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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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창호 감독 오랜만에 메가폰… 역사의 비밀 속으로 “큐!”

  • < 신을진 기자 > happyend@donga.com

    입력2004-11-24 14: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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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창호 감독 오랜만에 메가폰… 역사의 비밀 속으로 “큐!”
    “오랜만에 선 굵은 우리 영화를 만나 반갑다” “중견감독의 저력이 느껴지는 작품”.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된 ‘흑수선’을 관람한 사람들은 대체로 이런 평가를 내렸다. 80년대 최고의 흥행 감독인 배창호 감독이 만든 50억원짜리 블록버스터로 안성기 이정재 이미연 등 톱스타들이 포진한 이 영화가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지금 세대에게 들려주는 메시지는 어떤 걸까.

    영화는 50년 전 한국전쟁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장르적 분위기는 미스터리 스릴러. 2001년 현재, 두 명의 연쇄 살인사건을 추적하던 오형사(이정재)는 이 사건이 1952년 거제수용소 탈출사건과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알고 역사의 비밀 속으로 한걸음씩 다가간다. 한국전쟁 당시 ‘흑수선’이란 암호명으로 활동하던 남로당 스파이 손지혜(이미연)와 그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 머슴의 아들 황석(안성기), 그리고 빨치산 한동주(정준호).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거대한 역사의 격랑 속에서 엇갈린 사랑과 인간의 운명을 이야기한다.

    ‘블록버스터’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게 영화는 장대한 스케일과 전쟁의 참상, 현재를 사는 사람들에게까지 이어지는 역사적 비극을 온전히 드러낸다. 중견감독다운 탄탄한 연출력과 신세대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화려한 액션 장면, 긴장감 넘치는 화면 구성은 어떤 젊은 감독의 영화보다 매력적이다.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다른 인생을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가슴 아픈 비극이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오지만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연기력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배우들이지만 극속 캐릭터에 제대로 투사되지 못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손지혜와 황석의 사랑이 좀더 절절하게 그려지지 못한 점도 아쉽고, 70대 노인으로 분한 이미연은 나이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영화의 사실성을 떨어뜨린다. 코믹터치의 가벼운 영화들이 판치는 우리 영화계에 보기 드물게 감독의 철학과 주제의식이 돋보이는 영화라 이런 아쉬움은 더 크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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