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지에 우리 부부는 아기를 볼모로 보험금을 노린 사기꾼 부모로 몰렸어요. A생명보험사는 우리 부부가 아이한테 이상이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일부러 보험에 가입했다고 주장하면서 아이 수술비를 지급할 수 없다는 거예요.”
서울에 사는 30대 박모씨 부부는 보험사로부터 자신들이 파렴치범으로 몰린 것에 분통을 터뜨린다. 사연은 이렇다. 박씨 부부는 출산 전에 아이의 미래를 위해 월 5만7000원씩 납부하는 ○○○건강보험에 가입했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난 지 3일째 되던 날 머리에 지주막낭종과 수두증이 생겨 뇌 내시경수술을 받게 됐다. 다행히 경과가 좋아 3주일 후 아이는 퇴원할 수 있었고, 박씨 부부는 A보험사로부터 수술비와 입원비로 200여만원을 지급받았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아이가 퇴원한 지 3개월이 지나 다시 수두증이 심해졌다. 이 때문에 아이는 무려 여덟 차례의 재수술을 받으면서 6개월간 입원해야 했다. 박씨 부부는 아이를 퇴원 시킨 후 보험사에 보험금 청구를 했다. 액수는 1억여원에 달했다.
“첫번째 수술을 받은 후 보험금을 받았기 때문에 두 번째 청구한 보험금도 당연히 받을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보험사측에서 갑자기 태도를 바꾸는 거예요. 계약 전 알릴 의무를 위반했다고 하면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겁니다.”
박씨 부부는 기가 막혔다. 아이가 태아 때 산부인과 담당의사는 “아이들은 머리에 물이 있어도 나중에 없어지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했고, 기형아 검사에서도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에 아이에게 이런 엄청난 일이 생길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것. 박씨 부부는 보험을 가입하기 전에 보험설계사한테도 이런 사실을 이야기해 주었더니, 보험설계사는 의사들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으므로 보험 가입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 한다. 그러나 나중에 보험사측은 보험설계사로부터 그런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고 부인하더라는 것.
“세상에 어떤 부모가 아이를 담보로 보험금을 타먹겠다고 그런 일을 하겠습니까? 보험사에선 첫번째 보험금은 액수가 작으니까 선심 쓰듯 주더니만, 두 번째는 액수가 커지니까 도덕성에 의심이 간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매달 꼬박꼬박 받아가던 보험료를 되돌려주며 일방적으로 해약시켜 버리는 거예요.”
박씨는 보험금 지급 거절을 당한 후 보험사의 ‘횡포’에 대해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의 보험 담당자나 변호사의 답변은 보험 가입 전에 아이 뇌에 물주머니가 있다는 병원 진단을 받은 사실이 있기 때문에 재판을 받아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재판을 하면 또 얼마나 고통스런 세월을 보내야 할지 잘 아는 박씨 부부는 아이의 치료 때문에 이 일을 잊고 지내려고 노력하지만, 이른바 보험금을 노린 나쁜 엄마 아빠가 됐다는 사실에 울화가 치민다고 말한다.
이런 사례는 비단 박씨 부부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나 금융감독원에는 보험사 횡포를 고발하는 보험 가입자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보험에 가입시킬 때는 온갖 감언이설로 유혹하지만, 정작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때는 갖가지 핑계를 대며 가입자를 괴롭힌다는 것. 심지어는 보험 가입자를 상대로 보험금을 흥정해서 지급하려는 ‘무대뽀식’ 보험사도 있다. 추모씨 경우가 그렇다.
B생명보험사에 가입한 추모씨는 얼마 전 척추수술을 받은 후 보험사에 재해입원 급여금을 청구했다. 보험사측은 처음에는 입원 급여금의 50%만 주겠다고 제의해 추씨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랬더니 다시 60%를 지급해주겠다고 흥정을 해오더라는 것.
“도대체 상식 밖의 일이라 그 제의도 거부했습니다. 그러니까 B생명보험사는 아예 4주간의 입원 보험금만 지급해 주고 ‘법대로 하라’고 버티는 겁니다. 제가 보험료를 절반만 냈습니까, 아니면 60%만 냈습니까? 보험 가입자의 보험금을 지급하면서 약관에 정해진 대로 하면 될 것이지 흥정을 해서 후려치기를 하려고 하다뇨. 보험금 지급을 심사하는 사람들이 혹시 브로커는 아닌가요?”
추씨는 재벌급 보험사에서 이런 터무니없는 횡포를 부리는 것에 대해 더욱 분개했다. 그래서 제3의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보험사와 싸워볼 생각이라고 밝힌다.
흥미로운 점은 보험 가입자가 여러 보험사의 보험에 들어 있을 경우,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험사측에서 서로 상대방 회사의 눈치를 살피며 보험금 지급을 미루는 경우도 있다는 것. 요통치료를 받다가 의료사고로 식물인간 상태가 된 김씨가 그 경우.
