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벨기에에서 수입한 돼지고기로 인해 온 나라가 떠들썩한 적이 있었다. 벨기에산 돼지고기에 암을 일으키는 물질로 추정되는 ‘다이옥신’이 듬뿍 들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당시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극에 달했다. 수입 돼지고기는 말할 것도 없고 국산 돼지고기, 심지어 쇠고기까지 팔리지 않아 국내 축산농가가 심각한 피해를 보기도 했다.
당시 파문을 일으킨 벨기에산 돼지고기 중 먹지 않고 수입업자들의 냉동창고에 저장돼 있던 양은 3119톤(컨테이너 159개 분량). 그렇다면 이 고기들은 지금 어떻게 처리됐을까. 농림부에 따르면 8월 현재 3119톤의 절반 정도인 1440톤이 시중에 유통됐다. 지금도 가정에서, 삼겹살집에서 누군가는 이 고기를 요리해 먹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먹어도 된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환경운동연합 최준호 간사는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소시모) 김재욱 사무총장은 “속사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국민들이 잠잠한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그 고기를 유통시킨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다이옥신 범벅’이라던 그 고기가 식탁에 오르게 된 과정에 대해 농림부 김주수 축산국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벨기에 돼지사육농가에서 다이옥신 오염사고가 일어난 기간(99년 1월부터 6월)에 도축됐다고 해서 벨기에산 돼지고기가 모두 오염됐다고 볼 수 없다. 그래서 2000년 1월 PCB검사와 다이옥신검사를 실시해 기준치 이하로 나온 고기(1440톤)는 2000년 5월부터 국내에서 팔 수 있도록 허용했고 기준치를 초과한 나머지 분량은 벨기에로 반송했다.” 김국장은 △국가간 거래에서 과학적 조사 없이 심정적인 이유만으로 모든 수입물량을 반송할 수 없고 △일본과 EU 국가들도 같은 조사를 벌여 문제가 된 벨기에산 돼지고기 중 안전하다고 판명된 고기는 자국 내 판매를 허락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농림부는 “일본과 EU는 검사 샘플 수를 컨테이너 7∼9개 분량으로 했는데 한국은 이보다 훨씬 많은 컨테이너 29개 분량을 샘플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과정에서 벨기에측으로부터 ‘너무 심하게 검사하는 것 아니냐’는 항의가 있었지만 잘 설득했다고도 말했다. 국민의 안전한 식생활을 위해 다른 수입국보다 훨씬 많은 성의를 보였다는 이야기다. 농림부는 검사과정을 중간중간 언론에 알려 여론의 동의를 구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환경운동연합, 소시모 등 시민단체들은 농림부 조치에 전혀 동의할 뜻이 없다. 이들은 오히려 “국민 건강을 정말 걱정했다면 이렇게까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한국정부를 겨냥하는 한편, 벨기에 정부에 대해서도 “뻔뻔하게 행동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유럽에 직접 가서 조사했다는 소시모 송보경 회장은 일단 벨기에 돼지고기가 어떻게 다이옥신에 오염됐는지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송회장에 따르면 벨기에 사료회사들은 99년 초 사료제조 과정에서 ‘팜유’ 대신 자동차 변속기 등에 사용됐다가 버린 ‘폐유’를 집어넣었다. 폐유가 들어간 사료는 벨기에 내 1700여 농가에 팔려, 돼지들이 이 사료를 먹고 난 뒤 다이옥신에 오염됐다는 것이다. 벨기에의 돼지고기는 당시 벨기에인들의 명백한 반인륜적 범죄행위에 의해 오염된 셈이다.
이런 경로로 오염된 고깃덩어리들을 놓고 ‘이중에 먹어도 되는 부분’을 가려낸다는 건 ‘난센스’라는 것이 송회장의 견해다. 99년 초순 벨기에에서 사육된 돼지고기는 거의 폐유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샘플만 뽑아 검사한 뒤 이상 없으면 통과시킨 농림부측의 검사방법이 납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검사대상인 모든 고기가 오염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 당연히 ‘전수검사’를 해야 하고 비용과 시간문제 때문에 여의치 않다면 그 고기들은 모두 버려야 한다는 논리다. 송회장은 “농림부가 샘플개수를 외국보다 늘렸다고 해도 이는 안전성을 확보하기엔 턱없이 적은 분량”이라고 말했다.
농림부측이 샘플에 대해 실시한 PCB검사란 고기 내 폐유의 양을 측정하는 검사. 여기서 고기 1g당 200ng 이하로 기름이 검출되면 ‘적합 판정’이 났다고 한다. 송회장은 이에 대해서도 “‘기준치 이하’의 기준은 뭐냐”고 반문했다.
