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상에 자리하고 있지만 해발 1700m의 고지대이기에 1년 내내 시원하게 지낼 수 있는 축복을 받은 나라, 케냐. 1963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케냐는 아프리카에서 정치적·경제적으로 가장 안정된 나라에 속하는데, ‘아프리카의 천국’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다양한 매력을 지닌 동부 아프리카 최대의 관광국가다.
이곳의 국토 대부분은 사바나 지역. 이 사바나 지대가 케냐를 ‘동물의 왕국’으로 만들어준 근본이다.
케냐에서는 야생 보호구역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하고 그에 맞게 자연을 보호하고 있는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가장 유명한 곳이 킬리만자로산을 끼고 있는 암보셀리 국립공원이다. 이곳은 헤밍웨이가 사냥을 하고 머물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명해졌다. 이 밖에 나이로비 국립공원, 삼부루 국립보호구, 케냐산 국립공원, 차보 국립공원, 나쿠루호 국립공원, 메루 국립공원, 아버데어 국립공원 등도 잘 알려진 곳이다.
이처럼 케냐의 많은 야생동물 보호구역 가운데 특히 마사이마라 국립보호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야생동물의 수가 케냐에서 으뜸이라는 것과 초원의 왕인 사자가 많은 ‘사자의 왕국’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265km 떨어져 있는 마사이마라 국립보호구는 해발 1588m 에 펼쳐진 광활한 초원이다. 마라강(江)을 따라 대초원을 이루며 풀과 키 작은 아카시아나무가 풍성한 만큼 초식동물이 많고, 이들을 먹이로 하는 육식동물이 서식하기에도 좋다. 이런 이유로 사자들도 모여 있는 것이다. 때문에 동물 사진을 찍으려 한다면 마사이마라 국립보호구를 택해야 한다. 동물의 이동 경로, 우기와 건기에 따라 동물의 양과 종류가 달라지지만, 실체보다 이름으로 더 유명한 암보셀리 국립공원보다는 마사이마라 국립보호구가 동물을 보기에 더 유리하다.
특히 국경을 맞대고 있는 탄자니아 세렝게티 국립공원에서 마사이마라까지 이동하는 수천 마리 누(소영양)의 서식지 이동은 장관으로 꼽힌다. 누는 영양과 모습이 비슷하지만 물소와 흡사한 뿔을 가진 동물로, 얼굴에 검은 얼룩 모양이 있고 어깨에 길고 검은 털이 있으며 수염은 흰색이다.
이 밖에도 마라강 가 숲에는 악어와 하마들이 진흙탕 속에서 노는가 하면 코끼리, 들소, 코뿔소 등도 자리를 함께한다. 여기에 빅 파이브(big five) 동물(코끼리, 사자, 코뿔소, 레오퍼드, 버펄로)과 하이에나, 들개, 가젤, 사슴, 토피, 기린, 타조, 몽구스 등 62종 남짓의 야생동물이 마사이마라 국립보호구에 서식한다.
얼룩말과 영양, 기린 그리고 손쉽게 볼 수 있는 동물들은 이미 다른 나라의 여러 국립공원에서 충분히 카메라에 담았지만 맹수류에 속하는 사자, 치타, 레오퍼드, 검은 코뿔소 등은 찍기가 어려워 제대로 된 장면을 잡지 못했었다. 치타며 사자 등 맹수류에 속하는 동물은 상대적으로 수가 적어 볼 수 있는 기회도 그만큼 적었다. 낮에는 나뭇가지에 걸터누워 늘어지게 잠만 자는 레오퍼드를 비롯해 여러 맹수들은 주로 야행성 동물이라 촬영이 가능한 낮에는 액티브한 장면을 찾는 것조차 어렵다.
10년 넘게 일한 사파리 가이드들은 대개 동물의 서식지를 꿰뚫고 있다. 나미비아의 에토샤 국립공원을 둘러볼 때는 개인적으로 차를 렌트해 다녔지만 케냐처럼 대단위 국립공원에서는 특히 동물 가이드가 절대적으로 필요해 가이드를 고용할 수밖에 없었다.
사파리를 시작한 지 3일째 되는 날 사자를 만날 수 있었는데, 알고 보니 가이드들은 일정한 요령을 터득해 맹수를 찾아냈다. 나의 가이드는 비밀을 알려주듯 낮은 목소리로 “첫째, 얼룩말이나 초식 동물이 모여 있는 곳, 둘째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 셋째 새 떼가 날아다니는 아래 우물터에서 주로 포유류 맹수들을 볼 수 있다”고 가르쳐주었다.
