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언론 플레이에 국민이 또 한번 속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지난 6월10일 지루하게 끌던 현대와 북한 아·태평화위원회의 금강산관광사업 관련 협상이 일단락되고, 현대아산 김윤규 사장이 합의사항을 발표하자 한 북한 전문가는 이렇게 평가했다. 특히 현대측이 이달 말까지 해결하겠다고 밝힌 금강산관광사업 대가금 중 미납금 해결 방안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어 의혹을 더해주고 있다. 현대측은 “주거래은행을 통해 대출을 추진하고 있다”고만 밝혔으나 아직 뾰족한 자금 조달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육로관광 합의를 포함한 현대측의 금강산 관광 합의사항에는 여러 가지 단서와 전제가 깔려 있어 어느 금융기관도 선뜻 부실기업 현대아산에 대한 자금 지원에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초점은 자연스레 남북협력기금 사용문제로 옮겨갔다. 현재 5960억 원이나 보유하고 있는 남북협력기금을 금강산관광사업에 일부 사용할 수 있다면 300억 원도 채 안 되는 미납금 문제는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현대도 충분히 눈독들일 만한 해결 방안인 것임에 분명하다.
국회에서도 남북협력기금 사용문제는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6월14일 열린 국회 재경위에서도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진념 경제부총리에게 “남북협력기금을 사용해서라도 현대가 금강산사업을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이냐”고 몰아붙였다. 물론 진부총리는 이에 대해 “남북협력기금의 현대 지원과 관련해 정부 방침을 결정한 바 없다”고만 답변했다. 그러나 진부총리는 이보다 이틀 전인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대가 10일 발표한 육로관광 사업에 대해 수익 모델을 검토한 뒤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원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해 혼란을 가중시켰다. 진부총리의 이러한 언급이 아니더라도 재경부나 통일부 등 유관 부처 사이에서 협력기금 사용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흔적은 여기저기서 나타난다. 통일부 총괄과나 재경부 국제경제과 관계자들은 남북협력기금 사용문제에 대해 한결같이 “확인해 줄 수 없다” “현대측의 정식 요청이 들어오면 그때 가서 이야기하겠다”고만 밝히고 있다. 역설적인 말이지만 정부가 남북협력기금 사용문제에 대해 ‘확인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도 정부는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힌 것이나 다름이 없다. 바로 현행 남북협력기금 규정상 현대를 포함한 30대 대규모 기업집단에는 기금을 쓸 수 없도록 못박아 놓았기 때문이다.
통일부가 지난 1999년 공표한 ‘남북경제교류협력에 대한 남북협력기금 지원지침’ 제5조(대출제외대상)에 따르면 30대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하는 기업의 경우 협력기금을 지원 받을 수 없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특히 이 고시는 남북협력기금 대출 대상에서 중소기업자를 우선으로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30대 기업집단 해당기업이 아니더라도 자기자본 완전잠식기업에는 대출을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대아산의 자본금 4500억 원은 현재 완전잠식상태에 있다.
그러다 보니 정부 일각에서는 30대 그룹에 대출을 금지한 경제협력사업자금 대출이 아닌 민족공동체회복 지원자금 등의 명목으로 기금의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족공동체회복 지원자금의 경우 30대 그룹 제외조항 등이 없어 소정의 절차만 거치면 지원하는 데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통일부 고시에는 현대를 포함한 30대 대규모 기업집단에는 지원할 수 없도록 되어 있지만 교류협력추진협의회 승인을 거치면 가능한 부분이 있다”고 말해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했다. 교류협력추진협의회는 통일부 장관이 회장을 맡고 관계 부처 차관들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문제는 민족공동체회복 지원자금의 경우 대부분 북한에 대한 무상지원사업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현대아산의 금강산관광사업이 여기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 남북협력기금을 관리하는 한국수출입은행 관계자도 “경북대 김순권 교수가 운영하는 옥수수재단이나 식량 차관, 대북 원조사업 등 사회단체가 추진하는 사업에 지원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현대아산 관계자조차도 금강산관광사업이 민족공동체 회복 사업에 해당하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는 반응. 한국개발연구원(KDI) 조동호 북한경제팀장은 “민족공동체회복 지원자금 형식으로 지원할 수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명분이 궁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회 동의 여부 등 정치적 논란도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1990년 남북협력기금법 제정 이후 경수로 발전소 공사나 대북지원에 모두 1조1220억 원의 협력기금을 썼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회 동의 절차 등을 거친 적은 한번도 없는 형편. 경의선 복원공사에도 남북협력기금을 1658억 원이나 배정했고, 이미 300억 원 이상을 지출했지만 현재 공사는 답보상태에 있을 뿐이다.
