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용 정치구조의 근본적 개선을 위해 지구당 폐지는 불가피하다.”(99년 5월 민주당 핵심 관계자)
“현실적으로 여야가 지구당을 존속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해석(지구당에 유급 당원을 둘 수 없다는 선관위의 유권해석)은 무리가 있다.”(2000년 5월17일 민주당 박상천 원내총무)
정확하게 1년만이다. 정치개혁에 있어 지구당에 대한 정치권의 태도가 이렇게 정반대로 달라졌다. 지난해 5월만 해도 지구당을 없애겠다는 민주당의 의지는 확고해 보였다. 당시 여권의 고위 관계자들은 “우리 정치구조에서 지구당을 완전히 추방하기 위해서는 지구당을 이용한 선거-조직 관리에 대해 엄벌 규정을 신설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국회의원들이 지구당을 설치해 불법 조직관리, 표 관리에 나설 경우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내용의 처벌 규정을 명문화하는 방안까지 적극 추진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이같은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한나라당은 정권 교체 후 정치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지구당 폐지를 적극 찬성하고 나섰다. 그러나 선거가 가까워지고 다시 정치자금 조달에 숨통이 트이자 “지구당 폐지 불가”로 입장이 돌아섰다. 지구당이 없는 상태에서 선거를 치르기는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판단이 앞선 것. 이는 자민련도 마찬가지다. 여야를 불문하고 지구당을 없애는 정치개혁안에 손들 사람은 거의 없다. 총재부터 하위당직자까지 ‘고비용 저효율 정치구조 해소’를 밥먹듯 외치지만 실제로는 모두 공염불이라는 얘기다.
어찌되었든 오는 8월17일부터는 지난 2월 개정한 정당법이 발효된다. 이 정당법 제30조(정당의 유급 사무원수 제한)는 ‘정당에 둘 수 있는 유급 사무직원은 중앙당에는 150명 이내, 당 지부에는 5인 이내로 한다’고 규정, 지구당 유급 사무원 부분에 대해선 아무런 조항도 명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지구당에 유급 사무직원을 둘 수 없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정당법을 재개정하지 않는 이상 오는 8월부터 지구당에 유급 사무직원을 둘 수 없게 된다. 지구당 폐지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비슷한 효과는 거둘 수 있게 된 셈이다.
정치권이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한 것은 선거에 쫓긴 나머지 조항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 실무자들마저 대충 보고 말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치권이 이 정당법대로 지구당에 유급 직원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구당은 정말로 없애면 안되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인가. 정치인들은 지구당 운영에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고 늘 불평하고, 죽는소리를 하면서도 막상 이를 없애자고 하면 “왜 없애느냐”고 전혀 딴소리를 한다. 이들에게 지구당은 버리자니 아깝고 먹자니 힘든 계륵(鷄肋)같은 존재인 셈. 선진국의 경우 느슨한 형태의 위원회가 지구당을 대신하며 지구당 조직이 있더라도 우리와 전혀 달리 ‘후보자 선출’ 등의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이번 16대 총선과 관련해 각 후보자들이 지출한 총선 비용과 정당활동비는 1인당 평균 1억8939만원. 이는 선거구의 법정 한도액 평균 1억2600만원을 크게 초과한 액수다. 정당활동비는 선관위의 선거 실사 대상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출마자들이 법정 선거운동 기간 이전에 집중적으로 사용한 비용을 포괄하는 것. 선관위가 5월18일 전격적으로 각 당의 정당 비용과 출마자들의 정당활동비를 공개하면서 이를 선거관련 비용에 포함시킨 것은 지난 5월13일 마감한 후보자들의 선거비용 평균신고액이 법정 제한액의 51%에 불과해 선거법 자체에 대한 불신을 부추겼기 때문. 그러나 정당활동비를 포함시켜도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체감선거비용’과는 여전히 큰 차이가 있다.
