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불사조 피닉스와 동양의 봉황은 어떻게 다를까. 일단 원조를 보면 중국의 봉황이 앞선다. 봉황은 하나의 새가 아니라 봉은 수컷, 황은 암컷을 가리키며 각각 양과 음을 나타내지만, 황제를 상징하는 용과 대치될 때는 봉황이 왕비가 된다. 닭 뱀 용을 합쳐놓은 듯한 모습의 봉황은 ‘분리할 수 없는 화합’의 의미로 결혼과 부부애를 나타낸다.
피닉스는 이집트의 헬리오폴리스 신화에 처음 등장하며 그리스로 가서 유명해졌다. 봉황은 500년에 한 번꼴로 불에 타 죽은 다음 3일 후 재 속에서 부활하기 때문에 그리스도교에서는 예수를 상징하기도 한다. 불사조 신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힌두교에는 얼굴과 발은 독수리, 몸통과 다리는 사람 형상을 하고 날개를 지닌 가루다가 있다. 이 새는 태양, 하늘, 승리를 뜻하며 만물의 창조자이자 파괴자인 신 비슈누를 태우고 다닌다.
불사조급에는 이르지 못해도 페르시아 신화에 등장하는 시무르그는 100년 이상 살고 일생에 한 번만 새끼를 낳는 새로 알려져 있다. 생김새는 공작, 그리핀(독수리의 머리와 날개, 사자의 몸뚱이를 가진 잡종동물), 사자, 개를 합쳐놓은 듯하다. 기원전 600년경 조로아스터교 시대부터 페르시아의 예술·문학·전설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기 있는 동물이다.
과학칼럼니스트 이인식씨가 쓴 ‘신비동물원’에는 이처럼 신화와 전설 속에 나타난 ‘상상 속의 동물’과 실제 존재하지만 일반인의 눈에 띄지 않는 ‘숨어 사는 동물’ 100마리가 등장한다. 일종의 신비동물 백과사전. 이인식씨는 “이 책이 단순히 황당무계한 괴물을 내세워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쓴 것이 아니다. 동서양의 신화는 물론 문학작품들을 이해하는 데 상상동물은 필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그리스 신화를 읽을 때 고르곤 자매를 모르면 곤란하다. 뱀 같은 머리카락과 산돼지의 이빨, 놋쇠로 만든 손, 황금날개를 지닌 괴물 여인들은 섬광을 발하는 눈으로 무엇이든 마주치는 순간 돌로 바꾸어 버렸다. 고르곤 자매 가운데 하나인 메두사는 영웅 페르세우스 이야기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페르세우스가 아테네 여신이 빌려준 방패를 거울삼아 메두사의 목을 내리치는 순간 그 피가 땅 속에 스며들어 태어난 동물이 날개 돋친 말 페가수스라고 한다.
‘신비동물원’은 상상 속의 동물을 새, 물고기, 파충류, 포유류, 잡종(여러 동물의 혼합체), 사람과 동물의 혼합체, 사람과 비슷한 동물 등 크게 7가지로 분류해 50종을 소개했다.
그러나 ‘신비동물원’에서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오히려 숨어 있는 동물 50종이다. 대부분 목격자는 있으나 존재를 증명할 자료가 없거나 실재한다 해도 멸종 위기에 있어 신비동물학자들을 애태우는 경우다. 대표적 사례가 스코틀랜드 네스호의 괴물 네시(1934년 영국인 윌슨이 찍은 네시 사진은 94년 가짜로 밝혀졌다), 네스호 인근 모라르 호수의 모라그, 미국 챔플레인 호수의 챔프, 캐나다 오카나간 호수의 오고포고, 노르웨이 셀요드르 호수의 셀마 등 물 속 괴물에 대해 무수한 목격담이 전해지지만 실제 존재가 입증된 적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숨어 있는 동물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기에는 목격자의 증언이 너무 생생하다. 미국 뉴저지주의 비공식 마스코트인 ‘저지악마’의 경우가 그렇다. 말의 머리, 박쥐의 날개, 갈라진 발굽, 뱀의 꼬리를 지닌 것으로 묘사되는 저지 악마가 최초로 목격된 것은 1909년 1월. 그 해 남부 뉴저지의 30개 마을에서 100여 명이 괴성을 지르며 날아다니는 박쥐 같기도 하고 말 같기도 한 이 동물을 목격했다. 이후로도 저지악마의 목격자들은 꾸준히 이어져 2000년까지 265년 동안 뉴저지에서만 약 2000여 명의 목격자가 나왔다.
이 책은 100종에 이르는 일러스트와 옛 삽화·조각·사진·우표 등 관련 자료를 총동원해 초보자도 쉽게 보이지 않는 세계로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여기에 참고문헌과 꼼꼼한 찾아보기 등 정성스러운 편집도 돋보인다. 아쉬움이 있다면 이 책에 소개된 한국 고유의 상상동물이 해태 한 마리뿐인 점이다. 상상동물의 부재가 곧 상상력 부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지.
