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라북도 도립국악원 단원들이 제기한 ‘관기’(官妓) 파문으로 온 국악계가 뜨겁다. 지난 6월11일 전라북도 도립국악원(이하 국악원) 공동대책위원회 이름으로 낸 성명서에서 문제 부분은 다음과 같다.
“무엇이 예향이고 무엇이 소리의 고장인가. 전북지역 도립국악원 3개 예술단원(관현악단·무용단·창극단)들은 그 동안 예술인의 자존심은 물론이고, 인간적 모멸감까지 느끼면서도 전통문화예술을 사수하겠다는 사명감으로 예술활동에 전념해 왔다. 도지사가 뒤늦게 공연장에 입장하여 공연을 중지시키고, 도지사의 일정에 맞추어 갑자기 공연을 단축하는 등의 정치적·관료적 행태는 행사 주관자가 문화적 소양을 덜 갖추었다고 백번 이해하자. 오로지 몇몇 고위관료를 위해 한 사람씩 불려가 공연이란 이름으로 잔칫상에서 춤을 추고, 노래 부를 때도, 고위관료 장모의 퇴원을 기념한다는 자리에서 악을 연주하고, 부인의 계모임이며 사조직 행사를 하는 호텔에 불려가는 등, 마치 관기와 같은 취급을 당하면서도 예술활동을 위해 안정적인 생활이 필요하다는 절박감으로 우리는 버텨왔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관기’ 취급이냐는 관료들을 향한 비난과,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왜 이제 와서 옛 이야기까지 들춰내 제 얼굴에 침을 뱉느냐는 국악인을 향한 비난 여론도 만만치 않다. 언론이 ‘관기’ 부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반면, 정작 당사자들은 이 논쟁이 확산되는 것을 원치 않는 분위기다. 전라북도 도청은 진위 파악을 위한 자체감사에 착수하는 한편, 근거 없는 비방일 경우 명예훼손 등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새롭게 밝혀질 만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 최종욱 국악원 원장도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원장으로 부임하기 전 국악원 사무국장으로 일한 바 있어 이곳 실태를 잘 아는데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처음 이 문제를 제기한 국악원 공동대책위(의장 조용안, 관현악단 악장)측은 더 이상 관기 부분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가 성명서를 낸 것은 관기논쟁을 벌이자는 게 아니었다. 그러나 만약 도청이 법적 절차를 밟는다면 우리는 제시할 수 있는 증거가 충분히 있다”고 했다. 양측은 지난 6월14일 만나 법적 절차나 더 이상의 폭로를 자제하는 쪽으로 합의를 본 상태. 결국 지난 3개월간 전라북도 도청과 국악원 단원들이 벌인 힘겨루기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렇다면 관기논쟁에 가려진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 중심에는 전라북도가 올 8월 완공 예정으로 전주시 덕진동에 건립중인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 있다. 총 1089억 원의 예산을 들인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단순 시설만 비교하면 서울 세종문화회관과 국립극장의 중간쯤 되는, 지역문화시설로는 최대 규모.
그러나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착공(98년)에서 지금까지 도지사(유종근)의 ‘빚 내서 치적 쌓기’라는 비난과 함께 올 10월 세계소리축제가 열린 이후로는 시설활용 계획이 없다는 지적이 계속되어 왔다. 여기에 지난 3월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함께 국악원예술단을 민간에 위탁경영하기로 했고, ‘중앙공연문화재단’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예술단 단원들이 크게 반발하면서 갈등이 시작되었다.
지난 3월23일 전북도립국악원 예술단원들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위탁자 선정 및 편성예산 반대’를 내용으로 한 첫 성명서를 발표했다. 골자는 “전북도청의 민간위탁 방침에 찬성하지만, 소규모 이벤트 회사가 급조해서 단체 등록한 후 신청한 ‘중앙공연문화재단’으로의 수탁자 선정을 거부하고, 직접 재단법인을 설치하여 민간전문가에게 위탁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전당의 정상적 경영과 예술활동이 가능하도록 전당 운영예산 지원액을 대폭 증액 편성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북도청은 “도립 예술단원들이 이미 99년 결정한 민간위탁을 반대하고 집단으로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하고 해촉 사유에 해당한다”고 발표하자, 예술단 단원 132명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이 중 집단행동 핵심자 8명의 사직서를 선별 수리했고, 국악원 예술단원들은 도 의회 앞에서 시위(5월14~17일)를 벌이며 항의했다.
