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9일 소액주주들이 소집한 주주총회에서 동아건설 대표이사 회장으로 복귀한 최원석씨는 기자의 명함을 받아 들고 “이제 막 명함을 신청해 놓았는데 아직 찾아오질 못해서…”라며 쑥스러워했다. 명함 없이 지낸 세월이 벌써 4년이었다.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의 열광적 환호를 받는 바람에 최회장은 꽤나 상기된 것처럼 보였다. 주총 다음날인 20일 장충동 집에서 최회장을 만나 동아건설 회생 구상부터 김포 매립지에 얽힌 이야기까지를 따져 물었다.
-대표이사 회장으로 공식 취임한 것이나 다름없는데, 회사에도 직접 출근할 생각입니까.
“아무래도 지금은 파산관재인이 있으니까…. 채권단과 대화해 조건이 잘 맞으면 강제화의든 파산 폐지든 간에 결정이 나지 않겠습니까? 이렇게만 되면 국가 경제로 보나 주주들과 직원들 입장에서 보나 파산으로 몰고 가려는 악역을 맡는 사람이 있겠나 싶습니다. 그때 가서 봐야죠. 직원들한테 부담 주기도 싫고요. …지금은 말하자면 임시정부인 셈입니다, 임시정부. 허허.”
-주주총회 결과는 어떻게 평가하는지요.
“이게 모두 전무후무한 일 아닙니까. 주주나 노조에서 나서서 ‘나가라’고 한 적은 많이 봤지만 이건 완전히 뒤집힌 거죠. 어제는 저도 좀 의아했어요. 단상으로 나오려는데 갑자기 환호성이 터지고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데…. 무슨 사고가 난 줄 알고 이거 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했다니까요.”
-그동안 소액주주들과도 접촉하지 않았습니까.
“만난 건 어제가 처음입니다. 고맙지 않습니까. 그래서 어제 저녁에 소주 한잔 했습니다. 한 달 전쯤 복귀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법원에서 파산한 회사의 주총을 허가해 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나와보니 옛날에 동아가 대단한 회사였음을 새삼스레 알겠더라고요. 나는 동아가 잘되게 하려고 나온 건데, 이러다가는 완전히 지구상에서 사라져 버리겠더군요. 동아라는 브랜드가 없어지면 선친 뵐 면목이 없어지지요.”
-하지만 파산관재인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경영 복귀가 아니라고 선을 긋고 나왔습니다.
“지금 파산관재인을 맡고 있는 권광중 변호사는 내가 20여년 전 공영토건 법정관리인을 할 때 파산업무를 담당하던 분입니다. 이철희, 장영자 사건이 터지고 공영토건 문제가 불거졌을 때 사우디에서 그 회사와 동아건설 현장은바로 맞붙어 있었습니다. 그 인연으로 법정관리인을 맡았는데, 당시 권변호사한테 자금 대출 등을 일일이 승인받았습니다.”
-동아건설이 파산명령을 받았을 당시를 기억합니까. 회계법인에서 동아건설의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다는 실사 결과가 나오면서 동아는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는데….
“그것도 말이 많은데요. 청산가치나 존속가치라는 표현보다는 난 그냥 ‘줄 것’과 ‘받을 것’이라고 표현합니다. 쉽게 이야기해 볼까요. 만약 우리 회사가 오늘 문을 닫게 되면 ‘줄 것’은 얼마고 ‘받을 것’은 얼마냐고 한 달에 두어 번씩 담당자들을 불러 물어봅니다. ‘줄 것’이 4조원인데 ‘받을 것’이 4조5000억원이라면 5000억원은 항상 쥐고 있는 것 아닙니까. 그만큼 동아는 튼튼한 회사였다는 겁니다. 항상 이것만 믿고 있었던 거예요.”
-파산 결정이 잘못 됐다는 말인가요.
“언젠가는 규명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누구한테 모두 나눠주지 않았다면 그렇게 튼튼했던 회사가 이 지경이 됐겠습니까. 어느 정도까지는 문제를 파악해 볼 생각입니다.”
-당시 각종 서류들을 다시 열람하는 것이 가능하겠습니까.
“우리 이사가 4명입니다. 주주가 요청해도 볼 수 있는데 이사가 요구하면 충분히 가능한 것 아닙니까?”
“어제 주주총회에서 어느 주주는 ‘김포 매립지 중 절반은 정부에 주고 절반은 되찾자’고 하더군요. 또 어느 주주는 서명운동을 하자고도 하고…. 주주들은 김포 매립지 하나만 갖고 있었더라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IMF사태 때 우리 국민은 장롱에서 잠자던 금가락지까지 꺼내 외환위기를 극복하려고 나섰지요. 당시 나는 프라이스워터하우스(PWC)와 40억 달러에 계약해 신도시를 만들면 그게 곧 애국하는 길이라고 믿었습니다.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이 최근 한 인터뷰에서 내가 ‘(장관실이 아닌) 호텔에서 한 번만 만나주면 평생 후회하지 않게 해주겠다’고 했다는데, 나는 그런 말 한 적이 없어요.”
