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몸살 두통 복통이 의료대란을 불렀다?’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의료대란’의 속내가 ‘돈 되는’ 질환을 둘러싼 의약계의 약품지배권 분쟁으로 비치고 있는 가운데 이런 ‘진단’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올 6월 이후 두 차례의 집단폐업과 휴진, 대학병원 교수들의 외래진료 거부, 9월15일 3차 폐업에 이르기까지 의사들의 한결같은 요구는 ‘대체조제의 금지’였다.
의사들은 성분만 같으면 다른 상품명의 제품으로 대체 조제할 수 있도록 한 현행 개정약사법의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완벽한 대체조제의 금지를 명문화하지 않을 경우 폐업과 휴진을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맞서 약사들은 비슷한 종류의 약을 여러 가지 비치한다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아예 ‘성분명 처방’을 주장하고 있다. 의약품에 대한 선택권을 누가 쥘 것인지를 두고 공방이 계속되는 것이다.
의사들 가운데서도 의약분업 시행 이전에 상대적으로 약품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던 내과계열(내과 소아과 가정의학과) 전문의들과 일반의원들이 ‘대체조제 금지’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은 약품 조제권을 잃은 뒤 상대적인 박탈감과 약값 마진 부분만큼의 경제적 손실을 ‘다른 무엇’으로 보상받기를 원하고 있다.
사실 국내 제약업체들은 아직도 내과계 의사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약품은 항생제와 해열-진통-소염제 등이다. 모두 감기몸살과 두통 복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제일 많이 투약되는 약품들이다. 현행 약사법이 약사들에게 동일성분에 의한 대체조제의 길을 열어놓았지만 현재까지는 상품명 처방이 원칙이기 때문에 내과계 의사들은 아직까지 제약업체들의 로비대상 1순위다.
“의약분업이 시작됐다 해도 바뀔 것은 없죠. 다만 약이 의원에서 나가느냐 약국에서 나가느냐의 차이죠. 상품의 선택권이 주어지는 쪽으로 광고를 해야죠.” 국내 대형 제약업체 영업사원인 김모씨(36)는 요즘도 내과계열 인근 약국들에 소모되는 자사 약품의 판매량을 확인하고 있다. 의사들의 약품 선호성향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김씨는 동일성분에 따른 대체조제가 완전히 금지된다면 내과계열 의사에 대한 영업활동이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내과계열 의원들이 이처럼 제약업체의 영업 표적이 되는 것은 ‘감기몸살 두통 복통’ 환자에게 투여되는 항생제 때문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제약협회 추산으로 1조원에 달하는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된 항생제는 전체 약품 생산량의 절반을 넘어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내과개원의협의회 김종웅 이사는 “지난해 11월 약품 실거래 상환제가 실시되면서 음성적인 약값 마진은 모두 없어졌다. 문제는 정부가 내과계열이 타과에 비해 감기몸살 두통 복통 등 약물의 의존도가 높은 줄 알면서도 의료보험수가 인상은 타과보다 턱없이 낮게 해놓은 것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의약분업이 시작된 7월1일 이전까지 ‘감기몸살 두통 복통’은 동네의원과 약국 전체 수입의 30∼60%를 담당해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왔던 질환들이다. 여름이면 배탈환자가 늘고다른 계절에는 감기환자가 많은데 환자수로 보면 거의 70∼80%를 이런 질환이 차지할 정도다.
그런데 의약분업으로 내과계열 의원들은 이런 질환에 대한 수입을 고스란히 약국으로 넘겨준 셈이다. 전체수입의 50% 이상을 이들 질환의 약값 수입에 의존해왔던 내과계열 의원들은 많은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내과개원의협의회의 회원을 상대로 한 샘플링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 종로구 한 내과의원의 경우 한 달 총수입 2400여만원 중 의약품으로 인한 수입은 1380만원에 달했다. 총수입의 약값 의존도가 57.7%에 달한다. 물론 의약분업 이전의 일이다. 의약분업 시행후 이 의원은 약값 마진을 모두 잃었다. 약품 구입원가를 지출에서 제하고 진찰료와 처방조제료의 인상분을 합쳐 413만원의 순소득을 올렸지만, 의약분업 전과 비교해 250만원의 소득이 감소한 액수였다.