한편 현대아산 관계자는 “꼼꼼히 살펴보면”이라는 전제를 단 뒤 “일반 대출금융기관에서 대출 받으면서 남북협력기금이 보증을 서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편법적 방식인데다 전례도 없어 쉽지는 않겠지만 금융권 대출이 여의치 않을 경우 제3의 대안으로 현대 내부에서 검토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여러 변수들이 있음에도 일단 현대아산측은 남북협력기금 대출을 신청하지 않는 것으로 방침을 굳혔다는 것이 현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대 관계자는 “기금을 사용했으면 하는 마음이야 있지만 통일부 고시상으로 30대 그룹을 제외하도록 되어 있는데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 역시 “정부가 고시를 바꾸는 등의 방법으로 길을 터준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말해 정부의 결단을 기대하는 의중을 드러냈다.
사실상 현대와 정부가 함께 처한 고민의 핵심은 육로관광을 허용한다 하더라도 현대아산 독자적으로 이 사업을 얼마나 끌고 갈 수 있을지에 집중되고 있다. 현대측은 육로관광으로 인해 어느 정도 수익성이 보장된 만큼 롯데나 삼성, SK 등 자금 동원력이 괜찮은 우량 대기업들이 함께 참여해 컨소시엄을 구성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수익성이 불투명한 금강산사업 컨소시엄에 참여하고자 하는 기업은 현재 없는 형편.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대북사업 참여가 시장에서 호재가 아닌 악재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어느 기업이 선뜻 컨소시엄에 참여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지난 주 KDI에서 주최한 남북경협 세미나에서는 금강산사업의 수익성이 없을 경우 아예 이를 한국관광공사가 인수하거나 금강산 관광공사(가칭)와 같은 별도의 공기업을 세운 뒤 현대아산을 하나의 사업부로 인수하는 방식을 제시하기도 했다. 물론 이마저 쉽지는 않은 방안이다. 공적자금 투입 논란이 또다시 불거질 수 있고 자산 양수도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금강산 사업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정부와 현대는 금강산사업을 놓고 ‘한배를 탄 것 같은’ 고민에 빠져 있다. 그러나 정작 머리를 쥐어뜯는 쪽은 현대보다는 정부 쪽인 것 같다. 현대야 돈을 못 버는 것으로 끝날 일이지만 정부는 경제적 문제 이전에 정치적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현대측의 합의 발표대로라면 당장 이달 중으로 남·북 간 도로복원을 위한 당국 간 접촉을 재개해야 한다. 현대는 북한의 아·태측과 이를 남·북 정부에 ‘건의하기로’ 합의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공은 정부 쪽으로 넘어갔는데 공을 받은 쪽은 한국 정부가 아니라 북한 정부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
지난 6월10일 지루하게 끌던 현대와 북한 아·태평화위원회의 금강산관광사업 관련 협상이 일단락되고, 현대아산 김윤규 사장이 합의사항을 발표하자 한 북한 전문가는 이렇게 평가했다. 특히 현대측이 이달 말까지 해결하겠다고 밝힌 금강산관광사업 대가금 중 미납금 해결 방안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어 의혹을 더해주고 있다. 현대측은 “주거래은행을 통해 대출을 추진하고 있다”고만 밝혔으나 아직 뾰족한 자금 조달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육로관광 합의를 포함한 현대측의 금강산 관광 합의사항에는 여러 가지 단서와 전제가 깔려 있어 어느 금융기관도 선뜻 부실기업 현대아산에 대한 자금 지원에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초점은 자연스레 남북협력기금 사용문제로 옮겨갔다. 현재 5960억 원이나 보유하고 있는 남북협력기금을 금강산관광사업에 일부 사용할 수 있다면 300억 원도 채 안 되는 미납금 문제는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현대도 충분히 눈독들일 만한 해결 방안인 것임에 분명하다.
국회에서도 남북협력기금 사용문제는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6월14일 열린 국회 재경위에서도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진념 경제부총리에게 “남북협력기금을 사용해서라도 현대가 금강산사업을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이냐”고 몰아붙였다. 물론 진부총리는 이에 대해 “남북협력기금의 현대 지원과 관련해 정부 방침을 결정한 바 없다”고만 답변했다. 그러나 진부총리는 이보다 이틀 전인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대가 10일 발표한 육로관광 사업에 대해 수익 모델을 검토한 뒤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원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해 혼란을 가중시켰다. 진부총리의 이러한 언급이 아니더라도 재경부나 통일부 등 유관 부처 사이에서 협력기금 사용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흔적은 여기저기서 나타난다. 통일부 총괄과나 재경부 국제경제과 관계자들은 남북협력기금 사용문제에 대해 한결같이 “확인해 줄 수 없다” “현대측의 정식 요청이 들어오면 그때 가서 이야기하겠다”고만 밝히고 있다. 역설적인 말이지만 정부가 남북협력기금 사용문제에 대해 ‘확인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도 정부는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힌 것이나 다름이 없다. 바로 현행 남북협력기금 규정상 현대를 포함한 30대 대규모 기업집단에는 기금을 쓸 수 없도록 못박아 놓았기 때문이다.