-정부로부터 미움을 샀다는 말인가요?
“김 전 장관이 최근 한 인터뷰에서 ‘내가 국기 문란 행위를 했다’고 말했는데 그걸 보고 나서야 미움을 샀구나 생각했죠.”
-김포 매립지 용도 변경이 허가됐다면 동아는 살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어제 주총장에서도 주주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까. 주주들이 그렇게 얘기하는데 나는 어떻겠습니까. 불과 몇 년 만에 우리가 당시 계획했던 것과 거의 비슷하게 특구를 만들어 개발한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지 않아요?”
-그렇다면 김포 매립지건은 되찾겠다거나 재론할 수도 있는 성질의 것입니까.
“연구를 좀 해봐야겠어요.”
-되찾으려는 의지가 있는 것입니까.
“예. 의지는 있죠. 이렇게 말하는 것이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
-(김포 매립지건에 대해) 실무진에게 다시 검토해 보라고 지시한 적은 있습니까.
“아직은 없습니다.”
-앞으로는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인가요?
“허, 참. 별로 할 이야기도 없는데 주변에서 성기자를 좀 만나라고 해서 오늘 만난 거예요. 허허.”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그 말이에요. 내가 나오기 전만 해도 동아건설은 ‘받을 돈’이 4조5000억원이나 되는 회사였어요. 그런데 내가 왜 실패한 경영인입니까. 전문경영인들이 와서 이렇게 된 거지. 나는 그런 말 들으면 거부감이 생깁니다. 서울은행에서 내가 나온 뒤 1조원을 회수해 갔다고 하더군요. 이게 어디 워크아웃입니까. 다른 건설회사와 비교해도 너무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닙니까.”
-동아건설이 회생 쪽으로 완전히 가닥을 잡는다면 모를까, 채권단이나 법원이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최회장 복귀는 결국 쇼였다’는 여론이 일지 않겠습니까.
“주주들이나 노조가 오죽하면 내 복귀운동을 벌였겠습니까. 쇼는 한두 명이나 하는 거죠. 어제 주주총회에만 700명 가까이 왔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어떻게 쇼를 할 수 있겠습니까.”
-리비아 대수로 공사는 어떻게 되어갑니까.
“이미 지도자께서도(그는 카다피 리비아 대통령을 이렇게 불렀다) 3∼5차 대수로 공사를 동아에 맡기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필요하면 사진도 보여줄 수 있는데…. 5월 중순쯤 리비아를 방문할 생각입니다.”
-직장암 수술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건강은 어떻습니까.
“다행히 악성 종양이 아니라서 계속 치료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회사를 그만둔 직후에는 비서 한 명만 데리고 매일같이 남산을 오르내리면서 건강관리를 했고요. 특별한 문제는 없습니다.”
-대표이사 회장으로 공식 취임한 것이나 다름없는데, 회사에도 직접 출근할 생각입니까.
“아무래도 지금은 파산관재인이 있으니까…. 채권단과 대화해 조건이 잘 맞으면 강제화의든 파산 폐지든 간에 결정이 나지 않겠습니까? 이렇게만 되면 국가 경제로 보나 주주들과 직원들 입장에서 보나 파산으로 몰고 가려는 악역을 맡는 사람이 있겠나 싶습니다. 그때 가서 봐야죠. 직원들한테 부담 주기도 싫고요. …지금은 말하자면 임시정부인 셈입니다, 임시정부. 허허.”
-주주총회 결과는 어떻게 평가하는지요.
“이게 모두 전무후무한 일 아닙니까. 주주나 노조에서 나서서 ‘나가라’고 한 적은 많이 봤지만 이건 완전히 뒤집힌 거죠. 어제는 저도 좀 의아했어요. 단상으로 나오려는데 갑자기 환호성이 터지고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데…. 무슨 사고가 난 줄 알고 이거 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했다니까요.”
-그동안 소액주주들과도 접촉하지 않았습니까.
“만난 건 어제가 처음입니다. 고맙지 않습니까. 그래서 어제 저녁에 소주 한잔 했습니다. 한 달 전쯤 복귀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법원에서 파산한 회사의 주총을 허가해 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나와보니 옛날에 동아가 대단한 회사였음을 새삼스레 알겠더라고요. 나는 동아가 잘되게 하려고 나온 건데, 이러다가는 완전히 지구상에서 사라져 버리겠더군요. 동아라는 브랜드가 없어지면 선친 뵐 면목이 없어지지요.”
-하지만 파산관재인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경영 복귀가 아니라고 선을 긋고 나왔습니다.
“지금 파산관재인을 맡고 있는 권광중 변호사는 내가 20여년 전 공영토건 법정관리인을 할 때 파산업무를 담당하던 분입니다. 이철희, 장영자 사건이 터지고 공영토건 문제가 불거졌을 때 사우디에서 그 회사와 동아건설 현장은바로 맞붙어 있었습니다. 그 인연으로 법정관리인을 맡았는데, 당시 권변호사한테 자금 대출 등을 일일이 승인받았습니다.”
