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7월 경북 성주는 온통 기대감에 부풀었다. 성주군 내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금광맥(金鑛脈)을 발견했다는 언론보도가 터져 나왔기 때문. 이 낭보는 IMF 환란으로 ‘제2의 국채보상운동’으로도 불린 ‘금 모으기’운동이 범국민적 참여 속에 진행된 시대상황과 맞물려 전국을 들뜨게 하기에 충분했다.
당시 보도 요지는 이렇다.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에 금광으로 각광 받은 금덕광산 및 주변 285ha(현 수륜광산)에서 큰 금맥이 발견되었다. 지하부분을 뺀 지표상 금광석 매장량만 34만4420t(순금 7.2t)으로 추정한다. 금 함유량은 금광석 1t당 평균 20.8g의 양질이다. 오는 2001년부터 본격 생산에 착수, 향후 10년 간 연간 1t씩 금을 생산할 것이다’.
보도 직후 수륜광산 개발업체인 영풍산업㈜의 주가는 7000원대에서 2만2000원대로 급등했다. 영풍산업은 무극광업소를 운영해 성공을 거둔 국내 굴지의 금광개발전문업체.
굴진작업은 계속… 채광 여부 저울질
1년 뒤인 99년 6월21일 대한광업진흥공사(이하 광진공) 역시 수륜광산의 금광석 가채매장량이 무려 184만4000t에 달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당시 국내 최대 금광으로 알려진 충북 음성군 무극광산 78만 t의 약 2.3배. 국내 총 금광석 가채매장량(400만 t)의 절반에 이른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아직 영풍산업이 금을 캤다는 소식은 전혀 들리지 않는다. 과연 수륜광산엔 막대한 양의 금이 있는 것일까.
지난 9월6일 성주군 수륜면 계정리 산 116번지. 국도변에서 600m 남짓 떨어진 영풍산업㈜ 수륜광업소에선 굴진작업(금맥을 찾아 갱을 파들어가는 일)이 한창이었다. 일명 ‘로코모티브’라는 광산용 축전차가 시커먼 갱 속을 드나들며 폐석을 쏟아내고 있었다. 현장 한 켠에는 코어박스(시추한 암석 샘플인 ‘코어’를 보관하는 상자)가 차곡히 쌓여 있었다.
“여기선 굴진작업만 한다. 품위(금광석 1t당 금 함유량)가 어느 정도인지는 우리도 모른다. 품위를 따지는 시추작업은 광진공이 맡아서 한다.” 수륜광업소 김철호 소장(54)은 “아직 금을 생산하진 않았으나 작업을 축소한 건 아니다. 연말까지 작업을 계속한 뒤 탐광 및 시추 결과를 종합 검토해 채광 여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영풍산업이 대구의 광산업자 이모씨(68)에게서 수륜광산 광업권을 인수한 것은 98년 6월. 영풍산업은 같은해 10월 수륜광업소 개소식을 갖고 99년 1월부터 본격 작업에 들어갔다. 현재까지의 굴진작업 구간은 모두 3개 갱구의 총 연장 6km. 지금까지 투입한 비용만 해도 60억여 원이다.
그런데도 수륜광산은 ‘잊힌 금광’이 되었다. 생활권이 인접한 고령군에 속해서일까. 택시 운전기사들조차 광업소 위치를 모를 정도다.
이와 무관하지 않은 듯, 영풍산업은 최근 수륜광업소 작업인력을 대폭 줄였다. 지난해 초만 해도 50명에 육박했지만, 광업소측이 최근 성주군청에 보고한 광물생산보고서(9월3일자)엔 현장인력이 사무직 2명, 기술직 4명, 노무직 7명 등 모두 13명으로 되어 있다. 광업소측은 또 자체 화약 저장소를 없앤 대신 작업에 필요한 화약을 대구 등지에서 조달하고 있다. 작업인력 감소는 채광작업의 가능성이 그만큼 희박함을 의미하는 것일까.
기대가 크던 군청의 입장은 어떨까. 성주군청 지역개발과 조임권씨는 “당초 수륜광산의 잠재가치가 9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해 금만 쏟아지면 광업권세·소득세·주민세 등 연간 수억원의 지방세수 증대는 물론 금 채굴을 위한 제련소 건설, 도로 확충 등 기반시설 발전과 주민 고용창출 등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기대했다. 작업을 시작한 이후 광업소측이 매월 광물생산보고서를 내고 있으나 생산실적은 통보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아직까지 금 소식이 잠잠한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 문제는 채산성. 가채매장량이 많다 해도 금값보다 금을 캐내는 비용이 더 든다면 경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영풍산업엔 잇단 주주들의 문의 전화가 쇄도한다.