돈을 가장 많이 쓴 것으로 신고한 민주당 담양-장성-곡성지구당(위원장 김효석당선자)의 경우를 살펴보자(표 참조). 이 지구당의 신고 명세는 정당활동비 4억7100만원과 선거비용 1억6300만원을 합해 총 6억3400만원. 정당활동비가 선거비용의 3배에 달한다. 이의 지출 내역은 △기본 경비 1억8430만원 △정책개발비 260만원 △당원 교육훈련비 184만원 △조직활동비 8656만원 △선전비 306만원 △기타 경비 2318만원 등이다.
이 명세를 순수하게 믿어준다고 해도 역시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간 항목은 기본경비와 조직활동비. 이 돈은 말 그대로 지구당사 임대료, 조직책 관리비, 유급 사무직원 인건비, 전화비, 식사비 등 지구당 운영에 소요되는 돈이다. 이 명세는 올해 1월1일부터 5월3일까지 4개월 동안의 지출 명세이므로 한달 평균 1억2000여 만원의 돈을 썼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선거철이라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 정도도 적은 편.
두번째로 많은 선거관련 비용(6억1300만원)을 신고한 민주당 서울 성동지구당(위원장 임종석당선자)의 경우도 선거비용(1억2900만원)보다 정당활동비(4억8400만원)가 월등히 많은데, 당선자 가운데 정당활동비용이 가장 많았다. 구체적인 정당활동비 내용을 보면 △기본 경비 1억8140만원 △정책개발비 13만원 △당원 교육훈련비 202만원 △조직활동비 1724만원 △선전비 2155만원 △기타 경비 1억4212만원 등으로 역시 기본 경비와 기타 경비 등의 지구당 운영 관련 비용이 절대적인 액수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임당선자의 경우 조직활동비 액수가 적은 것은 자원봉사자가 넘칠 정도로 많아 선거 막판에는 오히려 다른 지구당에 지원할 정도였기 때문.
그렇다면 선거철이 아닐 경우 현역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지구당의 월평균 운영비는 대체 얼마나 될까. 이는 위원장마다 편차가 너무 커서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적게 쓰는 곳은 500만원 정도면 충분하나 많이 쓰는 곳은 3000만원 이상도 있다. 대략 1500만원에서 3000만원 정도 들어가는 것으로 보면 된다.
민주당 전주 덕진지구당(위원장 정동영의원)은 지구당 사무원이라야 사무국장과 여직원 둘뿐인데 그나마 유급은 여직원뿐이다. 사무국장은 시의원 출마를 계획하는 사람으로 비상근으로 일하기 때문에 약간의 활동비 정도만 지급한다는 것. 지구당 운영비가 500여 만원 정도면 충분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지구당 비용은, 호남 지역인데다 정동영의원이 전국적 지명도를 가지고 있다는 특성 때문에 가능한 액수. 호남 지역은 대체로 지구당 운영비가 별로 들어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영남은 비슷한 환경이라도 사정이 좀 다르다. 물론 ‘한나라당 영남 지역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등식이 생기면서 지구당 유지비 단가가 좀 낮아진 것은 사실. 그러나 대부분 당직자들이 과거 오랜 여당 시절의 ‘돈 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이고, 호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소속 후보가 강하기 때문에 1000만원 이하의 지구당 운영비는 생각도 못한다는 것이 주된 얘기들. 부산 지역의 한 의원은 “정권을 잡아서 지구당 조직이 한번 돈맛에 길들여지면 야당이 돼도 좀처럼 벗어나기가 힘들다. 지금이 민주화 운동 하던 때도 아니고 돈 없으면 힘들다”고 말한다.
