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6일일간지 사회면 귀퉁이를 장식한 사건이 있다.‘ 서울 강동 경찰서는 같은 학교 친구 조모군을 강제 성추행한 송모군(16ㆍK고)등 2명을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눈여겨 보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치고 말았을 이 짧은 기사는, 그러나 남자 고교생끼리의 동성강간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되짚게 한다.조사 결과 이들은 98년 6월부터 7차례에 걸쳐 피해자 조군에게 자신의 성기 를 만지거나 빨게하고, 실제 항문 성교까지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명은 삽입에 성공하고 다른 한 명은 실패했다고 털어놓았다.
진술 내용가운데 어른들을 경악케 한 것은 이들이 특별히 동성애자가 아님에도 또래 친구를 성추행 상대로 삼게된 원인이 ”남학생끼리 ‘하는‘일본동성애 만화를 보고 자극받았기 때문”이라고 한 대목이 다. 덕분에 또 다시 일본만화의 ‘음란성‘과‘폭력성‘이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최근 이 사실을 뒷받침해주는 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지난 7, 8월 한국대학생 대중문화감시단이 서울 지역 고등학생 460명(남학생 204명 여행생2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본 동성애 만화 모니터 및 구독 실태 조사‘를 보면 ‘동성애 만화를 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가 남학생 34%, 여행생 55%로 대부분 접촉경험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성애를 다룬 만화 대부분이 ‘19세미만 구독불가‘라는 사실을 무색케할 정도로 이미 접촉이 일상화됐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이 즐겨보는 일본동성애만화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대중문화감시단은 98,99년에 번역 출간된 일본의 동성애 만화 단편 집 ‘연애 일상다반사‘‘그녀석과 나‘ ‘양손의 꽃‘ ‘시그러운녀석들‘‘함께 눈뜨는 아침‘ ‘그와 그‘ ‘꿈 속의 이방인‘ ‘월하춘영‘‘오 나의 도련님‘ ‘사랑배달왔습니다‘ 등 10권을 집중 분석했다. 이런 종류의 만화들은 출판사마다코랄, 와인, 레드, 필링 등 각종 시리즈 이름을 달고 일 주일에도10여권씩 쏟아지고 있지만, 제목을가리면 내용만으로는 구별하기 어려운 정도로 패턴이 유사하다. 이 만화 속의 인물과 배경,전개되는내용, 언어와 장면 묘사의 문제점등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인물과 배경 : 주인공은 주로 고등학생이며 수재형 엘리트에다 조각처럼 완벽한 외모를 지녀 주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신적 존재로 묘사된다. 여기에 허약한 체질로 도움이 필요로 하는 예쁜 남자 가 상대로 등장한다. 동성애 관계는 친구, 교사와 학생 혹은 학원강사와 여러 학생간 다각관계, 선후배, 고객과 직원, 회사 동료, 심지어 형제까지 다양하게 설정된다. ‘양손의꽃‘ 중 단편 ‘흰눈 오던 날‘은 어릴 적 동생 앞에서 성폭행을 당한 형과 그 형을 좋아하는 이복형제 간 동성애를 그렸다.
*동성애 장소 : 주인공의 신분이 대부분 학생이다 보니 동성애 장소도 주로 학교다.학교 내에서도 체육관 미술실 양호실 화장실 등의 이용돼 모방심리를 자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성애에 눈뜨는 동기 : 성폭행으로 인한 상처를 동성애로 극복한다는식의 내용이 자주 등장해 자칫 동성애를 합리화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형이 성폭행당하는 현장에서 그것을 바라보기만 했던 동생이 나중에 형과 성적 관계를 가짐으로써 정신적 상처를 극복하도록 도와준다는 ‘흰눈 오던 날‘이 대표적인 예다.‘함께 눈뜨는 아침‘ 역시 고교 선배들로부터 강간을 당한 남자 주인공이 문제아로 찍힌 친구와의 동성애를 통해 위로 받는다는 내용이다.나머지는 대부분 평범한 친구 사이에 충동적으로 성관계 맺었다가 동성애로 빠져드는것으로 설정돼 있어, 이런 만화를 계속읽다 보면 동성애를 자연스럽고 친숙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대중문화감시단의 오정택 사무국장은 ”특별히 문제가 있는 만화를 골라서 모니터한 게 아니라 만화방과 도서대여점에서 쉽게 빌려볼 수 있는것 위주로 했다. 그런데도 성의식이나 표현 수준에서 문제점이 너무 많이 발견됐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꿈 속의 이방인‘에서 동성 강간을 당한 주인공이 ”이렇게 죽을 만큼 수치스러운 일을 당하는 데도 장혁이 날 원하는 게 기쁘기만 하다”고 말하는 것은 암암리에 ‘강간 당하는것도 나쁘지지 않다‘는 인상을 준다.
