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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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 병에 7500만원이라면…

색, 향기, 맛 사로잡는 ‘銘酒의 세계’… 술이 아니라 마시는 ‘보석’

  • <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

    입력2005-01-21 14: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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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 한 병에 7500만원이라면…
    주신(酒神) 바쿠스(bacchus)가 다스리는 술의 세계에는 그 종류가 많은 만큼 상상을 초월하는 특급 명주도 다양하다. 보통사람에게는 그저 호기심의 대상일 뿐이지만, 마니아들에게는 몇 달치 월급을 퍼주어도 아깝지 않다는 명주엔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정말 비싼 위스키 매캘란과 글랜피딕

    750ml 한 병에 500만원이라는 가격 때문에 화제가 된 스카치 위스키 매캘란(Macallan)1946. 전 세계에 3000여 병밖에 존재하지 않는 이 술은 옥수수 등을 섞은 그레인 위스키나 블렌디드 위스키와 달리 최고급 맥아(malt)만 사용했다. 스탠더드급(5~10년)이나 프리미엄급(12년 이상)에 비해 월등히 긴 50년 이상 숙성을 거치며 독특한 맛을 갖게 되었다는 자랑이다. 지난 4월 초 올 한해 판매용으로 들여온 50병이 금세 동이 나 추가주문을 의뢰해 놓은 상태다.

    500만원이 우스워지는 위스키도 있다. 일본에서 7500만원에 팔렸다고 해 화제가 되었던 글렌피딕 빈티지 리저브(Glenfiddich Vintage Reserve)는 지난해 열린 국내 경매에서 살 사람이 없어 유찰한 바 있다. 경매 당시 최초 가격은 2000만원. 수입사인 ㈜아영주산측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7500만원 상당의 보험에 가입하기도 했다고. 1941년에 만들어 91년에 병입되었기 때문에 글렌피딕 50년이라는 별명으로 더 널리 알려졌다. 국내에는 아직까지 그 맛을 본 사람이 없다는 글렌피딕 50년을 누가 차지할지는 수입사가 곧 실시할 2차 경매에서 가려질 예정이다.

    물론 이러한 초고가 위스키를 바라보는 눈길이 곱지만은 않다. 80년대 이후 미국 시장의 위스키 수요가 감소하면서 시작한 틈새시장 전략에 아시아 소비자들이 말려든 측면이 있다는 것. 씨그램스쿨의 김종국 원장은 “위스키는 기본적으로 12년을 숙성의 정점으로 보기 때문에 오래되었다고 반드시 좋은 술은 아니다”고 설명한다. 향이 부드러워지기는 하지만, 위스키의 매력이 그 강한 향에 있는 만큼 이를 장점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술 한 병에 7500만원이라면…
    코냑은 묘한 술이다. 애초에는 와인으로 만들 수 없는 질 낮은 포도를 증류시켜 만들었지만 그 깊은 향 덕분에 와인에 버금가는 명성을 얻었다.

    보통 코냑이나 아르마냑 같은 브랜디는 숙성연령에 따라 스타, VO/VS, VSOP, 나폴레옹, XO, 엑스트라급으로 나누는데 회사마다 그 기준이 조금씩 다르다. 레미 마르탱사의 경우 5년 이상 된 원액을 사용한 제품이 VSOP, 20년 정도 된 원액을 사용하면 XO급이다.

    명실공히 최고의 코냑으로 손꼽히는 술은 역시 레미 마르탱의 루이 13세(Louis XIII). 몇 해 전 국회의원들이 외유 길에 사 들고 오다 물의를 빚어 사치품의 대명사가 된 바로 그 술이다. 99년 말 밀레니엄용으로 준비한 50병이 한 달 새 모두 팔려나간 것만 봐도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밀수를 통해 반입한 것까지 포함하면 연 300~400병은 소비할 것이라는 게 관계들의 추산이다. 굳이 분류하자면 루이 13세는 엑스트라급보다 더 높은 초특급에 해당하며 국내거래가격은 300만원 내외. 프랑스 법으로 정한 6개 재배지역 가운데 최상급인 그랑 상파뉴 지구에서 생산하는 포도로만 빚는다.

