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식품’ 두부가 때아닌 수난을 당하고 있다. 얼마 전 소비자보호원이 시중에서 유통되는 두부의 82%에 유전자가 조작된 수입산 콩이 사용됐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이후 소비자들이 두부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 두부 전문식당은 파리를 날리고 슈퍼나 백화점의 두부판매 코너는 매출이 격감했다.
그러나 수입산 콩이 들어간 식품이 어디 두부뿐일까(표 참조). 콩나물이나 두유, 시판되는 간장 된장 고추장 옥수수유 시리얼류, 심지어 맥주에도 유전자가 조작된 콩은 들어 있다. 미국산 콩이 1kg에 700원 정도인 반면 국산 콩은 2500~3000원을 호가하므로 이는 당연한 현상이다. 어찌됐건 이번 두부파동으로 유전자조작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유전자조작농산물(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은 농산물의 유전자를 조작해 병충해에 강하고 제초제에도 죽지 않는 성질로 변형시킨 농산물을 말한다.
농림부 “사실이지만 대책 없다”
지난 94년부터 미국 몬산토 등 세계적인 곡물회사들의 주도로 보급이 이뤄져 왔다. 시장 규모도 갈수록 커져 96년 2억3000만달러에서 2005년 60억달러, 2010년 200억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96년도부터 국내에 수입된 미국산 농산물에는 당연히 이들 유전자조작 농산물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정부나 소비자 모두 이같은 사실을 알지 못했다.
우리 식탁에도 유전자조작 식품이 올라오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해 11월경.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시중에 유통되는 콩의 약 38%가 유전자조작된 종자에서 나온 것이며 일반곡물과 유전자조작 곡물이 뒤섞여 수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 농어촌사회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국내 유통식품 중 상당수에 유전자조작 농산물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연구소 권영근소장은 “두부만 왕따할 게 아니라 다른 식품에도 유전자조작 농산물이 들어있는지 면밀히 조사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유전자조작 농산물에 대한 논쟁은 해외에서 먼저 달아올랐다. 특히 최근 몇년간 다이옥신 파동과 광우병 파동 등으로 몸살을 앓은 유럽에서는 대부분의 국가가 유전자조작 식품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찰스 왕세자가 반대론자의 선봉에 서 있는 영국에서는 유전자조작 농산물의 상업적 재배를 2002년까지 금지하고 있다. 또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유전자조작 농산물임을 밝히는 표시제를 도입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식품회사마다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유전자조작 식품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01년 4월부터 공식적인 표시제를 실시키로 했다.
이처럼 유전자조작 식품에 대한 논란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나 인체에 대한 유무해 여부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상태. 반대론자들은 유전자조작 식품이 인체에 미칠 예기치 못할 영향, 환경과 생태계 교란 우려 등을 지적한다. 그러나 유전자조작 농산물은 인류가 봉착한 식량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찬성론자들의 주장처럼 유전자조작 농산물이 몇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 해도 앞날은 별로 밝아 보이지 않는다. 유전자조작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잘은 모르지만 찜찜해서 안먹겠다’는 것. 이같은 거부감은 유럽과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일이며, 이번 두부 파동으로 국내에서도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크기 때문에 농산물을 원료로 하는 식품업체 또한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기피할 수 밖에 없다. 환경운동연합 마용운간사는 “그동안 유전자조작 농산물 개발에 많은 돈을 쏟아부었던 기업들이 최근 투자를 기피하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소개한다. 얼마 전 도이체방크는 세계의 기관투자가들에게 ‘소비자가 더 이상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사려 하지 않는다’며 이를 개발하는 회사의 주식을 팔라고 권유하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심지어 유전자조작 농산물의 종주국이랄 수 있는 미국에서조차 최근 일부 시민단체와 농민들을 중심으로 다른 목소리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몇년간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재배했지만 판로가 막혀 손해보는 농민들이 “더이상 유전자조작 종자를 사용치 않겠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