흔히 TV ‘동물의 왕국’ 프로에서 보았던 맹수류의 액티브한 장면은 영화나 비디오 필름이 갖고 있는 연속성으로 가능한 것이지 단 한 컷의 사진으로 담기에는 역부족이다. 5kg이 넘는 300mm 대구경 렌즈는 무겁고 덩치가 커 다루기조차 힘들고 맹수류의 동작이 워낙 민첩해 초점을 맞추기도 버거웠다.
가이드가 사자가 있을 만한 곳이라며 데려다준 곳은 우물가였다. 우물 위에 새 떼가 낮게 날고 있었고, 폭식한 상태로 뒤집어져 배를 하늘로 내밀고 잠자는 사자 무리가 흘끗 사파리차를 보더니 다시 잠을 청했다. 초원의 왕답게 누가 자기를 건드릴쏘냐 하는 배짱이 엿보였다. 무서운 맹수임에 틀림없지만 강아지처럼 뒹굴며 자는 그들의 모습은 귀엽기만 했다.
압권은 치타였다. 치타가 있는 곳을 발견했다는 다른 사파리차 동료의 무전을 받은 가이드는 급히 차를 몰았다. 대구경 렌즈를 갖고 있는 내가 프로페셔널 사진가임을 알아채고 얼마간의 팁이라도 더 받아내려고 안간힘 쓰는 눈치 빠른 가이드가 그리 밉지만은 않았다. 그나마 짧은 시간에 많은 동물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차를 몰고 치타가 있는 곳으로 가보니 임신한 치타가 우아하게 풀밭 사이를 걸어 나오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동물을 보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 것은 처음이었다. 비록 임신해 배가 볼록하게 나오기는 했지만 몸의 곡선이 유선형으로 잘 빠져 있었다. 몸이 무거워서인지 세상이 다 귀찮다는 듯한 자세로 도리어 우리를 구경한 치타는 유유자적 누런 마사이마라 평원에 묻혀 사라졌다.
과연 마사이마라는 평생을 살면서 한 번쯤 보아야 할 곳으로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추천한 장소다웠다. 세상에 파라다이스가 존재한다면 바로 여기일 것이라는 생각에 짧은 나의 여정이 아쉽기만 했다.
석양의 붉은 햇빛이 수풀 틈 사이로 내비치노라면 더위에 쉬기만 했던 동물들이 고개를 든다. 나무 사이로 영양 떼가 평화로이 노닐고 이런 동물들과 어울려 자연의 품안에서 잠시나마 생활했던 그때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지금도 푸르디푸른 거대한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을 거닐던 기린이며 코끼리 등은 내 망막 속에 선연히 박혀 있다.
이곳의 국토 대부분은 사바나 지역. 이 사바나 지대가 케냐를 ‘동물의 왕국’으로 만들어준 근본이다.
케냐에서는 야생 보호구역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하고 그에 맞게 자연을 보호하고 있는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가장 유명한 곳이 킬리만자로산을 끼고 있는 암보셀리 국립공원이다. 이곳은 헤밍웨이가 사냥을 하고 머물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명해졌다. 이 밖에 나이로비 국립공원, 삼부루 국립보호구, 케냐산 국립공원, 차보 국립공원, 나쿠루호 국립공원, 메루 국립공원, 아버데어 국립공원 등도 잘 알려진 곳이다.
이처럼 케냐의 많은 야생동물 보호구역 가운데 특히 마사이마라 국립보호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야생동물의 수가 케냐에서 으뜸이라는 것과 초원의 왕인 사자가 많은 ‘사자의 왕국’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265km 떨어져 있는 마사이마라 국립보호구는 해발 1588m 에 펼쳐진 광활한 초원이다. 마라강(江)을 따라 대초원을 이루며 풀과 키 작은 아카시아나무가 풍성한 만큼 초식동물이 많고, 이들을 먹이로 하는 육식동물이 서식하기에도 좋다. 이런 이유로 사자들도 모여 있는 것이다. 때문에 동물 사진을 찍으려 한다면 마사이마라 국립보호구를 택해야 한다. 동물의 이동 경로, 우기와 건기에 따라 동물의 양과 종류가 달라지지만, 실체보다 이름으로 더 유명한 암보셀리 국립공원보다는 마사이마라 국립보호구가 동물을 보기에 더 유리하다.
특히 국경을 맞대고 있는 탄자니아 세렝게티 국립공원에서 마사이마라까지 이동하는 수천 마리 누(소영양)의 서식지 이동은 장관으로 꼽힌다. 누는 영양과 모습이 비슷하지만 물소와 흡사한 뿔을 가진 동물로, 얼굴에 검은 얼룩 모양이 있고 어깨에 길고 검은 털이 있으며 수염은 흰색이다.
