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씨(25·여)는 한달 전 IT(정보통신)기업 홍보대행사인 서울 역삼동 K사로 직장을 옮겼다. 새 직장에 적응할 새도 없이 일이 쏟아졌다. 그녀는 3월21일 호텔신라에서 열린 새로운 형태의 전자뉴스서비스 사이트 개통행사를 준비하느라 한달 동안 매일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식사시간 두 시간만 빼곤 컴퓨터작업에 매달렸다. 행사가 무사히 끝나고 한숨을 돌리고 있는데 신체에 변화가 나타났다.
“오전엔 잘 몰라요. 그러나 오후가 되면 목이 뻐근해지고 어깨도 결려와요. ‘매우 불편하다’는 기분이 듭니다. 다리도 붓고 저려와요. 시간이 없어 병원에는 못가지만 분명 몸이 달라졌어요.” 그녀는 눈도 침침해졌다고 한다. 안경점에서 검사를 해봤더니 시력이 한달 새 0.3에서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콘텍트렌즈를 교체해야 했다.
테헤란밸리에 ‘건강적신호’가 켜졌다. 테헤란밸리에만 국한된 문제도 아니다. 인터넷사용자가 늘면서 컴퓨터 작업과 관련된 통증과 질환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급속하게 늘고 있다.
콘텐츠제공사업을 하는 역삼동의 밴처기업 E사 웹디자이너 이모씨(34). E사는 요즘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개척하고 있어 이씨는 정신없이 돌아다니고 있다. 넷상에서만. 그는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10시쯤 퇴근한다. 작업이 긴박하게 돌아갈 때면 새벽 2, 3시도 예사로 넘긴다. 그의 근무내용은 웹 상에선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가 일하는 모습은 단조롭다. 하루종일 컴퓨터 모니터만 바라보다 마우스로 클릭하고 가끔 키보드를 만지작거리는 게 전부다. 이씨는 “목과 어깨의 결림이 참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한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자주 난다. 머리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할 것 같다고 느낀다. 소화도 안된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별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산재 판정 근로자 매년 늘어
온라인 의학정보를 제공하는 ‘컴퓨터질환연구소’에 따르면 반복적인 컴퓨터작업을 수행했을 때 VDT증후군, 경견완증후군, 근막동통증증후군, 피부질환, 터틀넥(turtle neck), 축적피로장애, 수근관증후군, 광과민발작 등 이름도 낯선 많은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소개되고 있다. VDT증후군은 컴퓨터를 포함한 시각단말기와 주변기기 사용으로 생기는 질환을 총칭해서 부르는 말. 의료계에선 팔에 반복적으로 무리한 힘을 가하는 업무에 종사한 근로자에게서 나타나는 목, 어깨, 팔꿈치, 팔목 등지의 질환인 경견완증후군의 발생빈도가 높다고 보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98년 1년간 경견완증후군으로 산업재해 판정을 받은 근로자는 65명이었으나 99년엔 139명으로 2배가 늘었다. 99년엔 174명이 경견완증후군으로 산재를 신청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의 관계자는 “산재판정의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경견완증후군을 실제로 앓고 있는 근로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3월23일 하루 동안 서울 신림동 강남우신병원엔 컴퓨터작업으로 어깨통증을 호소하는 환자 50여명이 다녀갔다. 이들 중 국회사무처 직원인 K씨(35)는 컴퓨터작업으로 생긴 어깨결림이 원인이 돼 목디스크가 생긴 경우. K씨는 하루종일 컴퓨터에 자료를 입력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어깨와 팔의 저림이 손까지 내려오자 이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 목뼈(경추) 7개 중 5번과 6번 사이에 디스크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K씨는 매우 놀랐다. 이 병원 김환수원장으로부터 컴퓨터작업이 어깨결림과 목디스크를 일으키는 과정을 들어보았다. “일반인들의 목은 C자형의 부드러운 커브를 그리고 있습니다. 정지된 자세로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보면 목이 자연 모니터 쪽으로 기울어집니다. 뼈가 I자형이 됩니다. 뻣뻣해지는 거죠. 심할 때는 X-Ray상에서도 확인됩니다. 중력에 대항해 목을 떠받치고 있기 위해 목과 어깨에 연결돼 있는 삼각근, 능형근들에 부하가 걸려 긴장상태가 됩니다. 근육의 긴장이란 쉬고 있는 상태에서도 근육에 힘이 들어가 있는 상황입니다. 신경을 통해 자극이 전달되는 속도도 떨어집니다. 긴장은 점차 목에서 어깨, 팔, 팔목, 손목 등으로 퍼져 나갑니다. 그러나 검사를 해도 정상일 때가 많습니다. 살이 부딪히면 벌겋게 되듯 근육도 그렇게 됩니다. 고무처럼 목뼈와 목뼈 사이에 붙어 뼈가 움직일 때 충격을 흡수해주는 추간판은 안좋은 자세가 계속될 경우 삐쳐나올 수 있습니다. 이러면 목디스크가 됩니다.” 김원장은 “직장인들은 이런 증세를 견딜 만큼 견디다 한계점에 이르면 병원을 찾는데 요즘 계속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경견완증후군은 즉각적인 완치가 어렵다. 대체로 병원에선 항염제, 근이완제, 물리치료를 병행해 근육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데 주력한다고 한다. 물리치료사 류승복씨는 “2∼3주 치료받으면 효과는 확실히 있다. 그러나 컴퓨터작업을 반복할 경우 언제든지 재발된다”고 말했다.