김씨는 C보험사의 ○○○공제에 가입돼 있어 그 가족이 공제금을 신청했는데, C보험사는 병원측이 가입한 D손해보험사(의사배상책임보험)의 지급 여부를 보고 결정하겠다면서 공제금 지급을 8개월 이상 미뤘다. 담당 의사가 의료과실임을 시인한 이상 D사의 보험금 지급 여부와 상관없이 C사는 무조건 해당 공제금을 지불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왔던 것.
이런 식으로 지난해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보험 가입자들의 피해구제 민원은 모두 1027건. 품목별로는 생명보험 분쟁이 457건(44.5%)으로 가장 많았고 손해보험(42.7%), 공제 등 기타보험(11.0%) 순이었다.
피해 유형별로는 보험금 지급 의무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 ‘면·부책결정’이 전체의 30.7%(310건)로 가장 많았고, 보험금액 산정에 대한 민원(23.9%, 241건)이 그 뒤를 이었다. 또 보험계약의 성립이나 효력 상실과 관련된 민원의 경우 그 전해보다 무려 60% 가까이 늘었다. 이와 관련해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각 보험사들이 일단 높은 수익률을 보장했던 계약들을 해지하고 보자는 영업전략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소비자보호원에 보고된 보험회사별 피해구제 민원 현황도 살펴보자. 생명보험사의 경우 대한생명이 130건(보유계약 998만4978개)으로 가장 많은 민원을 겪었고, 삼성생명이 104건(보유계약 1917만2609개), 교보생명 91건(972만9342개) 순. 그 뒤를 이어 동양생명, SK생명, 금호생명 순으로 민원이 발생했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보유계약이 가장 많은 삼성화재(1025만4932개)가 98건으로 가장 많은 피해구제 접수 분쟁을 겪었고, 그 다음으로 보유계약이 400여만개로 엇비슷한 현대해상화재(69건), LG화재(60건), 동부화재(51건) 순이었다. 모두 재벌급 보험회사들이다.
한편 소비자보호원 법무보험팀의 김기범 팀장은 생명보험의 경우 2000년에 비해 피해구제 상담이 11.9%로 증가한 반면, 손해보험은 오히려 9.2%로 감소 추세라고 밝혔다. 또 생명보험의 경우 보험금 지급 거절에 대한 불만이 높고, 손해보험은 보험금 과소 지급에 대한 민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1인2보험 시대에 접어들었고 보험시장 규모도 50조원대에 이르렀지만, 보험 민원에 관한 한 아직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 이런 때일수록 보험 가입자는 보험 약관을 자세히 따지고, 보험료를 제때 납입하고, 보험금 청구시 관련 증빙서류를 꼼꼼히 챙겨두어 말썽의 소지를 없애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김기범 팀장의 조언이다.
서울에 사는 30대 박모씨 부부는 보험사로부터 자신들이 파렴치범으로 몰린 것에 분통을 터뜨린다. 사연은 이렇다. 박씨 부부는 출산 전에 아이의 미래를 위해 월 5만7000원씩 납부하는 ○○○건강보험에 가입했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난 지 3일째 되던 날 머리에 지주막낭종과 수두증이 생겨 뇌 내시경수술을 받게 됐다. 다행히 경과가 좋아 3주일 후 아이는 퇴원할 수 있었고, 박씨 부부는 A보험사로부터 수술비와 입원비로 200여만원을 지급받았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아이가 퇴원한 지 3개월이 지나 다시 수두증이 심해졌다. 이 때문에 아이는 무려 여덟 차례의 재수술을 받으면서 6개월간 입원해야 했다. 박씨 부부는 아이를 퇴원 시킨 후 보험사에 보험금 청구를 했다. 액수는 1억여원에 달했다.
“첫번째 수술을 받은 후 보험금을 받았기 때문에 두 번째 청구한 보험금도 당연히 받을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보험사측에서 갑자기 태도를 바꾸는 거예요. 계약 전 알릴 의무를 위반했다고 하면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겁니다.”
박씨 부부는 기가 막혔다. 아이가 태아 때 산부인과 담당의사는 “아이들은 머리에 물이 있어도 나중에 없어지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했고, 기형아 검사에서도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에 아이에게 이런 엄청난 일이 생길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것. 박씨 부부는 보험을 가입하기 전에 보험설계사한테도 이런 사실을 이야기해 주었더니, 보험설계사는 의사들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으므로 보험 가입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 한다. 그러나 나중에 보험사측은 보험설계사로부터 그런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고 부인하더라는 것.
“세상에 어떤 부모가 아이를 담보로 보험금을 타먹겠다고 그런 일을 하겠습니까? 보험사에선 첫번째 보험금은 액수가 작으니까 선심 쓰듯 주더니만, 두 번째는 액수가 커지니까 도덕성에 의심이 간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매달 꼬박꼬박 받아가던 보험료를 되돌려주며 일방적으로 해약시켜 버리는 거예요.”