영풍산업 광무부 김태훈 대리는 “과거 발표한 가채매장량은 지표탐사를 통해 나온 것이며, 현 시점에서 지하에 매장된 금광석의 채산성 여부는 따지기 어렵다. 작업을 연말이나 내년 1~2월까지 계속한 뒤 가채량과 경제성 등을 꼼꼼히 따져 채광 여부를 결정지을 것이다”고 밝혔다. 경우에 따라선 수륜광산이 휴광상태에 놓일 수도 있음을 뜻한다.
광진공도 답답하긴 매한가지. 영풍산업의 작업과 때를 같이해 광진공도 전문팀을 파견, 지난 7월까지 현장에서 시추작업을 해왔지만 아직까지 수륜광산이 개발가치를 지녔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보고 있다. 금광은 보통 최소한 10년 이상 채광이 가능해야 경제성을 지닌 것으로 판단한다.
광진공 장병두 자원탐사처장은 “지난 99년 광진공 발표는 초기 시추 결과를 토대로 한 분석으로 당시엔 전국 최고 품위를 지닌 것으로 조사되었다. 하지만 이후의 시추 샘플 분석 결과는 기대에 못 미치는 형편이다”고 말했다.
산업자원부(이하 산자부)의 입장 역시 다르지 않다. 산자부 자원개발과 이숙형 서기관은 “아직 영풍산업이 채산성이 있을 정도의 가채매장량을 확보하진 못한 것으로 안다. 영풍산업이 조만간 사업성에 대한 최종 판단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수륜광산 개발이 큰 의미를 갖는 것은 국내 광산의 금 생산이 전무하다시피 한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광진공이 발표한 수륜광산의 가채매장량 184만4000t을 순금으로 환산하면 9.9t. 99년 광진공 발표 당시 금값으로 계산해도 무려 943억 원어치에 달한다. 이는 97년 말 이후 금을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해 온 점을 감안할 때 엄청난 대체효과를 낼 수 있어 나라살림에 큰 보탬이 된다. 더욱이 영풍산업은 지난 98년 남태평양상 파푸아뉴기니아(PNG)의 쿠타(KUTA)광산 일대에서 195.5t의 순금을 생산할 수 있는 초대형 금광(수륜광산의 10배 규모)을 확보했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이 금광에서도 채산성 있는 금은 전혀 나온 바 없다. 때문에 영풍산업은 물론 광진공, 산자부 공히 수륜광산에 대한 기대를 버리진 않고 있다.
3년여 뒷소식이 감감한 ‘노다지 낭보’는 과연 때이른 ‘한여름밤의 꿈’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을까. 영풍산업 관계자는 “섣불리 어느 한쪽으로 단정짓진 말아 달라”고 말한다. 어찌 되었든 세인의 궁금증이 풀리려면 수개월은 더 걸릴 듯싶다.
당시 보도 요지는 이렇다.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에 금광으로 각광 받은 금덕광산 및 주변 285ha(현 수륜광산)에서 큰 금맥이 발견되었다. 지하부분을 뺀 지표상 금광석 매장량만 34만4420t(순금 7.2t)으로 추정한다. 금 함유량은 금광석 1t당 평균 20.8g의 양질이다. 오는 2001년부터 본격 생산에 착수, 향후 10년 간 연간 1t씩 금을 생산할 것이다’.
보도 직후 수륜광산 개발업체인 영풍산업㈜의 주가는 7000원대에서 2만2000원대로 급등했다. 영풍산업은 무극광업소를 운영해 성공을 거둔 국내 굴지의 금광개발전문업체.
굴진작업은 계속… 채광 여부 저울질
1년 뒤인 99년 6월21일 대한광업진흥공사(이하 광진공) 역시 수륜광산의 금광석 가채매장량이 무려 184만4000t에 달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당시 국내 최대 금광으로 알려진 충북 음성군 무극광산 78만 t의 약 2.3배. 국내 총 금광석 가채매장량(400만 t)의 절반에 이른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아직 영풍산업이 금을 캤다는 소식은 전혀 들리지 않는다. 과연 수륜광산엔 막대한 양의 금이 있는 것일까.
지난 9월6일 성주군 수륜면 계정리 산 116번지. 국도변에서 600m 남짓 떨어진 영풍산업㈜ 수륜광업소에선 굴진작업(금맥을 찾아 갱을 파들어가는 일)이 한창이었다. 일명 ‘로코모티브’라는 광산용 축전차가 시커먼 갱 속을 드나들며 폐석을 쏟아내고 있었다. 현장 한 켠에는 코어박스(시추한 암석 샘플인 ‘코어’를 보관하는 상자)가 차곡히 쌓여 있었다.