국민대 김환석교수(과학사회학)는 “유전자조작 농산물은 기본적으로 인류의 기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업의 이윤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아프리카나 아시아인들이 굶는 이유가 유전공학이 덜 발전해서가 아니라 돈이 없어서”라고 말하는 김교수는 “신약개발 등에 유전공학기법을 채용하는 데는 찬성하지만 일상적인 먹거리에 유전공학기법이 응용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는 국내에서 소비되는 콩의 90.5%, 옥수수의 98.8%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유전자조작 농산물의 안전성 여부를 입증할 수 없는 상태에서는 유럽이나 일본의 경우처럼 소비자가 선택하게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박해경기획실장은 “시민들이 먹는 식품이 유전자조작 식품인지 아닌지에 대해 소비자의 알권리와 선택권이 존중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은 간단치 않다. 농림부는 지난 1월 농산물품질관리법을 제정하며 ‘7월부터 유전자조작 농산물 표시제를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도 시행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농산물의 주요 생산국인 미국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 미곡물협회는 “유전자조작 농산물과 그렇지 않은 농산물을 구분해 유통시키려면 최고 40%의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美 반발로 ‘유전자 표시제’ 시행 못해
유전자조작 농산물에 대한 표기가 제대로 이뤄질 경우 미칠 파장은 어떨까. 농협중앙회 박민선박사는 “지난 10월말 일본 도쿄곡물상품거래소는 내년 4월부터 유전자조작 기술을 사용하지 않은 대두를 세계 최초로 상장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현물시장에서는 비유전자조작 식품 가격이 종전에 비해 30% 이상 오르고 유전자조작 곡물이 섞인 식품값은 떨어졌다”고 소개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그같은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편 국내에 흘러들어온 유전자조작콩 중 일부가 농민들에 의해 재배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11월8일 열린 ‘GMO농산물 및 식품의 표시제에 대한 토론회’에 나왔던 김주수 농림부식량유통국장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사실이지만 종자관리의 특성상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소비자보호원 조사에서 유전자조작 콩이 함유된 것으로 밝혀진 풀무원 두부의 경우 회사측은 “100% 국산콩만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풀무원측의 말이 사실이라면 유전자조작 콩이 우리 땅 어딘가에서 재배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유전자조작 농산물의 인체 유해성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렇긴 하지만 정부 당국자의 말대로 ‘아무런 대책 없이’ 유전자조작 농산물이 퍼져나가고 있는 현실을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 것일까.
그러나 수입산 콩이 들어간 식품이 어디 두부뿐일까(표 참조). 콩나물이나 두유, 시판되는 간장 된장 고추장 옥수수유 시리얼류, 심지어 맥주에도 유전자가 조작된 콩은 들어 있다. 미국산 콩이 1kg에 700원 정도인 반면 국산 콩은 2500~3000원을 호가하므로 이는 당연한 현상이다. 어찌됐건 이번 두부파동으로 유전자조작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유전자조작농산물(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은 농산물의 유전자를 조작해 병충해에 강하고 제초제에도 죽지 않는 성질로 변형시킨 농산물을 말한다.
농림부 “사실이지만 대책 없다”
지난 94년부터 미국 몬산토 등 세계적인 곡물회사들의 주도로 보급이 이뤄져 왔다. 시장 규모도 갈수록 커져 96년 2억3000만달러에서 2005년 60억달러, 2010년 200억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96년도부터 국내에 수입된 미국산 농산물에는 당연히 이들 유전자조작 농산물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정부나 소비자 모두 이같은 사실을 알지 못했다.
우리 식탁에도 유전자조작 식품이 올라오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해 11월경.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시중에 유통되는 콩의 약 38%가 유전자조작된 종자에서 나온 것이며 일반곡물과 유전자조작 곡물이 뒤섞여 수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 농어촌사회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국내 유통식품 중 상당수에 유전자조작 농산물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연구소 권영근소장은 “두부만 왕따할 게 아니라 다른 식품에도 유전자조작 농산물이 들어있는지 면밀히 조사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유전자조작 농산물에 대한 논쟁은 해외에서 먼저 달아올랐다. 특히 최근 몇년간 다이옥신 파동과 광우병 파동 등으로 몸살을 앓은 유럽에서는 대부분의 국가가 유전자조작 식품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찰스 왕세자가 반대론자의 선봉에 서 있는 영국에서는 유전자조작 농산물의 상업적 재배를 2002년까지 금지하고 있다. 또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유전자조작 농산물임을 밝히는 표시제를 도입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식품회사마다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유전자조작 식품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01년 4월부터 공식적인 표시제를 실시키로 했다.
