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6일 한국전력이 주주총회를 갖고 발전부문 분할안을 승인함에 따라 전력독점 체제가 결국 무너졌다. 이날 주총으로 한국전력 구조개편 작업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한국전력 발전 부문의 자회사가 분리되고 한전은 오는 4월부터 6개의 발전 자회사가 민간 발전 사업자와 복수 경쟁을 벌이는 체제로 들어가게 된다. 발전 자회사의 사장은 별도 공모 절차를 거쳐 임명되고 이들 자회사가 가격 경쟁을 통해 한전에 전력을 공급하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전력거래소가 비영리 독립법인 형태로 만들어진다. 찬반 논란 속에 논의만 무성하던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민영화 플랜의 첫 단추가 비로소 끼워진 것이다.
그러나 이날 주주총회는 전력산업에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민영화 반대를 내세우는 노동조합측이 주총을 저지하겠다고 선언하자 회사측은 법원으로부터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을 받아내 경찰 병력의 호위 아래 주총을 치렀다. 주총 현장에서는 노조측 주주가 주주 명부 확인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몸싸움을 벌이다 청원경찰에 의해 끌려나가기도 했다.
이날 주총장에서도 화제는 지난 1월의 캘리포니아 정전 사태였다. 최수병 한전 사장은 이날 “캘리포니아 사태는 우리나라와는 사정이 다른 것이지만 이를 민영화 과정에서 타산지석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날 주총장에서 격렬하게 맞부닥친 한전 노사 양측이 얼마 전 캘리포니아 정전 사태 현장을 함께 둘러보고 내놓은 보고서의 결론이 서로 상이하다는 것이다.
사측은 캘리포니아에서 정전 사태가 난 것은 민영화 때문이 아니라 잘못된 정부의 가격 규제 정책과 수요 예측 잘못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지나치게 까다로운 환경 관련 규제 때문에 발전소를 짓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력 도매요금은 오르는데 소매요금은 동결했기 때문에 판매사업자들이 파산 상황으로 내몰렸다는 것. 사측은 만약 구조 개편이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면 수급 상황은 더욱 안 좋아졌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측도 회사측과 같은 의견으로, 노조를 포함해 일부 지식인들이 캘리포니아 정전 사태를 두고 민영화 반대 논리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현장을 둘러본 노조측에서 내놓은 보고서는 캘리포니아 정전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전력산업 구조개편에서 파생되는 문제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노조측에서는 민영화된 발전사업자가 시장지배력을 이용한 담합을 통해 전기 공급을 끊어버리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럴 경우 생산을 고의적으로 회피하는 발전사업자를 규제할 수 있는 기관이 없다는 이유도 내세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캘리포니아 정전 사태는 한전 민영화를 반대하는 주장의 주요 논거로 제시되고 있다. 한국전력 노동조합 하채희 홍보부장은 “전력산업 민영화 과정에 있던 미국의 주정부들도 캘리포니아 사태 이후 전면 백지화 또는 무기한 보류로 돌아서고 있다”며 전력 산업 구조개편을 재검토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와 한전측은 이러한 노조의 주장이 한마디로 기우에 불과하다며 일축하고 있다.
산자부 이희범 자원정책실장은 “캘리포니아의 경우 업자들이 담합했다는 증거가 없을 뿐더러 담합 여부에 대한 조사에서도 무혐의 판정을 받은 만큼 담합 가능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6개의 발전 자회사가 생겨나는 만큼 2, 3개 회사만 존재해 담합 가능성이 제기되는 다른 나라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한국전력 김영창 전력거래처장도 “1조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발전소를 건설해 놓고 가격이 낮다고 발전 설비를 놀릴 사업자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담합 가능성은 없다고 하더라도 요금 체계를 어떻게 결정하는지에 따라 수급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태가 올 가능성만큼은 상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논리는 가격이 차별화되는 만큼 전력 수요가 늘어나면 요금 인상으로 인해 전기를 사서 쓰지 못하는 사람이 생겨날 수 있다는 정도인 데 비해 노조측에서는 한전 소유의 발전소 대부분이 노후된 발전설비이기 때문에 유지 보수 및 고장 수리 기간 연장 등으로 인해 전력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정부에서는 전력요금 인상으로 전기를 사서 쓰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전력산업 구조개편과는 별도로 생활보호 차원의 별도 대책이 마련될 것이라는 보완책도 내놓고 있다.
