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영화 속에서 이 대사는 뜻밖에도 여자인 원주(전도연)의 입에서 튀어나온다. 사과를 깎고 있는 봉수(설경구)를 바라보던 원주는, ‘사과도 깎아주고 온갖 귀찮은 일을 대신 해주는’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이에 봉수는 “아내는 아주 특별한 존재”라고 받아친다.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 ‘아마코드’에서 한 남자가 나무 위에 올라가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외치던 모습에서 영화의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박흥식 감독은 보통사람들의 특별할 것 없는 일상 속에서 ‘사랑’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의미를 끄집어내 곱게 펼쳐 보인다.
언뜻 뮤직비디오처럼 예쁘고 세련된 영화를 연상할 수 있지만, 영화가 포착하는 공간은 홍대 앞 만화가게와 경기도 과천의 한 아파트상가 등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공간 그대로이고, 충무로의 톱스타 전도연과 설경구 역시 하루에도 수십 번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보통의 한국여자, 한국남자의 모습에서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는 소시민의 얼굴 그대로다.
사람들은 어떤 순간에 결혼하고 싶어지는 걸까. 어느 날 출근길에 갑자기 지하철이 멈춰버린다면, 그리고 그 캄캄한 공간에서 모두들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는데 자신에겐 전화할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발견할 때 ‘나에게도 누군가가 있었으면…’하고 바라게 되지 않을까.
아파트 단지 내의 조그만 은행에서 근무하는 김봉수는 그런 이유로 무단결근을 감행한다. 학교 다닐 때부터 23년 동안 지각 한번 하지 않은 ‘성실한’ 남자가 이런 사고를 칠 정도로 진한 외로움을 느끼는 동안, 사실은 그를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 은행과 나란히 마주보고 있는 보습학원의 강사 원주는 은행에 와서 현금지급기가 카드를 먹었다고 봉수를 귀찮게 하고, 학원 교무실의 형광등을 고쳐달라며 그를 부르는 등 애매한 방식으로 사랑을 전달하려 애쓰지만 남자는 자신에게 다가온 사랑을 알지 못한다.
라면집에서, 은행에서, 버스정류장에서 수없이 마주치고 지나쳐가던 두 사람은 터질 듯한 열정과 가슴 시린 눈물 대신, 수줍게 건네는 목캔디와 요구르트, 비 오는 날 잃어버린 우산, 은행 구석의 CCTV를 통해 사랑의 조약돌을 쌓아간다. 이런 소소한 물건들을 통해 사랑은 보일 듯 말 듯, 들릴 듯 말 듯 찾아와 두 사람의 가슴에 스며든다. 멜로영화라면 으레 한두 번 양념으로 등장하게 마련인 드라마틱한 반전이나 운명의 꼬임이 이 영화엔 없다. “뭐 이런 심심한 영화가 다 있어?”라고 푸념하면서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되는 건 역시 충무로가 자랑하는 두 연기파 배우의 흡인력 있는 연기력 때문이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평범한 의상으로 화려함을 지워내고 봉수보다 더 평범한 원주로 분한 전도연은 ‘여인’이라기보다는 소녀 같은 싱그러운 매력으로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고, ‘박하사탕’ ‘단적비연수’의 광기와 카리스마를 벗고, 썰렁하지만 착한 남자로 돌아간 설경구의 연기도 ‘8월의 크리스마스’의 한석규 못지않게 자연스럽다.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문득 내 옆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그녀)가 새삼 그리워진다.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 ‘아마코드’에서 한 남자가 나무 위에 올라가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외치던 모습에서 영화의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박흥식 감독은 보통사람들의 특별할 것 없는 일상 속에서 ‘사랑’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의미를 끄집어내 곱게 펼쳐 보인다.
언뜻 뮤직비디오처럼 예쁘고 세련된 영화를 연상할 수 있지만, 영화가 포착하는 공간은 홍대 앞 만화가게와 경기도 과천의 한 아파트상가 등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공간 그대로이고, 충무로의 톱스타 전도연과 설경구 역시 하루에도 수십 번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보통의 한국여자, 한국남자의 모습에서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는 소시민의 얼굴 그대로다.
사람들은 어떤 순간에 결혼하고 싶어지는 걸까. 어느 날 출근길에 갑자기 지하철이 멈춰버린다면, 그리고 그 캄캄한 공간에서 모두들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는데 자신에겐 전화할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발견할 때 ‘나에게도 누군가가 있었으면…’하고 바라게 되지 않을까.
아파트 단지 내의 조그만 은행에서 근무하는 김봉수는 그런 이유로 무단결근을 감행한다. 학교 다닐 때부터 23년 동안 지각 한번 하지 않은 ‘성실한’ 남자가 이런 사고를 칠 정도로 진한 외로움을 느끼는 동안, 사실은 그를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 은행과 나란히 마주보고 있는 보습학원의 강사 원주는 은행에 와서 현금지급기가 카드를 먹었다고 봉수를 귀찮게 하고, 학원 교무실의 형광등을 고쳐달라며 그를 부르는 등 애매한 방식으로 사랑을 전달하려 애쓰지만 남자는 자신에게 다가온 사랑을 알지 못한다.
라면집에서, 은행에서, 버스정류장에서 수없이 마주치고 지나쳐가던 두 사람은 터질 듯한 열정과 가슴 시린 눈물 대신, 수줍게 건네는 목캔디와 요구르트, 비 오는 날 잃어버린 우산, 은행 구석의 CCTV를 통해 사랑의 조약돌을 쌓아간다. 이런 소소한 물건들을 통해 사랑은 보일 듯 말 듯, 들릴 듯 말 듯 찾아와 두 사람의 가슴에 스며든다. 멜로영화라면 으레 한두 번 양념으로 등장하게 마련인 드라마틱한 반전이나 운명의 꼬임이 이 영화엔 없다. “뭐 이런 심심한 영화가 다 있어?”라고 푸념하면서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되는 건 역시 충무로가 자랑하는 두 연기파 배우의 흡인력 있는 연기력 때문이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평범한 의상으로 화려함을 지워내고 봉수보다 더 평범한 원주로 분한 전도연은 ‘여인’이라기보다는 소녀 같은 싱그러운 매력으로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고, ‘박하사탕’ ‘단적비연수’의 광기와 카리스마를 벗고, 썰렁하지만 착한 남자로 돌아간 설경구의 연기도 ‘8월의 크리스마스’의 한석규 못지않게 자연스럽다.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문득 내 옆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그녀)가 새삼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