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것으로 드릴까요, 아니면 국산 ‘몰카’로….” 최근 모 스포츠 신문에 난 ‘비디오 배달’ 광고를 보고 전화를 건 김모씨(34·서울시 서대문구 홍은동)는 잠시 할말을 잃었다. 아들과 함께 볼 명작 비디오를 구입할 요량이었지만 거두절미하고 음란 비디오물을 권하는 업자의 태도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것. 스포츠 신문 한 면의 절반을 도배해 놓은 이들 광고가 다름아닌 음란 포르노물과 몰래카메라 테이프 판매 광고임을 그때서야 김씨는 눈치챘다.
이처럼 스포츠 신문이 음란 비디오물의 ‘선전대’로 전락하고 있다. 4개 일간 스포츠지 중 3개지가 매일 이같은 불법 업소의 광고를 쏟아내며, 음란 비디오물을 광고하고 있는 것. 하루 4만5000∼5만5000원(2×4cm)의 광고비에 30∼40개의 비디오 배달 광고가 끊이지 않고 실린다. 예를 들어 1월29일자 C스포츠신문. ‘특수’ ‘엽기’ ‘몰카’ ‘SM’ ‘비디오 즉시 배달’ ‘6개 5만원’ ‘초특가 12개 6만원’ 등의 광고가 한 면에 36개나 실려 있다. 이중 한 군데에 손님을 가장해 주문전화를 걸어 보았다.
“어떤 종류를 원하십니까. 각 나라의 포르노는 기본이고, 몰카는 오양 1-2-3탄, 이양-백양편, 여관모텔-화장실-탈의실편 등이 있습니다.” 업자가 쏟아놓는 불법 비디오의 종류는 끝이 없었다. 몰카는 크게 연예인 몰카와 비연예인 몰카로 대별되며 화장실편은 각 대학별로 종류가 나뉘어 있었다. 듣는 것만으로도 지저분한 엽기(특수) 비디오도 ‘야구방망이편, 똥편, 개편’ 등 엽기의 스타일별로 구분되고, SM은 매를 들거나 학대를 당하는 상대가 남자인지 여자인지에 따라 구분되고 있었다.
오양 비디오와 백양 비디오의 경우 이슈가 된 당시에는 30만원 선에 거래되던 것이 5000원대로 떨어졌고, 몰래카메라의 화질이 예전보다 훨씬 깨끗해졌다는 게 업자들의 주장이다. 게다가 업자들마다 ‘특수프로’나 SM의 경우 구하기 힘든 것들을 자기들만 보유하고 있다며 자랑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핸드폰 번호만 교체하고 사라져버리면 그만인 이들 비디오 판매업자는 불법 비디오테이프마저도 제대로 배달해 주지 않고 있다. 돈만 가로채고 물건은 보내주지 않는 사기행각까지 벌이고 있는 것.
친구들과 스포츠 신문을 보고 비디오테이프를 신청한 이모씨(27)는 주문대금 5만원만 떼이고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망신을 당한 케이스. “일주일을 기다려도 오지 않아 독촉전화를 계속 하자 핸드폰이 끊어져 버렸습니다.” 이씨는 경찰에 신고하려 해도 자신의 ‘행동’이 부끄러워 주위에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 이들 업자는 반드시 계좌에 돈을 입금한 뒤 다시 전화를 하라는 방식으로 음란 비디오 애호가(?)들을 농락하고 있었다.
실제로 기자가 유통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비디오테이프를 주문해 보았더니 계속된 항의 끝에 3일 후에야 배달됐으며, 내용물도 일부 차이가 있었다. 심지어 빈 테이프도 있었다. “서로 떳떳지 못한 처지에, 미안하게 됐습니다. 화질이 좋지 않아 다른 것으로 대체했습니다.” 기자의 항의에 대한 업자의 뻔뻔스러운 대답이었다.
