력에 감탄사를 터뜨렸다. 스승과 제자들은 충남 서천 춘장대에서 1박2일 MT를 갖고 과거 수학여행의 기분을 만끽하기도 했다. 30년 전 선생님 몰래 시험지를 훔쳤던 이야기, 가정방문 온 선생님을 피해 논에 숨었던 이야기도 이들에겐 아련한 추억거리가 됐다.



    최씨는 11월29일 제자들을 통해 행복한 에너지를 얻었다며 “자주 만나자”는 말을 남기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스승이 남긴 또 하나의 약속은 제자들의 맘을 설레게 하고 있다.

    “소중한 제자들과의 기억을 수필로 펼쳐낼 계획입니다. 30년 만에 재회한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가 각박한 사회에 희망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 사람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