지금 사무실마다 인터넷 열기로 후끈거린다. 덩달아 직장인들의 ‘어깨’도 달아올랐다. 고신대 산업의학과 전문의 김영기씨는 “무엇이 더 소중한지 따져 보라”고 권한다. “인터넷이 아무리 좋아도 건강을 대신할 수는 없겠죠.”
“오전엔 잘 몰라요. 그러나 오후가 되면 목이 뻐근해지고 어깨도 결려와요. ‘매우 불편하다’는 기분이 듭니다. 다리도 붓고 저려와요. 시간이 없어 병원에는 못가지만 분명 몸이 달라졌어요.” 그녀는 눈도 침침해졌다고 한다. 안경점에서 검사를 해봤더니 시력이 한달 새 0.3에서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콘텍트렌즈를 교체해야 했다.
테헤란밸리에 ‘건강적신호’가 켜졌다. 테헤란밸리에만 국한된 문제도 아니다. 인터넷사용자가 늘면서 컴퓨터 작업과 관련된 통증과 질환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급속하게 늘고 있다.
콘텐츠제공사업을 하는 역삼동의 밴처기업 E사 웹디자이너 이모씨(34). E사는 요즘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개척하고 있어 이씨는 정신없이 돌아다니고 있다. 넷상에서만. 그는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10시쯤 퇴근한다. 작업이 긴박하게 돌아갈 때면 새벽 2, 3시도 예사로 넘긴다. 그의 근무내용은 웹 상에선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가 일하는 모습은 단조롭다. 하루종일 컴퓨터 모니터만 바라보다 마우스로 클릭하고 가끔 키보드를 만지작거리는 게 전부다. 이씨는 “목과 어깨의 결림이 참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한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자주 난다. 머리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할 것 같다고 느낀다. 소화도 안된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별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산재 판정 근로자 매년 늘어
온라인 의학정보를 제공하는 ‘컴퓨터질환연구소’에 따르면 반복적인 컴퓨터작업을 수행했을 때 VDT증후군, 경견완증후군, 근막동통증증후군, 피부질환, 터틀넥(turtle neck), 축적피로장애, 수근관증후군, 광과민발작 등 이름도 낯선 많은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소개되고 있다. VDT증후군은 컴퓨터를 포함한 시각단말기와 주변기기 사용으로 생기는 질환을 총칭해서 부르는 말. 의료계에선 팔에 반복적으로 무리한 힘을 가하는 업무에 종사한 근로자에게서 나타나는 목, 어깨, 팔꿈치, 팔목 등지의 질환인 경견완증후군의 발생빈도가 높다고 보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98년 1년간 경견완증후군으로 산업재해 판정을 받은 근로자는 65명이었으나 99년엔 139명으로 2배가 늘었다. 99년엔 174명이 경견완증후군으로 산재를 신청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의 관계자는 “산재판정의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경견완증후군을 실제로 앓고 있는 근로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3월23일 하루 동안 서울 신림동 강남우신병원엔 컴퓨터작업으로 어깨통증을 호소하는 환자 50여명이 다녀갔다. 이들 중 국회사무처 직원인 K씨(35)는 컴퓨터작업으로 생긴 어깨결림이 원인이 돼 목디스크가 생긴 경우. K씨는 하루종일 컴퓨터에 자료를 입력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어깨와 팔의 저림이 손까지 내려오자 이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 목뼈(경추) 7개 중 5번과 6번 사이에 디스크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K씨는 매우 놀랐다. 이 병원 김환수원장으로부터 컴퓨터작업이 어깨결림과 목디스크를 일으키는 과정을 들어보았다. “일반인들의 목은 C자형의 부드러운 커브를 그리고 있습니다. 정지된 자세로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보면 목이 자연 모니터 쪽으로 기울어집니다. 뼈가 I자형이 됩니다. 뻣뻣해지는 거죠. 심할 때는 X-Ray상에서도 확인됩니다. 중력에 대항해 목을 떠받치고 있기 위해 목과 어깨에 연결돼 있는 삼각근, 능형근들에 부하가 걸려 긴장상태가 됩니다. 근육의 긴장이란 쉬고 있는 상태에서도 근육에 힘이 들어가 있는 상황입니다. 신경을 통해 자극이 전달되는 속도도 떨어집니다. 긴장은 점차 목에서 어깨, 팔, 팔목, 손목 등으로 퍼져 나갑니다. 그러나 검사를 해도 정상일 때가 많습니다. 살이 부딪히면 벌겋게 되듯 근육도 그렇게 됩니다. 고무처럼 목뼈와 목뼈 사이에 붙어 뼈가 움직일 때 충격을 흡수해주는 추간판은 안좋은 자세가 계속될 경우 삐쳐나올 수 있습니다. 이러면 목디스크가 됩니다.” 김원장은 “직장인들은 이런 증세를 견딜 만큼 견디다 한계점에 이르면 병원을 찾는데 요즘 계속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경견완증후군은 즉각적인 완치가 어렵다. 대체로 병원에선 항염제, 근이완제, 물리치료를 병행해 근육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데 주력한다고 한다. 물리치료사 류승복씨는 “2∼3주 치료받으면 효과는 확실히 있다. 그러나 컴퓨터작업을 반복할 경우 언제든지 재발된다”고 말했다.
지금 사무실마다 인터넷 열기로 후끈거린다. 덩달아 직장인들의 ‘어깨’도 달아올랐다. 고신대 산업의학과 전문의 김영기씨는 “무엇이 더 소중한지 따져 보라”고 권한다. “인터넷이 아무리 좋아도 건강을 대신할 수는 없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