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 서울 강남의 대모산. 여러 갈래로 뻗어 있는 등산로마다 주말 산행을 즐기려는 사람으로 북적거린다. 선선한 날씨 때문에 등산객들은 대부분 긴 팔 옷에 긴 바지를 입고 두꺼운 양말에 튼튼해 보이는 등산화를 꼭꼭 챙겨 신은 모습이었다. 등산로를 얼마쯤 올라가자 부드러운 흙으로 덮인 평지가 나타났다. 색색의 등산화 사이에 맨발로 산을 오르는 사람을 발견했다. 배낭 하나 없이 맨손에 맨발 차림으로 산행하는 그의 발걸음은 무척 가벼워 보였다.
김정훈씨(64)는 올해로 12년째 맨발 산행을 한다고 말했다. “전국에 있는 산을 다 맨발로 다녔어. 대모산은 한 5년 되었지. 이거 아무나 할 수 없어요. 처음엔 얼마나 아픈데…. 보통 사람은 한두 번 시도하다 관두지.”
공원마다 맨발 산책로 조성 잇달아
젊었을 때부터 산을 좋아한 김씨는 어릴 때 맨발로 산을 뛰어다닌 추억을 잊지 못해 어느 날인가부터 신발을 벗고 산을 올랐다. 처음엔 나뭇가지에 찔리고 돌에 채어 상처도 많이 났지만 이젠 굳은살이 단단히 박혀 웬만한 유릿조각에도 끄덕 없다. 주위 사람에게도 권해봤지만 꾸준히 하는 사람은 많지 않더라고. 맨발로 산을 오르면 신발을 신었을 때보다 신경이 곤두서고 충격 흡수 장치가 없어 쉽게 피로한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맨발 산행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땅의 기운이 머리까지 그대로 전달되는 느낌이야. 지압효과 때문인지 눈과 머리가 맑아지고 소화가 잘 돼 작은 돌멩이가 발바닥을 찌르고 풀이 간지럽게 하는 것이 신발을 신었을 때 느낄 수 없는 즐거움이지.” 몇 년 전 일을 그만 두고 하루 두 번씩 산에 오르는 것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김씨는 산을 오를 때마다 세상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인이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산을 내려오다 또 한 명의 맨발족을 발견했다. 장승국씨(55)의 발은 그러나 김씨보다 훨씬 ‘뽀송뽀송’했다. “저는 올 여름부터 맨발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등산화 신고 산을 오르는데 어느 순간 너무 갑갑하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중간에 벗어버렸죠. 굉장히 시원하더군요. 신발을 신었을 때보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기분이 아주 좋아요. 불면증 증세가 있었는데 맨발 산행을 시작한 이후 없어졌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1주일에 두 번 정도 산에 오른다는 장씨 역시 맨발 보행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맨발 예찬론자’였다.
산 아래에서 만난 한 상점 주인은 “한여름에는 맨발로 산을 오르는 사람이 꽤 많았다”고 전한다. 대모산뿐 아니라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등에도 맨발 등산족이 늘었다는 소문이다. 그러나 돌멩이와 나무둥치가 많아 다칠 위험이 있고, 파상풍이나 유행성 출혈열 등을 걱정해야 하기 때문에 부드러운 흙산이 아니면 맨발로 산을 오르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클리닉나인’ 재활의학과 심재호 원장은 “산행 전에 스트레칭과 몸의 균형을 잡는 운동을 충분히 해 발이 삐는 등의 위험을 예방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나 무좀이 있는 사람, 고령이나 어린이에게는 맨발 산행이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요즘 건강관리에서 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맨발을 이용한 건강 지키기에도 관심이 커지는 추세다. 서울에는 주요 공원 안에 어엿한 시설을 갖춘 맨발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98년 여의도공원 안에 맨발공원을 처음 만든 데 이어 보라매공원, 용산가족공원에 맨발공원이 있고, 남산공원과 양재동 ‘시민의 숲’에서도 한창 공사를 하고 있다. 이런 맨발공원에는 맨발 산책로와 앉아 쉴 수 있는 벤치, 발을 씻을 수 있는 곳이 마련되어 있어 특별한 준비물을 갖추지 않고도 얼마든지 맨발 산책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192m에 달하는 보라매공원 맨발 산책로의 경우 숙련도에 따라 코스를 택하도록 이용 안내도를 마련해 놓았다. 코스마다 해미석, 호박돌, 호강석, 원주목 등 바닥이 달라 원하는 곳을 골라 걸을 수 있다. 공원관리사무소 이문기씨의 말에 따르면 하루 1000명 정도의 주민이 이 시설을 이용한다고. 이씨는 “맨발공원은 혈액순환을 돕고 피로회복과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건강공원이다”면서 “맨발공원을 거닐면서 지압효과를 체험하려는 사람으로 인기가 높다”고 설명한다.