“여기선 굴진작업만 한다. 품위(금광석 1t당 금 함유량)가 어느 정도인지는 우리도 모른다. 품위를 따지는 시추작업은 광진공이 맡아서 한다.” 수륜광업소 김철호 소장(54)은 “아직 금을 생산하진 않았으나 작업을 축소한 건 아니다. 연말까지 작업을 계속한 뒤 탐광 및 시추 결과를 종합 검토해 채광 여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영풍산업이 대구의 광산업자 이모씨(68)에게서 수륜광산 광업권을 인수한 것은 98년 6월. 영풍산업은 같은해 10월 수륜광업소 개소식을 갖고 99년 1월부터 본격 작업에 들어갔다. 현재까지의 굴진작업 구간은 모두 3개 갱구의 총 연장 6km. 지금까지 투입한 비용만 해도 60억여 원이다.
그런데도 수륜광산은 ‘잊힌 금광’이 되었다. 생활권이 인접한 고령군에 속해서일까. 택시 운전기사들조차 광업소 위치를 모를 정도다.
이와 무관하지 않은 듯, 영풍산업은 최근 수륜광업소 작업인력을 대폭 줄였다. 지난해 초만 해도 50명에 육박했지만, 광업소측이 최근 성주군청에 보고한 광물생산보고서(9월3일자)엔 현장인력이 사무직 2명, 기술직 4명, 노무직 7명 등 모두 13명으로 되어 있다. 광업소측은 또 자체 화약 저장소를 없앤 대신 작업에 필요한 화약을 대구 등지에서 조달하고 있다. 작업인력 감소는 채광작업의 가능성이 그만큼 희박함을 의미하는 것일까.
기대가 크던 군청의 입장은 어떨까. 성주군청 지역개발과 조임권씨는 “당초 수륜광산의 잠재가치가 9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해 금만 쏟아지면 광업권세·소득세·주민세 등 연간 수억원의 지방세수 증대는 물론 금 채굴을 위한 제련소 건설, 도로 확충 등 기반시설 발전과 주민 고용창출 등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기대했다. 작업을 시작한 이후 광업소측이 매월 광물생산보고서를 내고 있으나 생산실적은 통보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아직까지 금 소식이 잠잠한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 문제는 채산성. 가채매장량이 많다 해도 금값보다 금을 캐내는 비용이 더 든다면 경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영풍산업엔 잇단 주주들의 문의 전화가 쇄도한다.
영풍산업 광무부 김태훈 대리는 “과거 발표한 가채매장량은 지표탐사를 통해 나온 것이며, 현 시점에서 지하에 매장된 금광석의 채산성 여부는 따지기 어렵다. 작업을 연말이나 내년 1~2월까지 계속한 뒤 가채량과 경제성 등을 꼼꼼히 따져 채광 여부를 결정지을 것이다”고 밝혔다. 경우에 따라선 수륜광산이 휴광상태에 놓일 수도 있음을 뜻한다.
광진공도 답답하긴 매한가지. 영풍산업의 작업과 때를 같이해 광진공도 전문팀을 파견, 지난 7월까지 현장에서 시추작업을 해왔지만 아직까지 수륜광산이 개발가치를 지녔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보고 있다. 금광은 보통 최소한 10년 이상 채광이 가능해야 경제성을 지닌 것으로 판단한다.
광진공 장병두 자원탐사처장은 “지난 99년 광진공 발표는 초기 시추 결과를 토대로 한 분석으로 당시엔 전국 최고 품위를 지닌 것으로 조사되었다. 하지만 이후의 시추 샘플 분석 결과는 기대에 못 미치는 형편이다”고 말했다.
산업자원부(이하 산자부)의 입장 역시 다르지 않다. 산자부 자원개발과 이숙형 서기관은 “아직 영풍산업이 채산성이 있을 정도의 가채매장량을 확보하진 못한 것으로 안다. 영풍산업이 조만간 사업성에 대한 최종 판단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수륜광산 개발이 큰 의미를 갖는 것은 국내 광산의 금 생산이 전무하다시피 한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광진공이 발표한 수륜광산의 가채매장량 184만4000t을 순금으로 환산하면 9.9t. 99년 광진공 발표 당시 금값으로 계산해도 무려 943억 원어치에 달한다. 이는 97년 말 이후 금을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해 온 점을 감안할 때 엄청난 대체효과를 낼 수 있어 나라살림에 큰 보탬이 된다. 더욱이 영풍산업은 지난 98년 남태평양상 파푸아뉴기니아(PNG)의 쿠타(KUTA)광산 일대에서 195.5t의 순금을 생산할 수 있는 초대형 금광(수륜광산의 10배 규모)을 확보했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이 금광에서도 채산성 있는 금은 전혀 나온 바 없다. 때문에 영풍산업은 물론 광진공, 산자부 공히 수륜광산에 대한 기대를 버리진 않고 있다.
3년여 뒷소식이 감감한 ‘노다지 낭보’는 과연 때이른 ‘한여름밤의 꿈’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을까. 영풍산업 관계자는 “섣불리 어느 한쪽으로 단정짓진 말아 달라”고 말한다. 어찌 되었든 세인의 궁금증이 풀리려면 수개월은 더 걸릴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