    루이 13세에 못지않은 명성을 확보한는 코냑으로는 리처드 헤네시(Richard Hennessy)를 들 수 있다. 18세기 아일랜드 출신의 창립자 이름을 따라 지은 것으로도 제조사의 애정을 엿볼 수 있다. 100년이 넘은 원액 등 최고만을 엄선, 혼합해 만든 술로 그 독특하고 감각적인 병 디자인 또한 빼어나다. 국내 거래가격은 대략 350만원선으로 역시 선물용이나 장식용으로 찾는 사람이 많아 명절 때면 백화점의 호화 세트 상품 중의 하나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술 한 병에 7500만원이라면…
    오래된 최고급 와인을 산다는 것은 일종의 도박이다. 다른 술과는 달리 병입되고 나서도 계속 숙성하는 와인은 그 긴 세월 동안 보관에 조금만 문제가 있어도 상하고 말기 때문이다. 완벽하게 보관한 술에 ‘당첨’된 사람만이 최고의 맛을 즐기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도박의 짜릿한 흥분을 즐길 수 있어야만 진정한 포도주 마니아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와인 역시 무조건 오래되었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와인도 그 종류에 따라 수명이 있는 까닭이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보졸레 누보는 그 수명이 수개월 정도여서 더 오래 두면 도리어 맛이 나빠진다.

    최고의 와인 타이틀을 두고 겨루는 두 경쟁자는 로마네콩티(Romanee-Conti)와 페트뤼스(Petrus). 각각 프랑스 부르고뉴와 보르도 지방 최고의 적포도주다. 국내에서는 로마네콩티 95년산이 280만원, 페트뤼스 79년산을 200만원대에 거래한다(750ml병 기준). 워낙 고가다 보니 주로 접대용 등 비즈니스를 위해 사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나마 한해 10병 이상 판매하기 어렵다는 것이 수입업자들의 귀띔이고 보면 위스키에 비해 소비층이 엷은 편임을 알 수 있다. 눈여겨보는 사람은 많지만 자기가 마시기 위해 선뜻 구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전문업체 관계자는 말한다.

    로마네콩티는 “입으로 느끼는 오르가슴”이라는 말이 전해지는 명품. 생산지 포도밭의 크기가 축구장보다 조금 큰 규모여서 한 해 6000병 가량만을 생산한다. 이 와인의 병목에 붙어 있는 Monopole이라는 라벨은 이 밭에 오로지 한 생산자만이 존재한다는 뜻으로, 로마네콩티라는 이름의 술은 오로지 자신들이 독점하고 있음을 전하는 자신감의 상징이다.

    전통의 강자 로마네콩티에 도전장을 던진 페트뤼스는 60년대 이후에야 비로소 명성을 얻기 시작한 와인. 포도 재배에 최적이라는 토양과 적절한 강수량 등 훌륭한 자연조건을 갖추었지만 같은 보르도 지방의 메독(Medoc)에게 열세를 면치 못하다가 열정어린 생산자를 만나 최고 품질의 와인이 된, 사연 많은 술이다.

    그러나 이들의 명성이 영원하리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와인 맛에 대한 소비자들의 취향도 세월에 따라 조금씩 변하기 때문이다. 로마네콩티와 페트뤼스의 명성은 사실 강한 맛의 와인을 좋아하는 최근 분위기의 덕이 크다. 이렇듯 유행에 따라 승자가 갈리는 와인의 세계다 보니 명주들간의 끊임없는 경쟁의 역사가 계속되는 것이다.

    밀레니엄 샴페인 뤼나르

    술 한 병에 7500만원이라면…
    샴페인을 와인과 다른 종류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샴페인도 와인의 하나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상파뉴 지방에서 생산하는 발포성 와인을 샴페인이라고 일컫는 것. 백포도주를 한 번 더 발효시키면 형성되는 이산화탄소가 와인 속에 녹은 것이다. 이 기법을 발견한 수도사의 이름을 딴 돔 페리뇽(Dom-Perignon)이 대표적이지만 밀레니엄을 맞이해 만들어진 기획상품 뤼나르(l′exclusive de Rui-nart)가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다. 지난 20세기 동안 최고 품질의 포도를 생산한 해의 원액만을 골라 혼합해 만든 뤼나르의 국내가격은 대략 300만원선. 혼합 샴페인이므로 생산 연도(vintage)를 따로 적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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