그 와중에 전라북도 도의회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국악원과 별개로 민간위탁을 하되 수탁자를 재선정하기로 결정하면서 국악원은 도청이 운영하는 기존 사업소 형태로 남았지만 갈등은 여전했다. 유종근 도지사가 “도립국악원을 당분간 현 체제로 운영하지만 민간위탁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힌데다 보복성의 ‘국악원 해체설’까지 흘러나와 도청과 국악원 예술단의 마찰은 파국으로 치달았다. 지난 5월25일 양측은 어렵사리 “전북도립국악원은 민간위탁에 찬성하며, 올바른 실현을 위해 예술단 대표가 참여하는 대화창구 개설 운영 및 지원, 예술단원 8명의 복직 선처 노력, 도지사 면담“ 등을 내용으로 하는 ‘합의성명서’ 발표에 성공했으나, 6월11일 공동대책위는 전북도청측이 2주일이 지나도록 합의내용을 지키지 않는다며 문제의 ‘관기’내용이 담긴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민간위탁의 운영형태는 여러 가지(기업재단위탁, 개인위탁, 사단법인위탁, 재단법인 직접설치위탁)인데 도청이 왜 굳이 기업위탁만 고집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극장경영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없이 애초 도지사가 지시한 ‘기업위탁’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는 공무원 마인드 때문 아닌가.”
소리문화의전당 개관준비팀장을 맡아온 권병웅씨(전 도립국악원 학예연구사)는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지난달 물러난 문치상 전 국악원장 시절부터 민간위탁을 준비해 왔다고 말한다. 당시 도청에 올린 보고서에는 시설과 예술단을 아울러 민간위탁할 경우 ‘재단법인’ 형태가 가장 바람직하다는 제안이 담겨있었다. 참고로 현재 세종문화회관, 부천문화센터, 정동극장 등이 재단법인 형태로 민영화했고, 예술의전당은 특수법인, 국립극장은 책임운영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도청이 주장하는 기업재단위탁의 경우, 실제 국내 기업재단들이 소리문화의전당처럼 큰 규모의 시설을 운영한 경험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그나마 자격과 능력을 갖춘 대기업 문화재단 쪽에 전당 위탁경영 공모에 응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유일한 위탁사례로 춘천어린이회관이 있지만 운영 실패로 기업이 철수했다. 이런 실패 사례도 제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권병웅).
“대외적으로 국악원 단원들이 민간위탁 자체를 반대하며 밥그릇 지키기에 여념이 없다는 식으로 알려졌는데 사실과 다르다. 예술단원들은 위탁 자체를 반대한 적이 없다. 다만 중앙공연문화재단이라는 경험과 능력이 의심스러운 단체를 수탁자로 선정한 것을 반대하는 것이다. 국립을 제외하고 지방에서 전라북도 도립국악원 규모의 예술단(창극단·관현악단·무용단)을 갖춘 곳이 없다. 그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구조조정 대상으로만 생각한다. 물론 국악원은 이번 민간위탁에서 제외되었지만 앞으로 이런 문제는 언제든지 재연될 것이다. 시설운영도 문제다. 도민들의 혈세로 소리문화의전당을 지어놓고 전통예술을 보호하기는커녕 민간업자가 뮤지컬 같은 돈 되는 공연만 하겠다면 가당한 이야기인가”(이항윤 공동대책위 대변인).
그러나 도청 문화관광국에서 민간위탁 실무작업을 해온 최종욱 국악원장은 “재단법인을 만들어 운영할 경우 이름만 바뀌지 여전히 관 주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제 극장 운영은 경쟁력 있는 전문가들이 들어와서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공모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 수탁자로 선정된 중앙공연문화재단의 자격에 대해 심사에 참여한 한 심사위원은 “공모자가 두 군데밖에 없었고(중앙공연문화재단과 한국공연예술원) 서류심사에서 한 쪽은 준비된 단체이고, 다른 한쪽은 준비가 미흡한 단체였다. 10월 세계소리축제를 열어야 하는 마당에 당장 준비된 단체에 손을 들어준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라며 수탁자 선정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 설명했다.