농림부 검사대상 벨기에산 돼지고기 중 절반 이상은 폐유나 다이옥신이 너무 많이 나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들은 ‘쓰레기더미에서 그나마 먹을 만한 것을 골라내는 모습이 연상된다’고 표현한다. “도대체 검사대상의 절반 이상이 ‘부적합’으로 판정되는 식품검사가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검사할 가치도 없는 석유에 절인 고기를 굳이 검사하려 드니까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닌가.”(송회장)
시민단체가 두번째로 지적하는 것은 ‘유통기한’의 문제다. 소시모는 벨기에산 돼지고기를 보관하고 있는 경기도 한 냉동창고에서 갖고 온 고기포장용 박스를 보여줬다. 박스엔 유통기한이 제조일인 2000년 4월23일로부터 1년까지로 명시돼 있었다. 그런데 그 옆엔 유통기한을 ‘제조일로부터 24개월’로 한다는 또 다른 표시가 붙어 있었다. 김재욱 사무총장은 “정부의 검사 이후 벨기에산 돼지고기를 팔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자 편법이 동원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업자들은 “불법은 없었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가 된 벨기에산 돼지고기들은 대부분 99년 봄에 도축된 것들. 유통기한 확대의 적법성 여부를 떠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들 벨기에산 돼지고기가 너무 오랫동안 보관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서울의 돼지고기 수입업자 김모씨(45)는 “요즘은 재고가 많이 쌓여 사정이 다르지만 도축된 돼지고기를 1년이 넘게 보관했다가 다시 꺼내 파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농림부는 오염검사를 거쳐 일부 고기를 유통시킨 행위를 정당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사태발생 초기엔 농림부조차도 문제의 돼지고기를 전량 벨기에로 반송할 계획이었다. 이는 농림부의 문서를 통해 분명한 사실로 확인된다. 그런 농림부가 입장을 바꾼 것은 ‘오염이 증명되는 경우에만 보상청구가 가능하다’는 벨기에 정부의 입장을 들어줬기 때문이라고 시민단체들은 추정한다. 벨기에정부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괘씸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송회장은 “벨기에는 자국 내에서 일어난 부도덕한 일로 한국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일본, EU도 한국과 비슷한 판매허용 조치를 취하지 않았느냐는 농림부의 주장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다양한 상황과 변수를 빼고 외국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폐유와 다이옥신 오염이 의심되었던 벨기에산 돼지고기 중 절반은 1년이 지난 지금 시민들의 입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 물량이 시중에 다 풀려나갔으므로 회수할 수도 없다. ‘컨테이너 29개’의 샘플 검사가 유일한 안전장치였다.
물론 정부로서는 시장개방을 기조로 하는 WTO(세계무역기구) 체제하에서 대응책 마련에 한계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송회장은 오염이 의심되는 식품이 공권력의 보장 아래 다시 팔리고 누군가 영문도 모른 채 그걸 먹어야 한다는 현실에 분노가 치민다고 말한다. “검사를 통과했으므로 벨기에 돼지고기는 안전하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송회장은 이렇게 묻고 싶다고 한다. “그럼 당신의 가족에게 그 고기를 먹일 수 있습니까.”
당시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극에 달했다. 수입 돼지고기는 말할 것도 없고 국산 돼지고기, 심지어 쇠고기까지 팔리지 않아 국내 축산농가가 심각한 피해를 보기도 했다.
당시 파문을 일으킨 벨기에산 돼지고기 중 먹지 않고 수입업자들의 냉동창고에 저장돼 있던 양은 3119톤(컨테이너 159개 분량). 그렇다면 이 고기들은 지금 어떻게 처리됐을까. 농림부에 따르면 8월 현재 3119톤의 절반 정도인 1440톤이 시중에 유통됐다. 지금도 가정에서, 삼겹살집에서 누군가는 이 고기를 요리해 먹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먹어도 된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환경운동연합 최준호 간사는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소시모) 김재욱 사무총장은 “속사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국민들이 잠잠한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그 고기를 유통시킨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다이옥신 범벅’이라던 그 고기가 식탁에 오르게 된 과정에 대해 농림부 김주수 축산국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벨기에 돼지사육농가에서 다이옥신 오염사고가 일어난 기간(99년 1월부터 6월)에 도축됐다고 해서 벨기에산 돼지고기가 모두 오염됐다고 볼 수 없다. 그래서 2000년 1월 PCB검사와 다이옥신검사를 실시해 기준치 이하로 나온 고기(1440톤)는 2000년 5월부터 국내에서 팔 수 있도록 허용했고 기준치를 초과한 나머지 분량은 벨기에로 반송했다.” 김국장은 △국가간 거래에서 과학적 조사 없이 심정적인 이유만으로 모든 수입물량을 반송할 수 없고 △일본과 EU 국가들도 같은 조사를 벌여 문제가 된 벨기에산 돼지고기 중 안전하다고 판명된 고기는 자국 내 판매를 허락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농림부는 “일본과 EU는 검사 샘플 수를 컨테이너 7∼9개 분량으로 했는데 한국은 이보다 훨씬 많은 컨테이너 29개 분량을 샘플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과정에서 벨기에측으로부터 ‘너무 심하게 검사하는 것 아니냐’는 항의가 있었지만 잘 설득했다고도 말했다. 국민의 안전한 식생활을 위해 다른 수입국보다 훨씬 많은 성의를 보였다는 이야기다. 농림부는 검사과정을 중간중간 언론에 알려 여론의 동의를 구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환경운동연합, 소시모 등 시민단체들은 농림부 조치에 전혀 동의할 뜻이 없다. 이들은 오히려 “국민 건강을 정말 걱정했다면 이렇게까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한국정부를 겨냥하는 한편, 벨기에 정부에 대해서도 “뻔뻔하게 행동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유럽에 직접 가서 조사했다는 소시모 송보경 회장은 일단 벨기에 돼지고기가 어떻게 다이옥신에 오염됐는지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송회장에 따르면 벨기에 사료회사들은 99년 초 사료제조 과정에서 ‘팜유’ 대신 자동차 변속기 등에 사용됐다가 버린 ‘폐유’를 집어넣었다. 폐유가 들어간 사료는 벨기에 내 1700여 농가에 팔려, 돼지들이 이 사료를 먹고 난 뒤 다이옥신에 오염됐다는 것이다. 벨기에의 돼지고기는 당시 벨기에인들의 명백한 반인륜적 범죄행위에 의해 오염된 셈이다.
