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구조조정본부로 바뀐 현대 경영전략팀 사무실 입구. 그룹 재무팀이 이 사무실 안에 있다.
현대그룹은 작년 말 인사에서 노정익전무 등 구조조정본부 소속 일부 임원들을 한 단계씩 승진시켜 그룹 안팎의 화제가 됐다. 물론 이들에 대한 인사는 박세용 구조조정위원장 ‘인사파문’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지만 그룹 내에서는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새로 재무팀장을 맡은 강연재상무는 이사에서 1년만에 다시 상무로 승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룹측은 부채비율 200% 달성 등 구조조정을 제대로 마무리한 ‘공’을 인정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현재 현대그룹 재무팀은 팀장인 강연재상무, 이주혁이사를 비롯해 모두 10명이다. 국내 최대 재벌 현대그룹의 위상에 비하면 ‘왜소한’ 규모다. 라이벌 그룹인 삼성그룹 재무팀이 팀장인 김인주전무를 비롯한 6명의 임원과 24명의 직원들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현대와 삼성의 재무팀 위상이 이처럼 다른 것은 두 그룹의 컬러 때문이라는 게 금융권과 재계의 해석이다. 현대는 계열사들이 일상적인 경영활동에서는 봉건 영주들처럼 일정 부분 자율성을 가져왔던 데 반해 삼성은 전통적으로 그룹 비서실에서 각 계열사들을 통제하고 조정해왔다. 현대가 분권적이라면 삼성은 중앙집권적이었다는 얘기다.
재무팀도 마찬가지다. 현대는 각 계열사가 ‘자율적으로’ 자금조달을 하는 등 재무관리가 분권적인 데 반해 삼성의 경우 그룹에서 종합조정하고 있다는 것. 외환은행의 한 관계자는 “현대 계열사들의 경우 다른 계열사가 자금을 빌려달라고 하면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당좌 대월을 쓰면서까지 빌려줄 수 없다고 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귀띔했다. 반면 삼성의 경우 그룹에서 계열사들의 차입조건까지 통제하는 등 그룹의 엄격한 관리를 받고 있다는 것.
삼성그룹 재무팀의 위상은 올 3월의 삼성전자 주총에서 여실히 증명됐다. 김인주 구조조정본부 재무팀장(전무)에 대해 전무급으로서는 유일하게 5만주의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해 논란이 제기될 정도였다. 그러나 김전무는 이에 대해 사석에서 “나는 삼성전자 임원 몇 사람분의 일을 하고 있다”고 일갈했다는 후문이다.
현대 관계자들은 그룹 구조조정본부 재무팀이 삼성과 달리 계열사들의 재무 현황 정도만 파악하는 일을 한다고 말한다. 요즘처럼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면 그때가서야 대책을 마련하는 식이라는 설명.
현대 관계자들은 또 “삼성과 현대 두 그룹에서 재무팀의 위상이 이처럼 다른 것은 두 그룹의 사업구조나 성장과정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 뿐 비교 대상이 되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가전 등 소비재 중심으로 성장해온 삼성과 달리 현대는 건설 중공업 등 프로젝트 중심의 사업구조여서 의사 결정도 빨라야 하기 때문에 재무 등 일상적 경영활동이 분권화돼 있었다는 것.
물론 현대그룹에서도 삼성처럼 계열사 자금관리를 통합조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외환위기 직전 삼성그룹 재무팀을 벤치마킹, 적어도 계열사별로 차입금리가 차이나는 사태만은 일어나지 않도록 그룹 재무팀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는 것. 그러나 새 정부 들어 재벌개혁 차원에서 계열사별 독립경영이 강조되면서 이런 논의가 쑥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최근의 현대건설 자금난과 관련, “회계연도별-월별-일별 자금 계획을 수립하지 않는 기업이 어디 있겠느냐”고 항변했다. 다만 “최근의 현대건설처럼 회사채나 기업어음의 차환발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시장에서 캐시플로가 지원되지 않으면 아무리 계획을 정밀하게 짜도 아무 짝에도 쓸모없게 된다”는 것.
그런 점에서 유럽계 은행 고위 관계자의 다음과 같은 말은 음미해볼 만하다.
“현대그룹 내에서도 자동차나 중공업 등은 국제적인 회사다. 그러나 저금리 외자, 직접금융 비중 확대, 자금조달선의 다양화 등 양질의 현금흐름을 유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회계기준의 국제표준, 적정배당, 경영투명성 확보 등이 전제돼야 한다.”