스포츠지 가운데 유일하게 ‘비디오 배달’ 광고를 회사 차원에서 거부하고 있는 ‘스포츠 투데이’ 광고국의 한 관계자는 “음란물 판매의 불법성 자체가 근본 문제이만 배달사고가 너무 많아 광고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우려가 크다는 점도 광고 거부의 이유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런 ‘비디오 배달’ 광고가 게재된 지 두 달이 넘도록 업자들에 대한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검찰과 경찰 관계자들의 반응은 일단 아직 스포츠 신문의 광고 폐해를 모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수사3계 양동인 경정은 “전단이나 생활 정보지를 이용한 불법 비디오 판매업자를 단속한 뒤 잠잠한가 싶었더니, 업자들이 이번에는 대담하게도 일간지에 배달광고를 내고 있는 모양”이라며 놀라워했다. 하지만 그는 수사를 시작해도 그들을 추적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업자들이 발각되면 즉시 교체할 수 있는 카드식이나 정액제 핸드폰을 타인 명의로 사용하는 데다, 택배와 퀵서비스 등으로 자신의 존재를 철저히 은폐하기 때문에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것. 결국 내부자 고발이나 첩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게 경찰의 고민이었다.
기자에게 테이프를 보낸 업자의 배달경로를 역추적한 결과 이같은 우려는 사실로 확인됐다. 이들은 부산시 해운대구 재송동의 한 거리로 퀵서비스를 불러 테이프를 택배회사에 넘기게 한 뒤, 택배회사가 서울의 지사를 통해 기자에게 이를 배달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퀵서비스 업자와 택배회사 그 어느 쪽도 포장물의 내용을 알거나 보낸 사람의 주소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사무실이 아닌 야외에서, 그것도 핸드폰으로 퀵서비스를 부른 뒤 택배를 이용했기 때문. 비디오 포장물의 외관에는 ‘내용물:기계부품, 발송자:㈜연인, 연락처:011-477-××××(광고상의 번호)’라고 쓰여 있을 따름이었다.
음란비디오 배달업자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며칠 동안 추적한 결과 한 배달업자와 통화할 수 있었다. 신변보장을 약속하자 그는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우리도 택배로 받으니까 원본을 뿌리는 데는 모르죠. 다만 전라도 광주 어디에 큰 제조창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긴 들었는데….”
그에 따르면 대부분의 업자들이 비디오 복제기를 가지고 있지 않고 대량복제와 유통을 담당하는 일명 ‘창고’로부터 이들 테이프를 개당 1000∼2000원 정도에 배달받고 있다는 것. 전체 조직이 점조직으로 구성돼 있고, 고정 연락망이 없어 ‘창고’의 존재는 항상 베일에 싸여 있다는 설명이다.
‘창고’에서 뿌려진 불법 비디오는 업자들에 의해 하루에 10∼20명의 고객에게 팔려나간다. 많을 때는 30명에게도 팔린다는 게 업자들의 자랑이다. 택배비도 수신자 부담이므로 이들 업자는 비디오테이프 구입비를 제외하고 하루 40만원에서 120만원씩의 폭리를 취하고 있었다.
“아찔합니다, 애들이 구입해서 볼까봐. 유력 일간지들이 경영하는 스포츠신문의 광고가 음란비디오 택배 광고였다니….” 경기도 부천에 사는 이모씨(42)는 업자들이 다른 매체 중 굳이 스포츠 신문을 선택한 이유에 주목한다. 청소년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활자매체는 단연 스포츠신문이고, 택배 배달은 청소년들의 음란비디오에 대한 접근성을 용이하게 한다는 게 그의 우려다.
문제의 심각성은 스포츠신문들이 이런 폐해를 알면서도 계속 광고를 내보내는 데 있다. 모 스포츠 신문 광고국의 한 관계자는 “이들 광고가 신문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각 영업소마다 미수금이 걸려 있고, 3개사의 합의가 안 돼 광고를 계속 게재하고 있다”며 “광고 내용과 광고비 입금을 온라인으로 하기 때문에 신문사측도 업자들을 알지 못한다”고 시인했다. 결국 스포츠지들은 몇 푼 안 되는 광고비 때문에 자신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는 것.
하지만 음란 비디오물의 판매를 매개하는 스포츠 신문에 대한 제재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생활정보지에 비디오 배달 광고를 낸 업자 2명을 구속한 부산지검 임관혁 검사는 “광고 자체에 음란물임을 드러내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고, 돈만 주면 광고의 내용을 보지 않고 게재하는 언론 관행상 음반 및 비디오에 관한 법률이나 음란물 유포 방조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며 광고매체 단속에 대한 어려움을 설명했다.