이런 경로로 오염된 고깃덩어리들을 놓고 ‘이중에 먹어도 되는 부분’을 가려낸다는 건 ‘난센스’라는 것이 송회장의 견해다. 99년 초순 벨기에에서 사육된 돼지고기는 거의 폐유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샘플만 뽑아 검사한 뒤 이상 없으면 통과시킨 농림부측의 검사방법이 납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검사대상인 모든 고기가 오염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 당연히 ‘전수검사’를 해야 하고 비용과 시간문제 때문에 여의치 않다면 그 고기들은 모두 버려야 한다는 논리다. 송회장은 “농림부가 샘플개수를 외국보다 늘렸다고 해도 이는 안전성을 확보하기엔 턱없이 적은 분량”이라고 말했다.
농림부측이 샘플에 대해 실시한 PCB검사란 고기 내 폐유의 양을 측정하는 검사. 여기서 고기 1g당 200ng 이하로 기름이 검출되면 ‘적합 판정’이 났다고 한다. 송회장은 이에 대해서도 “‘기준치 이하’의 기준은 뭐냐”고 반문했다.
농림부 검사대상 벨기에산 돼지고기 중 절반 이상은 폐유나 다이옥신이 너무 많이 나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들은 ‘쓰레기더미에서 그나마 먹을 만한 것을 골라내는 모습이 연상된다’고 표현한다. “도대체 검사대상의 절반 이상이 ‘부적합’으로 판정되는 식품검사가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검사할 가치도 없는 석유에 절인 고기를 굳이 검사하려 드니까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닌가.”(송회장)
시민단체가 두번째로 지적하는 것은 ‘유통기한’의 문제다. 소시모는 벨기에산 돼지고기를 보관하고 있는 경기도 한 냉동창고에서 갖고 온 고기포장용 박스를 보여줬다. 박스엔 유통기한이 제조일인 2000년 4월23일로부터 1년까지로 명시돼 있었다. 그런데 그 옆엔 유통기한을 ‘제조일로부터 24개월’로 한다는 또 다른 표시가 붙어 있었다. 김재욱 사무총장은 “정부의 검사 이후 벨기에산 돼지고기를 팔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자 편법이 동원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업자들은 “불법은 없었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가 된 벨기에산 돼지고기들은 대부분 99년 봄에 도축된 것들. 유통기한 확대의 적법성 여부를 떠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들 벨기에산 돼지고기가 너무 오랫동안 보관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서울의 돼지고기 수입업자 김모씨(45)는 “요즘은 재고가 많이 쌓여 사정이 다르지만 도축된 돼지고기를 1년이 넘게 보관했다가 다시 꺼내 파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농림부는 오염검사를 거쳐 일부 고기를 유통시킨 행위를 정당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사태발생 초기엔 농림부조차도 문제의 돼지고기를 전량 벨기에로 반송할 계획이었다. 이는 농림부의 문서를 통해 분명한 사실로 확인된다. 그런 농림부가 입장을 바꾼 것은 ‘오염이 증명되는 경우에만 보상청구가 가능하다’는 벨기에 정부의 입장을 들어줬기 때문이라고 시민단체들은 추정한다. 벨기에정부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괘씸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송회장은 “벨기에는 자국 내에서 일어난 부도덕한 일로 한국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일본, EU도 한국과 비슷한 판매허용 조치를 취하지 않았느냐는 농림부의 주장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다양한 상황과 변수를 빼고 외국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폐유와 다이옥신 오염이 의심되었던 벨기에산 돼지고기 중 절반은 1년이 지난 지금 시민들의 입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 물량이 시중에 다 풀려나갔으므로 회수할 수도 없다. ‘컨테이너 29개’의 샘플 검사가 유일한 안전장치였다.
물론 정부로서는 시장개방을 기조로 하는 WTO(세계무역기구) 체제하에서 대응책 마련에 한계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송회장은 오염이 의심되는 식품이 공권력의 보장 아래 다시 팔리고 누군가 영문도 모른 채 그걸 먹어야 한다는 현실에 분노가 치민다고 말한다. “검사를 통과했으므로 벨기에 돼지고기는 안전하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송회장은 이렇게 묻고 싶다고 한다. “그럼 당신의 가족에게 그 고기를 먹일 수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