청소년들은‘19세 미만 구독불가‘의 이만화들을 주로 도서대여점(남학생61%, 여학생69%)을 통해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주위사람들로부터 빌려보는 경우도 남 16%, 여 20%였다 (2개까지 중복응답한 결과임).
문제는 이들이 처음부터 동성애 만화를 보고자 했던 게 아니라는 점이다. 동성애 만화를 접하게 된 동기에 대해 ”그런 내용인지 모르고 보았다”가 남59%, 여 52%였고 ”특별히 동성애에 관심이 있어서”라고 응답한 경우는 불과 남 7%, 여 1%였다. 즉 책 표지에 ‘동성애 만화‘라고 구분하지 않은 이상, 책제목이나 표지만으로 동성애 만화를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남학생끼리 껴안고 있거나 집단 성추행을 암시하는 내용을 드러내놓고 표지화로 삼는 경우가 많아, 이미 동성애물이 충분히 노출된 청소년들을 본격적으로 유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한두 차례 벌어진 일탈사건을 놓고 ‘일본 동성애 만화=동성애 유포‘라는식으로단순화하는 것은 문제가많다는 지적도 있다. 만화 평론가 이명석씨 (‘유쾌한 일본만화편력기‘의 저자)는 ”동성애 만화를보면 동성애를 하게 된다는 생각은 기성세대의 지나친 호들갑” 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동성애자들은 그런 소년애(소년애) 만화를 보지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일본에서시작된 동성애(주로 남자끼리) 만화의작가는 대부분 여자들이며 주 독자층도 중고교 여학생들이다.
”여고생들이 보는동성애 만화는 정확히 말해 소년애 만화다. 소년애 만화에는 적접적인 성묘사가 별로 없다. 대신 동성애 감정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여기에는 여성들의 환상과 자기비하가 투영되어 있다. 여성이라는성역할이 갖는 성역할이 갖는한계에서 탈피하기 위해 신에 가까운 완벽한 인간을 만들어내고 그 사람을 여자가 아닌 남자 가 사랑하도록 묘사함으써 대리만족을 얻는다.”(이명석)
청소년들이 소년애 만화에 심취하는이유가 무엇이든 질 낮은 일본 동성애만화가 마구잡이로 유통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문 제는 어떻게 이런 저질만화들을 처단하는지다.
이에대해 간행물윤리위원회 신숙희 심의2팀장(만화분과)은 ”문제가 되고 있는 동성애 만화들은 간행물 윤리위원회를 통해 이미 유해 판정을받은 것으로 청소년이 접하는 것은 유통단계의 문제”라고 말한다. 99년 한 해만 해도 1500여권의 만화에 대해 유해판정을 내렸고, 특히 동성애를 다뤘을 경우 다른 만화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는상황인데 여기서 더 강력한 규제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며 손을 들었다.
