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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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로 듣는 ‘20세기 초·중반 성악史’

  • 입력2006-06-12 10: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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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해가 바다 속으로 졌구나/ 말아, 너도 몹시 지쳤구나!/ 바퀴가 그리 천천히 구르는 것을 보니/ 나를 집에 데려다 다오/ 내 너를 위해 노래할테니 /…’ 한탄하듯 속삭이듯 말을 다독이는 시칠리아 마부의 목소리는, 강팍한 삶의 무게에 짓눌렸으되 희망의 끈만은 끝내 놓지 않은 필부(匹夫)의 그것이다. 허전하고 쓸쓸한, 그러나 아름다운 목소리. 이탈리아 리릭 테너의 한 절정을 이룩했던 베니아미노 질리다. 그의 진면목을 확인하는 데는 표제곡인 ‘시칠리아 마부의 노래’와 뒤이은 ‘귀에 익은 그대 음성’ 두 곡을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이 음반이 질리의 노래만을 싣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엔리코 카루소, 페오도르 샬리아핀, 엘리자베트 슈만, 존 매코맥, 티토 스키파, 에치오 핀차, 유시 비욜링, 로테 레만 등 조금 과장해서 ‘20세기 초 중반의 성악사(史)’를 담고 있다. 다소 열악한 음질만 참고 넘긴다면 ‘성악의 르네상스기’를 두 귀로 직접 확인하는 행운과 만날 수 있다. (신나라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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