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외부에서 적(賊)을 찾겠다는 셈인가.” 9월16일 대우자동차 채권 금융기관의 한 관계자가 기자에게 들려준 말이다. 9월15일 포드자동차가 대우차 인수를 포기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그 배경을 둘러싸고 국내 언론들이 약속이나 한 듯 “대우차 자체의 문제보다는 포드 내부 사정 때문”이라고 보도한 것을 두고 하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들이나 대우차 매각을 주도하고 있는 대우 구조조정협의회(이하 구조협) 관계자들은 대체로 포드의 대우차 인수 포기는 포드의 레저용 차량 익스플로러에 장착된 파이어스톤 타이어 리콜사태가 최근 불거진데다 지난 10년간 숨겨온 엔진 결함 의혹 등이 의회 청문회 대상이 되는 등 창사 이래 최대 어려움에 직면한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울러 포드측이 일방적으로 인수 포기를 통보하면서 모든 책임을 대우측에 떠넘기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우차 채권 금융기관 관계자는 정부나 대우 구조협 관계자들의 이런 태도는 98년 대우차와 세계 최대의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의 전략적 제휴협상이 깨졌을 때를 생각나게 하는 대목이라고 이야기한다. 당시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나 정부 관계자들 역시 GM과의 협상이 실패한 것은 GM의 노사분규 등 GM 내부의 문제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설명이 거짓말이었다는 것은 오래지 않아 드러났다. 작년 8월 대우차에 대한 실사 결과 대우차의 자기자본은 회사측이 제시한 5조1000억원과 11조2000억원이나 차이가 나는 마이너스 6조1000억원이었음이 밝혀졌다. 올 5월 수입차 모터쇼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GM의 잭 스미스 회장이 “대우측이 98년 당시 신뢰할 만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휴협상을 중단했다”고 말한 것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또 무엇이 문제였을까. 이미 실사 등을 통해 대우차의 부실이 완전히 공개된 마당에 또 다른 문제라도 돌발했다는 말인가. 포드와 대우 구조협 관계자들은 비밀보장협약 때문에 입을 다물고 있어 현재로선 정확한 진상을 파악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대체적인 윤곽조차 그릴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분명한 것은 포드나 대우차 모두 내부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대우차 고위 관계자가 “포드의 인수 포기 배경을 두고 포드 입장에서는 자사의 리콜 문제 때문이라고 말할 수 없고, 대우차 입장에서도 대우차의 엄청난 부실 때문이라고 얘기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도 이런 속사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결정적인 영향은 대우차의 기업가치가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데 있다는 게 채권단 안팎의 분석이다.
대우차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00년 상반기 사업보고서를 보자. 보고서에 따르면 대우차는 올 상반기 동안 3조823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3193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반기순손실은 무려 9295억원이나 됐다. 기업이 영업활동에서 이익을 내지 못한다는 것은 차입금 이자 등을 전혀 감당할 수 없다는 얘기다. 대우차로서는 외부의 ‘새로운 피’를 수혈받지 못하면 기업의 계속성 자체가 의심스러울 수 있는 것이다.
포드는 실사과정에서 당연히 대우차가 언제쯤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지 면밀히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측은 내년 정도에 영업이익이 흑자를 낼 수 있다고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올 6월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본사에서 파견된 200여명의 직원들이 대우차 국내외 법인을 정밀 실사한 결과 대우차측의 예상과 달리 가까운 장래에는 영업이익을 내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포드의 법률 자문을 맡았던 한-미합동법무법인 관계자는 “포드는 이외에도 실사 과정에서 드러난 대우차 해외법인의 부실, 쌍용차 장래의 불투명함 등 때문에 대우차의 기업가치가 자신들이 당초 제시한 인수가 7조7000억원에 훨씬 못 미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여기에 인수금액도 문제지만 인수 이후 당장 필요한 운영자금만도 2조원 안팎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고, 마침 타이어 리콜 문제 등으로 주가 폭락사태가 겹치자 인수 자체를 포기했다”는 것.