따라서 내과계 의사들에게 처방권(약품의 선택권) 확보는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는 ‘마지막 보루’가 된 것이다. 내과계열 의원들의 이런 입장은 전체 의사들의 여론으로 굳어졌다. 내과계열 의사들은 전체 4만2700명의 의사 중에서 31%를 상회하는 수의 우세를 발판으로 대한의사협회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의사총회를 지배하고 있다.
협상지도부가 정부와 합의를 결정하고서도 총회에만 가면 번번이 번복되는 것도 모두 이들의 ‘맨파워’ 때문으로 분석된다. 의료대란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이른바 의권쟁취투쟁위원회(의쟁투)의 핵심세력과 지지기반이 바로 이들이라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 8월 구속된 신상진 위원장도 내과 개원의다.
결국 의사와 약사 간의 이런 모습은 일반시민들에게 ‘누가 약품에 대한 선택권을 가지고 제약회사를 지배할 수 있느냐’의 싸움으로 비치고 있다. 구속자 석방, 의료보험수가 인상, 의료보험재정 확충 등 많은 전제조건과 요구사항을 내걸고 있지만, 대체조제의 문제가 협상의 핵심 쟁점이란 점은 어느 의사도 부인하지 않는다. “우린 처방전에 따라 상품명으로 조제할 따름입니다. 그러니까 제약회사 사람들이 약을 안 줍니다. 의사들에게 로비하기 바쁘죠. 약국 스무군데 영업하는 것보다 병원 서너군데 확보하는 게 유리하다는 말을 공공연히 합니다. 약품 선택권이 의사에게 있기 때문이죠.”(대구시 달서구 약사 김정임씨)
“그건 오해죠. 의사들은 의약품 조제권을 잃었습니다. 대체조제 금지는 만일에 있을지도 모르는 약화사고의 책임을 명확히 하자는 겁니다. 약사들에게 의사들의 흉내를 내지 말라는 것입니다.”(소아과 개원의협의회 의사 이원표씨)
누구의 말이 옳은 것인지 현재로써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다만 확실한 것은 ‘감기몸살 두통 복통이 의료대란을 불렀다’는 점과 의사와 약사 간의 협조 및 신뢰가 없는 의약분업은 ‘공염불’ 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올 6월 이후 두 차례의 집단폐업과 휴진, 대학병원 교수들의 외래진료 거부, 9월15일 3차 폐업에 이르기까지 의사들의 한결같은 요구는 ‘대체조제의 금지’였다.
의사들은 성분만 같으면 다른 상품명의 제품으로 대체 조제할 수 있도록 한 현행 개정약사법의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완벽한 대체조제의 금지를 명문화하지 않을 경우 폐업과 휴진을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맞서 약사들은 비슷한 종류의 약을 여러 가지 비치한다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아예 ‘성분명 처방’을 주장하고 있다. 의약품에 대한 선택권을 누가 쥘 것인지를 두고 공방이 계속되는 것이다.
의사들 가운데서도 의약분업 시행 이전에 상대적으로 약품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던 내과계열(내과 소아과 가정의학과) 전문의들과 일반의원들이 ‘대체조제 금지’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은 약품 조제권을 잃은 뒤 상대적인 박탈감과 약값 마진 부분만큼의 경제적 손실을 ‘다른 무엇’으로 보상받기를 원하고 있다.
사실 국내 제약업체들은 아직도 내과계 의사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약품은 항생제와 해열-진통-소염제 등이다. 모두 감기몸살과 두통 복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제일 많이 투약되는 약품들이다. 현행 약사법이 약사들에게 동일성분에 의한 대체조제의 길을 열어놓았지만 현재까지는 상품명 처방이 원칙이기 때문에 내과계 의사들은 아직까지 제약업체들의 로비대상 1순위다.
