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젖가슴도 몇번 보여줬죠.”
6월1일 밤 10시 서울 관악구 신림 네거리 A호프집. 서아영(가명·26·여)씨는 500cc 맥주잔을 기울이며 대수롭잖은 듯 말했다.
서씨는 한시간 전쯤 인근의 한 화상대화방에서 기자와 ‘낯선 대면’을 한 사이. 기자가 신분을 밝힌 뒤 술 한잔 하자고 제의하자 그녀는 의외로 선선히 응했다.
“사실 그런 재미도 없으면 남자들이 무엇 때문에 오겠어요. 대화만 할 거면 인터넷 채팅을 하든지 전화방에 가면 되는데…. 여기 오는 손님 중에는 원조교제를 원하는 사람들도 꽤 있어요.”
다소 섹시한 용모의 서씨는 화상대화방을 스무 차례 이상 드나든 이 방면의 베테랑. 대면한 남자들 중 열의 아홉은 자신과 직접 만남을 갖고 싶어했다고 은근슬쩍 자랑하기도 했다.
“요즘 전화방을 통해 ‘알바’(아르바이트)하는 애들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한 서씨는 “돈 많아 보이는 남자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게 화상대화방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밋밋한 만남이나 일상의 반복은 싫다는 얘기다.
새로운 방의 시대가 왔다. 매매춘과 불륜의 대표적 채널이었던 고전적인 전화방이 잇단 단속으로 주춤하는 사이 새롭게 등장한 화상대화방이 최근 ‘퇴폐방’으로 급속히 변질되고 있는 것. 일명 ‘TV방’으로도 불리는 이 신종 변태업소는 최근 신림동 봉천동 구로동 여의도 등 서울 시내에만 20여 개소가 성업중인 것을 비롯해 인천 부천 등 수도권 일대 유흥가를 중심으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이들 업소는 제각기 ‘화상 미팅방’이나 ‘TV대화방’ ‘TV화상데이트’ 등의 간판을 내걸고 ‘호기심 많은’ 남성들을 유혹한다. 한시간당 요금은 1만8000원. 정해진 시간을 5분 초과할 때마다 1500원씩의 추가요금이 붙는다. 화상대화가 이뤄지는 곳은 일명 ‘쪽방’이라 불리는 밀실. 창유리를 코팅 처리한 한평 남짓한 직사각형 공간이다. 희뿌연 형광등 아래 TV모니터 한 대, 그리고 그 위에 설치된 미니카메라, 안락의자, 인터폰 한 대가 전부다.
방으로 안내된 남성 손님이 똑같은 구조의 다른 방에 들어가 있는 여성 손님과 소형 비디오카메라와 TV모니터를 통해 상대방의 모습을 직접 보며 대화할 수 있도록 마이크 등 오디오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간단히 말해 화상대화방은 비디오방과 전화방의 고유한 특성을 뽑아내 교묘히 접목한 것이다. 업소당 방의 개수는 평균 10∼30개.
“전화방이 아날로그식이라면 화상대화방은 멀티미디어식이죠. 처음엔 무척 어색했지만 이젠 어떤 여성과 밀도 있는(?) 얘기를 나눌까 생각하면 짜릿한 흥분마저 느껴져요.” 이날 같은 화상대화방에서 마주친 김모씨(34)는 “오늘이 세번째”라며 “보는 것 따로, 듣는 것 따로에 쉽게 만족 못하는 신세대들이 화상대화방을 많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화상대화방을 단순한 유희공간으로 보기엔 그 폐해가 결코 작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대면’이 ‘음란한 만남’으로 이어질 경우 전화방의 선례에서 보듯 서로간의 ‘합의’만 이뤄지면 원조교제나 매매춘, 불륜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은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업소에 비치된 전단지에는 한결같이 ‘낯선 남녀의 은밀한(?) 대화’ ‘통화+약속+만남+?’ ‘TV데이트+OK+부킹+?’ 등 선정적 문구가 담겨 있어 탈선을 부추긴다. 일부 업소에선 퇴폐분위기를 원하는 남성을 위해 아예 ‘프로’들을 고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부터 관악구 신림5동에 화상대화방을 차려놓고 미성년자 등 여종업원 5명을 고용, 손님들에게 음란한 만남을 알선한 혐의로 업주 이모씨(56·경기도 부천시 소사구)가 5월19일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다른 업소와 달리 이곳에선 여종업원들이 손님들에게 음란한 말을 하며 상의를 벗고 가슴을 노출시키는 특별서비스(?)까지 해준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월 평균 수입이 300만원대에 이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최근 단속을 의식해서인지 화상대화방 내에서의 ‘야한 대화’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성 손님이 뜸한 낮시간에는 여전히 시간당 6000, 7000원 받는 여종업원들의 ‘독무대’. 비교적 단정한 차림새와 옅은 화장으로 ‘종업원 티’를 내지 않는다는 점이 예전과 조금 다른 정도다.
