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로부터 촉발돼 정씨 일가 전격 퇴진, 그리고 제2차 ‘왕자의 난’으로까지 이어질 뻔했던 최근 현대사태는 일단 소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긴박했던 양 진영의 막후 움직임 속에는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이 있다.
MH측의 시나리오는 존재하나
‘3부자 동반 퇴진’이라는 전격 처방으로 막을 내린 현대 사태에 정몽구회장측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오는 데는 이 방안이 발표되는 과정에 대한 의구심이 짙게 깔려 있다. 정주영명예회장이 3부자 퇴진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김재수 현대 구조조정위원장이 이 결정을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하기 5시간 전쯤인 5월31일 오전 11시경 김재수위원장을 자택으로 부른 자리에서였다.
그러나 당초 김위원장이 정명예회장을 독대한 것으로 발표된 것과는 달리 이날 정명예회장 자택에는 정몽헌회장과 측근인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이 함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부분에 대한 MH측 해명은 ‘김위원장이 명예회장을 접견하고 나오다 보니 정몽헌회장과 김윤규사장이 와 있는 것을 발견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김위원장과 MH는 정명예회장 자택에서 ‘우연히’ 마주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몽헌회장과 김윤규사장은 김재수위원장이 떠난 뒤 정명예회장의 방에서 10∼15분간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당시 정황에 대해 MK측은 정명예회장이 이미 MH 진영과 모종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놓은 뒤 MK 제거 전략을 구사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도 “MK측은 5월31일 상황에 대해 김 구조조정위원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최소한 말을 바꾼 것 아니냐는 시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말을 해석하면 MH측이 일본에서 ‘3부자 퇴진’ 시나리오를 기초한 뒤 정명예회장 김위원장 김윤규사장 등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시나리오가 최종 추인되었고, 이것이 ‘3부자 동반 퇴진’이라는 카드로 공개되었다는 것이다. MK쪽에서는 ‘논의 과정에서 배제된 MK가 무언가 냄새를 맡고 해외 출장까지 연기시켜 가며 5월31일 상황에 대한 MH측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운 결과 이런 단서를 포착했다’는 말까지도 흘러나왔다.
MK측이 내세우는 이러한 시나리오설은 대북사업에만 전념하기로 한 MH가 결국 현대아산을 기반으로 해서 경영 일선에 복귀할 것이라는 의구심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구조조정위 관계자는 MK측의 이런 시각에 대해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 현대아산의 지분 구성이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이를 바탕으로 MH가 경영 일선에 복귀한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어렵다. 현대아산이 다른 계열사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주회사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다 다른 계열사들의 출자를 받아 운영되는 회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대아산의 경우 경영 실적을 내기는커녕 적자 상태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MH측 관계자의 표현대로 ‘대북사업이야말로 단순히 비즈니스로만 보기 어려운 상징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MK측은 이러한 의구심을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정부 압력은 없었나
5월 말 어느날 새벽 1시 정부 고위 관계자 자택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전화를 건 사람은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이었다. 이회장은 대뜸 “시장을 잘 모르시는 것 아닙니까”라고 ‘시비’조로 나왔다. 그리고 “정부가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에만 공적자금 5조원(실제로는 4조9000억원)을 투입하고 현대투신을 지원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시장의 혼란은 계속돼 두 투신사에 투입한 공적자금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투신이 망하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는 것.
이회장의 이런 태도는 현대가 시장을 담보로 정부를 ‘협박’한다는 해석을 낳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5월31일의 현대측 발표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 며칠 사이 정주영명예회장 일가와 이익치회장 등 가신 그룹의 판단이 바뀌었다는 얘기인가. 현대 주변에선 ‘위기 돌파를 위한 고단수 처방’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익치회장과 현대건설 김윤규사장, 김재수 구조조정본부장 등 ‘가신 3인방’이 버티고 있는 한 정명예회장은 어떤 식으로든 그룹을 지배할 수 있기 때문. 정부 고위 관계자도 이런 의혹을 제기했다.