◇ 신비의 동물원/ 이인식 지음/ 김영사 펴냄/ 262쪽/ 9900원
피닉스는 이집트의 헬리오폴리스 신화에 처음 등장하며 그리스로 가서 유명해졌다. 봉황은 500년에 한 번꼴로 불에 타 죽은 다음 3일 후 재 속에서 부활하기 때문에 그리스도교에서는 예수를 상징하기도 한다. 불사조 신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힌두교에는 얼굴과 발은 독수리, 몸통과 다리는 사람 형상을 하고 날개를 지닌 가루다가 있다. 이 새는 태양, 하늘, 승리를 뜻하며 만물의 창조자이자 파괴자인 신 비슈누를 태우고 다닌다.
불사조급에는 이르지 못해도 페르시아 신화에 등장하는 시무르그는 100년 이상 살고 일생에 한 번만 새끼를 낳는 새로 알려져 있다. 생김새는 공작, 그리핀(독수리의 머리와 날개, 사자의 몸뚱이를 가진 잡종동물), 사자, 개를 합쳐놓은 듯하다. 기원전 600년경 조로아스터교 시대부터 페르시아의 예술·문학·전설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기 있는 동물이다.
과학칼럼니스트 이인식씨가 쓴 ‘신비동물원’에는 이처럼 신화와 전설 속에 나타난 ‘상상 속의 동물’과 실제 존재하지만 일반인의 눈에 띄지 않는 ‘숨어 사는 동물’ 100마리가 등장한다. 일종의 신비동물 백과사전. 이인식씨는 “이 책이 단순히 황당무계한 괴물을 내세워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쓴 것이 아니다. 동서양의 신화는 물론 문학작품들을 이해하는 데 상상동물은 필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그리스 신화를 읽을 때 고르곤 자매를 모르면 곤란하다. 뱀 같은 머리카락과 산돼지의 이빨, 놋쇠로 만든 손, 황금날개를 지닌 괴물 여인들은 섬광을 발하는 눈으로 무엇이든 마주치는 순간 돌로 바꾸어 버렸다. 고르곤 자매 가운데 하나인 메두사는 영웅 페르세우스 이야기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페르세우스가 아테네 여신이 빌려준 방패를 거울삼아 메두사의 목을 내리치는 순간 그 피가 땅 속에 스며들어 태어난 동물이 날개 돋친 말 페가수스라고 한다.
‘신비동물원’은 상상 속의 동물을 새, 물고기, 파충류, 포유류, 잡종(여러 동물의 혼합체), 사람과 동물의 혼합체, 사람과 비슷한 동물 등 크게 7가지로 분류해 50종을 소개했다.
그러나 ‘신비동물원’에서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오히려 숨어 있는 동물 50종이다. 대부분 목격자는 있으나 존재를 증명할 자료가 없거나 실재한다 해도 멸종 위기에 있어 신비동물학자들을 애태우는 경우다. 대표적 사례가 스코틀랜드 네스호의 괴물 네시(1934년 영국인 윌슨이 찍은 네시 사진은 94년 가짜로 밝혀졌다), 네스호 인근 모라르 호수의 모라그, 미국 챔플레인 호수의 챔프, 캐나다 오카나간 호수의 오고포고, 노르웨이 셀요드르 호수의 셀마 등 물 속 괴물에 대해 무수한 목격담이 전해지지만 실제 존재가 입증된 적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숨어 있는 동물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기에는 목격자의 증언이 너무 생생하다. 미국 뉴저지주의 비공식 마스코트인 ‘저지악마’의 경우가 그렇다. 말의 머리, 박쥐의 날개, 갈라진 발굽, 뱀의 꼬리를 지닌 것으로 묘사되는 저지 악마가 최초로 목격된 것은 1909년 1월. 그 해 남부 뉴저지의 30개 마을에서 100여 명이 괴성을 지르며 날아다니는 박쥐 같기도 하고 말 같기도 한 이 동물을 목격했다. 이후로도 저지악마의 목격자들은 꾸준히 이어져 2000년까지 265년 동안 뉴저지에서만 약 2000여 명의 목격자가 나왔다.
이 책은 100종에 이르는 일러스트와 옛 삽화·조각·사진·우표 등 관련 자료를 총동원해 초보자도 쉽게 보이지 않는 세계로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여기에 참고문헌과 꼼꼼한 찾아보기 등 정성스러운 편집도 돋보인다. 아쉬움이 있다면 이 책에 소개된 한국 고유의 상상동물이 해태 한 마리뿐인 점이다. 상상동물의 부재가 곧 상상력 부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지.
◇ 신비의 동물원/ 이인식 지음/ 김영사 펴냄/ 262쪽/ 99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