-동아건설이 파산명령을 받았을 당시를 기억합니까. 회계법인에서 동아건설의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다는 실사 결과가 나오면서 동아는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는데….
“그것도 말이 많은데요. 청산가치나 존속가치라는 표현보다는 난 그냥 ‘줄 것’과 ‘받을 것’이라고 표현합니다. 쉽게 이야기해 볼까요. 만약 우리 회사가 오늘 문을 닫게 되면 ‘줄 것’은 얼마고 ‘받을 것’은 얼마냐고 한 달에 두어 번씩 담당자들을 불러 물어봅니다. ‘줄 것’이 4조원인데 ‘받을 것’이 4조5000억원이라면 5000억원은 항상 쥐고 있는 것 아닙니까. 그만큼 동아는 튼튼한 회사였다는 겁니다. 항상 이것만 믿고 있었던 거예요.”
-파산 결정이 잘못 됐다는 말인가요.
“언젠가는 규명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누구한테 모두 나눠주지 않았다면 그렇게 튼튼했던 회사가 이 지경이 됐겠습니까. 어느 정도까지는 문제를 파악해 볼 생각입니다.”
-당시 각종 서류들을 다시 열람하는 것이 가능하겠습니까.
“우리 이사가 4명입니다. 주주가 요청해도 볼 수 있는데 이사가 요구하면 충분히 가능한 것 아닙니까?”
“어제 주주총회에서 어느 주주는 ‘김포 매립지 중 절반은 정부에 주고 절반은 되찾자’고 하더군요. 또 어느 주주는 서명운동을 하자고도 하고…. 주주들은 김포 매립지 하나만 갖고 있었더라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IMF사태 때 우리 국민은 장롱에서 잠자던 금가락지까지 꺼내 외환위기를 극복하려고 나섰지요. 당시 나는 프라이스워터하우스(PWC)와 40억 달러에 계약해 신도시를 만들면 그게 곧 애국하는 길이라고 믿었습니다.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이 최근 한 인터뷰에서 내가 ‘(장관실이 아닌) 호텔에서 한 번만 만나주면 평생 후회하지 않게 해주겠다’고 했다는데, 나는 그런 말 한 적이 없어요.”
-정부로부터 미움을 샀다는 말인가요?
“김 전 장관이 최근 한 인터뷰에서 ‘내가 국기 문란 행위를 했다’고 말했는데 그걸 보고 나서야 미움을 샀구나 생각했죠.”
-김포 매립지 용도 변경이 허가됐다면 동아는 살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어제 주총장에서도 주주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까. 주주들이 그렇게 얘기하는데 나는 어떻겠습니까. 불과 몇 년 만에 우리가 당시 계획했던 것과 거의 비슷하게 특구를 만들어 개발한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지 않아요?”
-그렇다면 김포 매립지건은 되찾겠다거나 재론할 수도 있는 성질의 것입니까.
“연구를 좀 해봐야겠어요.”
-되찾으려는 의지가 있는 것입니까.
“예. 의지는 있죠. 이렇게 말하는 것이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
-(김포 매립지건에 대해) 실무진에게 다시 검토해 보라고 지시한 적은 있습니까.
“아직은 없습니다.”
-앞으로는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인가요?
“허, 참. 별로 할 이야기도 없는데 주변에서 성기자를 좀 만나라고 해서 오늘 만난 거예요. 허허.”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그 말이에요. 내가 나오기 전만 해도 동아건설은 ‘받을 돈’이 4조5000억원이나 되는 회사였어요. 그런데 내가 왜 실패한 경영인입니까. 전문경영인들이 와서 이렇게 된 거지. 나는 그런 말 들으면 거부감이 생깁니다. 서울은행에서 내가 나온 뒤 1조원을 회수해 갔다고 하더군요. 이게 어디 워크아웃입니까. 다른 건설회사와 비교해도 너무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닙니까.”
-동아건설이 회생 쪽으로 완전히 가닥을 잡는다면 모를까, 채권단이나 법원이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최회장 복귀는 결국 쇼였다’는 여론이 일지 않겠습니까.
“주주들이나 노조가 오죽하면 내 복귀운동을 벌였겠습니까. 쇼는 한두 명이나 하는 거죠. 어제 주주총회에만 700명 가까이 왔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어떻게 쇼를 할 수 있겠습니까.”
-리비아 대수로 공사는 어떻게 되어갑니까.
“이미 지도자께서도(그는 카다피 리비아 대통령을 이렇게 불렀다) 3∼5차 대수로 공사를 동아에 맡기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필요하면 사진도 보여줄 수 있는데…. 5월 중순쯤 리비아를 방문할 생각입니다.”
-직장암 수술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건강은 어떻습니까.
“다행히 악성 종양이 아니라서 계속 치료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회사를 그만둔 직후에는 비서 한 명만 데리고 매일같이 남산을 오르내리면서 건강관리를 했고요. 특별한 문제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