여종업원의 ‘존재’를 알아보기 위해 화상대화방의 원조격으로 알려진 서울 구로공단역 부근의 한 화상대화방을 찾았다. 6월2일 오후 2시. 대낮인데도 남성 손님이 5, 6명 가량 눈에 띄었다. 거울을 보며 넥타이를 고쳐 매고 있던 한 40대 남자는 기자와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고개를 돌리기도 했다.
업주는 “낮이라 여자 손님이 없다”면서도 돌아가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기자가 들어간 방은 105호. 주인이 어디론가 핸드폰으로 연락하는 소리가 들리고 인터폰으로 두 번을 재촉하자 한시간 만에 한 20대 아가씨와 연결해줬다.
자신을 29세의 ‘백수’라고 소개한 그녀는 한눈에도 종업원임이 역력해 보였다. 대화가 무르익자 담배까지 피워 문 그녀는 1시간쯤 지나자 “후배(다른 여종업원)와 더 얘기할 생각이 있으면 불러주겠다”고 권하기까지 했다. “데이트나 한번 하자”는 기자의 제의를 “곧 약속이 있어 나가봐야 한다”고 거절했지만 그녀는 1시간이 넘도록 출입구로 나오지 않았다. 다른 방으로 자리바꿈을 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시대를 앞서가는 변태업소의 특성상 화상대화방은 현행법으론 단속-처벌할 아무런 법적 장치가 없다. 일반전화회선을 사용하는 전화방과 달리 화상대화방은 자체 오디오시스템을 사용하므로 전기통신사업법에 위반되지도 않는다. 시설기준에 대한 법규정도 없다. 음란행위를 하더라도 현장을 잡지 못하면 그뿐이다. 이런 ‘이점’ 때문에 기존 전화방이나 비디오방을 운영하는 업주들 중 상당수는 화상대화방으로의 전업을 서두르고 있다.
“화상대화방 업주 중 상당수는 2, 3개의 업소를 동시에 운영한다고 보면 돼요. 그들이 장비판매나 설비를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지요.” 한 화상대화방 업주는 “최근 전문 설비업자를 소개시켜 달라는 문의가 전국 각지에서 쇄도하고 있다”며 “주문 후 화상대화 시스템을 제작하는데 10일 가량, 설치하는데 2, 3일 정도면 기존 시설은 완벽한 화상대화방으로 변신한다”고 귀띔했다.
소수이지만 화상대화방을 재미있고 건전한 만남의 공간으로 이해하려는 젊은 세대도 있긴 하다. 그러나 90년대의 밀실지향적 퇴폐문화가 2000년대로 고스란히 이어져 활개치고 있는 요즘, 이는 한낱 교과서적인 바람일 뿐이다.
열린사회문화연구소 정헌주 연구위원(37)은 “부가 지배하는 삭막한 사회에 회의를 느낀 현대인들이 갈 곳은 결국 밀폐된 공간일 수밖에 없다”며 “화상대화방처럼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 자기 자신을 장기간 고립시킬 경우 억눌린 욕망은 더욱 증대되고 비틀린 형태로 발산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노래방, 비디오방, 전화방, PC방…. ‘방의 진화’는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까. 퇴폐와 관능을 찾아 헤매는 도시인들의 마음을 교묘히 파고든 화상대화방들은 오늘도 성업중이다.