현대그룹은 작년 말 인사에서 노정익전무 등 구조조정본부 소속 일부 임원들을 한 단계씩 승진시켜 그룹 안팎의 화제가 됐다. 물론 이들에 대한 인사는 박세용 구조조정위원장 ‘인사파문’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지만 그룹 내에서는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새로 재무팀장을 맡은 강연재상무는 이사에서 1년만에 다시 상무로 승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룹측은 부채비율 200% 달성 등 구조조정을 제대로 마무리한 ‘공’을 인정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현재 현대그룹 재무팀은 팀장인 강연재상무, 이주혁이사를 비롯해 모두 10명이다. 국내 최대 재벌 현대그룹의 위상에 비하면 ‘왜소한’ 규모다. 라이벌 그룹인 삼성그룹 재무팀이 팀장인 김인주전무를 비롯한 6명의 임원과 24명의 직원들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현대와 삼성의 재무팀 위상이 이처럼 다른 것은 두 그룹의 컬러 때문이라는 게 금융권과 재계의 해석이다. 현대는 계열사들이 일상적인 경영활동에서는 봉건 영주들처럼 일정 부분 자율성을 가져왔던 데 반해 삼성은 전통적으로 그룹 비서실에서 각 계열사들을 통제하고 조정해왔다. 현대가 분권적이라면 삼성은 중앙집권적이었다는 얘기다.
재무팀도 마찬가지다. 현대는 각 계열사가 ‘자율적으로’ 자금조달을 하는 등 재무관리가 분권적인 데 반해 삼성의 경우 그룹에서 종합조정하고 있다는 것. 외환은행의 한 관계자는 “현대 계열사들의 경우 다른 계열사가 자금을 빌려달라고 하면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당좌 대월을 쓰면서까지 빌려줄 수 없다고 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귀띔했다. 반면 삼성의 경우 그룹에서 계열사들의 차입조건까지 통제하는 등 그룹의 엄격한 관리를 받고 있다는 것.
삼성그룹 재무팀의 위상은 올 3월의 삼성전자 주총에서 여실히 증명됐다. 김인주 구조조정본부 재무팀장(전무)에 대해 전무급으로서는 유일하게 5만주의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해 논란이 제기될 정도였다. 그러나 김전무는 이에 대해 사석에서 “나는 삼성전자 임원 몇 사람분의 일을 하고 있다”고 일갈했다는 후문이다.
현대 관계자들은 그룹 구조조정본부 재무팀이 삼성과 달리 계열사들의 재무 현황 정도만 파악하는 일을 한다고 말한다. 요즘처럼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면 그때가서야 대책을 마련하는 식이라는 설명.
현대 관계자들은 또 “삼성과 현대 두 그룹에서 재무팀의 위상이 이처럼 다른 것은 두 그룹의 사업구조나 성장과정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 뿐 비교 대상이 되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가전 등 소비재 중심으로 성장해온 삼성과 달리 현대는 건설 중공업 등 프로젝트 중심의 사업구조여서 의사 결정도 빨라야 하기 때문에 재무 등 일상적 경영활동이 분권화돼 있었다는 것.
물론 현대그룹에서도 삼성처럼 계열사 자금관리를 통합조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외환위기 직전 삼성그룹 재무팀을 벤치마킹, 적어도 계열사별로 차입금리가 차이나는 사태만은 일어나지 않도록 그룹 재무팀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는 것. 그러나 새 정부 들어 재벌개혁 차원에서 계열사별 독립경영이 강조되면서 이런 논의가 쑥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최근의 현대건설 자금난과 관련, “회계연도별-월별-일별 자금 계획을 수립하지 않는 기업이 어디 있겠느냐”고 항변했다. 다만 “최근의 현대건설처럼 회사채나 기업어음의 차환발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시장에서 캐시플로가 지원되지 않으면 아무리 계획을 정밀하게 짜도 아무 짝에도 쓸모없게 된다”는 것.
그런 점에서 유럽계 은행 고위 관계자의 다음과 같은 말은 음미해볼 만하다.
“현대그룹 내에서도 자동차나 중공업 등은 국제적인 회사다. 그러나 저금리 외자, 직접금융 비중 확대, 자금조달선의 다양화 등 양질의 현금흐름을 유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회계기준의 국제표준, 적정배당, 경영투명성 확보 등이 전제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