“제가 어디 있는 줄 어떻게 알아요. 걸려도 핸드폰 번호 바꿔서 광고하면 됩니다.” 경찰과 검찰을 비웃는 불법 비디오 판매업자의 기세는 고발 ‘으름장’에도 여전히 당당했다. 이러고도 음란물과 성오염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을까. 해당 언론사의 뼈아픈 반성과 검찰의 단속의지가 시급하다.
이처럼 스포츠 신문이 음란 비디오물의 ‘선전대’로 전락하고 있다. 4개 일간 스포츠지 중 3개지가 매일 이같은 불법 업소의 광고를 쏟아내며, 음란 비디오물을 광고하고 있는 것. 하루 4만5000∼5만5000원(2×4cm)의 광고비에 30∼40개의 비디오 배달 광고가 끊이지 않고 실린다. 예를 들어 1월29일자 C스포츠신문. ‘특수’ ‘엽기’ ‘몰카’ ‘SM’ ‘비디오 즉시 배달’ ‘6개 5만원’ ‘초특가 12개 6만원’ 등의 광고가 한 면에 36개나 실려 있다. 이중 한 군데에 손님을 가장해 주문전화를 걸어 보았다.
“어떤 종류를 원하십니까. 각 나라의 포르노는 기본이고, 몰카는 오양 1-2-3탄, 이양-백양편, 여관모텔-화장실-탈의실편 등이 있습니다.” 업자가 쏟아놓는 불법 비디오의 종류는 끝이 없었다. 몰카는 크게 연예인 몰카와 비연예인 몰카로 대별되며 화장실편은 각 대학별로 종류가 나뉘어 있었다. 듣는 것만으로도 지저분한 엽기(특수) 비디오도 ‘야구방망이편, 똥편, 개편’ 등 엽기의 스타일별로 구분되고, SM은 매를 들거나 학대를 당하는 상대가 남자인지 여자인지에 따라 구분되고 있었다.
오양 비디오와 백양 비디오의 경우 이슈가 된 당시에는 30만원 선에 거래되던 것이 5000원대로 떨어졌고, 몰래카메라의 화질이 예전보다 훨씬 깨끗해졌다는 게 업자들의 주장이다. 게다가 업자들마다 ‘특수프로’나 SM의 경우 구하기 힘든 것들을 자기들만 보유하고 있다며 자랑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핸드폰 번호만 교체하고 사라져버리면 그만인 이들 비디오 판매업자는 불법 비디오테이프마저도 제대로 배달해 주지 않고 있다. 돈만 가로채고 물건은 보내주지 않는 사기행각까지 벌이고 있는 것.
친구들과 스포츠 신문을 보고 비디오테이프를 신청한 이모씨(27)는 주문대금 5만원만 떼이고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망신을 당한 케이스. “일주일을 기다려도 오지 않아 독촉전화를 계속 하자 핸드폰이 끊어져 버렸습니다.” 이씨는 경찰에 신고하려 해도 자신의 ‘행동’이 부끄러워 주위에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 이들 업자는 반드시 계좌에 돈을 입금한 뒤 다시 전화를 하라는 방식으로 음란 비디오 애호가(?)들을 농락하고 있었다.
실제로 기자가 유통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비디오테이프를 주문해 보았더니 계속된 항의 끝에 3일 후에야 배달됐으며, 내용물도 일부 차이가 있었다. 심지어 빈 테이프도 있었다. “서로 떳떳지 못한 처지에, 미안하게 됐습니다. 화질이 좋지 않아 다른 것으로 대체했습니다.” 기자의 항의에 대한 업자의 뻔뻔스러운 대답이었다.
스포츠지 가운데 유일하게 ‘비디오 배달’ 광고를 회사 차원에서 거부하고 있는 ‘스포츠 투데이’ 광고국의 한 관계자는 “음란물 판매의 불법성 자체가 근본 문제이만 배달사고가 너무 많아 광고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우려가 크다는 점도 광고 거부의 이유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런 ‘비디오 배달’ 광고가 게재된 지 두 달이 넘도록 업자들에 대한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검찰과 경찰 관계자들의 반응은 일단 아직 스포츠 신문의 광고 폐해를 모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수사3계 양동인 경정은 “전단이나 생활 정보지를 이용한 불법 비디오 판매업자를 단속한 뒤 잠잠한가 싶었더니, 업자들이 이번에는 대담하게도 일간지에 배달광고를 내고 있는 모양”이라며 놀라워했다. 하지만 그는 수사를 시작해도 그들을 추적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업자들이 발각되면 즉시 교체할 수 있는 카드식이나 정액제 핸드폰을 타인 명의로 사용하는 데다, 택배와 퀵서비스 등으로 자신의 존재를 철저히 은폐하기 때문에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것. 결국 내부자 고발이나 첩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게 경찰의 고민이었다.