현대 주변에서는 정명예회장 퇴진 발표를 두고 ‘외압’ 의혹이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명예회장 측근이 정부쪽에 “정명예회장만 물러나면 되느냐”고 타진했으나 거절당했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이런 견해가 힘을 얻기도 했다.
물론 정부 관계자들은 ‘정부 개입설’을 부인하고 있다. 다만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 달라는 사인을 보낸 정도”라고 말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머리를 깎고 오라고 했는데, 완전히 빡빡 밀고 왔다”고 표현했다. 정부는 현대건설 유동성 지원에 대한 명분을 얻기 위해 자구노력을 촉구했을 뿐인데, 미처 예상치 못한 정명예회장 일가 퇴진까지 발표했다는 것이다.
현대가 유동성 위기로 인해 막판까지 몰린 5월27일 정몽헌회장은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과 함께 돌연 일본으로 출국해 외자유치설, 대북 프로젝트 관련설 등 온갖 추측을 낳았다. 그러나 정작 일본 현지 관계자들은 정회장과 김사장이 일본에서 각자 따로 움직였다고 증언하고 있다.
현대건설 동경지사 관계자는 “김윤규사장의 경우 일본 현지 협력업체 최고 경영자를 만나는 것이 일정의 대부분이었다”고 전했다. MH의 방일 일정은 현대건설이 아닌 현대전자 현지법인에서 세부 계획을 짜고 수행도 했었다는 것이다. 현대전자쪽은 건설쪽의 이런 떠넘기기에 대해 ‘누가 그런 소리를 하느냐’며 펄쩍 뛰고 있다.
결국 MH는 사태를 관망하고 시간을 벌기 위해 일본행을 선택한 뒤 현지에서 핵심측근인 김윤규사장과 머리를 맞댄 채 국내 상황을 원격 조율하고 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현대 주변에서는 일본 미쓰이상사 등과 외자 협상을 진행중인 현대석유화학의 외자유치설, 경인운하 건설사업에 대한 외자협력설은 물론 북한에 대한 SOC(사회간접자본) 공동투자설까지 나돌았지만 현대 관계자조차 이들 사안이 시일을 다투는 문제는 결코 아니라는 데에 동의하고 있다.
가족 모임 두고 형제간 딴소리
5월31일 수요일 오후 현대 계동 사옥 15층 정명예회장실. 정주영명예회장을 포함한 가족 관계자들이 모여 앉았다. 그러나 이 자리에 참석하고 나온 MH의 전언과 MK의 해석은 판이하게 달랐다. MH측은 “이날 오전 정명예회장이 밝힌 바대로 ‘3부자 퇴진’을 확인하고 모두 받아들이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주장하는 반면 MK측은 “전문경영인 체제 확립이라는 원칙적인 이야기가 오고갔을 뿐 퇴진에 동의한 적은 없다”고 펄쩍 뛰고 있다.
양 당사자의 전언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 자리에 동석한 관계자들의 증언이 결정적 역할을 해줄 것이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인물 중 비교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인물은 이진호 고려산업개발 회장이다. 이회장은 정주영명예회장의 4남 몽우씨의 처남으로 워싱턴대에서 MBA를 마친 뒤 92년 대선 당시 정주영후보의 경호 책임자를 맡으면서 정명예회장의 최측근으로 떠오른 인물. 현대 관계자는 “현대가 갖고 있는 가족 경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진호회장은 이익치회장이나 김윤규사장 등보다도 훨씬 가까운 측근 중의 측근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결국 정명예회장의 언급을 놓고 형제간에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그러나 평상시 경영 스타일에서 보여주고 있는 리더십과는 달리 아버지의 절대 권력에 토를 달지 못해온 MK의 스타일로 볼 때 정명예회장은 이 자리에서도 MK측의 희망과는 달리 전문경영인을 강조하고 가족 그룹의 퇴진을 암시했을 가능성이 크다. 아무래도 지난번 ‘왕자의 난’에서도 드러났듯이 현대그룹의 운명을 좌우할 왕회장의 ‘왕심’(王心)은 작은 아들쪽으로 기운 듯하다. 하지만 이런 분석이 오히려 예상치 못한 MK의 강한 반발을 불러오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MH측의 시나리오는 존재하나
‘3부자 동반 퇴진’이라는 전격 처방으로 막을 내린 현대 사태에 정몽구회장측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오는 데는 이 방안이 발표되는 과정에 대한 의구심이 짙게 깔려 있다. 정주영명예회장이 3부자 퇴진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김재수 현대 구조조정위원장이 이 결정을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하기 5시간 전쯤인 5월31일 오전 11시경 김재수위원장을 자택으로 부른 자리에서였다.