그러나 아무리 강력한 규제와 단속으로도 일본만화의 음성적 유통을 막을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상, 이 문제 해결에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하기오 모토의 ‘잔혹한 신이 지배한다‘나 다케미야 게이코의 ‘바람과 나무의 시‘처럼 동성애가 나오더라도 심오한 인간의 내면세계를 다룬 일본의 고급만화들을 적극 소개 한다면 더이상 우리 청소년들이 시시한 소년애물에 매달리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눈여겨 보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치고 말았을 이 짧은 기사는, 그러나 남자 고교생끼리의 동성강간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되짚게 한다.조사 결과 이들은 98년 6월부터 7차례에 걸쳐 피해자 조군에게 자신의 성기 를 만지거나 빨게하고, 실제 항문 성교까지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명은 삽입에 성공하고 다른 한 명은 실패했다고 털어놓았다.
진술 내용가운데 어른들을 경악케 한 것은 이들이 특별히 동성애자가 아님에도 또래 친구를 성추행 상대로 삼게된 원인이 ”남학생끼리 ‘하는‘일본동성애 만화를 보고 자극받았기 때문”이라고 한 대목이 다. 덕분에 또 다시 일본만화의 ‘음란성‘과‘폭력성‘이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최근 이 사실을 뒷받침해주는 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지난 7, 8월 한국대학생 대중문화감시단이 서울 지역 고등학생 460명(남학생 204명 여행생2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본 동성애 만화 모니터 및 구독 실태 조사‘를 보면 ‘동성애 만화를 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가 남학생 34%, 여행생 55%로 대부분 접촉경험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성애를 다룬 만화 대부분이 ‘19세미만 구독불가‘라는 사실을 무색케할 정도로 이미 접촉이 일상화됐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이 즐겨보는 일본동성애만화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대중문화감시단은 98,99년에 번역 출간된 일본의 동성애 만화 단편 집 ‘연애 일상다반사‘‘그녀석과 나‘ ‘양손의 꽃‘ ‘시그러운녀석들‘‘함께 눈뜨는 아침‘ ‘그와 그‘ ‘꿈 속의 이방인‘ ‘월하춘영‘‘오 나의 도련님‘ ‘사랑배달왔습니다‘ 등 10권을 집중 분석했다. 이런 종류의 만화들은 출판사마다코랄, 와인, 레드, 필링 등 각종 시리즈 이름을 달고 일 주일에도10여권씩 쏟아지고 있지만, 제목을가리면 내용만으로는 구별하기 어려운 정도로 패턴이 유사하다. 이 만화 속의 인물과 배경,전개되는내용, 언어와 장면 묘사의 문제점등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인물과 배경 : 주인공은 주로 고등학생이며 수재형 엘리트에다 조각처럼 완벽한 외모를 지녀 주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신적 존재로 묘사된다. 여기에 허약한 체질로 도움이 필요로 하는 예쁜 남자 가 상대로 등장한다. 동성애 관계는 친구, 교사와 학생 혹은 학원강사와 여러 학생간 다각관계, 선후배, 고객과 직원, 회사 동료, 심지어 형제까지 다양하게 설정된다. ‘양손의꽃‘ 중 단편 ‘흰눈 오던 날‘은 어릴 적 동생 앞에서 성폭행을 당한 형과 그 형을 좋아하는 이복형제 간 동성애를 그렸다.
*동성애 장소 : 주인공의 신분이 대부분 학생이다 보니 동성애 장소도 주로 학교다.학교 내에서도 체육관 미술실 양호실 화장실 등의 이용돼 모방심리를 자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성애에 눈뜨는 동기 : 성폭행으로 인한 상처를 동성애로 극복한다는식의 내용이 자주 등장해 자칫 동성애를 합리화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형이 성폭행당하는 현장에서 그것을 바라보기만 했던 동생이 나중에 형과 성적 관계를 가짐으로써 정신적 상처를 극복하도록 도와준다는 ‘흰눈 오던 날‘이 대표적인 예다.‘함께 눈뜨는 아침‘ 역시 고교 선배들로부터 강간을 당한 남자 주인공이 문제아로 찍힌 친구와의 동성애를 통해 위로 받는다는 내용이다.나머지는 대부분 평범한 친구 사이에 충동적으로 성관계 맺었다가 동성애로 빠져드는것으로 설정돼 있어, 이런 만화를 계속읽다 보면 동성애를 자연스럽고 친숙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대중문화감시단의 오정택 사무국장은 ”특별히 문제가 있는 만화를 골라서 모니터한 게 아니라 만화방과 도서대여점에서 쉽게 빌려볼 수 있는것 위주로 했다. 그런데도 성의식이나 표현 수준에서 문제점이 너무 많이 발견됐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꿈 속의 이방인‘에서 동성 강간을 당한 주인공이 ”이렇게 죽을 만큼 수치스러운 일을 당하는 데도 장혁이 날 원하는 게 기쁘기만 하다”고 말하는 것은 암암리에 ‘강간 당하는것도 나쁘지지 않다‘는 인상을 준다.