박씨는 보험금 지급 거절을 당한 후 보험사의 ‘횡포’에 대해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의 보험 담당자나 변호사의 답변은 보험 가입 전에 아이 뇌에 물주머니가 있다는 병원 진단을 받은 사실이 있기 때문에 재판을 받아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재판을 하면 또 얼마나 고통스런 세월을 보내야 할지 잘 아는 박씨 부부는 아이의 치료 때문에 이 일을 잊고 지내려고 노력하지만, 이른바 보험금을 노린 나쁜 엄마 아빠가 됐다는 사실에 울화가 치민다고 말한다.
이런 사례는 비단 박씨 부부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나 금융감독원에는 보험사 횡포를 고발하는 보험 가입자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보험에 가입시킬 때는 온갖 감언이설로 유혹하지만, 정작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때는 갖가지 핑계를 대며 가입자를 괴롭힌다는 것. 심지어는 보험 가입자를 상대로 보험금을 흥정해서 지급하려는 ‘무대뽀식’ 보험사도 있다. 추모씨 경우가 그렇다.
B생명보험사에 가입한 추모씨는 얼마 전 척추수술을 받은 후 보험사에 재해입원 급여금을 청구했다. 보험사측은 처음에는 입원 급여금의 50%만 주겠다고 제의해 추씨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랬더니 다시 60%를 지급해주겠다고 흥정을 해오더라는 것.
“도대체 상식 밖의 일이라 그 제의도 거부했습니다. 그러니까 B생명보험사는 아예 4주간의 입원 보험금만 지급해 주고 ‘법대로 하라’고 버티는 겁니다. 제가 보험료를 절반만 냈습니까, 아니면 60%만 냈습니까? 보험 가입자의 보험금을 지급하면서 약관에 정해진 대로 하면 될 것이지 흥정을 해서 후려치기를 하려고 하다뇨. 보험금 지급을 심사하는 사람들이 혹시 브로커는 아닌가요?”
추씨는 재벌급 보험사에서 이런 터무니없는 횡포를 부리는 것에 대해 더욱 분개했다. 그래서 제3의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보험사와 싸워볼 생각이라고 밝힌다.
흥미로운 점은 보험 가입자가 여러 보험사의 보험에 들어 있을 경우,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험사측에서 서로 상대방 회사의 눈치를 살피며 보험금 지급을 미루는 경우도 있다는 것. 요통치료를 받다가 의료사고로 식물인간 상태가 된 김씨가 그 경우.
김씨는 C보험사의 ○○○공제에 가입돼 있어 그 가족이 공제금을 신청했는데, C보험사는 병원측이 가입한 D손해보험사(의사배상책임보험)의 지급 여부를 보고 결정하겠다면서 공제금 지급을 8개월 이상 미뤘다. 담당 의사가 의료과실임을 시인한 이상 D사의 보험금 지급 여부와 상관없이 C사는 무조건 해당 공제금을 지불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왔던 것.
이런 식으로 지난해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보험 가입자들의 피해구제 민원은 모두 1027건. 품목별로는 생명보험 분쟁이 457건(44.5%)으로 가장 많았고 손해보험(42.7%), 공제 등 기타보험(11.0%) 순이었다.
피해 유형별로는 보험금 지급 의무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 ‘면·부책결정’이 전체의 30.7%(310건)로 가장 많았고, 보험금액 산정에 대한 민원(23.9%, 241건)이 그 뒤를 이었다. 또 보험계약의 성립이나 효력 상실과 관련된 민원의 경우 그 전해보다 무려 60% 가까이 늘었다. 이와 관련해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각 보험사들이 일단 높은 수익률을 보장했던 계약들을 해지하고 보자는 영업전략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소비자보호원에 보고된 보험회사별 피해구제 민원 현황도 살펴보자. 생명보험사의 경우 대한생명이 130건(보유계약 998만4978개)으로 가장 많은 민원을 겪었고, 삼성생명이 104건(보유계약 1917만2609개), 교보생명 91건(972만9342개) 순. 그 뒤를 이어 동양생명, SK생명, 금호생명 순으로 민원이 발생했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보유계약이 가장 많은 삼성화재(1025만4932개)가 98건으로 가장 많은 피해구제 접수 분쟁을 겪었고, 그 다음으로 보유계약이 400여만개로 엇비슷한 현대해상화재(69건), LG화재(60건), 동부화재(51건) 순이었다. 모두 재벌급 보험회사들이다.
한편 소비자보호원 법무보험팀의 김기범 팀장은 생명보험의 경우 2000년에 비해 피해구제 상담이 11.9%로 증가한 반면, 손해보험은 오히려 9.2%로 감소 추세라고 밝혔다. 또 생명보험의 경우 보험금 지급 거절에 대한 불만이 높고, 손해보험은 보험금 과소 지급에 대한 민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1인2보험 시대에 접어들었고 보험시장 규모도 50조원대에 이르렀지만, 보험 민원에 관한 한 아직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 이런 때일수록 보험 가입자는 보험 약관을 자세히 따지고, 보험료를 제때 납입하고, 보험금 청구시 관련 증빙서류를 꼼꼼히 챙겨두어 말썽의 소지를 없애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김기범 팀장의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