그러나 당초 김위원장이 정명예회장을 독대한 것으로 발표된 것과는 달리 이날 정명예회장 자택에는 정몽헌회장과 측근인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이 함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부분에 대한 MH측 해명은 ‘김위원장이 명예회장을 접견하고 나오다 보니 정몽헌회장과 김윤규사장이 와 있는 것을 발견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김위원장과 MH는 정명예회장 자택에서 ‘우연히’ 마주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몽헌회장과 김윤규사장은 김재수위원장이 떠난 뒤 정명예회장의 방에서 10∼15분간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당시 정황에 대해 MK측은 정명예회장이 이미 MH 진영과 모종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놓은 뒤 MK 제거 전략을 구사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도 “MK측은 5월31일 상황에 대해 김 구조조정위원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최소한 말을 바꾼 것 아니냐는 시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말을 해석하면 MH측이 일본에서 ‘3부자 퇴진’ 시나리오를 기초한 뒤 정명예회장 김위원장 김윤규사장 등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시나리오가 최종 추인되었고, 이것이 ‘3부자 동반 퇴진’이라는 카드로 공개되었다는 것이다. MK쪽에서는 ‘논의 과정에서 배제된 MK가 무언가 냄새를 맡고 해외 출장까지 연기시켜 가며 5월31일 상황에 대한 MH측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운 결과 이런 단서를 포착했다’는 말까지도 흘러나왔다.
MK측이 내세우는 이러한 시나리오설은 대북사업에만 전념하기로 한 MH가 결국 현대아산을 기반으로 해서 경영 일선에 복귀할 것이라는 의구심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구조조정위 관계자는 MK측의 이런 시각에 대해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 현대아산의 지분 구성이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이를 바탕으로 MH가 경영 일선에 복귀한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어렵다. 현대아산이 다른 계열사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주회사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다 다른 계열사들의 출자를 받아 운영되는 회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대아산의 경우 경영 실적을 내기는커녕 적자 상태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MH측 관계자의 표현대로 ‘대북사업이야말로 단순히 비즈니스로만 보기 어려운 상징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MK측은 이러한 의구심을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정부 압력은 없었나
5월 말 어느날 새벽 1시 정부 고위 관계자 자택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전화를 건 사람은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이었다. 이회장은 대뜸 “시장을 잘 모르시는 것 아닙니까”라고 ‘시비’조로 나왔다. 그리고 “정부가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에만 공적자금 5조원(실제로는 4조9000억원)을 투입하고 현대투신을 지원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시장의 혼란은 계속돼 두 투신사에 투입한 공적자금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투신이 망하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는 것.
이회장의 이런 태도는 현대가 시장을 담보로 정부를 ‘협박’한다는 해석을 낳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5월31일의 현대측 발표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 며칠 사이 정주영명예회장 일가와 이익치회장 등 가신 그룹의 판단이 바뀌었다는 얘기인가. 현대 주변에선 ‘위기 돌파를 위한 고단수 처방’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익치회장과 현대건설 김윤규사장, 김재수 구조조정본부장 등 ‘가신 3인방’이 버티고 있는 한 정명예회장은 어떤 식으로든 그룹을 지배할 수 있기 때문. 정부 고위 관계자도 이런 의혹을 제기했다.
현대 주변에서는 정명예회장 퇴진 발표를 두고 ‘외압’ 의혹이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명예회장 측근이 정부쪽에 “정명예회장만 물러나면 되느냐”고 타진했으나 거절당했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이런 견해가 힘을 얻기도 했다.