청소년들은‘19세 미만 구독불가‘의 이만화들을 주로 도서대여점(남학생61%, 여학생69%)을 통해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주위사람들로부터 빌려보는 경우도 남 16%, 여 20%였다 (2개까지 중복응답한 결과임).
문제는 이들이 처음부터 동성애 만화를 보고자 했던 게 아니라는 점이다. 동성애 만화를 접하게 된 동기에 대해 ”그런 내용인지 모르고 보았다”가 남59%, 여 52%였고 ”특별히 동성애에 관심이 있어서”라고 응답한 경우는 불과 남 7%, 여 1%였다. 즉 책 표지에 ‘동성애 만화‘라고 구분하지 않은 이상, 책제목이나 표지만으로 동성애 만화를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남학생끼리 껴안고 있거나 집단 성추행을 암시하는 내용을 드러내놓고 표지화로 삼는 경우가 많아, 이미 동성애물이 충분히 노출된 청소년들을 본격적으로 유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한두 차례 벌어진 일탈사건을 놓고 ‘일본 동성애 만화=동성애 유포‘라는식으로단순화하는 것은 문제가많다는 지적도 있다. 만화 평론가 이명석씨 (‘유쾌한 일본만화편력기‘의 저자)는 ”동성애 만화를보면 동성애를 하게 된다는 생각은 기성세대의 지나친 호들갑” 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동성애자들은 그런 소년애(소년애) 만화를 보지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일본에서시작된 동성애(주로 남자끼리) 만화의작가는 대부분 여자들이며 주 독자층도 중고교 여학생들이다.
”여고생들이 보는동성애 만화는 정확히 말해 소년애 만화다. 소년애 만화에는 적접적인 성묘사가 별로 없다. 대신 동성애 감정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여기에는 여성들의 환상과 자기비하가 투영되어 있다. 여성이라는성역할이 갖는 성역할이 갖는한계에서 탈피하기 위해 신에 가까운 완벽한 인간을 만들어내고 그 사람을 여자가 아닌 남자 가 사랑하도록 묘사함으써 대리만족을 얻는다.”(이명석)
청소년들이 소년애 만화에 심취하는이유가 무엇이든 질 낮은 일본 동성애만화가 마구잡이로 유통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문 제는 어떻게 이런 저질만화들을 처단하는지다.
이에대해 간행물윤리위원회 신숙희 심의2팀장(만화분과)은 ”문제가 되고 있는 동성애 만화들은 간행물 윤리위원회를 통해 이미 유해 판정을받은 것으로 청소년이 접하는 것은 유통단계의 문제”라고 말한다. 99년 한 해만 해도 1500여권의 만화에 대해 유해판정을 내렸고, 특히 동성애를 다뤘을 경우 다른 만화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는상황인데 여기서 더 강력한 규제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며 손을 들었다.
그러나 아무리 강력한 규제와 단속으로도 일본만화의 음성적 유통을 막을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상, 이 문제 해결에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하기오 모토의 ‘잔혹한 신이 지배한다‘나 다케미야 게이코의 ‘바람과 나무의 시‘처럼 동성애가 나오더라도 심오한 인간의 내면세계를 다룬 일본의 고급만화들을 적극 소개 한다면 더이상 우리 청소년들이 시시한 소년애물에 매달리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