이처럼 유전자조작 식품에 대한 논란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나 인체에 대한 유무해 여부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상태. 반대론자들은 유전자조작 식품이 인체에 미칠 예기치 못할 영향, 환경과 생태계 교란 우려 등을 지적한다. 그러나 유전자조작 농산물은 인류가 봉착한 식량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찬성론자들의 주장처럼 유전자조작 농산물이 몇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 해도 앞날은 별로 밝아 보이지 않는다. 유전자조작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잘은 모르지만 찜찜해서 안먹겠다’는 것. 이같은 거부감은 유럽과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일이며, 이번 두부 파동으로 국내에서도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크기 때문에 농산물을 원료로 하는 식품업체 또한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기피할 수 밖에 없다. 환경운동연합 마용운간사는 “그동안 유전자조작 농산물 개발에 많은 돈을 쏟아부었던 기업들이 최근 투자를 기피하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소개한다. 얼마 전 도이체방크는 세계의 기관투자가들에게 ‘소비자가 더 이상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사려 하지 않는다’며 이를 개발하는 회사의 주식을 팔라고 권유하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심지어 유전자조작 농산물의 종주국이랄 수 있는 미국에서조차 최근 일부 시민단체와 농민들을 중심으로 다른 목소리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몇년간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재배했지만 판로가 막혀 손해보는 농민들이 “더이상 유전자조작 종자를 사용치 않겠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
국민대 김환석교수(과학사회학)는 “유전자조작 농산물은 기본적으로 인류의 기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업의 이윤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아프리카나 아시아인들이 굶는 이유가 유전공학이 덜 발전해서가 아니라 돈이 없어서”라고 말하는 김교수는 “신약개발 등에 유전공학기법을 채용하는 데는 찬성하지만 일상적인 먹거리에 유전공학기법이 응용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는 국내에서 소비되는 콩의 90.5%, 옥수수의 98.8%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유전자조작 농산물의 안전성 여부를 입증할 수 없는 상태에서는 유럽이나 일본의 경우처럼 소비자가 선택하게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박해경기획실장은 “시민들이 먹는 식품이 유전자조작 식품인지 아닌지에 대해 소비자의 알권리와 선택권이 존중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은 간단치 않다. 농림부는 지난 1월 농산물품질관리법을 제정하며 ‘7월부터 유전자조작 농산물 표시제를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도 시행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농산물의 주요 생산국인 미국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 미곡물협회는 “유전자조작 농산물과 그렇지 않은 농산물을 구분해 유통시키려면 최고 40%의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美 반발로 ‘유전자 표시제’ 시행 못해
유전자조작 농산물에 대한 표기가 제대로 이뤄질 경우 미칠 파장은 어떨까. 농협중앙회 박민선박사는 “지난 10월말 일본 도쿄곡물상품거래소는 내년 4월부터 유전자조작 기술을 사용하지 않은 대두를 세계 최초로 상장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현물시장에서는 비유전자조작 식품 가격이 종전에 비해 30% 이상 오르고 유전자조작 곡물이 섞인 식품값은 떨어졌다”고 소개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그같은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편 국내에 흘러들어온 유전자조작콩 중 일부가 농민들에 의해 재배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11월8일 열린 ‘GMO농산물 및 식품의 표시제에 대한 토론회’에 나왔던 김주수 농림부식량유통국장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사실이지만 종자관리의 특성상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소비자보호원 조사에서 유전자조작 콩이 함유된 것으로 밝혀진 풀무원 두부의 경우 회사측은 “100% 국산콩만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풀무원측의 말이 사실이라면 유전자조작 콩이 우리 땅 어딘가에서 재배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유전자조작 농산물의 인체 유해성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렇긴 하지만 정부 당국자의 말대로 ‘아무런 대책 없이’ 유전자조작 농산물이 퍼져나가고 있는 현실을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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