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웃지 못하지만 다음엔 밝은 역을 하고 싶어요. 해피엔딩의 주인공이 되고 싶기도 하구요.”
KBS 미니시리즈 ‘초대’에서 자유분방한 사진작가 역을 맡은 김 민씨(24)의 연기가 화제다. 극중에서 그는 과감하게 ‘성’을 이야기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도 한다.
김씨는 연기자 생활 1년밖에 안된 새내기로 지난해 영화 ‘정사’로 데뷔했다. ‘정사’에서 그녀는 언니(이미숙)에게 약혼자를 빼앗긴 동생의 복잡한 심리상태를 표현해야 했다. 올해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호평받은 두번째 영화 ‘구멍’에서 그녀는 섹스에 집착하는 남자(안성기)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 주인공 선영으로 나온다.
“‘정사’는 뾰족한 제 얼굴의 단점이 드러난 영화였는데 뜻밖에 깊은 인상을 준 것 같아요.”
그녀의 얼굴과 몸은 정말 ‘뾰족뾰족’하다. 170cm의 키에 살점 하나 없는 몸과 가느다란 얼굴, 커다란 눈, 오똑한 코 아래 얇게 가로질러간 입술. 그런 특징 때문에 ‘초대’의 도도한 미연 역은 당연히 그녀의 몫이었을 것이다.
“연출자도 얼굴은 미연인데 말투와 행동은 안그렇다고 그러세요. 원래 털털하고 발랄한 성격이라 미연이의 성격을 알기 위해 연기 공부를 따로 하고 있어요.”
극중에서 미연은 프리섹스주의자다. 이렇게 개방적인 캐릭터 때문에 ‘아우성’ 구성애씨와 함께 토크쇼에 나와 ‘섹스’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남자에게 ‘같이 자자’고 말하는 미연이의 대사를 보고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연출자에게 물어본 적도 있어요. 그런데 남자들보다 여자 시청자들이 미연의 캐릭터를 더 좋아해요. 성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미연에게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녀는 구성애씨와 함께 성에 대해 이야기한 시간이 “정말 뜻깊었다”고 말한다. 그녀는 ‘한국인의 성의식’에 대해 “모두 다 성에 대해 관심이 많으면서도 이제 겨우 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한 단계” 인 것 같다고 진단한다.
김 민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미국으로 온가족이 이민했다가 3년전에 한국에서 결혼한 언니와 함께 돌아왔다. 가끔 저음으로 떨어지는 그녀의 억양은 오랜 외국생활 때문인 듯. 산타모니아칼리지에서 연기를 공부했고 국내에서는 ‘연예가 중계’ 리포터로 처음 TV에 출연했다. 그녀에 대해 멜로적이고 강한 인상을 가진 시청자들이라면 요즘 방송되는 ‘00700’ 광고를 통해 그녀에게 코믹한 표정도 썩 잘어울린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