근처 직장에서 일하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이곳을 찾았다는 강기철씨(33)는 “10분 내지 20분 정도 맨발로 코스를 걷고 나면 그렇게 시원할 수 없다. 한동안 날씨가 더워 쉬었는데, 피곤함이 쌓이는 것 같아 다시 찾았다”고 말한다. 한여름·한겨울에도 빼놓지 않고 맨발공원을 찾는다는 한 할머니는 요통 관절염 같은 증세가 많이 좋아졌다며 맨발 산책을 권한다.
맨발의 열기는 비단 국내에 국한한 현상은 아닌 듯하다. 94년부터 활동을 시작해 맨발운동의 선구자로 꼽히는 ‘지저분한 발바닥 사회’(Dirty Sole Society)의 행동대원 1000여 명은 미국 영국 호주 독일 뉴질랜드 덴마크 일본 등지에서 시도 때도 없이 맨발로 나다닌다. ‘선조들처럼 맨발로 살면서 잃어버린 건강을 되찾고 이런 문화를 전 세계에 보급한다’는 것이 이 단체가 내건 기치. 이 동호회의 웹사이트(www. barefooters.org)에 접속하면 다양한 사람의 맨발 철학과 최상의 맨발 산책법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지구촌의 이러한 ‘발 열풍’은 발이 건강해야 온몸이 건강하다는 인식에서 비롯한다. 한방에서는 인체의 주요 경락과 경혈이 모인 발바닥을 ‘제2의 심장’으로 중요시하였고, 현대의학은 발의 해부학적 구조와 기능을 중요시한다. 인체의 하중을 고스란히 견디는 발에 문제가 생기면 무릎과 골반, 척추 등 근골격계의 균형이 깨지고, 요통이나 관절염 등의 원인이 된다. 이에 따라 발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족부의학’ ‘족부클리닉’ 등도 속속 생겼다.
을지병원 족부클리닉 양기원 교수는 “건강한 발의 조건은 무통(無痛), 무변형(無變形), 무부종(無浮腫: 붓지 않는 것), 무냉(無冷 : 시리거나 차지 않는 것), 무육자(無肉刺 : 티눈이나 굳은살이 없는 것) 등 ‘5무’(無)라고 할 수 있다”면서 “발에 대한 모든 병은 신발에서 시작하는 만큼, 편안한 신발을 고르고 자주 씻는 등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평소에도 통풍이 잘 되는 양말을 신고, 고운 모래나 흙에서 잠깐씩 맨발로 걷는 것이 발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김정훈씨(64)는 올해로 12년째 맨발 산행을 한다고 말했다. “전국에 있는 산을 다 맨발로 다녔어. 대모산은 한 5년 되었지. 이거 아무나 할 수 없어요. 처음엔 얼마나 아픈데…. 보통 사람은 한두 번 시도하다 관두지.”
공원마다 맨발 산책로 조성 잇달아
젊었을 때부터 산을 좋아한 김씨는 어릴 때 맨발로 산을 뛰어다닌 추억을 잊지 못해 어느 날인가부터 신발을 벗고 산을 올랐다. 처음엔 나뭇가지에 찔리고 돌에 채어 상처도 많이 났지만 이젠 굳은살이 단단히 박혀 웬만한 유릿조각에도 끄덕 없다. 주위 사람에게도 권해봤지만 꾸준히 하는 사람은 많지 않더라고. 맨발로 산을 오르면 신발을 신었을 때보다 신경이 곤두서고 충격 흡수 장치가 없어 쉽게 피로한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맨발 산행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땅의 기운이 머리까지 그대로 전달되는 느낌이야. 지압효과 때문인지 눈과 머리가 맑아지고 소화가 잘 돼 작은 돌멩이가 발바닥을 찌르고 풀이 간지럽게 하는 것이 신발을 신었을 때 느낄 수 없는 즐거움이지.” 몇 년 전 일을 그만 두고 하루 두 번씩 산에 오르는 것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김씨는 산을 오를 때마다 세상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인이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산을 내려오다 또 한 명의 맨발족을 발견했다. 장승국씨(55)의 발은 그러나 김씨보다 훨씬 ‘뽀송뽀송’했다. “저는 올 여름부터 맨발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등산화 신고 산을 오르는데 어느 순간 너무 갑갑하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중간에 벗어버렸죠. 굉장히 시원하더군요. 신발을 신었을 때보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기분이 아주 좋아요. 불면증 증세가 있었는데 맨발 산행을 시작한 이후 없어졌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1주일에 두 번 정도 산에 오른다는 장씨 역시 맨발 보행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맨발 예찬론자’였다.
