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일 미(美) 다우존스 공업지수(DJIA)를 구성하는 종목에 커다란 변화가 생겨났다. 쉐브론, 굿이어 타이어, 유니온 카바이드, 시어스 로벅 등 전통적 제조-유통업체 4개사가 탈락하고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홈 데포, SBC 커뮤니케이션스 등 첨단 기술업체 4개사가 새로 편입된 것이다. 우리는 이런 변화에 중대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년간 다우지수와 종합주가지수는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종목 변화가 다우지수의 변동폭을 더욱 크게 할 것으로 보여 종합주가지수의 진동폭도 따라서 커질 전망이다.
그동안 다우지수는 주가 산출 대상인 30개 기업의 시가총액이 전체 뉴욕증시의 11% 정도에 불과, 미 증시 전체의 동향을 반영하는데 한계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시가총액이 4700억달러에 이르는 MS와 세계 최대 반도체 칩 제조업체인 인텔이 편입됨으로써 대표성에 관한 논란은 다소 수그러들게 됐다. 다우지수 종목에 MS와 인텔 같은 나스닥 상장 종목이 편입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MS 인텔 첨단기업 이미지 노려 나스닥에 남아
그러나 다우 종목의 교체는 단순히 ‘올드 4’가 사라지고 ‘뉴 4’가 편입됐다는 차원을 뛰어넘는 의미를 갖고 있다. 뉴 밀레니엄에는 어떤 종류의 산업이 시대를 이끌 것인지를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탈락된 기업들은 전통적인 제조-유통업체들인 반면, 새로 편입된 기업들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첨단 기술업체들이다. 이렇듯 탈락 종목과 신규 편입 종목은 각각 과거의 산업과 미래의 산업을 대변하고 있다. 이번 교체에서 우리는 유형적(有形的) 자원에 근거한 대량생산이 경쟁력이었던 시대에서 무형적(無形的) 기술과 정보에 기반한 지식이 경쟁력인 시대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한편 다우 종목이 교체되기 며칠 전 뉴욕 증권거래소와 도쿄 증권거래소는 전세계 증시를 대상으로 새로운 국제지수인 글로벌 인덱스를 만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세계 증시를 넘나드는 국제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이러한 지수를 잣대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글로벌 인덱스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물론 기존의 MSCI, FTSE와 같은 국제지수는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질 전망이다. 우리 기업들이 이러한 국제지수에 편입돼 세계무대에서 위상을 보장받으려면 자기 변신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 그것이 곧 급격하게 재편되고 있는 글로벌 산업 체제에 적응하는 길이다.
MS와 인텔이 다우지수에 편입됐음에도 불구, 뉴욕증시에 상장하지 않고 나스닥에 남은 것도 우리에게 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나스닥 지수가 지난 3일 3000포인트를 넘는 등 활황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나스닥 상장 그 자체만으로도 첨단기업 이미지를 고수할 수 있다는 배경도 작용하고 있다. MS와 인텔이 노리는 것은 바로 이런 효과다.
미국에 나스닥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코스닥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KOSPI 200지수에 편입된다고 하면 거래소 시장에 상장하지 않고 그대로 코스닥에 남겠다는 기업이 얼마나 될까. 정부의 적극적 육성 방안에 힘입어 코스닥 시장이 급성장중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나스닥과 같은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외형적 성장에만 안주하지 말고 가격 조작과 같은 불공정 거래를 막고 기업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제도적인 정비도 뒤따라야 한다. 기술력은 있지만 자본력이 부족한 기업의 직접자금 조달원인 코스닥이 더욱 활성화되고, 나아가 이들 기업이 나스닥으로 쉽게 진출하도록 하는 정부의 정책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