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이론에 충격받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는 아직 양자이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양자역학의 창시자 중 한 사람인 덴마크의 닐스 보어가 한 말이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보어와 논쟁을 벌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양자이론을 거부하며 한 말이다. 이처럼 기이한 양자역학 원리를 응용한 컴퓨터가 개발되고 있다. 컴퓨터의 개념을 혁명적으로 바꾸어 놓을 양자컴퓨터(quantum computer)이다.
양자역학은 파동-입자 이중성을 전제한다. 물질의 아(亞)원자적 단위, 즉 원자 이하의 모든 실체는 우리가 보는 관점에 따라 때로는 파동처럼, 때로는 입자처럼 행동하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입자와 파동은 전적으로 성질이 다르지만 아원자적 단위는 파동에서 입자로, 입자에서 파동으로 변형을계속한다. 이를테면 원자가 때로는 파동으로 행동하기도 하고, 빛이 때로는 입자로 작용하기도 한다.
원자 이하의 실체들이 파동 상태에 있을 때에는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는 수많은 장소에 동시에 존재한다. 가령 전자는 한 곳에 있지 않고 동시에 모든 곳에 존재할 수 있다. 입자가 동시에 여러 개의 상태에 있는 것을 중첩(superposition) 현상이라 한다.
또한 양자 세계에서 두 입자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한 입자의 상태가 측정되면 다른 입자의 상태는 즉각적으로 결정된다. 두 입자가 거리와 무관하게 결합되어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상호작용을 얽힘(entanglement) 현상이라 한다. 양자 얽힘은 아인슈타인과 보어의 논쟁에서 핵심 주제였다. 아인슈타인은 얽힘 현상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유령 또는 텔레파시의 작용에 빗댔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의 중첩현상과 얽힘현상을 활용환다. 디지털 컴퓨터에서 정보의 기본단위인 비트의 상태는 0 아니면 1이다. 그러나 양자비트 또는 큐비트(qubit)라 불리는 양자정보의 기본단위는 0과 1 두개의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 있다. 중첩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두개의 큐비트는 4개의 상태(00, 01, 10, 11)를 동시에 공유한다. 얽힘 현상이 나타난 까닭이다. 3큐비트가 얽힐 때는 8개, 4큐비트는 16개의 상태를 동시에 갖는다. 이와 같이 양자컴퓨터는 동시에 여러 개의 상태에 있을 수 있고, 동시에 모든 상태에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디지털 컴퓨터와는 달리 단지 한 개의 처리장치로 동시에 수많은 계산을 별도로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엄청난 병렬처리 능력 때문에 양자컴퓨터가 디지털 컴퓨터를 압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0년께 실용화될 듯
양자컴퓨터의 아이디어는 1960년대부터 물리학자들의 머릿속을 맴돌았으며 1985년 옥스퍼드대의 데이비드 도이치가 처음으로 개념을 정립했다.
1994년 미국 벨연구소의 피터 쇼어가 최초의 양자 알고리듬을 발표하면서부터 컴퓨터 과학자들이 양자역학 공부를 시작할 정도로 세계 유수 연구소의 개발 경쟁에 불이 붙었다. 쇼어의 양자 알고리듬이 양자 컴퓨터가 몰고올 파장을 충격적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정수를 소인수 분해할 경우 가령 400 자릿수는 가장 빠른 디지털 컴퓨터로 수십억년이 소요되지만, 쇼어의 양자 알고리듬으로는 1년여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1998년 미국에서는 마취제로 쓰이는 액체인 클로로포름 분자를 사용해 최초의 양자 컴퓨터를 개발하고 초보적인 양자 계산에 성공했다.
1999년 일본에서는 세계 최초로 양자 컴퓨터의 고체 회로소자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2020년경에 양자 컴퓨터가 실용화될 것으로 전망한다.