“의약분업이 시작됐다 해도 바뀔 것은 없죠. 다만 약이 의원에서 나가느냐 약국에서 나가느냐의 차이죠. 상품의 선택권이 주어지는 쪽으로 광고를 해야죠.” 국내 대형 제약업체 영업사원인 김모씨(36)는 요즘도 내과계열 인근 약국들에 소모되는 자사 약품의 판매량을 확인하고 있다. 의사들의 약품 선호성향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김씨는 동일성분에 따른 대체조제가 완전히 금지된다면 내과계열 의사에 대한 영업활동이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내과계열 의원들이 이처럼 제약업체의 영업 표적이 되는 것은 ‘감기몸살 두통 복통’ 환자에게 투여되는 항생제 때문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제약협회 추산으로 1조원에 달하는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된 항생제는 전체 약품 생산량의 절반을 넘어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내과개원의협의회 김종웅 이사는 “지난해 11월 약품 실거래 상환제가 실시되면서 음성적인 약값 마진은 모두 없어졌다. 문제는 정부가 내과계열이 타과에 비해 감기몸살 두통 복통 등 약물의 의존도가 높은 줄 알면서도 의료보험수가 인상은 타과보다 턱없이 낮게 해놓은 것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의약분업이 시작된 7월1일 이전까지 ‘감기몸살 두통 복통’은 동네의원과 약국 전체 수입의 30∼60%를 담당해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왔던 질환들이다. 여름이면 배탈환자가 늘고다른 계절에는 감기환자가 많은데 환자수로 보면 거의 70∼80%를 이런 질환이 차지할 정도다.
그런데 의약분업으로 내과계열 의원들은 이런 질환에 대한 수입을 고스란히 약국으로 넘겨준 셈이다. 전체수입의 50% 이상을 이들 질환의 약값 수입에 의존해왔던 내과계열 의원들은 많은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내과개원의협의회의 회원을 상대로 한 샘플링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 종로구 한 내과의원의 경우 한 달 총수입 2400여만원 중 의약품으로 인한 수입은 1380만원에 달했다. 총수입의 약값 의존도가 57.7%에 달한다. 물론 의약분업 이전의 일이다. 의약분업 시행후 이 의원은 약값 마진을 모두 잃었다. 약품 구입원가를 지출에서 제하고 진찰료와 처방조제료의 인상분을 합쳐 413만원의 순소득을 올렸지만, 의약분업 전과 비교해 250만원의 소득이 감소한 액수였다.
따라서 내과계 의사들에게 처방권(약품의 선택권) 확보는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는 ‘마지막 보루’가 된 것이다. 내과계열 의원들의 이런 입장은 전체 의사들의 여론으로 굳어졌다. 내과계열 의사들은 전체 4만2700명의 의사 중에서 31%를 상회하는 수의 우세를 발판으로 대한의사협회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의사총회를 지배하고 있다.
협상지도부가 정부와 합의를 결정하고서도 총회에만 가면 번번이 번복되는 것도 모두 이들의 ‘맨파워’ 때문으로 분석된다. 의료대란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이른바 의권쟁취투쟁위원회(의쟁투)의 핵심세력과 지지기반이 바로 이들이라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 8월 구속된 신상진 위원장도 내과 개원의다.
결국 의사와 약사 간의 이런 모습은 일반시민들에게 ‘누가 약품에 대한 선택권을 가지고 제약회사를 지배할 수 있느냐’의 싸움으로 비치고 있다. 구속자 석방, 의료보험수가 인상, 의료보험재정 확충 등 많은 전제조건과 요구사항을 내걸고 있지만, 대체조제의 문제가 협상의 핵심 쟁점이란 점은 어느 의사도 부인하지 않는다. “우린 처방전에 따라 상품명으로 조제할 따름입니다. 그러니까 제약회사 사람들이 약을 안 줍니다. 의사들에게 로비하기 바쁘죠. 약국 스무군데 영업하는 것보다 병원 서너군데 확보하는 게 유리하다는 말을 공공연히 합니다. 약품 선택권이 의사에게 있기 때문이죠.”(대구시 달서구 약사 김정임씨)
“그건 오해죠. 의사들은 의약품 조제권을 잃었습니다. 대체조제 금지는 만일에 있을지도 모르는 약화사고의 책임을 명확히 하자는 겁니다. 약사들에게 의사들의 흉내를 내지 말라는 것입니다.”(소아과 개원의협의회 의사 이원표씨)
누구의 말이 옳은 것인지 현재로써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다만 확실한 것은 ‘감기몸살 두통 복통이 의료대란을 불렀다’는 점과 의사와 약사 간의 협조 및 신뢰가 없는 의약분업은 ‘공염불’ 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