포드가 인수를 원한 대우차 국외법인은 1차 협상대상에 포함됐던 국외 11개 생산법인 가운데 3, 4개에 지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과 리비아가 각각 미국의 적성국가여서 매입할 수 없고, 우즈베키스탄과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인도 등의 법인은 장래 수익성이 회의적이었다는 것. 또 쌍용자동차는 레저용 차량의 수요가 감소하는 데다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기술료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아 인수대상에 쌍용차를 포함시키는 데는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포드의 이런 입장은 이미 9월14일 이사회 결정 이전에 감지할 수 있었다. 당초 예상과 달리 9월 초에 본계약이 체결되지 않았기 때문. 여기에 9월3일 대우 구조협 관계자가 “국내외에 흩어져 있는 대우차 생산 및 판매 법인들에 대한 인수범위가 아직 확정되지 않아 가격 협상은 시작도 못한 상태”라고 밝히면서 “뭔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문제는 포드의 인수 포기 이후 대우차 실상이 알려지면서 앞으로 대우차 해외매각 작업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포드의 포기는 ‘대우차의 실상이 드러난 것보다 훨씬 좋지 않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데다 인수 대상자 선정의 폭도 좁기 때문. 업계에서는 이미 다임러크라이슬러가 “대우차 인수에 관심이 없다”는 뜻을 밝힌 만큼 GM이 대우차를 인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매각가격을 둘러싸고 헐값 매각 시비가 일 것으로 보인다. 1차 입찰 당시 GM이나 대우 구조협에서는 GM의 제시가격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대우차 채권단 안팎에서는 “GM이 4조6000억원선을 써냈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GM코리아 관계자는 “GM이 제시한 가격이 합리적이고 적정하다고 확신한다”고 밝히고 있어 가격 협상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대우차 매각이 늦어지면서 당장 한국 경제의 장래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주가는 연일 폭락을 거듭하고 있고, 구조조정 지연에 따른 국민들의 추가 부담이 예상된다. 대우가 우리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이 얼마나 짙고 넓은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 관계자들이나 대우차 매각을 주도하고 있는 대우 구조조정협의회(이하 구조협) 관계자들은 대체로 포드의 대우차 인수 포기는 포드의 레저용 차량 익스플로러에 장착된 파이어스톤 타이어 리콜사태가 최근 불거진데다 지난 10년간 숨겨온 엔진 결함 의혹 등이 의회 청문회 대상이 되는 등 창사 이래 최대 어려움에 직면한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울러 포드측이 일방적으로 인수 포기를 통보하면서 모든 책임을 대우측에 떠넘기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우차 채권 금융기관 관계자는 정부나 대우 구조협 관계자들의 이런 태도는 98년 대우차와 세계 최대의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의 전략적 제휴협상이 깨졌을 때를 생각나게 하는 대목이라고 이야기한다. 당시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나 정부 관계자들 역시 GM과의 협상이 실패한 것은 GM의 노사분규 등 GM 내부의 문제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설명이 거짓말이었다는 것은 오래지 않아 드러났다. 작년 8월 대우차에 대한 실사 결과 대우차의 자기자본은 회사측이 제시한 5조1000억원과 11조2000억원이나 차이가 나는 마이너스 6조1000억원이었음이 밝혀졌다. 올 5월 수입차 모터쇼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GM의 잭 스미스 회장이 “대우측이 98년 당시 신뢰할 만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휴협상을 중단했다”고 말한 것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또 무엇이 문제였을까. 이미 실사 등을 통해 대우차의 부실이 완전히 공개된 마당에 또 다른 문제라도 돌발했다는 말인가. 포드와 대우 구조협 관계자들은 비밀보장협약 때문에 입을 다물고 있어 현재로선 정확한 진상을 파악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대체적인 윤곽조차 그릴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분명한 것은 포드나 대우차 모두 내부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대우차 고위 관계자가 “포드의 인수 포기 배경을 두고 포드 입장에서는 자사의 리콜 문제 때문이라고 말할 수 없고, 대우차 입장에서도 대우차의 엄청난 부실 때문이라고 얘기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도 이런 속사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결정적인 영향은 대우차의 기업가치가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데 있다는 게 채권단 안팎의 분석이다.