이 밖에도 마라강 가 숲에는 악어와 하마들이 진흙탕 속에서 노는가 하면 코끼리, 들소, 코뿔소 등도 자리를 함께한다. 여기에 빅 파이브(big five) 동물(코끼리, 사자, 코뿔소, 레오퍼드, 버펄로)과 하이에나, 들개, 가젤, 사슴, 토피, 기린, 타조, 몽구스 등 62종 남짓의 야생동물이 마사이마라 국립보호구에 서식한다.
얼룩말과 영양, 기린 그리고 손쉽게 볼 수 있는 동물들은 이미 다른 나라의 여러 국립공원에서 충분히 카메라에 담았지만 맹수류에 속하는 사자, 치타, 레오퍼드, 검은 코뿔소 등은 찍기가 어려워 제대로 된 장면을 잡지 못했었다. 치타며 사자 등 맹수류에 속하는 동물은 상대적으로 수가 적어 볼 수 있는 기회도 그만큼 적었다. 낮에는 나뭇가지에 걸터누워 늘어지게 잠만 자는 레오퍼드를 비롯해 여러 맹수들은 주로 야행성 동물이라 촬영이 가능한 낮에는 액티브한 장면을 찾는 것조차 어렵다.
10년 넘게 일한 사파리 가이드들은 대개 동물의 서식지를 꿰뚫고 있다. 나미비아의 에토샤 국립공원을 둘러볼 때는 개인적으로 차를 렌트해 다녔지만 케냐처럼 대단위 국립공원에서는 특히 동물 가이드가 절대적으로 필요해 가이드를 고용할 수밖에 없었다.
사파리를 시작한 지 3일째 되는 날 사자를 만날 수 있었는데, 알고 보니 가이드들은 일정한 요령을 터득해 맹수를 찾아냈다. 나의 가이드는 비밀을 알려주듯 낮은 목소리로 “첫째, 얼룩말이나 초식 동물이 모여 있는 곳, 둘째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 셋째 새 떼가 날아다니는 아래 우물터에서 주로 포유류 맹수들을 볼 수 있다”고 가르쳐주었다.
흔히 TV ‘동물의 왕국’ 프로에서 보았던 맹수류의 액티브한 장면은 영화나 비디오 필름이 갖고 있는 연속성으로 가능한 것이지 단 한 컷의 사진으로 담기에는 역부족이다. 5kg이 넘는 300mm 대구경 렌즈는 무겁고 덩치가 커 다루기조차 힘들고 맹수류의 동작이 워낙 민첩해 초점을 맞추기도 버거웠다.
가이드가 사자가 있을 만한 곳이라며 데려다준 곳은 우물가였다. 우물 위에 새 떼가 낮게 날고 있었고, 폭식한 상태로 뒤집어져 배를 하늘로 내밀고 잠자는 사자 무리가 흘끗 사파리차를 보더니 다시 잠을 청했다. 초원의 왕답게 누가 자기를 건드릴쏘냐 하는 배짱이 엿보였다. 무서운 맹수임에 틀림없지만 강아지처럼 뒹굴며 자는 그들의 모습은 귀엽기만 했다.
압권은 치타였다. 치타가 있는 곳을 발견했다는 다른 사파리차 동료의 무전을 받은 가이드는 급히 차를 몰았다. 대구경 렌즈를 갖고 있는 내가 프로페셔널 사진가임을 알아채고 얼마간의 팁이라도 더 받아내려고 안간힘 쓰는 눈치 빠른 가이드가 그리 밉지만은 않았다. 그나마 짧은 시간에 많은 동물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차를 몰고 치타가 있는 곳으로 가보니 임신한 치타가 우아하게 풀밭 사이를 걸어 나오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동물을 보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 것은 처음이었다. 비록 임신해 배가 볼록하게 나오기는 했지만 몸의 곡선이 유선형으로 잘 빠져 있었다. 몸이 무거워서인지 세상이 다 귀찮다는 듯한 자세로 도리어 우리를 구경한 치타는 유유자적 누런 마사이마라 평원에 묻혀 사라졌다.
과연 마사이마라는 평생을 살면서 한 번쯤 보아야 할 곳으로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추천한 장소다웠다. 세상에 파라다이스가 존재한다면 바로 여기일 것이라는 생각에 짧은 나의 여정이 아쉽기만 했다.
석양의 붉은 햇빛이 수풀 틈 사이로 내비치노라면 더위에 쉬기만 했던 동물들이 고개를 든다. 나무 사이로 영양 떼가 평화로이 노닐고 이런 동물들과 어울려 자연의 품안에서 잠시나마 생활했던 그때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지금도 푸르디푸른 거대한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을 거닐던 기린이며 코끼리 등은 내 망막 속에 선연히 박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