6월1일 밤 10시 서울 관악구 신림 네거리 A호프집. 서아영(가명·26·여)씨는 500cc 맥주잔을 기울이며 대수롭잖은 듯 말했다.
서씨는 한시간 전쯤 인근의 한 화상대화방에서 기자와 ‘낯선 대면’을 한 사이. 기자가 신분을 밝힌 뒤 술 한잔 하자고 제의하자 그녀는 의외로 선선히 응했다.
“사실 그런 재미도 없으면 남자들이 무엇 때문에 오겠어요. 대화만 할 거면 인터넷 채팅을 하든지 전화방에 가면 되는데…. 여기 오는 손님 중에는 원조교제를 원하는 사람들도 꽤 있어요.”
다소 섹시한 용모의 서씨는 화상대화방을 스무 차례 이상 드나든 이 방면의 베테랑. 대면한 남자들 중 열의 아홉은 자신과 직접 만남을 갖고 싶어했다고 은근슬쩍 자랑하기도 했다.
“요즘 전화방을 통해 ‘알바’(아르바이트)하는 애들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한 서씨는 “돈 많아 보이는 남자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게 화상대화방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밋밋한 만남이나 일상의 반복은 싫다는 얘기다.
새로운 방의 시대가 왔다. 매매춘과 불륜의 대표적 채널이었던 고전적인 전화방이 잇단 단속으로 주춤하는 사이 새롭게 등장한 화상대화방이 최근 ‘퇴폐방’으로 급속히 변질되고 있는 것. 일명 ‘TV방’으로도 불리는 이 신종 변태업소는 최근 신림동 봉천동 구로동 여의도 등 서울 시내에만 20여 개소가 성업중인 것을 비롯해 인천 부천 등 수도권 일대 유흥가를 중심으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이들 업소는 제각기 ‘화상 미팅방’이나 ‘TV대화방’ ‘TV화상데이트’ 등의 간판을 내걸고 ‘호기심 많은’ 남성들을 유혹한다. 한시간당 요금은 1만8000원. 정해진 시간을 5분 초과할 때마다 1500원씩의 추가요금이 붙는다. 화상대화가 이뤄지는 곳은 일명 ‘쪽방’이라 불리는 밀실. 창유리를 코팅 처리한 한평 남짓한 직사각형 공간이다. 희뿌연 형광등 아래 TV모니터 한 대, 그리고 그 위에 설치된 미니카메라, 안락의자, 인터폰 한 대가 전부다.
방으로 안내된 남성 손님이 똑같은 구조의 다른 방에 들어가 있는 여성 손님과 소형 비디오카메라와 TV모니터를 통해 상대방의 모습을 직접 보며 대화할 수 있도록 마이크 등 오디오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간단히 말해 화상대화방은 비디오방과 전화방의 고유한 특성을 뽑아내 교묘히 접목한 것이다. 업소당 방의 개수는 평균 10∼30개.
“전화방이 아날로그식이라면 화상대화방은 멀티미디어식이죠. 처음엔 무척 어색했지만 이젠 어떤 여성과 밀도 있는(?) 얘기를 나눌까 생각하면 짜릿한 흥분마저 느껴져요.” 이날 같은 화상대화방에서 마주친 김모씨(34)는 “오늘이 세번째”라며 “보는 것 따로, 듣는 것 따로에 쉽게 만족 못하는 신세대들이 화상대화방을 많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화상대화방을 단순한 유희공간으로 보기엔 그 폐해가 결코 작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대면’이 ‘음란한 만남’으로 이어질 경우 전화방의 선례에서 보듯 서로간의 ‘합의’만 이뤄지면 원조교제나 매매춘, 불륜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은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업소에 비치된 전단지에는 한결같이 ‘낯선 남녀의 은밀한(?) 대화’ ‘통화+약속+만남+?’ ‘TV데이트+OK+부킹+?’ 등 선정적 문구가 담겨 있어 탈선을 부추긴다. 일부 업소에선 퇴폐분위기를 원하는 남성을 위해 아예 ‘프로’들을 고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부터 관악구 신림5동에 화상대화방을 차려놓고 미성년자 등 여종업원 5명을 고용, 손님들에게 음란한 만남을 알선한 혐의로 업주 이모씨(56·경기도 부천시 소사구)가 5월19일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다른 업소와 달리 이곳에선 여종업원들이 손님들에게 음란한 말을 하며 상의를 벗고 가슴을 노출시키는 특별서비스(?)까지 해준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월 평균 수입이 300만원대에 이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최근 단속을 의식해서인지 화상대화방 내에서의 ‘야한 대화’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성 손님이 뜸한 낮시간에는 여전히 시간당 6000, 7000원 받는 여종업원들의 ‘독무대’. 비교적 단정한 차림새와 옅은 화장으로 ‘종업원 티’를 내지 않는다는 점이 예전과 조금 다른 정도다.