물론 정부 관계자들은 ‘정부 개입설’을 부인하고 있다. 다만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 달라는 사인을 보낸 정도”라고 말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머리를 깎고 오라고 했는데, 완전히 빡빡 밀고 왔다”고 표현했다. 정부는 현대건설 유동성 지원에 대한 명분을 얻기 위해 자구노력을 촉구했을 뿐인데, 미처 예상치 못한 정명예회장 일가 퇴진까지 발표했다는 것이다.
현대가 유동성 위기로 인해 막판까지 몰린 5월27일 정몽헌회장은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과 함께 돌연 일본으로 출국해 외자유치설, 대북 프로젝트 관련설 등 온갖 추측을 낳았다. 그러나 정작 일본 현지 관계자들은 정회장과 김사장이 일본에서 각자 따로 움직였다고 증언하고 있다.
현대건설 동경지사 관계자는 “김윤규사장의 경우 일본 현지 협력업체 최고 경영자를 만나는 것이 일정의 대부분이었다”고 전했다. MH의 방일 일정은 현대건설이 아닌 현대전자 현지법인에서 세부 계획을 짜고 수행도 했었다는 것이다. 현대전자쪽은 건설쪽의 이런 떠넘기기에 대해 ‘누가 그런 소리를 하느냐’며 펄쩍 뛰고 있다.
결국 MH는 사태를 관망하고 시간을 벌기 위해 일본행을 선택한 뒤 현지에서 핵심측근인 김윤규사장과 머리를 맞댄 채 국내 상황을 원격 조율하고 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현대 주변에서는 일본 미쓰이상사 등과 외자 협상을 진행중인 현대석유화학의 외자유치설, 경인운하 건설사업에 대한 외자협력설은 물론 북한에 대한 SOC(사회간접자본) 공동투자설까지 나돌았지만 현대 관계자조차 이들 사안이 시일을 다투는 문제는 결코 아니라는 데에 동의하고 있다.
가족 모임 두고 형제간 딴소리
5월31일 수요일 오후 현대 계동 사옥 15층 정명예회장실. 정주영명예회장을 포함한 가족 관계자들이 모여 앉았다. 그러나 이 자리에 참석하고 나온 MH의 전언과 MK의 해석은 판이하게 달랐다. MH측은 “이날 오전 정명예회장이 밝힌 바대로 ‘3부자 퇴진’을 확인하고 모두 받아들이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주장하는 반면 MK측은 “전문경영인 체제 확립이라는 원칙적인 이야기가 오고갔을 뿐 퇴진에 동의한 적은 없다”고 펄쩍 뛰고 있다.
양 당사자의 전언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 자리에 동석한 관계자들의 증언이 결정적 역할을 해줄 것이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인물 중 비교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인물은 이진호 고려산업개발 회장이다. 이회장은 정주영명예회장의 4남 몽우씨의 처남으로 워싱턴대에서 MBA를 마친 뒤 92년 대선 당시 정주영후보의 경호 책임자를 맡으면서 정명예회장의 최측근으로 떠오른 인물. 현대 관계자는 “현대가 갖고 있는 가족 경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진호회장은 이익치회장이나 김윤규사장 등보다도 훨씬 가까운 측근 중의 측근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결국 정명예회장의 언급을 놓고 형제간에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그러나 평상시 경영 스타일에서 보여주고 있는 리더십과는 달리 아버지의 절대 권력에 토를 달지 못해온 MK의 스타일로 볼 때 정명예회장은 이 자리에서도 MK측의 희망과는 달리 전문경영인을 강조하고 가족 그룹의 퇴진을 암시했을 가능성이 크다. 아무래도 지난번 ‘왕자의 난’에서도 드러났듯이 현대그룹의 운명을 좌우할 왕회장의 ‘왕심’(王心)은 작은 아들쪽으로 기운 듯하다. 하지만 이런 분석이 오히려 예상치 못한 MK의 강한 반발을 불러오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