“지구당에는 항상 10여 명의 ‘손님’들이 북적거리게 마련이다. 식사 때가 되면 지구당에서 밥 사는 것이 당연하다는 풍토여서 당직자 4, 5명에 손님 10여명 해서 15명이 4000원짜리 설렁탕 하나 먹어도 한끼에 6만원, 한달이면 180만원이다. 그렇다고 저녁은 집에서 먹게 되는가. 저녁 식사비까지 합하면 곱절로 늘어난다. 밥값만 300만원 이상이 들어간다는 얘기다.”(민주당 K의원)
“옛날 중진의원들은 한달 꽃값만 1000만원 이상이었다는데 요즘은 화환을 보낼 수 없어 꽃값 걱정은 하지 않는다. 그래도 경조사 선물비만 한달에 300만원 넘게 들어간다. 몇백개 만들어 놓아도 금방 다 없어진다.” (자민련 L의원)
“사무국장 200만원, 조직부장 여성부장 각 150만원, 여사원 80만원, 경조사비 500만원, 사무실 관리비 300만원, 조기축구회며 노인정 등 직능단체 관리비 400만원, 당원 생일카드 축전비 200만원, 의정보고서 제작 및 발송비, 당직자 명절 선물, 개인활동비….” 한나라당 P의원이 얘기하는 명세서는 끝없이 나온다.
지구당이 ‘돈 먹는 하마’라는 사실은 이제 얘깃거리도 되지 않는다. 지난해 2월 동아일보가 현직 의원 1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정활동과 지역구 관리에 쓰이는 돈이 한달 평균 1583만원. 이중 1338만원이 지구당 운영 및 조직 관리비로 들어갔다.
지구당의 문제점이 이렇듯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구당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반드시 대체 조직이 있어야 한다는 것. 다만 그것이 연락사무소가 되었든, 후원회 사무실이 되었든 당비를 납부하는 당원에 의해 운영되며 그 당원들이 선거 출마 후보자를 선출하는 권한을 갖도록 하는 강제 규정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들이다.
따라서 지구당에 대한 논의는 없애느냐 마느냐의 여부가 아니라 지구당을 어떻게 운영하느냐 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 때문에 지구당 운영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성찰 없는 현 정치권의 정당법 재개정 논의는 또다시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라는 비판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경계할 것은 ‘다 그렇지 뭐’하며 과거의 지구당 운영 방식에 길들여 있는 유권자들의 망국적 불감증이다.
“현실적으로 여야가 지구당을 존속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해석(지구당에 유급 당원을 둘 수 없다는 선관위의 유권해석)은 무리가 있다.”(2000년 5월17일 민주당 박상천 원내총무)
정확하게 1년만이다. 정치개혁에 있어 지구당에 대한 정치권의 태도가 이렇게 정반대로 달라졌다. 지난해 5월만 해도 지구당을 없애겠다는 민주당의 의지는 확고해 보였다. 당시 여권의 고위 관계자들은 “우리 정치구조에서 지구당을 완전히 추방하기 위해서는 지구당을 이용한 선거-조직 관리에 대해 엄벌 규정을 신설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국회의원들이 지구당을 설치해 불법 조직관리, 표 관리에 나설 경우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내용의 처벌 규정을 명문화하는 방안까지 적극 추진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이같은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한나라당은 정권 교체 후 정치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지구당 폐지를 적극 찬성하고 나섰다. 그러나 선거가 가까워지고 다시 정치자금 조달에 숨통이 트이자 “지구당 폐지 불가”로 입장이 돌아섰다. 지구당이 없는 상태에서 선거를 치르기는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판단이 앞선 것. 이는 자민련도 마찬가지다. 여야를 불문하고 지구당을 없애는 정치개혁안에 손들 사람은 거의 없다. 총재부터 하위당직자까지 ‘고비용 저효율 정치구조 해소’를 밥먹듯 외치지만 실제로는 모두 공염불이라는 얘기다.
어찌되었든 오는 8월17일부터는 지난 2월 개정한 정당법이 발효된다. 이 정당법 제30조(정당의 유급 사무원수 제한)는 ‘정당에 둘 수 있는 유급 사무직원은 중앙당에는 150명 이내, 당 지부에는 5인 이내로 한다’고 규정, 지구당 유급 사무원 부분에 대해선 아무런 조항도 명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지구당에 유급 사무직원을 둘 수 없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정당법을 재개정하지 않는 이상 오는 8월부터 지구당에 유급 사무직원을 둘 수 없게 된다. 지구당 폐지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비슷한 효과는 거둘 수 있게 된 셈이다.