통일부가 지난 1999년 공표한 ‘남북경제교류협력에 대한 남북협력기금 지원지침’ 제5조(대출제외대상)에 따르면 30대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하는 기업의 경우 협력기금을 지원 받을 수 없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특히 이 고시는 남북협력기금 대출 대상에서 중소기업자를 우선으로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30대 기업집단 해당기업이 아니더라도 자기자본 완전잠식기업에는 대출을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대아산의 자본금 4500억 원은 현재 완전잠식상태에 있다.
그러다 보니 정부 일각에서는 30대 그룹에 대출을 금지한 경제협력사업자금 대출이 아닌 민족공동체회복 지원자금 등의 명목으로 기금의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족공동체회복 지원자금의 경우 30대 그룹 제외조항 등이 없어 소정의 절차만 거치면 지원하는 데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통일부 고시에는 현대를 포함한 30대 대규모 기업집단에는 지원할 수 없도록 되어 있지만 교류협력추진협의회 승인을 거치면 가능한 부분이 있다”고 말해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했다. 교류협력추진협의회는 통일부 장관이 회장을 맡고 관계 부처 차관들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문제는 민족공동체회복 지원자금의 경우 대부분 북한에 대한 무상지원사업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현대아산의 금강산관광사업이 여기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 남북협력기금을 관리하는 한국수출입은행 관계자도 “경북대 김순권 교수가 운영하는 옥수수재단이나 식량 차관, 대북 원조사업 등 사회단체가 추진하는 사업에 지원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현대아산 관계자조차도 금강산관광사업이 민족공동체 회복 사업에 해당하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는 반응. 한국개발연구원(KDI) 조동호 북한경제팀장은 “민족공동체회복 지원자금 형식으로 지원할 수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명분이 궁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회 동의 여부 등 정치적 논란도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1990년 남북협력기금법 제정 이후 경수로 발전소 공사나 대북지원에 모두 1조1220억 원의 협력기금을 썼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회 동의 절차 등을 거친 적은 한번도 없는 형편. 경의선 복원공사에도 남북협력기금을 1658억 원이나 배정했고, 이미 300억 원 이상을 지출했지만 현재 공사는 답보상태에 있을 뿐이다.
한편 현대아산 관계자는 “꼼꼼히 살펴보면”이라는 전제를 단 뒤 “일반 대출금융기관에서 대출 받으면서 남북협력기금이 보증을 서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편법적 방식인데다 전례도 없어 쉽지는 않겠지만 금융권 대출이 여의치 않을 경우 제3의 대안으로 현대 내부에서 검토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여러 변수들이 있음에도 일단 현대아산측은 남북협력기금 대출을 신청하지 않는 것으로 방침을 굳혔다는 것이 현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대 관계자는 “기금을 사용했으면 하는 마음이야 있지만 통일부 고시상으로 30대 그룹을 제외하도록 되어 있는데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 역시 “정부가 고시를 바꾸는 등의 방법으로 길을 터준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말해 정부의 결단을 기대하는 의중을 드러냈다.
사실상 현대와 정부가 함께 처한 고민의 핵심은 육로관광을 허용한다 하더라도 현대아산 독자적으로 이 사업을 얼마나 끌고 갈 수 있을지에 집중되고 있다. 현대측은 육로관광으로 인해 어느 정도 수익성이 보장된 만큼 롯데나 삼성, SK 등 자금 동원력이 괜찮은 우량 대기업들이 함께 참여해 컨소시엄을 구성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수익성이 불투명한 금강산사업 컨소시엄에 참여하고자 하는 기업은 현재 없는 형편.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대북사업 참여가 시장에서 호재가 아닌 악재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어느 기업이 선뜻 컨소시엄에 참여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지난 주 KDI에서 주최한 남북경협 세미나에서는 금강산사업의 수익성이 없을 경우 아예 이를 한국관광공사가 인수하거나 금강산 관광공사(가칭)와 같은 별도의 공기업을 세운 뒤 현대아산을 하나의 사업부로 인수하는 방식을 제시하기도 했다. 물론 이마저 쉽지는 않은 방안이다. 공적자금 투입 논란이 또다시 불거질 수 있고 자산 양수도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금강산 사업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정부와 현대는 금강산사업을 놓고 ‘한배를 탄 것 같은’ 고민에 빠져 있다. 그러나 정작 머리를 쥐어뜯는 쪽은 현대보다는 정부 쪽인 것 같다. 현대야 돈을 못 버는 것으로 끝날 일이지만 정부는 경제적 문제 이전에 정치적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현대측의 합의 발표대로라면 당장 이달 중으로 남·북 간 도로복원을 위한 당국 간 접촉을 재개해야 한다. 현대는 북한의 아·태측과 이를 남·북 정부에 ‘건의하기로’ 합의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공은 정부 쪽으로 넘어갔는데 공을 받은 쪽은 한국 정부가 아니라 북한 정부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