전국적으로 국립·도립·시립 등을 합쳐 운영하는 문예회관이 100곳에 이른다. 건립중인 곳도 30곳. 일부 국고지원을 받아 건립은 하더라도 나머지 건립비와 운영비는 모두 자치단체의 몫이다. 기존 문예회관의 경우에도 운영예산 부족으로 전문운영인력을 갖추지 못해 자치단체 행사나 주민노래자랑 대회장소로 쓰이는 상황이어서 최근 자치단체들이 돌파구로 삼은 것이 민간위탁 방안이다. 그 점에서 전주 소리문화의전당은 춘천어린이회관을 제외하고 지역문화시설 민간위탁의 첫 사례로 주목 받고 있다. 그러나 예술단원들의 ‘관기논쟁’과 수탁자 자격시비로 얼룩진 출발이 바람직한 민간경영의 모델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무엇이 예향이고 무엇이 소리의 고장인가. 전북지역 도립국악원 3개 예술단원(관현악단·무용단·창극단)들은 그 동안 예술인의 자존심은 물론이고, 인간적 모멸감까지 느끼면서도 전통문화예술을 사수하겠다는 사명감으로 예술활동에 전념해 왔다. 도지사가 뒤늦게 공연장에 입장하여 공연을 중지시키고, 도지사의 일정에 맞추어 갑자기 공연을 단축하는 등의 정치적·관료적 행태는 행사 주관자가 문화적 소양을 덜 갖추었다고 백번 이해하자. 오로지 몇몇 고위관료를 위해 한 사람씩 불려가 공연이란 이름으로 잔칫상에서 춤을 추고, 노래 부를 때도, 고위관료 장모의 퇴원을 기념한다는 자리에서 악을 연주하고, 부인의 계모임이며 사조직 행사를 하는 호텔에 불려가는 등, 마치 관기와 같은 취급을 당하면서도 예술활동을 위해 안정적인 생활이 필요하다는 절박감으로 우리는 버텨왔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관기’ 취급이냐는 관료들을 향한 비난과,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왜 이제 와서 옛 이야기까지 들춰내 제 얼굴에 침을 뱉느냐는 국악인을 향한 비난 여론도 만만치 않다. 언론이 ‘관기’ 부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반면, 정작 당사자들은 이 논쟁이 확산되는 것을 원치 않는 분위기다. 전라북도 도청은 진위 파악을 위한 자체감사에 착수하는 한편, 근거 없는 비방일 경우 명예훼손 등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새롭게 밝혀질 만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 최종욱 국악원 원장도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원장으로 부임하기 전 국악원 사무국장으로 일한 바 있어 이곳 실태를 잘 아는데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처음 이 문제를 제기한 국악원 공동대책위(의장 조용안, 관현악단 악장)측은 더 이상 관기 부분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가 성명서를 낸 것은 관기논쟁을 벌이자는 게 아니었다. 그러나 만약 도청이 법적 절차를 밟는다면 우리는 제시할 수 있는 증거가 충분히 있다”고 했다. 양측은 지난 6월14일 만나 법적 절차나 더 이상의 폭로를 자제하는 쪽으로 합의를 본 상태. 결국 지난 3개월간 전라북도 도청과 국악원 단원들이 벌인 힘겨루기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렇다면 관기논쟁에 가려진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 중심에는 전라북도가 올 8월 완공 예정으로 전주시 덕진동에 건립중인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 있다. 총 1089억 원의 예산을 들인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단순 시설만 비교하면 서울 세종문화회관과 국립극장의 중간쯤 되는, 지역문화시설로는 최대 규모.
그러나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착공(98년)에서 지금까지 도지사(유종근)의 ‘빚 내서 치적 쌓기’라는 비난과 함께 올 10월 세계소리축제가 열린 이후로는 시설활용 계획이 없다는 지적이 계속되어 왔다. 여기에 지난 3월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함께 국악원예술단을 민간에 위탁경영하기로 했고, ‘중앙공연문화재단’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예술단 단원들이 크게 반발하면서 갈등이 시작되었다.
지난 3월23일 전북도립국악원 예술단원들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위탁자 선정 및 편성예산 반대’를 내용으로 한 첫 성명서를 발표했다. 골자는 “전북도청의 민간위탁 방침에 찬성하지만, 소규모 이벤트 회사가 급조해서 단체 등록한 후 신청한 ‘중앙공연문화재단’으로의 수탁자 선정을 거부하고, 직접 재단법인을 설치하여 민간전문가에게 위탁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전당의 정상적 경영과 예술활동이 가능하도록 전당 운영예산 지원액을 대폭 증액 편성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북도청은 “도립 예술단원들이 이미 99년 결정한 민간위탁을 반대하고 집단으로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하고 해촉 사유에 해당한다”고 발표하자, 예술단 단원 132명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이 중 집단행동 핵심자 8명의 사직서를 선별 수리했고, 국악원 예술단원들은 도 의회 앞에서 시위(5월14~17일)를 벌이며 항의했다.
