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인구가 급속도로 늘면서 이와 관련한 이혼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경마 카지노 채팅 음란물 마약 주식 등 사이버 문화에 중독돼 가정 파탄으로 치닫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는 것. 이른바 ‘인터넷 중독이혼’이다.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직원 3명과 함께 벤처 창업을 준비중인 30대 후반의 김범준(가명)씨. 그는 최근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본의 아닌 별거 생활에 들어갔다. 몇달째 집요하게 이혼을 요구해오는 아내를 달랠 뾰족한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처음 사업을 하겠다고 했을 때 그의 아내는 몹시 말렸다고 한다. “몇달만 고생하면 떼돈을 안겨주겠다”고 고집을 굽히지 않는 남편 때문에 김씨의 아내는 마지 못해 집을 팔고 두 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배신감을 느낀 건 남편이 ‘떼돈’을 못 벌어서가 아니었다. 집까지 팔아 시작한 사업은 뒷전으로 팽개치고 ‘채팅’과 ‘번개’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며, 지금까지 줄잡아 100여 명의 여자를 몰래 만나고 다닌 남편을 용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처음엔 가볍게 머리를 식히자는 생각으로 대화방을 기웃거리다 차츰 나도 모르게 깊이 빠져들었다”고 했다. 다시는 채팅을 하지 않겠다고 아내 앞에서 각서까지 쓰며 수없이 다짐한 김씨지만 결심은 번번이 무너졌고, 지금도 솔직히 헤어날 자신이 없다. “이혼만은 정말 하고 싶지 않다”는 김씨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막막해했다.
20대 후반의 주부 강혜영(가명)씨는 인터넷 음란물에 빠진 남편 때문에 현재 이혼 소송을 준비중인 경우다. 강씨는 음란물에 빠진 남편과 7개월째 잠자리를 같이한 적이 없다고 했다. “결혼하고 2년 정도는 별 문제가 없었다. 어느 날부터 차츰 성관계 횟수가 줄었지만 피곤해서 그런가 했다. 나중에는 아예 침대에 들어오는 걸 꺼리고 혼자 작은방에 틀어박혀 통신에서 자료를 찾는다며 새벽까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아침에 청소를 하러 가보면 휴지통에 휴지가 잔뜩 쌓여 있었다.”
이혼 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최인호 변호사는 “특히 주식 채팅 경마 중독이 두드러진다. 최근 몇달간 상담한 사례만 봐도 채팅에서 만난 남자가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와 남편에게 들킨 경우, 사이버 주식거래를 하다 경제적으로 파탄 지경에 이르러 아내가 이혼을 요구한 경우, 아내가 경마장에서 살다시피 하는 남편을 상대로 이혼 소송을 원한 경우 등이 있었다. 이러한 중독이혼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될 소지가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현상은 한국가정법률상담소(소장 곽배희) 이혼 상담창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대표적 사례 몇가지를 보자. 남편이 컴퓨터에 손을 못 대게 하자 휴대폰을 이용해 통신동호회 사람들과 연락을 취하며 만나는 등 채팅에 중독된 한 30대 아내를 둔 남편이 참다 못해 이혼상담을 청해온 경우가 있었다. 음란물에 빠진 남편이 변태적 체위를 요구해 더 이상 함께 살고 싶지 않다는 주부, 아내와 떨어져 지방에서 생활하던 직장인이 자취방에서 마약을 하다 장모와 아내한테 들킨 사례 등도 있었다. 심지어 남편이 낯모르는 사람들과의 스와핑(파트너 교환 섹스)을 강요해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주부도 있었다.
합의이혼을 중재-조정하는 가정법원 가사조정위원회 위원 중 한 명인 정신과 전문의 신승철씨는 중독현상과 관련해 최근 두 건의 이혼 중재 과정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음란 사이트를 보며 자위행위를 하고 채팅에서 만난 유부녀와 외도에 빠진 30대 중반 남성, 사이버 경마장에서 경마도박에 빠져 월급을 날리고 아내 몰래 빚까지 진 남성이 있었다”는 것. 신박사는 중독증에 빠져 이혼으로 가는 사람들의 특징을 자아도취, 욕구불만, 스트레스 해소, 과시욕 등으로 꼽았다. 또 부부관계뿐만 아니라 대인 관계나 사회 생활에도 커다란 지장을 초래하는 것이 각종 중독현상의 폐해라고 지적했다.
이혼과 관련한 온라인 상담실에도 최근에는 중독증을 둘러싸고 부부갈등 내지 이혼을 모색하는 상담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남편은 어느 하나에 빠지면 뿌리를 뽑는 성격이라 게임, 당구 등을 위해 밖에서 밤을 새는 게 다반사다. 지난 4월부터는 회사에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화장실 가는 시간과 밥 먹는 시간만 빼고 컴퓨터 채팅을 한다. 밤에는 채팅한 여자들을 만나러 나가는 남편으로 인해 미칠 정도가 됐다” “남편이 주식에 미쳐 월급까지 차압당했다. 그러고도 정신을 못 차리고 사이버 증권방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다” “남편은 소유욕이 강하고 승부욕이 강하다.