캘리포니아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으려면 민영화냐 아니냐 하는 논란보다도 경쟁 체제 도입 이후 어떠한 요금 체계를 갖출지에 대한 논의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김남일 책임연구원은 “캘리포니아처럼 전력 요금을 묶어놓는 것이 아니라 장기평균가격에 연동시키면 배전회사가 파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김연구원은 “최종 소비자 요금을 배전회사나 판매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이승훈 교수(경제학)는 “2009년으로 예정된 소매 경쟁단계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도 구조 개편 이후 전력 도매시장은 자유화한 반면 소매가격을 법적으로 동결하는 바람에 고비용을 못 이긴 전력 판매업자들이 파산 지경에 직면하면서 정전사태까지 벌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이 정부의 불합리한 가격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지적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한국전력 김영창 전력거래처장은 “여태까지 전기를 공공재(公共財)라고 생각해 온 것이 문제”라며 “이제 전기도 배추나 고추처럼 부족하면 가격이 오르고 남아돌면 가격이 내리는 시대가 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시장 가격의 변동이 소비자에게 전달되어, 수요 측면의 이상 신호가 있다면 제때에 이를 시장에 반영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또 가격의 잦은 등락이 예상되는 만큼 현물시장의 가격 변동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선물시장 형태의 장기계약제도도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오는 4월 한전의 발전 자회사 출범은, 독점 체제인 현행 체제에서 발전 경쟁→도매 경쟁→소매 경쟁으로 나아가는 4단계 전력시장 구조개편의 첫 단추가 비로소 끼워지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2009년 이후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최종 단계인 소매 경쟁 체제가 도입되면 대규모 공장이나 대형 건물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까지도 전력 판매 회사를 비교해 자신에게 유리한 가격을 제공하는 사업자를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소비자들도 한전에서 날아오는 고지서대로 요금을 내기만 했던 시대에서 보다 값싼 전력회사를 찾아 계산기를 두드려야 하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주주총회는 전력산업에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민영화 반대를 내세우는 노동조합측이 주총을 저지하겠다고 선언하자 회사측은 법원으로부터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을 받아내 경찰 병력의 호위 아래 주총을 치렀다. 주총 현장에서는 노조측 주주가 주주 명부 확인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몸싸움을 벌이다 청원경찰에 의해 끌려나가기도 했다.
이날 주총장에서도 화제는 지난 1월의 캘리포니아 정전 사태였다. 최수병 한전 사장은 이날 “캘리포니아 사태는 우리나라와는 사정이 다른 것이지만 이를 민영화 과정에서 타산지석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날 주총장에서 격렬하게 맞부닥친 한전 노사 양측이 얼마 전 캘리포니아 정전 사태 현장을 함께 둘러보고 내놓은 보고서의 결론이 서로 상이하다는 것이다.