여종업원의 ‘존재’를 알아보기 위해 화상대화방의 원조격으로 알려진 서울 구로공단역 부근의 한 화상대화방을 찾았다. 6월2일 오후 2시. 대낮인데도 남성 손님이 5, 6명 가량 눈에 띄었다. 거울을 보며 넥타이를 고쳐 매고 있던 한 40대 남자는 기자와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고개를 돌리기도 했다.
업주는 “낮이라 여자 손님이 없다”면서도 돌아가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기자가 들어간 방은 105호. 주인이 어디론가 핸드폰으로 연락하는 소리가 들리고 인터폰으로 두 번을 재촉하자 한시간 만에 한 20대 아가씨와 연결해줬다.
자신을 29세의 ‘백수’라고 소개한 그녀는 한눈에도 종업원임이 역력해 보였다. 대화가 무르익자 담배까지 피워 문 그녀는 1시간쯤 지나자 “후배(다른 여종업원)와 더 얘기할 생각이 있으면 불러주겠다”고 권하기까지 했다. “데이트나 한번 하자”는 기자의 제의를 “곧 약속이 있어 나가봐야 한다”고 거절했지만 그녀는 1시간이 넘도록 출입구로 나오지 않았다. 다른 방으로 자리바꿈을 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시대를 앞서가는 변태업소의 특성상 화상대화방은 현행법으론 단속-처벌할 아무런 법적 장치가 없다. 일반전화회선을 사용하는 전화방과 달리 화상대화방은 자체 오디오시스템을 사용하므로 전기통신사업법에 위반되지도 않는다. 시설기준에 대한 법규정도 없다. 음란행위를 하더라도 현장을 잡지 못하면 그뿐이다. 이런 ‘이점’ 때문에 기존 전화방이나 비디오방을 운영하는 업주들 중 상당수는 화상대화방으로의 전업을 서두르고 있다.
“화상대화방 업주 중 상당수는 2, 3개의 업소를 동시에 운영한다고 보면 돼요. 그들이 장비판매나 설비를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지요.” 한 화상대화방 업주는 “최근 전문 설비업자를 소개시켜 달라는 문의가 전국 각지에서 쇄도하고 있다”며 “주문 후 화상대화 시스템을 제작하는데 10일 가량, 설치하는데 2, 3일 정도면 기존 시설은 완벽한 화상대화방으로 변신한다”고 귀띔했다.
소수이지만 화상대화방을 재미있고 건전한 만남의 공간으로 이해하려는 젊은 세대도 있긴 하다. 그러나 90년대의 밀실지향적 퇴폐문화가 2000년대로 고스란히 이어져 활개치고 있는 요즘, 이는 한낱 교과서적인 바람일 뿐이다.
열린사회문화연구소 정헌주 연구위원(37)은 “부가 지배하는 삭막한 사회에 회의를 느낀 현대인들이 갈 곳은 결국 밀폐된 공간일 수밖에 없다”며 “화상대화방처럼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 자기 자신을 장기간 고립시킬 경우 억눌린 욕망은 더욱 증대되고 비틀린 형태로 발산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노래방, 비디오방, 전화방, PC방…. ‘방의 진화’는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까. 퇴폐와 관능을 찾아 헤매는 도시인들의 마음을 교묘히 파고든 화상대화방들은 오늘도 성업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