결혼 초부터 도박성 취미를 가지고 있었는데 본인은 스트레스 해소 방법일 뿐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화투를 하다 카드를 했고, 그 다음은 카지노, 내기 당구… 지금은 경마를 한다. 경마장에 나가서 새벽에 들어오는 날도 많다”
“며칠 전에 보니 다른 남자에게서 전화번호가 적힌 메일이 와 있었다. 내용은 아내가 메일을 보낸 것에 대해 반가웠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아내는 메일을 주고받은 사실을 잡아뗐다. 신뢰감을 상실해 더 이상 함께 살고 싶지 않다” “남편은 3년 전 실직한 뒤부터 마약주사를 맞기 시작했다. 마약을 끊으라고 애원했지만 듣지 않고 집을 나갔다. 이혼하고 싶다.”
가정법률상담소 박소현 상담위원은 “각종 중독증에 빠져 부부갈등을 초래한 경우 그 특징을 보면 과거와 다른 양상을 띤다”고 설명한다. 가장 큰 특징이 배우자를 유기(보호하지 못하고 버려두는 것)한다는 사실. “전통적인 배우자 유기는 실질적 측면이 강했다. 예를 들면 돈을 벌지 않고 부양을 책임지지 않는다든지 가출을 하는 것 등이다. 그러나 최근 중독현상과 맞물린 배우자 유기는 정신적인 측면이 강하다. 한 지붕 아래서 남남처럼 시큰둥하게 산다든지 각방을 쓰며 잠자리를 피한다든지 하는 식이다.” 뿐만 아니라 중독현상에 빠진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이 배우자에게 얼마나 무관심한지, 그 때문에 상대방이 얼마나 고통을 받는지 미처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부부갈등을 더욱 심각하게 몰고 간다는 것이 박위원의 지적이다.
2000년판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이혼소송건은 전년도보다 5.3% 증가한 4만 1055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30대 부부의 이혼율이 가장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최근 증가하고 있는 중독이혼과 무관하지 않다고 박위원은 지적한다. “채팅 음란물 경마 등 배우자의 중독현상과 관련해 이혼 상담을 해오는 예가 30대에서 가장 많기 때문”이라는 것.
갖가지 중독현상을 빌미로 이혼 소송을 할 경우 민법 제 840조 6호 ‘결혼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에 의해 이혼할 수 있다. 그러나 중독현상이 심각한 지경이 되지 않으면 그것만으로 이혼을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지적이다. 경제적 파탄이라든가 폭력, 외도 등 객관적으로 뚜렷하게 확인 가능한 결정적 이혼 사유가 없는 한 정신적 고통을 증명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조계 일각에선 중독현상과 맞물린 가정파탄을 ‘신종 이혼사유’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직원 3명과 함께 벤처 창업을 준비중인 30대 후반의 김범준(가명)씨. 그는 최근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본의 아닌 별거 생활에 들어갔다. 몇달째 집요하게 이혼을 요구해오는 아내를 달랠 뾰족한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처음 사업을 하겠다고 했을 때 그의 아내는 몹시 말렸다고 한다. “몇달만 고생하면 떼돈을 안겨주겠다”고 고집을 굽히지 않는 남편 때문에 김씨의 아내는 마지 못해 집을 팔고 두 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배신감을 느낀 건 남편이 ‘떼돈’을 못 벌어서가 아니었다. 집까지 팔아 시작한 사업은 뒷전으로 팽개치고 ‘채팅’과 ‘번개’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며, 지금까지 줄잡아 100여 명의 여자를 몰래 만나고 다닌 남편을 용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처음엔 가볍게 머리를 식히자는 생각으로 대화방을 기웃거리다 차츰 나도 모르게 깊이 빠져들었다”고 했다. 다시는 채팅을 하지 않겠다고 아내 앞에서 각서까지 쓰며 수없이 다짐한 김씨지만 결심은 번번이 무너졌고, 지금도 솔직히 헤어날 자신이 없다. “이혼만은 정말 하고 싶지 않다”는 김씨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막막해했다.
20대 후반의 주부 강혜영(가명)씨는 인터넷 음란물에 빠진 남편 때문에 현재 이혼 소송을 준비중인 경우다. 강씨는 음란물에 빠진 남편과 7개월째 잠자리를 같이한 적이 없다고 했다. “결혼하고 2년 정도는 별 문제가 없었다. 어느 날부터 차츰 성관계 횟수가 줄었지만 피곤해서 그런가 했다. 나중에는 아예 침대에 들어오는 걸 꺼리고 혼자 작은방에 틀어박혀 통신에서 자료를 찾는다며 새벽까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아침에 청소를 하러 가보면 휴지통에 휴지가 잔뜩 쌓여 있었다.”