대우차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00년 상반기 사업보고서를 보자. 보고서에 따르면 대우차는 올 상반기 동안 3조823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3193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반기순손실은 무려 9295억원이나 됐다. 기업이 영업활동에서 이익을 내지 못한다는 것은 차입금 이자 등을 전혀 감당할 수 없다는 얘기다. 대우차로서는 외부의 ‘새로운 피’를 수혈받지 못하면 기업의 계속성 자체가 의심스러울 수 있는 것이다.
포드는 실사과정에서 당연히 대우차가 언제쯤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지 면밀히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측은 내년 정도에 영업이익이 흑자를 낼 수 있다고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올 6월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본사에서 파견된 200여명의 직원들이 대우차 국내외 법인을 정밀 실사한 결과 대우차측의 예상과 달리 가까운 장래에는 영업이익을 내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포드의 법률 자문을 맡았던 한-미합동법무법인 관계자는 “포드는 이외에도 실사 과정에서 드러난 대우차 해외법인의 부실, 쌍용차 장래의 불투명함 등 때문에 대우차의 기업가치가 자신들이 당초 제시한 인수가 7조7000억원에 훨씬 못 미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여기에 인수금액도 문제지만 인수 이후 당장 필요한 운영자금만도 2조원 안팎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고, 마침 타이어 리콜 문제 등으로 주가 폭락사태가 겹치자 인수 자체를 포기했다”는 것.
포드가 인수를 원한 대우차 국외법인은 1차 협상대상에 포함됐던 국외 11개 생산법인 가운데 3, 4개에 지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과 리비아가 각각 미국의 적성국가여서 매입할 수 없고, 우즈베키스탄과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인도 등의 법인은 장래 수익성이 회의적이었다는 것. 또 쌍용자동차는 레저용 차량의 수요가 감소하는 데다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기술료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아 인수대상에 쌍용차를 포함시키는 데는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포드의 이런 입장은 이미 9월14일 이사회 결정 이전에 감지할 수 있었다. 당초 예상과 달리 9월 초에 본계약이 체결되지 않았기 때문. 여기에 9월3일 대우 구조협 관계자가 “국내외에 흩어져 있는 대우차 생산 및 판매 법인들에 대한 인수범위가 아직 확정되지 않아 가격 협상은 시작도 못한 상태”라고 밝히면서 “뭔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문제는 포드의 인수 포기 이후 대우차 실상이 알려지면서 앞으로 대우차 해외매각 작업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포드의 포기는 ‘대우차의 실상이 드러난 것보다 훨씬 좋지 않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데다 인수 대상자 선정의 폭도 좁기 때문. 업계에서는 이미 다임러크라이슬러가 “대우차 인수에 관심이 없다”는 뜻을 밝힌 만큼 GM이 대우차를 인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매각가격을 둘러싸고 헐값 매각 시비가 일 것으로 보인다. 1차 입찰 당시 GM이나 대우 구조협에서는 GM의 제시가격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대우차 채권단 안팎에서는 “GM이 4조6000억원선을 써냈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GM코리아 관계자는 “GM이 제시한 가격이 합리적이고 적정하다고 확신한다”고 밝히고 있어 가격 협상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대우차 매각이 늦어지면서 당장 한국 경제의 장래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주가는 연일 폭락을 거듭하고 있고, 구조조정 지연에 따른 국민들의 추가 부담이 예상된다. 대우가 우리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이 얼마나 짙고 넓은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