사측은 캘리포니아에서 정전 사태가 난 것은 민영화 때문이 아니라 잘못된 정부의 가격 규제 정책과 수요 예측 잘못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지나치게 까다로운 환경 관련 규제 때문에 발전소를 짓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력 도매요금은 오르는데 소매요금은 동결했기 때문에 판매사업자들이 파산 상황으로 내몰렸다는 것. 사측은 만약 구조 개편이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면 수급 상황은 더욱 안 좋아졌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측도 회사측과 같은 의견으로, 노조를 포함해 일부 지식인들이 캘리포니아 정전 사태를 두고 민영화 반대 논리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현장을 둘러본 노조측에서 내놓은 보고서는 캘리포니아 정전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전력산업 구조개편에서 파생되는 문제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노조측에서는 민영화된 발전사업자가 시장지배력을 이용한 담합을 통해 전기 공급을 끊어버리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럴 경우 생산을 고의적으로 회피하는 발전사업자를 규제할 수 있는 기관이 없다는 이유도 내세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캘리포니아 정전 사태는 한전 민영화를 반대하는 주장의 주요 논거로 제시되고 있다. 한국전력 노동조합 하채희 홍보부장은 “전력산업 민영화 과정에 있던 미국의 주정부들도 캘리포니아 사태 이후 전면 백지화 또는 무기한 보류로 돌아서고 있다”며 전력 산업 구조개편을 재검토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와 한전측은 이러한 노조의 주장이 한마디로 기우에 불과하다며 일축하고 있다.
산자부 이희범 자원정책실장은 “캘리포니아의 경우 업자들이 담합했다는 증거가 없을 뿐더러 담합 여부에 대한 조사에서도 무혐의 판정을 받은 만큼 담합 가능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6개의 발전 자회사가 생겨나는 만큼 2, 3개 회사만 존재해 담합 가능성이 제기되는 다른 나라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한국전력 김영창 전력거래처장도 “1조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발전소를 건설해 놓고 가격이 낮다고 발전 설비를 놀릴 사업자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담합 가능성은 없다고 하더라도 요금 체계를 어떻게 결정하는지에 따라 수급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태가 올 가능성만큼은 상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논리는 가격이 차별화되는 만큼 전력 수요가 늘어나면 요금 인상으로 인해 전기를 사서 쓰지 못하는 사람이 생겨날 수 있다는 정도인 데 비해 노조측에서는 한전 소유의 발전소 대부분이 노후된 발전설비이기 때문에 유지 보수 및 고장 수리 기간 연장 등으로 인해 전력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정부에서는 전력요금 인상으로 전기를 사서 쓰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전력산업 구조개편과는 별도로 생활보호 차원의 별도 대책이 마련될 것이라는 보완책도 내놓고 있다.
캘리포니아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으려면 민영화냐 아니냐 하는 논란보다도 경쟁 체제 도입 이후 어떠한 요금 체계를 갖출지에 대한 논의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김남일 책임연구원은 “캘리포니아처럼 전력 요금을 묶어놓는 것이 아니라 장기평균가격에 연동시키면 배전회사가 파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김연구원은 “최종 소비자 요금을 배전회사나 판매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이승훈 교수(경제학)는 “2009년으로 예정된 소매 경쟁단계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도 구조 개편 이후 전력 도매시장은 자유화한 반면 소매가격을 법적으로 동결하는 바람에 고비용을 못 이긴 전력 판매업자들이 파산 지경에 직면하면서 정전사태까지 벌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이 정부의 불합리한 가격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지적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한국전력 김영창 전력거래처장은 “여태까지 전기를 공공재(公共財)라고 생각해 온 것이 문제”라며 “이제 전기도 배추나 고추처럼 부족하면 가격이 오르고 남아돌면 가격이 내리는 시대가 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시장 가격의 변동이 소비자에게 전달되어, 수요 측면의 이상 신호가 있다면 제때에 이를 시장에 반영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또 가격의 잦은 등락이 예상되는 만큼 현물시장의 가격 변동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선물시장 형태의 장기계약제도도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오는 4월 한전의 발전 자회사 출범은, 독점 체제인 현행 체제에서 발전 경쟁→도매 경쟁→소매 경쟁으로 나아가는 4단계 전력시장 구조개편의 첫 단추가 비로소 끼워지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2009년 이후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최종 단계인 소매 경쟁 체제가 도입되면 대규모 공장이나 대형 건물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까지도 전력 판매 회사를 비교해 자신에게 유리한 가격을 제공하는 사업자를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소비자들도 한전에서 날아오는 고지서대로 요금을 내기만 했던 시대에서 보다 값싼 전력회사를 찾아 계산기를 두드려야 하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