이혼 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최인호 변호사는 “특히 주식 채팅 경마 중독이 두드러진다. 최근 몇달간 상담한 사례만 봐도 채팅에서 만난 남자가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와 남편에게 들킨 경우, 사이버 주식거래를 하다 경제적으로 파탄 지경에 이르러 아내가 이혼을 요구한 경우, 아내가 경마장에서 살다시피 하는 남편을 상대로 이혼 소송을 원한 경우 등이 있었다. 이러한 중독이혼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될 소지가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현상은 한국가정법률상담소(소장 곽배희) 이혼 상담창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대표적 사례 몇가지를 보자. 남편이 컴퓨터에 손을 못 대게 하자 휴대폰을 이용해 통신동호회 사람들과 연락을 취하며 만나는 등 채팅에 중독된 한 30대 아내를 둔 남편이 참다 못해 이혼상담을 청해온 경우가 있었다. 음란물에 빠진 남편이 변태적 체위를 요구해 더 이상 함께 살고 싶지 않다는 주부, 아내와 떨어져 지방에서 생활하던 직장인이 자취방에서 마약을 하다 장모와 아내한테 들킨 사례 등도 있었다. 심지어 남편이 낯모르는 사람들과의 스와핑(파트너 교환 섹스)을 강요해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주부도 있었다.
합의이혼을 중재-조정하는 가정법원 가사조정위원회 위원 중 한 명인 정신과 전문의 신승철씨는 중독현상과 관련해 최근 두 건의 이혼 중재 과정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음란 사이트를 보며 자위행위를 하고 채팅에서 만난 유부녀와 외도에 빠진 30대 중반 남성, 사이버 경마장에서 경마도박에 빠져 월급을 날리고 아내 몰래 빚까지 진 남성이 있었다”는 것. 신박사는 중독증에 빠져 이혼으로 가는 사람들의 특징을 자아도취, 욕구불만, 스트레스 해소, 과시욕 등으로 꼽았다. 또 부부관계뿐만 아니라 대인 관계나 사회 생활에도 커다란 지장을 초래하는 것이 각종 중독현상의 폐해라고 지적했다.
이혼과 관련한 온라인 상담실에도 최근에는 중독증을 둘러싸고 부부갈등 내지 이혼을 모색하는 상담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남편은 어느 하나에 빠지면 뿌리를 뽑는 성격이라 게임, 당구 등을 위해 밖에서 밤을 새는 게 다반사다. 지난 4월부터는 회사에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화장실 가는 시간과 밥 먹는 시간만 빼고 컴퓨터 채팅을 한다. 밤에는 채팅한 여자들을 만나러 나가는 남편으로 인해 미칠 정도가 됐다” “남편이 주식에 미쳐 월급까지 차압당했다. 그러고도 정신을 못 차리고 사이버 증권방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다” “남편은 소유욕이 강하고 승부욕이 강하다.
결혼 초부터 도박성 취미를 가지고 있었는데 본인은 스트레스 해소 방법일 뿐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화투를 하다 카드를 했고, 그 다음은 카지노, 내기 당구… 지금은 경마를 한다. 경마장에 나가서 새벽에 들어오는 날도 많다”
“며칠 전에 보니 다른 남자에게서 전화번호가 적힌 메일이 와 있었다. 내용은 아내가 메일을 보낸 것에 대해 반가웠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아내는 메일을 주고받은 사실을 잡아뗐다. 신뢰감을 상실해 더 이상 함께 살고 싶지 않다” “남편은 3년 전 실직한 뒤부터 마약주사를 맞기 시작했다. 마약을 끊으라고 애원했지만 듣지 않고 집을 나갔다. 이혼하고 싶다.”
가정법률상담소 박소현 상담위원은 “각종 중독증에 빠져 부부갈등을 초래한 경우 그 특징을 보면 과거와 다른 양상을 띤다”고 설명한다. 가장 큰 특징이 배우자를 유기(보호하지 못하고 버려두는 것)한다는 사실. “전통적인 배우자 유기는 실질적 측면이 강했다. 예를 들면 돈을 벌지 않고 부양을 책임지지 않는다든지 가출을 하는 것 등이다. 그러나 최근 중독현상과 맞물린 배우자 유기는 정신적인 측면이 강하다. 한 지붕 아래서 남남처럼 시큰둥하게 산다든지 각방을 쓰며 잠자리를 피한다든지 하는 식이다.” 뿐만 아니라 중독현상에 빠진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이 배우자에게 얼마나 무관심한지, 그 때문에 상대방이 얼마나 고통을 받는지 미처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부부갈등을 더욱 심각하게 몰고 간다는 것이 박위원의 지적이다.
2000년판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이혼소송건은 전년도보다 5.3% 증가한 4만 1055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30대 부부의 이혼율이 가장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최근 증가하고 있는 중독이혼과 무관하지 않다고 박위원은 지적한다. “채팅 음란물 경마 등 배우자의 중독현상과 관련해 이혼 상담을 해오는 예가 30대에서 가장 많기 때문”이라는 것.
갖가지 중독현상을 빌미로 이혼 소송을 할 경우 민법 제 840조 6호 ‘결혼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에 의해 이혼할 수 있다. 그러나 중독현상이 심각한 지경이 되지 않으면 그것만으로 이혼을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지적이다. 경제적 파탄이라든가 폭력, 외도 등 객관적으로 뚜렷하게 확인 가능한 결정적 이혼 사유가 없는 한 정신적 고통을 증명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조계 일각에선 중독현상과 맞물린 가정파탄을 ‘신종 이혼사유’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