정치권이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한 것은 선거에 쫓긴 나머지 조항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 실무자들마저 대충 보고 말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치권이 이 정당법대로 지구당에 유급 직원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구당은 정말로 없애면 안되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인가. 정치인들은 지구당 운영에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고 늘 불평하고, 죽는소리를 하면서도 막상 이를 없애자고 하면 “왜 없애느냐”고 전혀 딴소리를 한다. 이들에게 지구당은 버리자니 아깝고 먹자니 힘든 계륵(鷄肋)같은 존재인 셈. 선진국의 경우 느슨한 형태의 위원회가 지구당을 대신하며 지구당 조직이 있더라도 우리와 전혀 달리 ‘후보자 선출’ 등의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이번 16대 총선과 관련해 각 후보자들이 지출한 총선 비용과 정당활동비는 1인당 평균 1억8939만원. 이는 선거구의 법정 한도액 평균 1억2600만원을 크게 초과한 액수다. 정당활동비는 선관위의 선거 실사 대상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출마자들이 법정 선거운동 기간 이전에 집중적으로 사용한 비용을 포괄하는 것. 선관위가 5월18일 전격적으로 각 당의 정당 비용과 출마자들의 정당활동비를 공개하면서 이를 선거관련 비용에 포함시킨 것은 지난 5월13일 마감한 후보자들의 선거비용 평균신고액이 법정 제한액의 51%에 불과해 선거법 자체에 대한 불신을 부추겼기 때문. 그러나 정당활동비를 포함시켜도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체감선거비용’과는 여전히 큰 차이가 있다.
돈을 가장 많이 쓴 것으로 신고한 민주당 담양-장성-곡성지구당(위원장 김효석당선자)의 경우를 살펴보자(표 참조). 이 지구당의 신고 명세는 정당활동비 4억7100만원과 선거비용 1억6300만원을 합해 총 6억3400만원. 정당활동비가 선거비용의 3배에 달한다. 이의 지출 내역은 △기본 경비 1억8430만원 △정책개발비 260만원 △당원 교육훈련비 184만원 △조직활동비 8656만원 △선전비 306만원 △기타 경비 2318만원 등이다.
이 명세를 순수하게 믿어준다고 해도 역시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간 항목은 기본경비와 조직활동비. 이 돈은 말 그대로 지구당사 임대료, 조직책 관리비, 유급 사무직원 인건비, 전화비, 식사비 등 지구당 운영에 소요되는 돈이다. 이 명세는 올해 1월1일부터 5월3일까지 4개월 동안의 지출 명세이므로 한달 평균 1억2000여 만원의 돈을 썼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선거철이라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 정도도 적은 편.
두번째로 많은 선거관련 비용(6억1300만원)을 신고한 민주당 서울 성동지구당(위원장 임종석당선자)의 경우도 선거비용(1억2900만원)보다 정당활동비(4억8400만원)가 월등히 많은데, 당선자 가운데 정당활동비용이 가장 많았다. 구체적인 정당활동비 내용을 보면 △기본 경비 1억8140만원 △정책개발비 13만원 △당원 교육훈련비 202만원 △조직활동비 1724만원 △선전비 2155만원 △기타 경비 1억4212만원 등으로 역시 기본 경비와 기타 경비 등의 지구당 운영 관련 비용이 절대적인 액수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임당선자의 경우 조직활동비 액수가 적은 것은 자원봉사자가 넘칠 정도로 많아 선거 막판에는 오히려 다른 지구당에 지원할 정도였기 때문.