산 아래에서 만난 한 상점 주인은 “한여름에는 맨발로 산을 오르는 사람이 꽤 많았다”고 전한다. 대모산뿐 아니라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등에도 맨발 등산족이 늘었다는 소문이다. 그러나 돌멩이와 나무둥치가 많아 다칠 위험이 있고, 파상풍이나 유행성 출혈열 등을 걱정해야 하기 때문에 부드러운 흙산이 아니면 맨발로 산을 오르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클리닉나인’ 재활의학과 심재호 원장은 “산행 전에 스트레칭과 몸의 균형을 잡는 운동을 충분히 해 발이 삐는 등의 위험을 예방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나 무좀이 있는 사람, 고령이나 어린이에게는 맨발 산행이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요즘 건강관리에서 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맨발을 이용한 건강 지키기에도 관심이 커지는 추세다. 서울에는 주요 공원 안에 어엿한 시설을 갖춘 맨발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98년 여의도공원 안에 맨발공원을 처음 만든 데 이어 보라매공원, 용산가족공원에 맨발공원이 있고, 남산공원과 양재동 ‘시민의 숲’에서도 한창 공사를 하고 있다. 이런 맨발공원에는 맨발 산책로와 앉아 쉴 수 있는 벤치, 발을 씻을 수 있는 곳이 마련되어 있어 특별한 준비물을 갖추지 않고도 얼마든지 맨발 산책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192m에 달하는 보라매공원 맨발 산책로의 경우 숙련도에 따라 코스를 택하도록 이용 안내도를 마련해 놓았다. 코스마다 해미석, 호박돌, 호강석, 원주목 등 바닥이 달라 원하는 곳을 골라 걸을 수 있다. 공원관리사무소 이문기씨의 말에 따르면 하루 1000명 정도의 주민이 이 시설을 이용한다고. 이씨는 “맨발공원은 혈액순환을 돕고 피로회복과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건강공원이다”면서 “맨발공원을 거닐면서 지압효과를 체험하려는 사람으로 인기가 높다”고 설명한다.
근처 직장에서 일하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이곳을 찾았다는 강기철씨(33)는 “10분 내지 20분 정도 맨발로 코스를 걷고 나면 그렇게 시원할 수 없다. 한동안 날씨가 더워 쉬었는데, 피곤함이 쌓이는 것 같아 다시 찾았다”고 말한다. 한여름·한겨울에도 빼놓지 않고 맨발공원을 찾는다는 한 할머니는 요통 관절염 같은 증세가 많이 좋아졌다며 맨발 산책을 권한다.
맨발의 열기는 비단 국내에 국한한 현상은 아닌 듯하다. 94년부터 활동을 시작해 맨발운동의 선구자로 꼽히는 ‘지저분한 발바닥 사회’(Dirty Sole Society)의 행동대원 1000여 명은 미국 영국 호주 독일 뉴질랜드 덴마크 일본 등지에서 시도 때도 없이 맨발로 나다닌다. ‘선조들처럼 맨발로 살면서 잃어버린 건강을 되찾고 이런 문화를 전 세계에 보급한다’는 것이 이 단체가 내건 기치. 이 동호회의 웹사이트(www. barefooters.org)에 접속하면 다양한 사람의 맨발 철학과 최상의 맨발 산책법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지구촌의 이러한 ‘발 열풍’은 발이 건강해야 온몸이 건강하다는 인식에서 비롯한다. 한방에서는 인체의 주요 경락과 경혈이 모인 발바닥을 ‘제2의 심장’으로 중요시하였고, 현대의학은 발의 해부학적 구조와 기능을 중요시한다. 인체의 하중을 고스란히 견디는 발에 문제가 생기면 무릎과 골반, 척추 등 근골격계의 균형이 깨지고, 요통이나 관절염 등의 원인이 된다. 이에 따라 발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족부의학’ ‘족부클리닉’ 등도 속속 생겼다.
을지병원 족부클리닉 양기원 교수는 “건강한 발의 조건은 무통(無痛), 무변형(無變形), 무부종(無浮腫: 붓지 않는 것), 무냉(無冷 : 시리거나 차지 않는 것), 무육자(無肉刺 : 티눈이나 굳은살이 없는 것) 등 ‘5무’(無)라고 할 수 있다”면서 “발에 대한 모든 병은 신발에서 시작하는 만큼, 편안한 신발을 고르고 자주 씻는 등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평소에도 통풍이 잘 되는 양말을 신고, 고운 모래나 흙에서 잠깐씩 맨발로 걷는 것이 발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