그 와중에 전라북도 도의회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국악원과 별개로 민간위탁을 하되 수탁자를 재선정하기로 결정하면서 국악원은 도청이 운영하는 기존 사업소 형태로 남았지만 갈등은 여전했다. 유종근 도지사가 “도립국악원을 당분간 현 체제로 운영하지만 민간위탁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힌데다 보복성의 ‘국악원 해체설’까지 흘러나와 도청과 국악원 예술단의 마찰은 파국으로 치달았다. 지난 5월25일 양측은 어렵사리 “전북도립국악원은 민간위탁에 찬성하며, 올바른 실현을 위해 예술단 대표가 참여하는 대화창구 개설 운영 및 지원, 예술단원 8명의 복직 선처 노력, 도지사 면담“ 등을 내용으로 하는 ‘합의성명서’ 발표에 성공했으나, 6월11일 공동대책위는 전북도청측이 2주일이 지나도록 합의내용을 지키지 않는다며 문제의 ‘관기’내용이 담긴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민간위탁의 운영형태는 여러 가지(기업재단위탁, 개인위탁, 사단법인위탁, 재단법인 직접설치위탁)인데 도청이 왜 굳이 기업위탁만 고집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극장경영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없이 애초 도지사가 지시한 ‘기업위탁’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는 공무원 마인드 때문 아닌가.”
소리문화의전당 개관준비팀장을 맡아온 권병웅씨(전 도립국악원 학예연구사)는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지난달 물러난 문치상 전 국악원장 시절부터 민간위탁을 준비해 왔다고 말한다. 당시 도청에 올린 보고서에는 시설과 예술단을 아울러 민간위탁할 경우 ‘재단법인’ 형태가 가장 바람직하다는 제안이 담겨있었다. 참고로 현재 세종문화회관, 부천문화센터, 정동극장 등이 재단법인 형태로 민영화했고, 예술의전당은 특수법인, 국립극장은 책임운영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도청이 주장하는 기업재단위탁의 경우, 실제 국내 기업재단들이 소리문화의전당처럼 큰 규모의 시설을 운영한 경험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그나마 자격과 능력을 갖춘 대기업 문화재단 쪽에 전당 위탁경영 공모에 응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유일한 위탁사례로 춘천어린이회관이 있지만 운영 실패로 기업이 철수했다. 이런 실패 사례도 제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권병웅).
“대외적으로 국악원 단원들이 민간위탁 자체를 반대하며 밥그릇 지키기에 여념이 없다는 식으로 알려졌는데 사실과 다르다. 예술단원들은 위탁 자체를 반대한 적이 없다. 다만 중앙공연문화재단이라는 경험과 능력이 의심스러운 단체를 수탁자로 선정한 것을 반대하는 것이다. 국립을 제외하고 지방에서 전라북도 도립국악원 규모의 예술단(창극단·관현악단·무용단)을 갖춘 곳이 없다. 그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구조조정 대상으로만 생각한다. 물론 국악원은 이번 민간위탁에서 제외되었지만 앞으로 이런 문제는 언제든지 재연될 것이다. 시설운영도 문제다. 도민들의 혈세로 소리문화의전당을 지어놓고 전통예술을 보호하기는커녕 민간업자가 뮤지컬 같은 돈 되는 공연만 하겠다면 가당한 이야기인가”(이항윤 공동대책위 대변인).
그러나 도청 문화관광국에서 민간위탁 실무작업을 해온 최종욱 국악원장은 “재단법인을 만들어 운영할 경우 이름만 바뀌지 여전히 관 주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제 극장 운영은 경쟁력 있는 전문가들이 들어와서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공모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 수탁자로 선정된 중앙공연문화재단의 자격에 대해 심사에 참여한 한 심사위원은 “공모자가 두 군데밖에 없었고(중앙공연문화재단과 한국공연예술원) 서류심사에서 한 쪽은 준비된 단체이고, 다른 한쪽은 준비가 미흡한 단체였다. 10월 세계소리축제를 열어야 하는 마당에 당장 준비된 단체에 손을 들어준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라며 수탁자 선정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 설명했다.
전국적으로 국립·도립·시립 등을 합쳐 운영하는 문예회관이 100곳에 이른다. 건립중인 곳도 30곳. 일부 국고지원을 받아 건립은 하더라도 나머지 건립비와 운영비는 모두 자치단체의 몫이다. 기존 문예회관의 경우에도 운영예산 부족으로 전문운영인력을 갖추지 못해 자치단체 행사나 주민노래자랑 대회장소로 쓰이는 상황이어서 최근 자치단체들이 돌파구로 삼은 것이 민간위탁 방안이다. 그 점에서 전주 소리문화의전당은 춘천어린이회관을 제외하고 지역문화시설 민간위탁의 첫 사례로 주목 받고 있다. 그러나 예술단원들의 ‘관기논쟁’과 수탁자 자격시비로 얼룩진 출발이 바람직한 민간경영의 모델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