그렇다면 선거철이 아닐 경우 현역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지구당의 월평균 운영비는 대체 얼마나 될까. 이는 위원장마다 편차가 너무 커서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적게 쓰는 곳은 500만원 정도면 충분하나 많이 쓰는 곳은 3000만원 이상도 있다. 대략 1500만원에서 3000만원 정도 들어가는 것으로 보면 된다.
민주당 전주 덕진지구당(위원장 정동영의원)은 지구당 사무원이라야 사무국장과 여직원 둘뿐인데 그나마 유급은 여직원뿐이다. 사무국장은 시의원 출마를 계획하는 사람으로 비상근으로 일하기 때문에 약간의 활동비 정도만 지급한다는 것. 지구당 운영비가 500여 만원 정도면 충분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지구당 비용은, 호남 지역인데다 정동영의원이 전국적 지명도를 가지고 있다는 특성 때문에 가능한 액수. 호남 지역은 대체로 지구당 운영비가 별로 들어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영남은 비슷한 환경이라도 사정이 좀 다르다. 물론 ‘한나라당 영남 지역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등식이 생기면서 지구당 유지비 단가가 좀 낮아진 것은 사실. 그러나 대부분 당직자들이 과거 오랜 여당 시절의 ‘돈 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이고, 호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소속 후보가 강하기 때문에 1000만원 이하의 지구당 운영비는 생각도 못한다는 것이 주된 얘기들. 부산 지역의 한 의원은 “정권을 잡아서 지구당 조직이 한번 돈맛에 길들여지면 야당이 돼도 좀처럼 벗어나기가 힘들다. 지금이 민주화 운동 하던 때도 아니고 돈 없으면 힘들다”고 말한다.
“지구당에는 항상 10여 명의 ‘손님’들이 북적거리게 마련이다. 식사 때가 되면 지구당에서 밥 사는 것이 당연하다는 풍토여서 당직자 4, 5명에 손님 10여명 해서 15명이 4000원짜리 설렁탕 하나 먹어도 한끼에 6만원, 한달이면 180만원이다. 그렇다고 저녁은 집에서 먹게 되는가. 저녁 식사비까지 합하면 곱절로 늘어난다. 밥값만 300만원 이상이 들어간다는 얘기다.”(민주당 K의원)
“옛날 중진의원들은 한달 꽃값만 1000만원 이상이었다는데 요즘은 화환을 보낼 수 없어 꽃값 걱정은 하지 않는다. 그래도 경조사 선물비만 한달에 300만원 넘게 들어간다. 몇백개 만들어 놓아도 금방 다 없어진다.” (자민련 L의원)
“사무국장 200만원, 조직부장 여성부장 각 150만원, 여사원 80만원, 경조사비 500만원, 사무실 관리비 300만원, 조기축구회며 노인정 등 직능단체 관리비 400만원, 당원 생일카드 축전비 200만원, 의정보고서 제작 및 발송비, 당직자 명절 선물, 개인활동비….” 한나라당 P의원이 얘기하는 명세서는 끝없이 나온다.
지구당이 ‘돈 먹는 하마’라는 사실은 이제 얘깃거리도 되지 않는다. 지난해 2월 동아일보가 현직 의원 1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정활동과 지역구 관리에 쓰이는 돈이 한달 평균 1583만원. 이중 1338만원이 지구당 운영 및 조직 관리비로 들어갔다.
지구당의 문제점이 이렇듯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구당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반드시 대체 조직이 있어야 한다는 것. 다만 그것이 연락사무소가 되었든, 후원회 사무실이 되었든 당비를 납부하는 당원에 의해 운영되며 그 당원들이 선거 출마 후보자를 선출하는 권한을 갖도록 하는 강제 규정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들이다.
따라서 지구당에 대한 논의는 없애느냐 마느냐의 여부가 아니라 지구당을 어떻게 운영하느냐 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 때문에 지구당 운영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성찰 없는 현 정치권의 정당법 재개정 논의는 또다시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라는 비판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경계할 것은 ‘다 그렇지 뭐’하며 과거의 지구당 운영 방식에 길들여 있는 유권자들의 망국적 불감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