기자에게 테이프를 보낸 업자의 배달경로를 역추적한 결과 이같은 우려는 사실로 확인됐다. 이들은 부산시 해운대구 재송동의 한 거리로 퀵서비스를 불러 테이프를 택배회사에 넘기게 한 뒤, 택배회사가 서울의 지사를 통해 기자에게 이를 배달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퀵서비스 업자와 택배회사 그 어느 쪽도 포장물의 내용을 알거나 보낸 사람의 주소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사무실이 아닌 야외에서, 그것도 핸드폰으로 퀵서비스를 부른 뒤 택배를 이용했기 때문. 비디오 포장물의 외관에는 ‘내용물:기계부품, 발송자:㈜연인, 연락처:011-477-××××(광고상의 번호)’라고 쓰여 있을 따름이었다.
음란비디오 배달업자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며칠 동안 추적한 결과 한 배달업자와 통화할 수 있었다. 신변보장을 약속하자 그는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우리도 택배로 받으니까 원본을 뿌리는 데는 모르죠. 다만 전라도 광주 어디에 큰 제조창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긴 들었는데….”
그에 따르면 대부분의 업자들이 비디오 복제기를 가지고 있지 않고 대량복제와 유통을 담당하는 일명 ‘창고’로부터 이들 테이프를 개당 1000∼2000원 정도에 배달받고 있다는 것. 전체 조직이 점조직으로 구성돼 있고, 고정 연락망이 없어 ‘창고’의 존재는 항상 베일에 싸여 있다는 설명이다.
‘창고’에서 뿌려진 불법 비디오는 업자들에 의해 하루에 10∼20명의 고객에게 팔려나간다. 많을 때는 30명에게도 팔린다는 게 업자들의 자랑이다. 택배비도 수신자 부담이므로 이들 업자는 비디오테이프 구입비를 제외하고 하루 40만원에서 120만원씩의 폭리를 취하고 있었다.
“아찔합니다, 애들이 구입해서 볼까봐. 유력 일간지들이 경영하는 스포츠신문의 광고가 음란비디오 택배 광고였다니….” 경기도 부천에 사는 이모씨(42)는 업자들이 다른 매체 중 굳이 스포츠 신문을 선택한 이유에 주목한다. 청소년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활자매체는 단연 스포츠신문이고, 택배 배달은 청소년들의 음란비디오에 대한 접근성을 용이하게 한다는 게 그의 우려다.
문제의 심각성은 스포츠신문들이 이런 폐해를 알면서도 계속 광고를 내보내는 데 있다. 모 스포츠 신문 광고국의 한 관계자는 “이들 광고가 신문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각 영업소마다 미수금이 걸려 있고, 3개사의 합의가 안 돼 광고를 계속 게재하고 있다”며 “광고 내용과 광고비 입금을 온라인으로 하기 때문에 신문사측도 업자들을 알지 못한다”고 시인했다. 결국 스포츠지들은 몇 푼 안 되는 광고비 때문에 자신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는 것.
하지만 음란 비디오물의 판매를 매개하는 스포츠 신문에 대한 제재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생활정보지에 비디오 배달 광고를 낸 업자 2명을 구속한 부산지검 임관혁 검사는 “광고 자체에 음란물임을 드러내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고, 돈만 주면 광고의 내용을 보지 않고 게재하는 언론 관행상 음반 및 비디오에 관한 법률이나 음란물 유포 방조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며 광고매체 단속에 대한 어려움을 설명했다.
“제가 어디 있는 줄 어떻게 알아요. 걸려도 핸드폰 번호 바꿔서 광고하면 됩니다.” 경찰과 검찰을 비웃는 불법 비디오 판매업자의 기세는 고발 ‘으름장’에도 여전히 당당했다. 이러고도 음란물과 성오염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을까. 해당 언론사의 뼈아픈 반성과 검찰의 단속의지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